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0화 (30/500)

제 3장 케이브 코어 (1)

20세가 되어야 정식으로 유니크가 될 수 있으며, 자격증이 나온다. 사람들은 유 니크가 되기를 소망한다.

왜 그럴까?

유니크가 되면 기본적으로 세금우대 혜택과 1%의 고정대출, 15%의 정기예금 이 가능해진다. 저금리에 복리후생을 위 한 막대한 세금, 1% 대의 정기예금을 감 안하면 엄청난 혜택이었다. 특히 개인 사 업자로 등록하면 노란우산공제가 가능해 져 낸 돈을 돌려받기까지 한다. 이래서 다 들 유니크가 되기를 소망한다. 물론 유니 크도 등급에 따라서 혜택의 범위가 다르 기는 하다.

정우는현재 17세다.

유니크로 등록도 되지 않고, 케이브 출 입은 법으로 금지되었다. 그런데도 5년 전 부터 케이브를출입했다.

어떻게 출입을 했냐고?

육체 변신을 통해 신분을 위조했다. 그 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8대 문파 중 하나 인 금강문이 보증을 섰기에 신분세탁은 일도아니었다 해서 탄생한 신분이 나이는 25세, 전호 경이다

정우는 대외적으로 나서지 않는 대신 6 급 이상 케이브가 관할 구역에 열리면 금 강문을 대표해서 출동했다. 금강문의 전 력이 과거에 비해 강해지는 바람에 크게 문제될 사안은 없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 비하기 위함이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그에 대한 사망 원인을 국가에 제출해 검 증을 받아야 했다.

-이번엔 얼마줄건데요?

-연봉으로 3억이나 받아먹으면서 좀 도 와주면 안 되냐! 전귀(錢鬼)도 아니고 너무 하는구나

-엄살이 심하네요. 케이브에서 나오는 광물만으로도 수익을 엄청 남길 텐데, 날 로 드시면 곤란하죠.

-끄응! 그래 알았다 성과급으로 4억 주 마

-10 억.

-너무 많아

-10 억.

-에누리 없는 자식!

케이브의 입구에 선 정우는 김 총관과 의 대화를 상기했다. 이번 일로 받을 돈 은 10억이고, 나오는 광물의 수익이 예상 보다 많으면 더 받는다. 당장 돈을 쓸데가 없다 해도, 다다익선이었다 벌 수 있을 때 벌어 놔야 나중에 놀고먹을 수 있는 것이 다 두둥!

정우의 주변으로 검은색의 전투 슈트를 입은 대머리들 100명이 모였다. 하나같이 험상궂은 얼굴이며, 서늘한 기운을 풍기 고 있었다. 그럼에도 기세를 외부로 발산 하지 않고, 갈무리했다. 단련된 수준이 범 상치 않았다.

금강문의 3개의 무력부대 중 흑금단(黑 金團) 이다.

정우의 위장신분인 전호경은 혹금단의 단주다

혹금단은 금강문의 협조하에 10년 전 부터 준비한 무력부대다. 총 부대인원은 청금단과 마찬가지로 200명이다. 청금단 이 대외적인 문제를 공식적으로 해결하는 단체라면, 흑금단은 금강문의 해가 되는 자들을 색출하거나 제거하는 비공식 임무 를 부여받았다.

‘주 임무는 따로 있지만.’

정우가 내린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서 100명의 흑금단은 파견근무 중이다. 남은 100명으로 금강문의 뒤처리를 했다 혹금단은 청금단과 달리 정우의 명을 죽음으로 이행해야 한다 왜냐고? 흑금단 의 대원들은 모두 금제가 걸려 있었다. 제 혼마공(制魂魔功)이라는 환술공(幻術功)으 로 환마(幻魔)의 비기 중에 하나다. 한 번 걸리면 시전자가 풀기 전에는 절대 풀리지 않는다 사실 환마도 푸는 방법은 만들어 놓지 않았다. 풀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이 다. 그래서 나한테 찢겨 죽었지.

“ 억울하냐?”

“아닙니다!”

“고자질하고 싶으면 해라.”

“아닙니다!”

정우는 혹금단을 대함에 냉철했다.

혹금단은 언제든 쓰고 버릴 수 있는 소 모품이다. 비인간적인 처우라고? 아니다. 이놈들은 당해도 싸다. 혹금단은 전원 동 네 깡패로 구성되었다. 속성을 이용해서 고리대금업, 인신매매, 폭력을 마다하지 않는 인간쓰레기들을 개조해 혹금단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양심의 가책을 갖지 않아서 아주 좋

아’

굳이 인성이 좋은 녀석들을 고르지 않 았다. 인간다운 사람을 도구로 쓰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하다. 인간적으로 대해 주 어야 하기 때문에 4대 보험을 비롯한 비용 도 들고, 그에 반해 이놈들은 마음대로 굴 려도 불평불만을 표하지 못한다.

“몇 년이나 함께 동고동락했는데 최소 한의 대우는 해 줘라”

“오냐오냐 받아주면 버릇만 나빠져.”

정우의 좌우로 강현과 강우가 있었다

이번이 강우에게 있어서는 유니크가 되 어서 처음으로 나서게 된 상급의 케이브였 다. 첫 실전이라는 중압감으로 인해 강우 는 실력과는 다르게 긴장하고 있었다.

“내가있으니까, 긴장하진 마”

“ 알았어.”

정우는 혹금단에게 명을 내려 주변을 통제하도록 했다. 통제는 어렵지 않았다. 혹금단의 몸에 진을 새겨 놓았기에 일정 한 방위를 점하고 내공을 운용하면 결계 진이 완성된다. 인간의 몸에 있는 생기와 내공을 적절히 이용했다

“앞서 말했듯이 배신하고 싶으면 해도 돼.”

“목숨을 바쳐 단주님을 따르겠습니다!”

“개소린 하지마라”

“아닙니다! 리얼, 진심! 믿어주십시오!”

흑금단에게 정우는 저승사자다.

한순간의 실수로 평생의 족쇄가 되었 다. 자율적인 의사는 철저히 배제되었다. 정우에 대한 적의를 가지면 머리가 폭사되 어 죽어 버린다. 절대복종만이 그나마 사 람답게 죽을 수 있는 기회다. 동네에서 양 아치짓 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해 졌지만,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저 정우의 마음이 바뀌어 금제를 풀어줄 날만을 기 다려야 했다. 그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참고로 정우가 죽으면, 자신들도 죽어 버 린다.

“초반엔 까부는 맛이라도 있었는데, 요 새 애들은 배포가 없어. 원래 뒤통수도 치 고 그래야 인간적이잖아.”

요새 애들.

너보다 나이 많거든.

새파랗게 어린놈이

그러나 마음분이다.

“언감생심, 삿된 마음을 품은 적도 없 습니다?”

“알아 그러니 살아있지.”

죽어도 곱게 죽지 않는다

머리가 터지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배

신한 동료의 고통스러운 죽음을 눈앞에서 본 적이 있었다. 몸이 녹아서 진물이 되는 광경을 생생히 목도했다. 차마 그렇게 죽 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들도 사람들에게 나쁜 놈 소리를 들었지만, 단주에 비하면 양호했다. 단주는 악마의 현신, 그 자체였 다

“한탄하진 마라. 누가 또 알아? 월급 꼬 박꼬박 모으면 나중에 좋은 일이 있을지.”

그걸 말이라고!

울화가 치민다

혹금단의 부단주, 양용익과 단원들은 기가 찼다.

한 달 월급이라고 해봐야 10년 전부터 150만원이다 하루 노동 강도 18시간, 자 는 시간과 먹는 시간을 빼면 남은 시간은 없다. 외국인 노동자보다 열악했다 그럼에 도 통장에 싸인 돈이 무려 2억이었다. 한 푼도 쓰지 않고 고스란히 통장에 차곡차 곡 모았다고 봐야 했다.

그럼 뭐하냐고.

돈을 쓸 수도, 퇴직할 수도 없다. 퇴직 을 하려면 관에 실려 나가야만 한다. 게다 가 통장에 쌓인 돈은 단주의 개인적인 용 돈으로 운용이 되기도 한다. 자기 돈은 한 푼도 쓰지 않는다. 금강문을 통해 벌어들 인 용역비 전부 단주의 차지다.

단원의 수가 200명이니, 400억이다. 이 돈을 단주가 개인적으로 운용할 수 있 었다. 세금 한 푼 안 내는 걸어 다니는 중 소기업이다. 일전에 돈을 부풀려 주겠다 며 투자를 했다고 하는데, 말?이 없는 걸로 봐선 잃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 리 월급인데 국민연금도 아니고, 운용내역 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자기가 꼴리는 대 로 투자를 하고, 수익이 났다고 통보만 한 다

“ 따분하네.”

단주가 저 말을 할 때가 가장 무섭다

단주는 일상 생활을 즐긴다고 말하지 만 피를 보지 않고서는 직성이 풀리지 않 는다. 본인 딴에는 많이 착해졌다고 주장 하는데, 개뿔! 대체 어디가 착해졌는지 알 수가 없다. 자신들도 어린 시절이 파란만 장하지만, 단주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안 된다. 사람을 피 말려 죽이는데 도가 텄다. 게다가 따분하다는 말은 일종의 경고다. 지금보다 따분해지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는 순간, 저세상 구경은 다반사가 된다.

단주는 어린 새의 목을 잡고, 어떻게 하 면 정당성을 부여해서 부러뜨릴 수 있을 까를 매일 연구하는 종자다

“날파리들이 꼬이면 어찌해야 하는지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정우는 케이브 안으로 진입했다.

현재 이호극은 8대 문파 회합에 참여하 기 위해서 부산으로 내려갔다. 그래서 김 총관이 정우에게 강현, 강우를 부탁한 것 이다. 근래에 들어 케이브 등급이 오락가 락하고 있었다. 10억을 아끼려다가 금강문 이 거덜 나는수가 있다.

혹금단의 30명은 결계를 치고, 70명은 내부로 진입했다 정우는 선두에서 느긋하게 걸었다. 마 물의 등급을 확인하기 위해 기감을 열었 다. 케이브 등급이 6급이었다. 마물 등급 은 플러스마이너스 1의 오차 범위 안에 있 다. 재수 없으면 위로 2의 차이가 벌어지 기도하겠지만 육신통의 경지에 오른 정우의 예감은 예지에 가까웠다. 나브지 않은 삶의 활력 소를 제공할 만한 위화감이 느껴진다.

“7급 이상의 마물일 수도 있겠는데.”

“그럼 너무 위험한 거 아냐?!”

과거에 비해 상향이 되었다고 해도 6급 이상부터 상급 마물로 분류되며 7급 이상 일 경우 위험 등급이 재앙수준에 이른다 고한다

“8급은 되어야 재미 좀 있을 텐데.”

“하아, 넌 진짜 긴장을 하나도 안 타는 구나.”

“9급도 아닌데 뭐가 긴장이 돼?”

“9급은 국가가 나서야 하는 문제야. 말 쉽게 하지마라”

“괜찮아 내가 있으니까.”

강현은 필드에서 8급 마물도 본 적이 없다. 아마 만났으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 을 거다. 유니크 8급은 되어야 감당이 된 다. 한국에 8급 이상의 유니크는 많지 않 았다. 게다가 1마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 다. 때론 수가 너무 많을 때가 있었다

‘네가 강한 건 알지만, 자만은 위험을 초래할수 있어.’

정우는 앞장서서 나아갔다. 강현의 걱 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6급의 케이브를 두려워했다면 다른 일을 알아봤 을 거다. 그리고 자신감과 두려움의 균형 을 적절히 유지하면 최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 정도는 간파한 지 오래다.

‘자신감과 자만이 한 끗 차이긴 하지.’

통로의 너비가 가로 30m, 세로 50m나 되었다. 엄청난 넓이의 통로가 3km나 이 어졌다. 천장에서 진득한 액체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뚝뚝

코를 자극하는 지독한 악취가 풍겼다. 마치 100년 동안 쌓인 하수구의 분비물 을 팔팔 끓여 놓은 듯 역한 냄새다.

“다들 내공으로 호흡을 조절해.”

“갑자기 왜? 악취 때문에?”

“독이야.”

“그런느낌은 없는데.”

내공의 흐름이 끊기거나 흔들리진 않았 다. 그런 증상이 있었다면 진입하기 전에 감지했을 것이다. 내공으로도 가능하고, 유독물질 감지기를 착용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럴지 몰라도, 조금 더 흡입하 면 내력이 3성 이하로 하락할 거야.”

“산공독이라는 거야?”

산공독(散功毒)은 독이 아닌 독으로 불 린다. 신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공력 을 제한한다. 내공을 익힌 무인에게 있어 산공독은 치명적인 독이었다. 게다가 상 급의 케이브다. 이 안에서 3성의 내공만으 로 전투를 벌이는 건 자살행위다.

날름, 쩝쩝!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진득한 액체를 받아서 혀끝으로 맛을 보는 정우였다. 최 강의 비위를 소유했다. 혀를 매끄럽게 자 유자재로 돌리는 솜씨는 놀라웠다.

움찔!

주변에서 보고 있던 강현, 강우는 물론 혹금단까지 헉! 하고 말았다. 그나마 경험 자들이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게워내 야 했을 거다. 그렇다고 해도 저 무지막지 한 비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산공독이라며? 굳이 맛을 볼 필요는 없잖아”

한 달 동안은 밥은 다 먹었다. 오장육부 가 벌써부터 아려오네. 저걸 보고 어떻게 밥을 같이 먹어. 먹을 때마다 생각이 날 것같았다.

“내가 아는 독이랑은 배합이 다른 것 같아서 말이지.”

정우는 케이브에 들어서면 항시 확인을 한다. 어떤 식으로 케이브가 운용이 되는 지 꼼꼼하게 검토를 한 후, 자료로 남겼다. 자신감은 이런 철저한 준비와 끊임없는 연 구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종 류의 독은 정우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재료를 채취해서 연구해 보고 싶은 욕 구를 조장했다. 케이브를 통해 새로운 독 약을 꽤 만들어 놓았다 정우에게 있어 케 이브는 즐거움을 선사해 주는 장소이기도 했다. 듣도 보도 못한 신선한 것일수록 좋 다

혀끝을 통해 파악된 액체를 분자, 원소 단위로 쪼개가며 근원을 찾아갔다. 알고 있는 비슷한 성질의 독을 찾아봤다. 그리 고 몸에서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지 파 악했다. 궁금증은 곧 분석되어, 도출되었 다

“반영구적인 산공독인 것 같아. 재수 없으면 영영 공력을 못쓸수도 있어.”

강현, 강우, 단원들은마른침을삼켰다. 통상적으로 산공독은 일정 시간이 지나 면 자연적으로 해독이 된다고 알려졌다.

해독이 되지 않는다면 무인으로서 치명적 일 수밖에 없다.

“케이브 예방접종을 했는데도 안 되는 거야?”

“모든 케이브에 적용하긴 어려워.”

“광고에서는 만능처럼 설명하던데.”

“반만 통해도 효과는 좋은 거잖아.”

케이브가 오픈되고, 마물이 등장하면 서 사람들이 가장 걱정한 부분은 바이러 스였다. 바이러스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기도 했었다. 하물며 마물이 품고 있는 바이러스가 인간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지 증명되지 않아 불안감이 컸다.

다행히 세계 각국에서 케이브와 마물 을 연구하고 면역체계를 완성할 백신을 만들었다고 공포했다. 실제로도 효과는 있는 편이다.

‘나 같으면 마물을 잡아서 생화학 무기 를만들겠다?’

과거의 정우였다면 마물의 DNA를 조 작해서 인간에 투여하는 실험을 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존엄성보다 나의 개인적인 욕망 이 더 강했으니까. 더욱이 최측근의 마의 라면 하고도 남을 위인이었다. 마물이 득 실댈수록 마의는좋아서 날뛸 것이다

‘어쩌면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생화학 무기를 만들지 않기로 각국은 합의를 했다. 그러나 협약을 반드시 지킨 다는 보장은 하기 어렵다. 지킬 거였으면 핵도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최근에 나온 슈트는 독을 자체적으로 해독할 수 있다고 하던데.”

“그게 얼만 줄 알고 그래? 자그마치 20 억이라고!”

“하나사 줄까?”

“그?…걸 말이라고!”

케이브에서 캐낸 광물을 가공해 만든 슈트, 등급이 높을수록 효율성이 좋다. 자 체적인 면역이 가능하며, 방어력과 공격력 을 상승시켜 준다. 게다가 내구성과 재생 력까지 갖추고 있어서 유니크가 선호하는 장비였다.

하지만 가격에 만만치가 않아 상급의 슈트는 착용하기도 어렵고, 보급도 잘 되 지 않는다. 강현이 금강문의 대공자로 꽤 수입이 좋은 편이기는 하나, 20억이 우습 지는 않았다 그런데 정우는 20억을 명절에 주는 세 뱃돈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알기에 강현은 깊은 한 숨을 쉬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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