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7화 (27/500)

정우는 여자라 해서 봐주지 않았다. 자 신을 건드리면 그에 상응하는, 그 이상으 로 집요하게 괴롭혔다. 괴롭힘이 하도 심 해 자살할 것 같았지만 자살도 맘대로 못 한다. 살아서 죗값을 받으라는 정우의 명 언은 아직도 강천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제 2장 테스트 (2)

꽃단장을 새롭게 하고 돌아온 효린이 놀아달라고 떼를 썼다

“오빠, 놀아줘.”

“뭐하고 싶은데?”

“날고싶어.”

“그래.”

공력을 운용, 효린을 띄웠다. 방 안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닐 수 있도록 해 주었 다 슈퍼걸이 된 효린은 신나서 소리를 질렀 다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정우 는 기막(氣膜)을 쳤다. 때마침 문을 열고 들어온 강현과 강우는 동생의 비행술에 혀를 내둘렀다

‘공력이 얼마나 되어야 저게 가능한 거 냐?,

‘쟤는 원래부터 인간이 아니라니까그

러네.’

본인이 하늘을 나는 것도 아니고, 동생 을 허공에 띄웠다. 그러고서 천이하고 대 화를 하고 있었다. 하나에 집중하기도 어 려울 텐데, 동시에 여러 개를 대수롭지 않 게 수행하는 무시무시한 멀티태스크였다. 땀 한 방울 홀리지 않는 정우를 볼 때마다 자괴감이 먼저 들었다.

“6급케이브에 들어갔다면서?”

“유니크 연합에서 인력이 필요하다고 해서 참가했다.”

“필드는 어땠어?”

“마물의 능력이 상당했어. 까딱 잘못했

으면 사상자가 발생했을 거야”

27살이 된 강현은 7급의 유니크다. 대 외적으로 호극과 같은 등급이었다. 한국 을 대표하는 20명의 유망주에 꼽혔다. 최 근에는 케이브가 열릴 때마다 파견 형식 으로 돈을 받고 유니크 연합에 협조했다. 무문은 길드와 마찬가지로 유니크 연합과 유착관계를 맺고 있었다.

“코어는 발견했고?”

“간신히 회수했지.”

케이브를 유지하는 핵의 존재가 밝혀졌 다. 이를 케이브 코어라고 하는데, 유니크 만이 작동할 수 있었다. 케이브 코어를 회 수하면 언제든 발굴한 케이브를 열 수 있 기에, 시간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동안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닫히는 바 람에 케이브 내에 있는 자원의 회수가 용 이치 않았었다. 그러나 모든 케이브에 코 어가 있는 건 아니다. 여러 조각으로 분산 되어 실제적으로 사용이 불가능한 케이브 가 절반 이상이다.

“그런데 넌 어쩔 셈이냐?”

“유니크 전문학교에 들어가려고 생각 중이야.”

강현은 정우의 속성 등급이 3급임을 알 고 있었다. 자신보다 높지 않은 등급임에 도 걱정하진 않았다. 속성이고, 뭐고 정우 를 곤란하게 만든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 하다.

“정해둔 학부는 있니?”

“마법학부에 들어가려고.”

강현과 형제들은 그나마 위안을 받았 다 무공과 마법은 상극이었다 둘 다 완벽 하게 익힌 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물며 정우의 무공은 추측 불가해의 경지에 올 라서 있었다. 마법은 보조수단일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마법을 배우려는 이유가 궁 금해진다. 굳이 배우지 않아도 될 실력을 갖추었다. 지금 당장 필드에게 나가도 상 위 등급 케이브를 박살 내고도 남았다

“마법을 배우려는 다른 이유가 있는 거 니?”

“내 전문이 도법이거든.”

≪..2”

방금 뭐라고 한 거지?

강현과 형제들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정우의 권각술은 완벽, 그 자체였다. 이보 다 더 완벽하기 어렵다. 그런데 도법이 전 공이란다. 그럼 자신들은 여태 도법가한테 권각술로 처맞은 꼴이 된다. 나름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고 자부했건만, 헛살았다. 삶에 대한 진한 회의감이 물밀 듯이 솟구 쳐온다.

“도법이라고?”

“그래서 그런지 무투가 약간은 허술한 편이야”

허술?

어디가?

본인 딴에는 완벽하지 않았다고 하는 데, 이씨 형제들은 짜증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좀 더 보완해야 한다는 정우 의 대답에 이씨 형제들은 한숨이 절로 나 왔다 이 인간은 아무렇지 않게 사람 기죽 이는 데는 천부적인 개자식이었다.

그렇다 치고 도법가라면서 마법은 왜?

“칼을 들고 다닐수는 없잖아.”

“고작그런이유로?”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마법을 배운다는 정우의 설명은 이씨 형제들을 두 번 죽이 는 확인사살이 되었다. 평생을 매진해도 다가서기 어려운 무공의 경지를 이룬 정우 다. 그런 놈이 한다는 말이, 이보다 더 가 관이기는 어렵다. 보다 높은 경지에 오른 무공의 대가로서 할 소린 절대 아니다. 자 라나는 새싹에게는 허탈함과 치명상을 안 겨줄수밖에 없다

‘정……말로.’

‘헛살았네!’

이씨 형제들은 심각한 정신적 내상에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대화를 하면 할수 록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본인들 도 나름 주변에서 천재라고 부르는데, 정 우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해졌다

“오빠, 좀 더 빠르게!”

“오냐”

정우는 방 안을 날고 있는 효린의 속도 를 높였다 걱정, 근심 없이 날아다니고 있 는 효린이 부러운 이씨 형제다.

유니크 전문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지원 등급은 3급으 로 높지 않은 편이나, 해마다 지원자가 늘 고 있어 테스트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 아지고 있었다 경쟁률은 보통 10대 1 정도다. 일단 붙 기만 하면 졸업하고 취업 걱정은 하지 않 아도 되었다. 어떤 일이든 유니크와 연관 된 직업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고등학 교가 아닌 전문학교라고 불리게 되었다.

전문학교는 유니크가 될 소양과 자격 을 검증하는 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 히 속성이 높다고 해서 유니크가 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소양도 갖추 지 않고 유니크가 되면 사회적 문제를 야 기할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학교의 입학 평균 연령은 17세다. 20살까지 지원이 가능하지만, 희박했다. 정해진 등급을 벗어나 실력을 검증받기가 어려운 데다가 속성 등급이 낮은 이들까 지 지원해 주진 않는다. 잠재력을 인정받 은 유니크를 키우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 기 때문이다.

“많이도 모였네.”

“선망의 대상이니, 당연하지.”

정우는 강천과 함께 시험장에 도착했 다 인터넷으로 접수를 한 후, 번호대로 시 험 자격이 주어진다. 도착한 시험 장소에 는 수험생으로 가득했다.

유니크 전문학교는 시도마다 1개씩 있 었다. 전문학교마다 가르치는 속성에서 차 별이 있기에 자신에게 맞는 속성을 찾아가 기도한다.

인천광역시에 있는 3급 이상의 잠재 등 급을 인정받은 수험생이 몰려왔다. 약 5천 의 학생이 응시했다. 한 해 졸업생의 3분 의 1이 수험장에 모였다.

“진짜로 마법학부로 갈 거야?”

“속성대로 가는거지.”

속성이고, 뭐고, 무공과는 공력과 체력 테스트, 대련을 통과하면 입학이 가능했 다. 속성대로 가면 좋겠지만 굳이 마법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었다. 복수전공도 가 능하고, 여러 속성에 대해서 알아볼 수도 있었다.

“가르치는 선생도 마땅치 않을 텐데.”

“배우다보면 길이 생기겠지.”

“너도참 별종이다.”

서양과 달리 동양은 마법에 취약했다. 교류를 통해 마법사를 섭외하지만, 마탑 에 소속된 상급 마법사가 아닌 대부분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솔플 마법사였다.

마법사의 성향상 배타적이고, 외골수적 이라 설령 가르친다고 해도 정수를 드러내 지 않았다. 그 결과 국내에 상급 마법사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고, 중급 마법사도 많지 않은 편이다.

하급 마법사는 전투에 효율적이지 않 아, 하는 일에 비해 대우가 척박했다 게다 가 마법은 무공과 달리 학문과 연관이 되 어 배우기가 까다롭다. 궁극의 마법사가 학문적으로도 뛰어난 성취를 보이는 이유 였다. 현시대의 노벨상 수상자 대부분이 마법사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만류귀종이라고 했어. 배우다 보면 요 령이 생길 거다”

“다른 놈이 했으면, 콧방귀를 뀌었을 텐

데. 너니까, 인정!”

강천은 정우를 평생의 라이벌로 여겼 다 그래서 누구보다 정우를 인정했다.

“떨어지면 곤란한데.”

“네가 떨어지면 1명도 안 남을걸.”

“속성 테스트라서 좀 걱정된다”

각 분야마다 테스트가 조금씩 다르다. 무공은 육체와 공력 테스트로 대체하지 만 마법의 경우 마나 등급과 속성에 따라 서 결정된다. 다행이라면 마법은 지원자가 거의 없어, 어지간하면 학과 유지를 위해 합격시킨다. 다만, 분기마다 치르는 시험에 서 등수에 들지 않으면, 국가 지원금이 나 오지 않는다.

정우는 마법학과의 안내책자를 사서 시험 유형을 살폈다. 봐야 할 시험 과목을 미리 내주진 않는다. 마법학과 주임교수의 재량에 달렸다.

책자를 살피는 와중, 웅성거리는 소리 가들렸다.

-와아! 레드아이즈의 민지현이닷!

-이노베이션의 강민호야!

B사의 고급 벤을 타고 등장한 아이돌 은 극성 팬들을 아우성치게 했다. 수험생 이외에도 사람이 몰린 이유가 있었다. 레 드아이즈와 이노베이션은 근래에 들어 핫 한 다국적 아이돌 그룹이다. 민지현과 강 민호는 한국인 멤버 중에서 나이가 가장 어리면서도 인기가 많았다.

정우야 원래 아이돌에 관심이 없는 편 이라지만 영웅호색의 강천도 담담한 편이 었다.

“그냥 그런데.”

“우리야 유명인이 주변에 있으니까 그렇 지.”

강천의 주장이 설득력 있었다. 대부분 의 아이돌을 다 처바를 극강 외모의 유명 인과 함께하니, 민지현과 강민호의 외모가 특별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연예인이라고 해도 매일 보면 친구일 뿐이었다.

“수험생 격려차 위문공연 온 건가?”

아이돌은 뜨기만 하면 수억이 우습게 들어온다. 굳이 유니크가 되지 않아도 막 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다. 유니크가 선망 의 직종이 되기 전 애들의 꿈이 연예인인 걸보면 답은 나온다 그런데도 유니크 전문학교에 입학하는 일이 종종 있다. 연예 활동에서 메리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를 나와 연예인 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등급이 낮 은데도 무리하게 추진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꽤 등급이 높아”

“얼마나 높은데?”

“너랑 비슷할걸.”

“세상참 불공평하네.”

불공평으로 따지면 강천도 만만치 않 다. 금강문을 뒷배로 둔 이상, 빼도 박도 못할 금수저다. 흙수저들에게 짱돌 맞기 딱 좋은 멘트였다.

“네가할 소린아니지.”

“그럼 너는?”

“그래서 가만있잖아”

사람들은 말한다. 세상이 불공평하다 고. 틀리지 않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세 상은 불공평했고,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좌지우지해왔다. 그러나 내가 가지지 못했 기에 한탄만 해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 는다. 가지고 싶다면 전력을 다해 투쟁을 해봐야 한다 설령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 한다 해도, 전부를 걸었다면 후회는 하지 않을것이다.

?곧 속성 측정이 있으니 번호 순서대로 시험장에 들어오길 바랍니다 스피커에서 안내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정우와 강천은 순서가 되려면 기다려야 했다.

전문학교는 각 건물마다 시험장이 따로

있었고, 휴게실도 마련되었다. 정부와 길 드, 무문에서 막대한 지원을 쏟아붓고 있 기에 전문학교는 일반 학교에 비해 시설 면에서 압도적이었다 인재를 양성하는 데, 전문학교만한 교 육기관이 없었다. 각 길드는 현장에 바로 써먹어야 하는 실전 위주고, 무문의 경우 무공을 제외한 속성을 제대로 가르치기가 어려웠다. 정부에서 유니크를 양성하기 위 해서 투자를 하는 만큼, 속성을 비롯한 기 본 전투 스킬을 배우는 데 적합했다.

정우와 강천은 휴게실의 모퉁이에 서서 창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나마 북적이 지 않는 장소였다. 강천을 전면에 내세우 면 이런 점이 편하다. 워낙 덩치가 압도적 이라, 주변에 기웃거리는 녀석들이 드물었 다 그러나 때론 강천의 위압감을 무시하는 녀석들이 간혹 있었다.

강천을 아는 체했다

“돌대가리, 오랜만이야”

“누가돌대가리야!”

7명이었고, 강천을 부른 녀석이 무리를 이끌었다.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날카로운 눈매의 다부진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강 천과 비교하면 작지만, 그렇다고 작은 체 격은 아니다. 워낙 독보적인 유전자를 가 진 강천이다 보니, 비교를 하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났다

‘돌대가리는 맞지.’

정우는 상대의 정체를 파악했다.

나이는같고, 이름은박기호.

금강문과는 잦은 마찰을 빗고 있는 혹 호문의 직계혈통이다. 두 문파 모두 8대 문파에 속해 있으며, 호전적인 성향이 강 했다. 인천을 근거지로 두고 있어, 구역 다 툼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유니크 연합에 서 전국의 모든구역을관리 감독할수 없 기에 일정한 영역을 무문과 길드에 배정했 다. 이때 배정된 구역이 정확하지 않아분 쟁이 잦았다.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 택이었다. 구역 다툼을 중재하다 자칫 길 드와 무문의 공적이 될 수 있었다. 어쩌면 길드와 무문이 마찰을 벌이며 제 살을 깎 아 먹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금강문의 소금강 이강천이잖아!”

“혹호문의 소혹호, 박기호네!”

금강문과 흑호문의 후계자가 서로를 노 려보자 시선이 집중되었다. 강천과 기호는 입학하기 전부터 유명한 편이었다. 잠재 등급도 높은 축에 속해 있고.

전문학교 내에서도 유망주의 기 싸움

은 유명했다. 자체적으로 폭력을 근절한 다는 명분을 세우지만 유니크는 전투수 행원이다 학생 간의 공식, 비공식 서열 싸 움을 인정하고 있었다. 강자지존, 약육강 식. 강한 자를 키워내는 것이 전문학교의 목적이었다. 그것을 원치 않는다면 일반 학교에 진학하면 된다. 사회도 암묵적으 로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알아서 해라’

정우는 신경을 껐다. 혹호문의 문주도 아니고, 새끼 살쾡이에 불과했다. 조무래 기를 상대로 나대고 싶은 생각 없다 더욱 이 입학도 하기 전에 말썽에 휘말리고 싶 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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