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6화 (26/500)

제 2장 테스트 (1)

드드 드 드 I

기―|~|~?!

곰돌이 리본이 인상적인 소녀가 맹렬히 돌진해 왔다. 생머리를 휘날리며 두 손을 활짝 폈다 발을 굴러 허공을 도약해 품에 안겼다. 열 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날다 람쥐와 같은 날렵함이었다.

사뿐

정우는 가뿐히 안아 들며 소녀를 내려 다보았다. 동글동글한 맑은 눈, 핑크빛이 감도는 오동통한 볼 살, 그럼에도 또렷한 이목구비를 지녔다. 깨물어 주고 싶을 만 큼 귀여운 소녀가 환하게 웃었다. 불쑥 내 민 두 손이 정우의 목을 감싸 안으며 부비 부비를 해왔다. 도저히 피하기 어려운 압 도적인 귀여움이다. 이 세상의 귀여움이 소녀에게 몰빵된 듯하다.

“자기야!”

“오빠라고 불러야지. 대체 누가 그런 말

가르친 거야?”

“아빠

소녀는 이호극의 막내딸, 이효린.

정우와 대결을 벌인 이후, 사위를 삼기 위한 무던한 노력으로 탄생했다. 불굴의 의지와 포기하지 않는 집요함이 기어이 예 쁜 딸을 낳았다. 다행히 외탁이 심해서 효 린인 또래에서 알아주는 귀염둥이로 통한 다. 인기가 얼마나 많은지 학교에서도 자 타공인 공주였다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 나 예쁘면 어딜 가도 인기가 최고다: 그렇더라도 10살에 불과했다. 자기라 니!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리고 당장은 귀여운동생이었다. 10년이 더 지 난다면 모를까. 이성적임 느낌은 들지 않 았다. 주변에 널린 게 여잔데, 애를 상대로 연애하고 싶지도 않고.

“엄마한테 이른다.”

호극은 모른 척, 강천의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온몸이 구타의 혼적으로 차고 넘 쳤다. 정우와의 대결로 얻은 영광의 상처 다. 극강의 외공에도 정우의 공격은 막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정우에게 마냥 당하 지만은 않았다. 반격을 실마리를 찾아 성 취를이루어 냈다 찌릿!

정우가 노려보자, 호극은 어울리지 않

게 엄살을 폈다.

“아이구, 나 죽는다! 사위가 장인을 패 네!”

“아직 사위 아니거든요.”

“곧 될거잖0]:”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거죠.”

그럴수록 호극은 정우가 탐이 났다. 정 우는 무공의 천재다. 뇌력광마신공을 전 수받은 이후로, 공력이 비약적으로 상승 했음에도, 정우와의 대결은 여전히 어려 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줄어들기는 커녕 벌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우가 차 포 떼고 싸워도 이길 것 같지가 않다.

“린아, 어서 빨리 자라서 누가 채가기 전에 덮쳐야 한다.”

“노력할게, 아빠!”

씩씩하게 대답하는 효린이 대견한 호극 이다.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고 해야 하나. 뜻 은 알고서나 대답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막말로 안다고 해도 문제가 있다. 세대가 변하고, 발육이 남다르다 해도 애는 애다. 애는 애다울 때가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애한테 못하는 말이 없네요.”

“옛날엔 그 나이에 시집 장가가고 그랬

어.”

“오늘 일 사모님한테 이를 겁니다”

“사위!”

“ 반드시.”

“정우야!”

호극은 입을 닫았다. 아내가 알면 집안 에 뒤숭숭해진다. 예전에는 사근사근 부 드러운 맛이 있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사 나워지고 있었다. 요즘은 말도 제대로 붙 이기 힘들다. 괜한 말을 했다가는 며칠 동 안 애먹기 일쑤다. 따뜻한 밥 한 공기라도 주워 먹으려면 잘 보여야 할 때였다.

김 총관이 찾아왔다

하아아아'!

한숨에 딥(Deep) 빡침이 전해진다.

고친 지 얼마나 됐다고. 수련장의 외관 이 가관이었다.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 어 폐가를 연상시켰다. 수리를 하려면 막 대한 자금이 소모될 수밖에 없다.

“한두 번도 아니고, 자꾸 이러시면 곤 란합니다.”

“왜 또그래. 별것도아니잖아”

성 여사가 문주의 정실이라면, 김 총관 은 오피스 와이프였다. 둘의 대화가 꼭 부 부싸움 같았다.

“원, 별! 제가 혈압으로 쓰러지는 꼴을

보고싶은 겁니까!”

“건강검진에서 이상 없다면서!”

“그런 말이 아니잖아!”

존댓말과 반말이 오락가락하는 김 총 관의 잔소리였다.

호극은 귀를 닫았다. 말로 통할 상대가 아니고, 주둥이로는 이길 수도 없었다. 게 다가 어려운 사람이기도 하다. 전대의 문 주 즉호극의 아버지 때부터 김 총관은인 연이 있었다. 존대를 하든, 저 꼴리는 대로 하든 따질 문제가 애초에 아니었다. 김 총 관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굳이 그런 걸로 김 총관을 내쫓을 마음도 없었다. 속 시원하게 나갈 것 같았으면, 예전에 그랬 을 것이다

이때다 싶은 정우가 김 총관을 거들었 다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지만, 수련장 외벽에 생긴 커다란 구멍 2개는 저 빼고 누군가가화풀이 겸 부순 겁니다.”

“나아니다!”

도둑이 제 발 저렸다

“전 문주님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네가 나를 돌로 봤구나. 너 빼면 나밖 에 없잖아”

사실을 기반으로 했지만, 딱히 맞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 치열한 격전 중에 충분 히 일어날 수 있는 빈번한 사고였다. 그러 나 쌓인 게 많은 김 총관에게는 아주 좋 은 구실이 되었다 평소엔 문주 대접을 하 며 존댓말을 하지만 김 총관도 입이 걸었 다. 수틀리면 쌍욕을 마다하지 않는다. 어 차피 정년퇴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만 두라고 하면 노동청에 신고하고, 사표 내 면 그만이다;

난처한상황에 처한 호극이 발끈했다.

“야? …! 허위사실유포가 얼마나 무서 운 죈 줄 알아! 무고죄로 고소당하고 싶 어!”

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가자, 효린0!:”

정우는 호극을 내버려 두고 얼른 자리 를 벗어났다. 여기 있어 봤자 어른들의 꼴 사나운 다툼을 지켜봐야 한다. 애들 교육 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공력 을 이용해 효린의 귀를 막아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강천의 방에 모였다.

문주의 아들답게 방은 꽤나 넓었다. 정 우의 방도 혼자 있기에는 넓은 편이지만, 부모님이 축적한 부의 차이가 꽤 컸다 강천의 어머니, 성 여사가 차와 다과를

내놓으셨다. 그러면서 남편과 짝짜꿍 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자꾸 그러면 자신 의 오랜 친구, 혜정에게 이르겠다는 엄포 가 섞였다. 10년 전, 남편이 정우에게 호법 자리를 주었을 때,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왔 다. 여태 그 사실을 친구에게 비밀로 했다.

“부탁해, 정우야!”

“분부대로 이행하겠습니다”

정우는 성 여사의 비위는 가급적 건드 리지 않았다. 비록 자신이 금강문의 실세 이기는 하나, 엄마 친구인 성 여사는 어려 운 존재였다. 혹시라도 김 여사에게 고자 질을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귀찮음이 뒤 따른다 해서 형편이 되는 한도 내에서 성 여사가 원하는 선물을 사 왔다 뇌물이 아 니냐고 물어본다면? 정답이다.

“저 이거.”

정우가 꺼내놓은 경건한 선물은 화장 품세트다.

방송에 나온 화장품을 성 여사가 눈여 겨보는 것을 기억해 두었다. 다른 세트로 좀 더 고가의 화장품을 엄마에게도 미리 건네주었다. 혹시라도 성 여사가 내가 사 줬다고 발설이라도 하는 날엔 김 여사의 빡침에 시달릴 수 있었다 누구 엄마는 사 주고, 자기 엄마는 안 사 준다는 유치한 질투가 보장된다. 아닐 거라 장담하지 마 E}. 부모님은 작은 것에 서운해 하신다 화장품 메이커에 성 여사의 경직됐던 얼굴이 확 펴졌다.

“뭘 이런 걸 다.”

“내일 생일이시라면서요.”

“네가 우리 아들들보다 낫구나. 혜정이 가부러워.”

“천이도 준비했겠죠. 저보다 나은 걸로 요.”

“그렇겠지, 그럴 거야 반드시.”

성 여사가 아들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

소를지었다.

부르르!

겸손을 떠는 정우의 행동에 강천은 치 를 떨어야 했다. 정우는 자신의 집에서 수 억의 연봉을 받는다. 용돈을 받아 겨우 생 활하는 자신과는 돈의 개념 자체가 달랐 다. 얄미울 정도로 확실한 처세술에 울화 가 치민다. 매일 정우와 비교를 당하며, 엄 마한테도 괄시를 받는다. 이게 다 정우 때 문인데, 입을 잘못 놀리면 큰일 난다.

-내뱉은 말은 주워 담지 못하는 것 알 지? 그땐 나도 감정 싣는다 감정이 실리지 않아도 죽을 맛인데, 감 정이 실리면 그땐 어떤 결말이 나올지 뻔 히 예상이 됐다. 차라리 죽기를 소원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젊어지시는 거 같 아요.”

“우리 사윈 잘생긴 데다가 어쩜 이렇게 말도 예브게 할까?”

성 여사의 나긋나긋한 말투에 강천의 입은 댓 발 튀어나왔다. 평소 자신에게는 잔소리만 해대는 엄마에게 배신감을 느꼈 다. 고작 선물 따위에 홀랑 넘어가다니, 엄 마가 이렇게 가벼운 분이셨던가. 통탈할 일이로다.

“아들 기대해도 되지?”

“뭘요?”

“친구 아들이 화장품 세트를 줬는데, 내 아들이 설렁설렁 넘어가진 않을 거야 암! 그렇고말고.”

“그?…럴 걸요.”

“참고로 요즘 입을 옷이 없네. XX백화 점의 코트가 정말 마음에 들더라고. 뭐, 사달라는 건 아니고. 그냥 알고만 있어.”

이건 숫제 협박이다. 강천은 식은땀이 흘렀다. 정우의 쓸데없는 행동으로 인해 남은 1달은 손가락만 빨고 지내야 한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혼자 독박 쓸 수는 없었 다. 곧장 형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비상 사태가 발생했다.

“어머! 주책이야. 노는데 방해했구나. 재밌게 놀다가 가.”

성 여사가 퇴장하기가 무섭게 강천이 정우에게 매달렸다.

“정우야.”

“왜?”

“돈좀 빌려주라”

“하루에 10%:

“친구끼리 너무한다!”

“복리야”

무시무시한 고리였다. 5일만 지나면 원 금을 회수하고, 뒤로는 무자비한 사채로 쌓인다. 강천은 가끔씩 정우에게 돈을 빌 리지만, 갚을 때는 눈덩이로 불어나 있어 속수무책이 되었다. 일생을 정우에게 저 당 잡혀 살고 있었다. 이런 비참한 인생을 엄마가 알아야 하는데, 주둥이 나불거리 는 순간 원금상환 압박에 시달려야 한다. 모든 채무에 있어서 계약서를 꼼꼼하게 작 성하는 바람에 빼도 박도 못한다. 얄밉게 도 이자는 은행적정 이자로 명시되어 있었 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들이 하루가 다르 게 피가 마르는 이유가 있었네.”

“당해도 싼 놈들이지.”

정우는 강천에게 돈을 받겠다고 생각하 지 않는다. 돈을 빌리는 걸 무서워하기를 바라기에 명시할 뿐이다. 하지만 중학교 내내 애들 괴롭히고, 삥을뜯는놈들을 두 고 보진 않았다. 물론 건드리지 않았다면 무탈하게 중학교 내내 왕처럼 군림했을 수 도 있었다. 한데, 건드리고 말았다. 정우 는 그때부터 보이지 않게 놈들의 피를 말 렸다. 돈을 줄 때마다 증거로 남기고, 그에 대한 적정이자를 쌓아갔다. 가려진 장소 에서 구타도 마다하지 않았다. 흔적 남기 지 않고 피 말리는 것 정도는 간단했다

“그래도 3년 내내 괴롭힌 건 너무했다.”

“그러게 누가건드리래?”

“그런데도 꼬박꼬박 학교 나온 걸 보 면…… 너 설마?”

“당연한 거 아냐?”

강천은 정우의 집요함에 치를 떨어야 했다. 3년 내내 피 말리는 생활을 해야 했 던 녀석들이 불쌍하게 다가왔다. 건드릴 사람이 따로 있었다. 그럼에도 정우는 중 학교 내내 전면에 드러난 적이 없었다. 암 묵적으로 왕으로 군림할 뿐이다 3학년 짱 도 정우는 피해 다닌다 말로는 똥이 더러 워서 피한다고 하지만, 실제는 달랐을 것 이다.

‘우수중학교로 뽑혔으니 말 다했지.’

정우가 다니는 3년 동안 문제가 발생하 지 않았다. 반에서 왕따를 시키거나, 애들 돈을 뺏는 짓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들 공 부만 열심히 해야 했다. 드러나지 않게 피 를 말리는 정우의 악랄한 마수(魔手)가 중 학교를 뒤덮었다. 그 결과 전국에서 성적 이 가장 많이 향상된 중학교로 선정되었 다. 졸업하고 싶어 안달이 난 애들의 간절 한 눈빛이 아직도 생생히 떠올랐다. 모범 생이었던 애들이야 상관없지만, 놀고 싶어 했던 녀석들은 중학교가 지옥이었을 것이 다

“여자애들은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남녀차별은하지 않아.”

“그래도 여잔데.”

“인간으론 대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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