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4화 (24/500)

제 9장 각성

각성 시기는 평균적으로 17세로 규정된 다. 그러나 개개인의 잠재 등급에 따라 각 성 시기는 달라진다. 정우의 속성 잠재 등 급은 3급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일반 사 람들과 다르지 않은 잠재 등급이었고, 17 세인 현재 속성을 각성했다.

“심장 부근에 기운이 뭉쳐졌네.”

중학교 방학이 시작되고, 한 해가 마무 리되는 시기였다. 정확히 1월 1일이 되자 정우의 몸에 변화가 찾아왔다. 일곱 살에 환골탈태를 한 이후로, 2번의 환골탈태를 했다. 상중하단의 내공이 관천하여 현천 의 극에 도달해 있었다. 현천공이 8단을 넘어서려고 했다. 벌써 과거의 경지를 넘어 선 상태다. 관조를 통해 육체를 완벽히 컨 트롤했다고 여기는 순간 변화가 찾아온 것 이다.

“속성은 천성이라는 건가?”

천부적으로 주어진 재능. 이는 인간이

노력해서 얻은 성과와는 반대가 된다. 가 지고 싶다 하여 가질 수도 없으며, 버리고 싶다 하여 버리지도 못한다. 심장의 기운 은 내공과는 달랐다. 융화하지 않으며 독 자적인 기운을 구축하고 있었다.

“어쩐다?”

내공과 다르지만, 그렇다고 아예 다르다 고 할 수도 없는 성질이었다.

17세가 되는 동안 육체와 내공의 조화 를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여전히 9단의 벽 은 남아 있었다. 정체된 시기임을 부정하 기는 어렵다. 심장에 쌓인 기운은 내공에 비하면 미약했다. 사용하지 않는다 하여

불편하지는 않다. 그러나 사람의 호기심은 이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가지고 있는 힘을 외면하는 건, 낭비 지.”

그렇다고 내공으로 녹여내는 건 불필요 한행동이었다.

정우는 인터넷을 이용해 심장에 기운 이 쌓이는 증상에 대해서 검색했다.

-심장에 기운이 뭉치는 것은 분노를 풀 지 못해 화기가 쌓이는 증상으로?….

검색한 첫 장에는 한의사 광고였다. 화 기를 내버려두면 화병이 나서 죽을 수 있 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성 멘트가 압권이다.

-심장에 쌓이는 기운은 마나라는 것으 로, 마법을 배우기 위한 필수적인 속성이 다

-마나는 특히 서양인에게서 자주 나타 나는 특성이지만, 동양인도 간혹 보이기도 한다.

정우는 마나의 속성을 관조를 통해 관 찰하고, 내공을 이용해 자극해 봤다. 인 터넷에 나온 내용은 범용적이라 세세하게 알아내기 어려웠다.

-마법이란?

-대자연의 속성을 심장의 마나를 운용

해 활용하는 능력이다.

내공과 일맥은 비슷했다. 다만 활용하 기 위해서는 각성된 마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마나를 활성하기 위해서는 마법의 기초이론을 알고 있어야 했다.

-마법의 기초?

-검색을 통한 배움은 위험할 수 있으니 능통한 마법사에게 가르침을 청하거나, 유 니크 전문학교에 다니기를 권고합니다.

“나같은사람이 많았나 보네.”

마법이론은 검색으로 나오지 않았다. 마법을 활용하여 마물을 퇴치하는 장면 은 간혹 나오지만, 운용방법을 알아내지 는 못 했다. 마법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가르침이 달랐다. 마법사를 찾아가서 배 우기보다는 유니크 전문학교를 추천했다.

“원소 마법이야, 내공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공간이동과 아공간 활용은 무공만으론 불가능하다. 거리와 공간의 제한을 없앨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배교의 술법을 깊이 파보는 건데.”

마법에 대한 검색을 하면 할수록 배교 의 술법과 비슷했다. 기문진법과 일맥을 같이하기는 하나, 술법보다는 무공에 특 화되어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아저씨한테 마법을 구할 수 있는지 물 어봐야겠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부터가 진짜였 다. 일반 학교로 진학을 하든지, 유니크 양성 전문학교로 가든지 둘 중 하나다. 잠 재 등급이 보통인 경우 일반 학교를 진학 해 대학교를 가려고 하겠지만, 70% 가까 이가 유니크 전문학교에 진학하려고 한다.

현시대는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명함 을 내밀지 못했다. 그보다는 개인이 가지 고 있는 기술이 훨씬 유용하다.

유니크 전문학교는 속성 훈련분만 아니

라 케이브에서 나온 에너지스톤을 비롯한 광물을 처리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대학교 나와서 직장을 다니는 것보다는 기술을 배우는 쪽이 유망했다.

“10년 전에 비해서 많은 것이 변했고.”

격변의 시대가 지나고, 인간은 변화된 세상에 적응했다. 그러나 7년 전, 적응한 인간들에게 시련이 왔다. 케이브의 등급 이 갑자기 올라갔고, 열리는 타이밍이 엇 나가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등급이 높은 유니크의 필요성이 강해졌다 흙수저가금 수저가 되는 유일한 방법이 유니크가 되는 것이었다. 예전에 비해 등급 내의 평가가 상향 조정되기는 했어도 최소 4급 이상만 되어도 먹고 사는 데는 충분했다.

“강해지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 같단 말 이야”

방에서 고민을 끝냈을 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를 휘날리 는 장래가 촉망되는 귀여운 소녀, 정우의 동생 수연이다. 13살이 된 수연은 초등학 교 6학년이 되었다.

‘나보다 잠재 등급이 높기도 하고.’

아빠, 엄마의 자식 중에서 잠재력만 놓 고 보면 수연이 가장 높았다. 본인도 등급 이 높다는 것을 알기에 유니크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었다. 여성 유니크 중에서도 독보적인 캐릭터, 블랙로즈의 길드장 강설 현의 극성맞은 팬이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유니크 7급의 여인이었다. 여인으로 서는 한국에서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 는다.

스륵!

들어오기가 무섭게 제비처럼 날랜 동작 으로 치고 들어오는 수연이었다. 초등학생 이라고 방심했다면 큰코다친다. 수연은 정 우의 현천공을 이어받았다. 여자라서 다 른 무공을 알려준다고 했는데, 나의 무공 을 알고 싶다고 해서 가르쳤다. 실상 현천 공은 개인의 성향, 속성, 능력에 따라 천차 만별이었다. 똑같은 무공을 가르쳐도 전 혀 다른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었다 지잉!

정우는 자신과 수연 사이에 기의 공막 (空膜)을 쳤다. 생활용품에 타격을 받으면, 엄마한테 혼날 수 있으니 방비를 한 것이 다 파파파팟!

수연은 전력을 퍼부었다. 가지고 있는 공격기를 시험하고 싶은 순수한 열망이 느껴졌다.

정우는 의자에 앉아 한 손으로 수연을 상대해 주고 있었다. 교묘하게 흐름을 끊 어내며 수연의 파상공세를 대수롭지 않게 막아냈다. 제자의 재롱을 지켜보는 사부 의 거만함이 느껴진다.

“이제 그만.”

밥 먹을 시간이다. 수연도 오빠를 부르 기 위해서 방으로 찾아온 것이다. 짬을 내 서 그간 익힌 현천공을 테스트했다.

정우가 손가락을 튕기자, 수연은 콘크 리트 철벽에 맞은 충격을 받고 날아갔다.

이 정도 위력이면 벽을 뚫고 나가야 되 나, 방 안은 정우의 제공권에 장악되어 있 었다. 수연을 잡아채서 원래의 자리로 돌 려놓았다.

“아야야야!”

온몸이 욱신거리는 수연이었다. 현천공 을 최대로 끌어올렸지만, 오빠의 손짓에 무용지물이 되었다. 같은 무공을 배우고 있는데도 이런 차이는 반칙이 아닐 수 없 다. 잠재 등급의 차이는 거짓말이었다.

“오빠!”

“왜?”

“제대로 가르쳐 준 거 맞아?”

“아닌 것 같아?”

“오빤 7살 때 6단인데, 난 지금 겨우 4 단이라고.”

수연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잠재 등급 만 보면 자신이 위에 있었다. 그런데 오빠 를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이기기는커 녕 의자에서 일으켜 세우지도 못한 채 일 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그럼 잘못 가르 쳤다는 결론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다른 애들과 비교하면 차이가 극 명했다. 오빠가 비정상적으로 강한 것이 다

“수연이는 예브고 공부도 잘하잖아 너

무완벽해도 매력 없어.”

“사돈 남 말 하시네 내가 오빠를 모를 것 같아‘?!”

오빠는 공부를 잘한다. 그런데 반에서 1등을 하지는 않는다. 적당히 등수에 맞 추고 있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어린 시절 나를 가르쳐 준 선생님이 오빠이기 때문 이다. 전교에서 1등을 해도 오빠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보다오빠각성했다.”

“속성 종류가 뭐야?”

“심장에 마나가생겼더라고.”

“그게 뭐야? 안좋잖아”

어제까지 가만있다가 뜬금없이 각성했 다고 전하는 오빠의 무성의함에 수연은 두손두발다들었다. 게다가무공을익 히고 있는 가운데 마나라니. 상성이 너무 안 좋았다. 잘못 익혔다가는 상충하는 수 가 있었다. 그런데도 저 무사태평함은 도 대체 뭐지? 압도적인 강자의 여유라서 살 짝 재수가 없기까지 했다.

“마법을 배울까 고민이야.”

“무지막지한 무공 놔두고 마법을 왜 배 워‘?!”

“둘 다 배우면 좋지. 다다익선이라잖

아”

“그러다 둘 다 폭망하는 수가 있어.”

수연은 오빠의 등급이 조금이라도 더 높았다면 이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속성 잠재 등급이 낮아 배운다 해도 위로 올라 갈 수 있다 장담하기 어렵다. 무공만 익혀 도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텐데, 괜한 일에 힘 빼는 것 같았다.

“너도 슬슬 각성할때가됐지?”

“요즘들어 정령력이 늘고 있어.”

수연은 벌써부터 징조가 오고 있었다. 올해 아니면 내년에는 속성력을 각성하게 될 것이다. 지금 보여주는 흐름을 보면 정 령술을 익히는 데 적합했다.

“그러게 오행신공을 익히라니까”

“싫어. 오빠의 무공보다못하잖아.”

“그건 그렇지.”

전생의 오행마제(五行魔帝)가 이 소리를 들었으면 죽어서도 편히 눈을 감지 못했 을 테지만. 오행마제는 당시의 절대고수 중에서도 손꼽히는 자다. 오행신공에 능 통하게 되면 천지만물과의 동화가 가능해 져, 자연력을 무제한적으로 끌어 쓸 수 있 었다. 따라서 정령술과는 궁합이 꽤 좋은 편이다.

‘현천의 흐름에 비하면.’

정우의 현천공에는 오행신공도 포함이

되었다. 수연이 제대로만 익힌다면 각성 人I, 중급 이상의 정령과 계약을 맺을 수 있을것이다

“오빠는지금 몇단계야?”

“8 단.”

“ 헐!”

4단을 익힌 수연은 안다. 3단까지는 그 런대로 따라왔지만, 단계마다 차이가 어 마어마하다는 것을. 감도 오지 않은 경지 였다. 내 오빠지만 괴물이 분명하다. 호극 아저씨가 쩔쩔매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그나저나 효린이는 어쩔 거야?”

“아직 꼬맹이잖아”

“아저씨와 효린이는 그렇게 생각 안 하 던데.”

이호극은 기어이 딸을 낳았다. 순영 아 줌마가 그때부터 밤잠을 설쳤다는 엄마의 투정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아빠 만 들들 볶였다. 순영이 남편은 그 나이에 도 정정한데, 당신은 그게 뭐냐고.

“그런데 오빠는 왜 나서지 않아?”

“나서서 뭐 하게?”

“유명해지고 좋잖아”

유명세가 뭐가 좋다고 그러나. 알고 보 면 별거 없는데. 따지고 보면 전생의 슈퍼 스타는모두 나였다. 내가 가장 강하고, 가 장 화끈했으니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 도 날 모르면 간첩이란 소리 듣는다. 되게 피곤한 일이다. 알아보는 사람이 많을수 록 맘 편히 밥을 못 먹는다. 먹으려고 하면 피하거나, 덤비거나. 그럼 다죽음이지.

“난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 없는데.”

“그럼 뭐 하러 죽어라 무공을 파는 거 야? 동생자격지심 생기게.”

수연이 볼멘소리를 하며 투정 부렸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시기하지 않는다. 오빠 가 강해서 좋아하고 있었다.

‘때가아닌것도 같고.’

정우는 그놈이 이 세상에 같이 왔을 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감추려고 노력 은 하지 않는 편이지만, 드러내서 놈과 마 주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모순인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하네.

제1 장 아르바이트 (1)

-송내역 광장에서 불특정 케이브가 오 픈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70명의 사상자 가 발생했습니다. 15명은 사망했고, 27명 이 중태에 빠졌다고 합니다.

-유니크의 출동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안타까운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 다. 정부의 초동대처 미흡과, 무사안일한 시민의식이 사고를 더 키웠다는 지적입니 다

-송내역 인근은 여전히 통제가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1호선으로 출퇴근하시는 분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합니다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따 뜻한 날씨입니다. 서울, 경기, 인천의 현재 기온은 7도、낮 기온은 18도입니다. 일교 차가 크니 건강관리에 유의하시길 바랍니 다 일요일 10시, 정우는 TV를 시청하면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정우네 가족에게 이 시간은 이른 아침 이다. 우리 집의 여왕 김 여사는 연륜과 잔주름이 쌓여 감에도 여전히 아침잠이 많으셨다. 평소의 아침은 12시, 늦으면 1 시다. 게다가 일요일은 전업주부도 쉬어야 한다며 식사는 아버지, 정우, 동생이 담당 했다. 아버지가 출근길에 음식물 쓰레기 를 버리고 분리수거를 하시는데도 불구하 고.

‘주 5일제가 아닌게다행이지.’

김 여사의 하루 일과를 속속들이 알 고 있는 정우였다. 본인도 다소의 미안한 감정이 있어서 주 5일제를 선언하지 않았 을 뿐. 조금이라도 속을 썩이면 파업 1달 도 마다하지 않는 강단을 가지셨다. 내 어 머니지만 아버지 만나서 인생 편하게 사신 다고 생각한다. 여동생의 관점에선 엄마의 인생이 모토라고 했지 아마

‘전생의 여인들만불쌍했지.’

이 시대의 여인과는 마인드가 다르다. 당대의 여인상은 이유 불문 무조건 현모 양처다. 요즘 여자가 전생의 시대를 살면 소박맞기 딱 좋았다. 자기주장을 받아줄 사내는 있지도 않다. 서로를 존중한다고 해도, 남자가 원하는 존중이었다. 여인의 개인적인 소망, 바람은 이상에 불과했다.

그저 남편과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희생 적인 삶을 살았다.

“세상이 어찌 되려고.”

뉴스를 애청하시던 아버지의 한탄이 식 탁을 맴돌았다. 근래에 들어 사건사고가 잦아지고 있었다. 이 일에 대한 정부의 안 일한 대처를 비판하셨다. 아버지는 보수, 진보를 나누지 않았다. 본인이 보기에 마 땅치 않으면 무조건 까고 보신다. 투표도 1 번 봅다가 맘에 안 들면 2번 봅고, 번갈아 하셨다.

식탁 위의 토론에서 물꼬를 튼 아버지 의 독야청청 외로운 일갈을 정우가 받았 다

“정부의 잘못도 크지만, 사람들의 무사 안일주의가 사고를 키운 것 아닌가요?”

나이가들수록 말상대는 줄어든다. 가 정에서 소외되는 아버지의 소심해진 어깨 를보며, 말을받아드렸다.

정우도 토론을 싫어하지 않는다.

“유니크가 좀 더 일찍 출동했으면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거였어. 쯧쯧쯧!”

“3년 전 케이브 등급 상향과 웨이브의 변화가문제의 발단이었으니, 정부의 대처 가 안일했던 건 부인할 수 없겠네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발 빠른 대처

를 보고 배웠어야 하는데, 돈 조금 아끼자 고 투자를 하지 않은 대가지. 말로는 세금 이 부족하다고만 하고.”

“어느 시대든 세금이 부족하다기보다 는중간에 도둑놈이 많아서 그렇죠.”

정우는 객관적인 논리성을 잃지 않으 며, 아버지의 주장에도 토를 달지 않았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아버지가 원하는 답 을 끌어냈다. 식탁 위에서 펼쳐지는 아들 과 아버지의 호홉이 착착 맞아떨어지는 난 상토론이었다.

하나, 불만 세력은 있기 마련이다

“밥상머리에서 할 말이 그렇게 없어

요‘?”

“세상돌아가는걸 알아야지.”

“집안 돌아가는 사정이나 알지 그래요? 밥맛 떨어지게 지루한 얘기할 거면 출근이 나해요.”

“ 일요일인데?”

“아 몰랐네요.”

건성 제대로다.

정말 몰랐을까? 더 말하면 진짜로 출근 해야 한다. 가장의 권위에 목마른 윤철의 바람은 무소불위의 독재자, 히틀러도 한 수 접어줄 아내의 개입으로 일단락되었다.

뉴스 채널은 어느새 24시 드라마로 바

뀌었다. TV에 대한 권한은 김 여사에게 있 었다. 다중TV감상이 가능한 시대이긴 한 데, 김 여사는 정신 사납다고 지역방송을 제한했다.

오로지 드라마를 감상해야 한다는 말 도 안 되는 당위성을 주장하셨다. 현실이 시궁창인데 꿈과 희망이 있어야 하지 않 느냐고. 정서함양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는 나름의 개똥 같은 논리를 펴셨다 실상 막장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목을 조르지 않았음에도 질식사당할 것 같았다.

“정우야, 물좀.”

물병은주방에 있다.

두둥!

정우는 의지를 일으켜 물병을 공중으 로 띄웠다. 일절의 흐트러짐이 없는 허공 섭물의 극의였다 물병 가져오기 귀찮아서 허공섭물을 펼쳤다 무인이 봤다면 기겁할 일이겠지만, 집 안은 평온했다. 평소 있던 일례 행사였기에 대수롭지 않아 했다. 허 공섭물로 놀라기에는 절대고수에 대한 면 역력이 차고 넘친다. 그러나 무공금지 항 목이 있기는하다 천리전음(千里傳音)과 지 청술(知聽術)은 금지다. 가족이라도 개인 생활은 지켜져야 했다.

“엄마 설거지는 내가 해 볼게.”

“안돼, 깨 먹은 잔이 몇갠 줄 알아? 그 거 네 할머니가 나 시집갈 때 마련해준 거 였다고. 얼마나 아끼던 건데. 너 때문에 내 가 못살아!”

그룻 깼다고 딸을 쥐 잡듯이 잡았던 엄 마의 과거가 상기되었다. 그날은 부모 자식 이 아닌 남보다 더 못했다. 엄마는 애가 5 살만 넘어가면 대우가 확연히 달라진다

“너무해, 나도 이제는 오빠만큼 잘 한다 고.”

“행여나 또 깨 먹으면 이번 달 용돈 없 는 줄알아”

수연의 내공이 4단에 들면서 허공섭물

은 가능해졌다. 그러나 컨트롤 면에서 아 직은 정교하지 않았다. 설거지는 물병을 옮기는 것하고는 차원이 다른 공력의 세 밀한 통제가 필요하다 세척기가 있음에도 굳이 설거지를 하는 이유는 공력 컨트롤 의 생활화를 위해서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면, 전투 시보다 강력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 었다 공력은 쓰면 쓸수록 소모되고, 다시 찬다. 이를 반복하다 보면 효율성과 집약, 컨트롤 면에서 능수능란해진다.

“유리는 다음에 하고, 깨지지 않는 걸로

해.”

정우는 동생의 조바심을 달랬다. 13살 에 이만한 성취라면 절대기재라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속성을 개화한 주변 친구 들과도 확연한 격차를 벌려 놓았다.

무인의 길에 들어선 이상 강해지고 싶 은 욕망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나치면 화 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자칫 주화입마에라 도 걸리면 그 책임을 온전히 정우가 져야 한다. 수연이 졸라서 가르쳤지만 안전하다 고 부모님을 설득한 장본인이 정우다

“무인은 항상 칼날 위에 선다고 했잖아. 긴장감이 있어야 집중이 잘 되지.”

“그럼 더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해 줄

까‘?”

원한다면 하면 된다. 다만 확실한 대가 를 위해 엄마의 의견에 동조했다. 김 여사 와 마찬가지로 동생의 현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13살에게 돈이 나올 구멍은 부모 와 오빠밖에 없다

“성현께서 말씀하시길, 무릇 물러날 때 를 아는 사람이 용자라고 했어.”

성현까지 들먹이며 설명이 장황해질 때 부터 알아봤다. 수연도 용돈까지 걸 용기 까지는 없었다. 엄마가 노려보고 있어서 집중도 잘 안 된다 자칫 실수라도 하는 날 에는 학교만 열심히 다니는 수밖에 없다.

이번에 친구들이랑 놀이공원에 같이 가기 로 했다. 오랜만에 맘에 드는 남자애를 만 났기에 용돈이 중a했다 수연은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 오빠 를 팔았다.

“아참오빠오늘 각성했대.”

“그러고 보니 때가 되긴 됐구나.”

아버지와 어머니답게 덤덤하셨다. 이미 볼 것 안볼것 다봤다? 각성은크게 놀랄 일도 아니고, 사춘기처럼 일종의 성장통 으로 여기셨다. 그도 그럴 것이 정우는 무 공을 숨기지 않았다. 가족에게는 가지고 있는 능력을 털어놓았다. 물론 전부를 다 안다고 할 수는 없다. 세월이 흐르면서 기 존의 경지를 초월해 나가고 있었다. 하루 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어, 얼마나 강한지 상대적인 평가를 하기 어렵다.

‘생각해 보면 아빠, 엄마도 대단하신 분 이야’

절대고수가 된 건 둘째 치고, 무공을 배 운 경로를 물어보지 않으셨다. 그냥 그런 가 보다 하고 넘어가 버렸다.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쿨하시다.

“그래서 말인데요, 유니크 전문학교에 입학하고 싶어요.”

“위험하지 않겠니? 방금뉴스에도 나왔

잖아”

김 여사는 아들이 안전하게 직장을 다 녔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부를 더하겠다 고 하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이 있더라 도 시켜줄 각오를 세웠다. 가정 형편이 어 려운 처지도 아니고. 대학 공부를 마칠 여 력은 있었다.

‘오빠가 위험하다고?’

수연은 새어 나오는 헛웃음을 겨우 참 았다. 오빠의 강함은 인간적으로 도를 지 나쳤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조금 도 오빠를 따라잡을 수 없다. 케이브의 상 향 조정으로 마물의 전투능력이 올라갔다 해도, 오빠에게 위협이 될 리 없다. 오빠의 무시무시한 실체를 보다 확실하게 아셨으 면한다.

막말로 오빠가 위험하면 세상 사람 다 위험하다.

‘호극아저씨는 호구게.’

수연은 오빠에게 위기가 있었나 곰곰이 따져 봤더니, 엉뚱하게도 평상시를 잘 모 르겠다. 성적은 그럭저럭 상위권을 유지하 는데, 그분이다.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모 른다. 물어보면 대층 둘러댈 뿐, 자세하게 는 말해주지 않았다.

“정우야 성적을 조금 더 올리면 원하는

대학에 갈수 있어.”

“공부는 저보다 수연이가 훨씬 나아요.”

김 여사와 달리 아버지는 긍정적으로 보셨다. 남자는 힘, 가부장적 시대에 대한 동경이 엿보인다. 아버지도 활개를 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김 여사의 견고 한 사슬에 꼼짝달싹 못 하고 있는 안타까 운 현실이었다. 아버지의 눈에 아들이라도 남자의 자존심을 세워주었으면 하는 희망 사항이 담겼다.

“당신! 눈빛이 불손하네요.”

“……그럴 리가. 난 언제나 당신 편이라 고.”

감이 좋은 김 여사의 날카로움에 아버 지는 입을 닫으셨다. 지는 게 이기는 거라 는 말이 오늘따라 대단히 자조적으로 들 린다. 결혼 초부터 권력을 잃은 아버지의 비애였다. 한편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고 자란 아버지답기는 했다. 살아온 세 월로 인해 형성된 성향은 어지간해서는 고쳐지지 않는다.

어쨌든 초장에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아버지 꼴 난다.

아니라고?

장담하지 마라.

‘하지만 아버지의 선택이었지.’

아버지의 현재는 과거로부터 시작된다. 연애 기간 내내 김 여사에게 끌려다니셨 고, 헤어지자는 김 여사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으며 사정사정해서 결혼하셨다. 손 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겠다던 빈말이 현 실이 되었다. 호언장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행복하면 된거죠.’

밸런스 측면에서 불평은 해도 드러내놓 고 싫어하지 않았다. 성격이 무던한 것도 있고, 잡혀 사는 것이 체질인 듯도 싶다. 요즘 같은 여성상위시대에 가장 적응을 잘한 케이스였다.

과거의 가부장적인 태도로는 결혼하기 정말 힘들어졌다 결혼은 서로 간의 양보 라지만, 인간은 완전한 생명체가 아니다. 불안하고,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성향이 강하다. 그것을 얼마만큼 맞춰 가느냐가 관건이다

“유니크라고 해서 마물을 잡는 건 아니 잖아요. 기술을 배워도 이쪽이 훨씬 전망 이 좋고요. 수입적인 측면도 고려하지 않 을수 없어요.”

“여보, 정우 말대로 유니크에 제공되는 각종 병기와 아이템 제작만 잘해도 고수 입이 보장된다고.”

김 여사도 고민이 되기는 했다. 좋은 대 학에 입학한다 해도 취직을 보장하기가 어렵다 세상이 발전하면서 컴퓨터의 인공 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일자리를 기계가 대신하게 되면서 인간의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이런 와 중에 인구부족 현상을 해결하겠다며 외국 인 노동자를 들이고 있으니, 국내의 취업 실정이 호황일 리 만무하다.

취업문도 좁고, 유망한 직종도 레드오 션이 되었다. 그에 반해 유니크는 보편화 된 시기가 길지 않았다. 유니크에서 파생 된 직종이 생겨나고 있었다. 미래를 위해 서라도 유니크 전문학교는 나브지 않았다. 무엇보다 유니크 전문학교를 졸업하면 자 격증이 생긴다 여러 분야에 도전할 수 있 는 선택의 폭이 크다.

“중도에 포기하는 거아니지?”

“선택을 했다면 끝까지 가야죠.”

정우의 남다른 각오에 김 여사도 수긍 했다.

“엄마도 정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기를 바랄뿐이야”

“역시 엄마가최고예요.”

“아부는 됐거든. 나중에 말리지 않았다

고 후회하면 혼날 줄 알아”

김 여사는 자식들이 얽매이기를 바라 진 않았다. 하고 싶은 것 하며 살아도 인 생을 후회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기 싫 은 일에 매달리지 않고, 원하는 것 이루면 서 살기를 바란다. 지나고 보면 인생이 길 지 않았다. 사견이지만, 늘어가는 주름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노화억제제가 대 중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1 장 아르바이트 (2)

가족 식사가 끝났다.

정우는 방과 주방, 거실의 먼지를 모아 삼매진화로 태워버렸다 공기의 상태도 최 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현천공을 조율했 다. 현천공이 운용되자 삼라만상의 조화 로운 기운이 집 안을 맴돌았다. 굳이 공기 청정기를 틀어 놓지 않아도 최상의 컨디 션 유지가 가능하다. 부모님의 건강 상태 에 따라서 조절은 필수다. 현천안(玄天眼) 을 가동해 부모님의 생활 리듬과 건강 상 태를 체크해 놓았다

“오빠 어디가?”

“아르바이트.”

수연은 군말하지 않았다. 오빠의 아르 바이트로 용돈이 간간히 생긴다.

정우는 집을 나왔다.

아파트 정문에 선 정우는 주변을 돌아 봤다. 숨을쉴때도, 걸을때도무공과연 관을 짓는다. 강해지기 위한 동기부여를 하고, 파워를 내기 위한 최적화에 최선을 다했다

‘어디?’

감각을 개방해 아파트와 주변을 스캔했 다. 케이브 오픈이 불안정해지고 있었다. 집 주변의 상태를 체크해, 변화가 있는지 를 살폈다. 특히 속성을 각성한 자들이나, 등급이 오른 자들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각성한 인간은 아드레날린이 과다분비 된 상태가 된다. 따라서 돌발행동을 하기 도 한다. 워낙 세상이 흉험하게 변했다. 미 친놈이 각성하는 순간 광기를 폭발시키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이런 자들이 암 혹가로 흘러들어가 조직을 세웠다는 소문 이 돌았다. 아파트가 밀집된 집 주변에서 도 범죄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집 주변 스캔은 정우의 하루 일과 중에 하나다. 만에 하나라도 주변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임무 태만으로 벌 받을 각오 를 해야한다.

‘별다른 특징은 없네.’

각성자는 케이브 파동을 감지할 수 있 고, 등급이 올라갈수록 민감하게 반응한 다고 했다. 그러나 각성을 하지 않아도 공 간이 열리는 파장을 감별할 수 있었다. 예 전에 케이브 오픈 시 기감을 열어 파동 영 역을 읽었다. 비슷한 종류의 파장이 일어 나면 알아낼 수 있다

‘만사불여튼튼이라 했으니.’

정우는 전생의 패배를 곱씹었다. 방심 으로 허를 찔리는 바람에 패배하고 말았 다 1번도 아니고 5번이나 당했는데, 또 당 하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20분이면 되겠지.”

시간을 체크했다

아르바이트 장소까지 가는 거리만 계산 하면 버스로 20분이 걸린다 정우는 대중 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과하게 튼튼한 다 리를 사용했다. 버스가 비록 정류소마다 서고 가기를 반복한다고 하나, 일반인이 뛰어가서 따라잡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속성을 개방한 자들도 20분 이상 지속력 을 발휘하기 어렵다. 스피드는 물론, 지구 력을 테스트하기에 좋은 훈련이 ‘버스 따 라잡기’다

“시작해 볼까?”

정우의 아르바이트는 지금부터다.

투두

스트레칭을 하고 다리에 힘을 주었다. 무릎이 굽어지면서 오밀조밀한근육이 파 워를 담는다. 반발력은 최소한으로 했다.

있는 힘을 다하면 시멘트가 파인다. 공공 재의 훼손은 사회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이 다 우웅

미세한 흔들림이 공간을 작게 울렸다

정우의 신형이 아파트 정문에서 사라졌 다. 공간이동을 했다고 착각을 불러일으 킬 빠른 신법이었다. 단숨에 허공을 날아 올라 비행을 시작했다.

‘2km 정도.’

정우의 말을 들어서는 무슨 말을 하는 지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진실을 안다면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력을 다했다 고 보기도 어려운데, 서전트 점프가 2km 라는 소리다. 인간의 점프로 가능한 높이 가 아니다 자칫 위를 보지 않고 점프를 했 다가는 지나가는 비행기에 대가리를 박는 수가 있었다.

휘이잉!

허공으로 치솟은 정우의 짧은 머리카 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고도가 높으니 편 서풍 기류가 발생하고 있었다. 구름을 내 려다보고 있는 기분이 상쾌했다. 그러나 밀려오는 중국발 황사는 심폐기능을 저하 시킨다. 호홉은 공력수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람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까?’

마음 같아서는 중국에서 오는 황사를 전부 밀어버리고 싶었다 너희 것이니 너희 가 다 마셔라. 그러나 계절마다 불어오는 황사를 전부 막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 다

‘이쯤하고.’

정우는 점이 되어 보이지 않는 지상을 향해 전속력으로 내려갔다.

슈아앙

미세한 바람을 홑날리며 지상에 다가 섰다. 닿기 직전 반중력을 형성, 멈춰선 후 저공비행을 시작했다. 지상과 3m의 높이 를 두고 속도를 높였다.

비행술이 가능한 이상 1km 상공에서 직선으로 가는 편이 훨씬 번거롭지 않고, 빨랐다. 비행기가 자동차보다 빠른 이유 는 속도가 빠른 점도 있지만 도로를 이용 하지 않는다는 점이 크다. 마음만 먹으면 인천시 전역을 몇 분 안에 주파가 가능하 다 그럼에도 정우는 도로를 이용했다.

‘확실히 도움이 되는구나.’

정우는 신법을 동반한 감각개발을 위 한 도시형 맞춤 수련을 개발했다. 공력 수 련이야 조용한 장소가 유리하겠지만, 신법 이나 감각은 달랐다. 주변의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반응해야 한다. 직선으로 쭉 뻗 은 100m 트랙과 같은 지형은 많지 않다. 곳곳에 건물을 비롯한 각종 장애물이 널 려 있었다.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무사히 아르 바이트 장소에 도착하는 훈련이다. 도심 으로 갈수록 사람은 많고,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사방의 시선을 피해 목 적지로 가는 건 정우라 해도 쉽지 않은 일 이다.

처음에는 몇 번의 시행착오가 발생했었 다. 하지만 결국에는 사람들의 시야와 감 각, 카메라의 각도를 피할 수 있었다. 또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매일 목표를 설정 했다.

‘4급 이상이 10명, 케이브가 열리나 보 군.’

정우는 탐색을 잊지 않았다. 아는 지형 이라도 사람에 따라서 난이도가 달라진 다. 송내역 참사로 인해 케이브 오픈을 집 중적으로 감시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였다. 그러나 상당 부분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다

‘실력을 테스트해 볼까:

6급이 1명 끼어 있었다. 상향조정된 유

니크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한 적정선이었 다 7급은 살짝 위험할수 있었다.

“이게 무슨개고생이냐.”

“그러게 말이야. 우리 책임인 양 떠벌리 고다니짆아”

“분명 파동을 감지한 사람이 있었을 텐 데.”

유니크 연합에 소속된 유니크는 공무 원이다. 정부의 명령이 하달되면, 무조건 따르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어제의 일로 세금 낭비하는 철밥통 유니크에 대 한 성토가 늘어나는 와중,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고 뉴스에서 대서특필했다.

“누가 보면 우리가 성과급 잔치한 줄 알 겠다?”

“조용히 해. 듣겠다.”

“다 아는 처지에 뭘.”

4급이면 능력치상 나쁘지 않은 축에 속 하지만, 이것도 10년 전이나 그렇다. 케이 브 등급이 상향되면서, 유니크에 대한 등 급 설정도 올라갔다. 이에 따라 현재의 4 급이 과거의 3급에 해당되었다. 게다가 유 니크 지원자가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었다. 여전히 유망한 직종이기는 하나, 경쟁자가 많을수록 자연히 보수가 적어지기 마련이다.

“물가가 오르지 않기는 뭐가 안올라”

“매일 저물가라고 하지 않았냐?”

통계의 함정. 정부에서 자주 써먹는 수 법 중에 하나다. 시장에 나가보면 다 올랐 는데, 품목에서 제외되고 오르지 않은 품 목만 골라 통계를 내면 0%대의 저물가가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농락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데도, 계속 그러는 걸 보면 철판이 따로 없다.

“10년 전이 훨씬 좋았어. 요즘은 마트에 서 반찬거리만 대충 사도 20만원은 훌쩍 넘는다니까”

“헐! 장을 네가보냐? 안됐구나?”

누군가 다가오자 입을 닫았다.

깐깐하기로 소문이 난 현장 소장 차인 철이다. 유니크 전문학교를 졸업, 곧바로 장교로 지원해 제대하고 들어온 것이다. 엘리트로서 자부심이 강해서 그런지, 여 간내기가 아니었다. 원리 원칙주의자라서 아랫사람이 무척 피곤했다 웃는 걸 본 적 이 없어 얼음덩이로불리는 인물이다.

“근무시간에 잡담하지 않습니다.”

완벽주의자인 차인철은 대원들의 기강 을 수시로 바로잡았다. 그로 인해 불만이 쌓였지만, 원칙이라 따질 수도 없는 노릇 이다

‘박소장님이 좋았었는데.’

‘누가아니래.’

5년 전까지만 해도 박상원이 현장을 맡 았었는데, 차인철에게 물려주고 승급했다. 다들 승진은 물 건너갔다고 했을 때 유니 크 등급이 기적적으로 6급으로 오른 것이 다. 중간 관리직에서 바로 윗 단계로 넘어 갔다. 이때부터는 소장들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직위가 되기에 제법 중책을 맡는 다 스륵!

대원들이 저마다 숙덕거리고 있을 때

차인철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뭐지‘?’

위화감이 주변을 지나쳐 간 것 같았다. 누군가 엿보고, 엿듣고, 감시한 꺼림칙한 기분이다. 감각을 개방해 주변을 확인해 보았다. 그러나 지나가는 보통 사람들만 보였다. 다른 의도가 있거나, 유별난 행동 은 감지하지 못했다.

‘아닌가?’

과민하다 여긴 차인철은 무시하고 지나 쳤다. 그는 대원들을 이끌고 일대의 수상 한 파동과 수시로 발생하는 카메라 불량 을 점검했다.

‘감각이 좋네.’

6급은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속도와 인기척을 조절했음에 도 이상함을 감지했다. 나이를 감안하면 제법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다. 그러나 감 흥을 주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정우가 작정하고 살수를 썼으면 이곳에 모인 유니 크를 몰살시키는데 10초도 많았다. 단 한 수면 충분했다.

슈웅!

정우는 또다시 속도를 냈다.

가는 도중에 전화를 걸었다. 웨어러블

기기가 활성화되어 언제든 통화가 가능해 졌다. 귀에 붙여 놓은 작은 생체 스티커로 도 통신이 가능해졌다. 배터리는 따로 필 요하지 않고, 인간이 발산하는 생체전류 면충분했다

“곧 도착할 거예요.”

용건만 간단히.

정우의 한 달 요금은 1만 원을 넘지 않 았다. 청소년 할인 요금제에 가입을 했고, 공용 와이파이존만 이용했다. 정부에서 슈퍼 와이파이존을 만들어 공짜로 사용 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했지만, 통신사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테스트는 마저 하고 가야겠지.”

정우는 스피드를 올렸다. 길거리에 설치 된 카메라의 사각지대를 체크했다. 카메라 가 수시로 조정이 되기에 유니크 인천 지 부에서 유독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로 인 해 범죄율이 많이 감소했다.

제1 장

아르바이트 (3)

“모두 정신 똑바로 차려!”

200명에 달하는 건장한 사내들. 강철 같은 근육을 옷이 감당 못 하고 도드라졌 다: 2m를 넘어가거나 그에 육박하는 근육 덩어리들이었다. 그러나 보디빌더의 근육 과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보여주기 위한 단백질 과잉보충으로 만들어진 풍선 근육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순수하게 훈련 으로 만들어진 옹골찬 근육이다. 비대한 덩치에 비해 팔다리 사이의 움직임이 원 활했다 얼핏 봐서는 감정의 변화를 알수 없는 공격적인 얼굴의 총집합이었다. 동네에서 침 좀 뱉고 다니는 깡패들 따위는 명함도 내밀기 어려운 면상의 소유자들이다 두근두근!

사내들의 눈빛에서 긴장감이 흐르고 있 었다. 예민함과는 거리가 먼 무덤덤한 근 육들마저 긴장한 기색이 엿보인다. 다들 감각을 극대화해 경계를 강화했다.

“이번에도 못 막으면 우린 뒤졌다고 복 창해야 할거다!”

사생결단, 반드시 막아내고 말겠다는 견고한 각오를 다졌다. 죽느냐 사느냐, 기 로에 서 있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휘잉!

한줄기 바람이 불어왔다.

“왔다!”

덩치에 비해 상당히 빠르고, 일사불란 했다. 단련된 수준이 보통을 넘었다. 찰나 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우응!

기파를 감지하기 위해 감각을 개방했던 거한이 소리쳤다.

“저쪽이닷!”

1명이선 감지가 불가능하다. 여러 명이 그물처럼 틈을 메워 범위를 넓혔다. 파고 들어 오는 파장이 느껴지면 곧바로 신호 를 보내기로 약속되었다 다다다다!

황우철과 무인들이 방향을 잡고 필사 적으로 달려들었다. 뚫리지 않으려는 자 들의 처절한 발버둥이었다

“이런, 속았다!”

목표지점에 다가섰을 때, 후방에서 비

명이 들렸다.

커어어억!

돼지 멱따는 소리와 일맥상통했다. 다 들 아차! 하는 기색이었다 조금 전의 기파 는 의도적인 속임수였다.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서두른 것이 탈이었다. 그러나 이 제 와서 되돌린다 한들 지나가 버린 과거 가 달라지진 않았다.

“어……쩌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떠는황우철이었 다. 그만큼 두려움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어쩌긴, 처맞는 수밖에 더 있냐”

나윤성의 뻔한 대답에 황우철의 인상

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그걸말이라고 하는거야!”

“아니면 달리 뾰족한 수가 있냐?”

답이 나오지 않는 무용한 질의문답이 다. 자신들이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 났다. 철통경계를 농락하며 유유히 걸어 오고 있는 괴물에게 생사가 결정된다 저벅저벅!

발자국이 다가올수록 무인들이 받는 심적인 압박이 상당했다.

“잔재주에 매번속네요.”

한심한 듯 고개를 젓는 정우

그도 그럴 것이 전에도 써먹은 수법이 다 두뇌도 근육이 들어찼는지 매번 당하 고 있었다. 침입자 발생을 상정한 대비 훈 련이건만, 다른 훈련에 비해 진척이 지지 부진했다. 돈을 받고 일하는 입장에서 안 타까운 현실이다.

‘잔재주라고!’

‘어디가?’

황우철과 무인들도 할 말은 있었다. 본 인 딴에는 잔재주라고 평하지만, 그게 어 떻게 잔재주가 된단 말인가. 공간에 내공 을 실어 보내고, 시차를 두어 터뜨렸다 말 로는 쉽다고 하는데 할수 있는 인간이 몇 이냐 되냐 이 말이다. 유니크 상위 등급의 실력자도 하기 힘든 고단위의 속임수였다

‘송호준 이 새끼를!’

‘저만 믿으라더니!’

무인들 가운데 송호준이 그나마 가 장 민감한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기감확 장속성을 가지고 있어 본인을 중심으로 100m 이내의 기척 확인이 가능했다. 그 러나 발휘가 되기도 전에 정우는 뚫고 들 어와 있었다. 이미 문파 안으로 들어와서 무인들이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 이다.

“이렇게 허술해 가지고 어떻게 8대 문

파가 된거죠?”

그들은 금강문에 소속된 무인이다. 고 된 수련을 통해 무력을 쌓았다. 대한민국 을 대표하는 8대 문파에 속해 있다는 자 부심도 나름 있다. 그러나 정우의 잔소리 엔 찍소리도 못했다. 왜냐? 금강문은 근 10년 이내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개개인 의 무력이 과거와는 비교도 하기 어려울 만큼 강해졌다. 그 이유가 저 앞에 서 있 는 청소년의 등장에 있었다.

“경계 실패는 문파의 존폐와 관련된 문 제예요. 고작 격공기 따위에 속아서야 되 겠어요. 다음에도 이러면 제 입장이 매우 곤란해요.”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더욱 분골쇄신하겠습니다 !”

이번한 번만!

오른손으로 검지를 치켜세우고, 왼손 은 오른쪽 팔목을 잡아 거들었다. 황우철 은 과묵한 인상과 어울리지 않게 매끄러 운 혓바닥을 과시했다. 게다가 17살의 정 우를 대함에 무척이나 정중하다.

“ 진심인가요?”

“하늘에 맹세코 진심입니다!”

“황 단주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믿어보

겠어요.”

“감사합니다!”

오늘은 이렇게 끝나나보■다.

후우우!

황우철과 무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 었다. 1달에 1번 문파의 경계태세 훈련이 있을 때마다 곤욕을 치르곤 했었다.

“경계태세는 넘어가고, 전투력 테스트 를 하겠습니다.”

“예?”

“알면서 왜 모르는 척을 하실까‘?”

“ 역시”

무사히 넘어가기를 바랐던 황우철과 무 인들은 인상을 구겼다. 상대는 금강문의 실세이자, 최악의 악당이다. 무사안일하게 대해서는 안 되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도 없다 전투력 검증 시 낮은 평가를 받으 면 문주와 장로에게도 질책을 받는다. 정 우의 평가에 따라 자신들의 생사는 물론 직위가 결정된다 금강문은 철저히 강자우 대다. 강한무인이 대우도 받고, 연봉도높 다. 합리적이기는 한데, 수뇌부의 서열 변 화가 없기는 하다

“금강팔격을 보이세요.”

정우는 금강팔격의 준비자세, 금성철벽 (金城鐵壁)을 취했다. 바닥에 발을 붙이고, 왼손은 머리 위를, 오른손은 허리에 두었 다

두두

자세를 잡은 것만으로 공기가 달라졌 다

금강의 무거운 발걸음이 태산이 되어 황우철과 무인들, 청금단(靑金W)을 짓눌렀 다. 청금단은 금강문의 무력부대이며, 황 우철이 단주를 맞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무인의 숫자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그렇 다고 어중이떠중이로 보면 곤란하다. 개개 인의 무력도 언급했다시피 일취월장했다.

‘그럼 뭐하냐고.’

기선은 이미 제압됐는데.

이러면 곤란하다

단주로서 쫄리지만 일갈해야 한다

“청금단이여, 긍지를 잃지 말자!”

황우철이 금강공을 끌어올리자, 단원 들이 따랐다. 200명이 일제히 공력을 분 출하니, 가공할 기세를 형성했다. 군중심 리만큼 무서운 효과도 없다. 선동을 통한 단결된 무인의 협동심을 보여주어야 할 때 다

“갈게요.”

청금단이 진형을 갖추자, 정우가 정면 을 쇄도했다 200명이나 되는 무인이 철벽 이 되어 정면을 가로막고 있음에도 두려워 하기는커녕 입꼬리가 올라갔다. 전투를즐 기고 있음이 분명하다. 게으른 자는 노력 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따르지 못한다고 했다. 정우 는 아르바이트를 즐겁게 수행하고 있었다 공무로 쌓인 한 주의 스트레스를 풀기에 제격이었다.

오싹!

황 단주는 보았다. 정우의 청명한 웃음 을. 저 웃음이 결코 긍정적 결말을 나타내 지 않음을 알기에 소름이 끼친다. 10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매번 전 투가 시작되면 과거가 떠올라서 미치겠다.

그래서 다들 생사의 갈림길, 주마등 훈련 이라 지칭한다. 유아기까지 또렷하게 기억 나서, 환장할 노릇이다

‘그때도 괴물이었는데.’

7살에게 처맞고 난 후, 황우철은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 했다. 상기하고 싶지도 않은 참혹한 기억이었다. 한동안 무공을 배워야 하나? 하는 회의와 무기력증에 빠 져 있기도 했다. 그나마 문주도 처맞았다 는 사실에 위안이 되었었다. 한데, 그게 말 이 되는 일인가? 문주의 백해무식과 압도 적인 강함은 익히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지는 건 반칙

이잖아?’

충격적인 패배 이후로 정우에게 무공을 배웠다. 정우는 무공도 강하지만, 가르치 는 능력도 뛰어났다. 금강문의 본래 무공 에 새로운 무공을 더해 전혀 다른 경지를 꿈꾸고 있었다 과거에 비하면 10배, 그 이 상으로 강해졌다고 자신한다. 상황만 놓 고 보면 전화위복이 맞는데, 당면한 현실 은 설상가상이었다.

쿠아앙

파괴의 현장, 공기가 날카로운 결을 이 루며 폭발했다 황우철의 상념을 깨우기에는 충분한 위

력이다. 공격의 범위에 속해 있었던 청금 단원 10명이 사방팔방으로 메뚜기 떼처럼 튕겨져 나갔다. 주먹을 터는 정우의 간단 한 제스처에 단원들은 추수해 놓은 쌀알 처럼 털렸다 쿠다다당!

금강팔격의 새로운 공격기(新商), 기류격 (氣流繫) 이다.

정우가 금강문에 들어와서 배운 금강팔 격을 보완, 수정해 완성했다. 금강문도라 면 누구나 익힐 수 있는 보편화된 공격기 중에 하나다. 하지만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위력은 천차만별이었다. 특히 정우 가 펼치면 필살기를 능가하고도 남는다

“금강진을 형성해.”

사망신고서에 도장 찍고 싶지 않으면 움직여야 한다. 발등에 불 떨어진 황우철 이 다급하게 단원들을 다독이며 진을 구 축했다 그러나 정우는 금강진의 빈틈을 여지없 이 꿰뚫어 오고 있었다.

“금강진의 달인 앞에서 될 턱이 있나.”

“닥치지 못해.”

부단주 나윤성의 자포자기한 설명에 황 우철은 부아가 치밀었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다른 이라면 몰 라도 정우에게 금강진은 맘대로 들락날락 가능한 자동문이었다. 왜냐? 금강진을 수 정, 보완, 강화한 장본인이 정우였다 당연 히 금강진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 었다.

“양 축을 무리하게 강화하니까, 중심이 느슨해졌잖아요.”

황우철은 고구마 1000개를 먹은 듯 답 답했다. 그걸 누가 몰라서 그러나. 일전에 좌우 축이 먼저 무너지는 바람에 금강진 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해서 좌우에 전투력이 강한 무인을 배치해 놓고, 정면 을 허허실실로 구축해 놓았다. 보통은 중 심이 가장 강한 줄 알고 축을 공격하다 실 패할 텐데. 정우에게는 어림도 없는 개수 작이었다.

처적!

좌우 축을 치는 척하면서 공력의 전이 를 분산시키고, 정면을 치고 들어온 정우 는 황우철의 앞에 섰다

“간단히 당하지는 않을 겁니다!”

“용기는가상하군요.”

정우는 황 단주의 투쟁심을 치하했다. 나중을 위한 밑밥 까는 짓이었으면 가만 두지 않았을 거다 제1 장 아르바이트 (4)

‘선수필승!’

황우철에겐 칭찬을 받아들이는 시간도 아까웠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1방이 라도 공격을 성공시켜야 했다. 금강팔격의 정권, 일로금강(一路金剛)을 펼쳤다. 내디디 는 왼발의 반동이 오른발이 축이 되어 허 리를 돌아 오른 주먹에 실렸다 동시에 운 용된 금강공이 하단에서 용트림을 하듯 전신을 돌고 돌아 응축, 파괴력을 상승시 킨다.

추아아앙!

쇠를 뚫는 파공성이 울린다. 공기를 가 르는 황우철의 정권은 강철을 부수어낼 파괴력을 갖추었다. 실로 완벽한 정권 지 르기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다.

꽈아아앙!

격렬한 충돌에 공기는 물결을 일으키며 퍼져 나갔다 강력한돌개바람이 형성되어 주변을 휩쓸었을 때 허공을 일직선으로 쏘아져 나가는 그림자가 있었다.

‘이……런 개떡 같은 일이!’

의도를 달리했다

황우철은 정우와 멀어지고 있었다. 의 식이 사라져 가고 있는 와중에도 이해하 기 어려웠다. 정우는 자신과 같은 일로금 강을 펼쳤다. 일반적으론 선수를 펼친 사 람이 유리하다 후발제인은 어지간해서는 잘 통하지 않는다. 그럼 속도와 내공, 힘 에서 차이가 벌어졌다는 의미가 되는데, 실상은 그렇지도 않았다. 정우는 황우철 과 비슷한 공력을 일로금강에 실었다. 같 은 공력임에도 불구하고, 튕겨져 나간 대 상은 황우철이다. 공력의 운용능력과 초 식의 정교함이 승패를 가른 것이다. 공력 이 비슷해도 사용자의 운용능력과 스킬에 따라 천차만별임을 증명했다.

퍽!

황우철을 보조했던 나윤성의 안면이 무참히 일그러진다. 숨조차 먹어버릴 파괴 력이 육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연환 시 심장에 빈틈이 생기네요.”

“그 ?…렇군요. 새겨…… 듣도록 하겠습 니다?…!”

정우의 가르침을 받고 나서야 나윤성은

혀를 내민 채 고꾸라졌다.

금강진의 중심을 이루는 황우철과 나 윤성이 무너졌음에도 단원들의 단결력은 여전했다 단주와 부단주의 부재가 비일비 재했음을 알 수 있었다. 둘의 실력이 가장 강하지만 정우를 대입하면 도토리 키 재 기가 된다. 게다가 이대로 무너져 버리면 전투능력 수행평가에서 낙제점을 받는다 푸아아앙!

격돌은 지속되었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얼마나 향상된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 정우는 금강팔격을 차례로 구사하며 나아갔다. 굳이 전부를 사용할 필요가 없 음에도 펼치는 이유는 보고 배우기를 바 라기 때문이다. 실전과 같은 훈련도 중요 하지만, 실전을 통한 배움이 더 효과적이 다.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 하는지 응용능 력을 뼛속 깊이 각인시켰다. 현실이 괴로 워 잊고 싶으면 잊어도 된다. 다만 미래가 더 괴로울 것이다.

철퍼덕!

추풍낙엽(秋風落葉), 허공을 치솟았던 단원들이 차례로 떨어져 내리며 승패가 결정되었다. 걸린 시간은 10분을 넘지 않 았다 정우가 작정하고 달려들었다면 결과 는 훨씬 더 빨라졌을 것이다 크윽!

사방팔방에 신음을 내지르는 단원들이 널려 있었다 가르침의 대가치고는혹독했 다. 오늘 하루 거동하기 어려울 만큼 타격 이 크다. 그러나 단원들은 곧바로 일어서 야했다

“엄살이 심하네요.”

정우의 중얼거림은 자세히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만큼 음소거가 심했다. 듣고 싶은 사람만 들으라는 무성의가 가득 담 겼다.

벌떡!

청금단은 고통도 잊은 채 자리에서 일

어났다. 실로 놀라운 600만불의 청력이 었다. 한편으로 당연했다. 청금단에게 정 우의 속삭임은 염라대왕의 엄포보다 무서 웠다.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최악의 상 황을 잘도 만들었다.

‘암 양호하지.’

정우는 훈련이 혹독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전생의 훈련에 비하면 대단히 양 호했다. 그때는 수천의 애들 중에서 혼자 살아남을 때까지 식량을 줄여가면서 전투 를 벌였었다. 매일, 매시, 매분이 살기 위 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그에 반해 금강문 의 훈련은 1명도 죽지 않았다. 이 얼마나 훈훈하고, 따뜻한 훈련방식이란 말인가. 죽지 않고 살아서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배사지례를 올려 큰 스승 으로 모셔도 부족하다.

-천 길 낭떠러지에서 줄 잡고 턱걸이(근 력수련 겸 담력수련).

-시속 150킬로의 자동차에서 뛰어내리 기(낙법훈련).

-호수에 상어를 풀어 놓고 왕복 수영하 기 (지구력훈련).

황우철을 비롯한 청금단은 과거를 상기 할수록 치를 떨어야 했다. 어떤 훈련도 호 락호락하지 않았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 거나, 불구가 되기 딱 좋은 극한의 훈련이 었다. 어디서 이런 기발하고 흉험한 훈련 을 찾아냈는지 그것이 궁금할 따름이다. 정우의 유아기부터, 청소년기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가정환경이 불우했으면 이해라 도 하지, 중산층의 나름 괜찮은 집안이었 다. 학교에서 말썽을 부리는 일진도 아니 고.

“다음 달을 기대해도 되겠지요?”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 겠습니다!”

“최선은중요하지 않아요.”

“반드시 오늘보다 강해지겠습니다!”

정우는 결과를 중시했다

청금단도 모르지 않았다. 최선보다 잘 하는 것을 적극 권장했다. 과정에 목매지 않았다. 금강문의 규범이 허락하는 한도 에서 강해지면 된다.

“수고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테스트를 끝낸 정우는 금강문의 심처 로걸었다.

시야에서 사라지는 정우를 멍하니 바 라보고 있는 황우철과 단원들이다. 몇 번 을 반복해도 결과는 같았다. 정우는 인간 의 기준을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속성 을 발휘해도 매한가지다 공간을 벗어나려 고 해도, 파리채에 뭉개진 파리처럼 바닥 에 처박혔다.

“세상이 알려나?”

“알면 다들 스카우트하려고 난리 나겠 지.”

지금도 무서운데, 앞으로는 더 무서워 질 인간이었다. 성격마저도 완벽하다. 저 토록 완벽하고, 짜증날 정도로 치밀한 인 간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또한 사악하다. 그러면서 얄미울 정도로 기준을 잘 지킨 다

“어쩌면 모르는 게 나을 지도 몰라.”

“오랜만에 단주다운 말을 하는구나.”

정우는 자신들에게도 재앙이지만, 다 른 이들에게도 재앙이 된다. 혹시라도 잘 못 건드려 폭주라도 하는 날엔 상상하기 도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선을 지키 려고 노력할 분이지, 상대가 선을 넘으면 그땐대책 없다

“그럼 우린?”

“X된 거지.”

금강문의 주인은 문주지만, 실권자는 정우나 마찬가지다. 아무도 정우를 건드리 지 못했다.

금강문의 심처는 문주의 수련장이다.

수련장은 몇 번이나 무너지고, 새로 짓 기를 반복했다. 그 결과 충격 홉수를 위한 보강이 다른 수련장에 비해 몇 배는 투자 되었다 그럼에도 상처의 흔적들은 고스란 히 남아 수련의 험악함을 알렸다.

수련장의 출입문은 한 개고, 자동문이 아닌 두꺼운 철문이다. 핵폭탄이 터져도 끄떡하지 않을 견고한 구조로 되어 있었 다. 대련의 충격이 커서 자동문 대신 무거 운 철문으로 대신했다. 센서 이상으로 매 번 고장 나기 일쑤라 가격을 절약하기 위 한 총관의 안간힘이 철문에 고스란히 녹 아들었다. 재정을 담당하는 총관의 안타 까운 사연은 심금을 울리기에 층분하다.

드륵!

정우는 철문을 한 손으로 잡고 밀었다. 누가 보면 실몽당이를 미는 줄 알지만 철 문의 무게만 족히 It이다. 문이 아니라 철 덩어리였다.

수련장엔 강현, 강우, 강천이 있었다 3 형제는 매일 수련장으로 출근해 육체를 단련했다. 정우가 금강문에 등장하면서 3 형제의 형제애는 보다 공고해졌다. 자신들 딴에는 라이벌이라 지칭하고, 정우를 넘 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다만 뭘 해도 안 될 때가 많아 강천은 두 형에게 갈굼을 당한다.

재앙을 금강문에 불러왔다나.

“열심히 하네.”

“이번엔 허무하게 지지 않을 거다.”

강천이 투지를 불태우며 기세를 발산했 다. 17살이 된 강천은 정우보다 족히 배는 더 컸다. 이미 금강문주에 육박하는 덩치 를 자랑한다. 그나마 면상이 엄마를 닮아 서 다행이기는 했다. 딱 봐도 17살로는 도 저히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불난다. 뇌력 조절 안 하냐.”

강천의 속성 등급은 정우보다 높았다. 3년 전에 속성을 각성했고, 뇌기를 다룰 수 있었다 범상치 않은 능력 중에 하나다. 뇌기는 모든 원소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 부를 한다. 대성한다면 적수를 찾기 어려 운 절대강자가 될 수 있었다 정우가 보기에 강천은 아직 미숙한 애 송이였다. 다루지 못하는 힘을 과시하다 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목이 뎅강 잘려나 갈 수 있었다. 뇌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때까지 실력을 7할 이상 숨겨야 한 다 세상은 잠룡이 성장해서 성룡이 되기 를 바라지 않는다 자라날 싹을 밟아서 죽 이면 죽였지. 밀어주고, 도와줄 거란 착각 은 동화 속에서나 가능하다.

“왜 겁나니T

강천의 도발에 강현, 강우는 움찔거렸 다. 막내에 비해 두 형은 현실 파악이 빠 른 편이었다. 상대도 상대 나름이다. 성급 한 도발은 망조의 지름길, 결과가 뻔히 보 였다. 차마 눈을 뜨고 보기 힘든 참사가 예약되었다. 대련이 끝나면 아마 예약을 취소하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될 것이다.

씨익!

정우는 강천이 귀엽기만 했다. 밟아줘 도 다시 기어오르는 걸 보면, 승부욕은 예 나 지금이나 알아줘야 했다. 그 점이 나브 지만은 않았다. 무인의 길에 들어선 이상, 본인에 대한 자부심은 커다란 장점이었다. 설레발치다가 초반에 뒈지지 않으면 대성 할수 있을 거다. 그 전에 죽는다면 팔자가 사나운 거고.

“예전처럼 부모님을 들먹여 보시지 그 래.”

“치사한 짓은 하지 않는다고. 이거 왜 이래!”

매번 도전하지만 강천은 정우의 발끝도 건드리지 못한 채 무참히 박살났다 한 번 도 때려 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처맞자, 이성이 마비되었다. 결국 해서는 안 될 말 을 하고 말았다 그게 실수였다.

정우는 강천을 반죽여 놨다. 말리는 형 들까지 두들겨 팼을 정도다. 수틀리면 위 아래가 없었다

-다시 한번더 말해봐?그럼 칭찬해 주 마

그날의 정우는 악마보다 더 무서웠다. 금강문에서도 강단 있기로 소문이 난 강 천도 속된 말로 쫄았었다. 친구처럼 느껴 지지 않았다. 나중에 명백한 실수라 사과 를 했지만, 뒷말을 지껄일 용기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뱉는 순간 모가지가 잘 려나가 바닥을 뒹굴 것 같은 공포가 밀려 왔었다

“나는 건드려도 부모는 건드리면 안 되 는 거야 알지?”

“물?…론이지!”

강천이 내뱉었던 말은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니었다. 정우의 아버지를 복날 개 잡듯 잡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에, 여자가 돼서 너무한 것 아니냐고 했던 것에 불과했다. 어쨌든 가족끼리는 욕해도 남이 욕하면 참지 못하는 한국인의 마인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일단운기해봐.”

도발은 도발, 가르침은 가르침이다

정우가 시키는 대로 강천은 잘 따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정우에게 가르침을 받고 난후, 강해지고 있음을 본인이 가장 잘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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