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547화 (547/553)

# 547

제 547화

545.

-수혁 : 고맙다.

-연중 : 아니야, 뭘. 갔다 와서 귓 줄게.

귓속말이 끝났고 이내 방에 도착한 수혁은 책상으로 향했다.

책상에는 서류가 가득 쌓여 있었다.

‘이참에 결재나 해두자.’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수혁은 책상 앞에 앉아 서류들을 결재하기 시작했다.

얼마 뒤.

-연중 : 수혁아, 확인했어.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연중 : 해피라는 유저야.

-연중 : 검색해보니까 지금 랭킹 32위고 유명한 PK범.

-연중 : 보니까 오늘 고독 길드에서 제대로 깽판 부렸던데?

주르륵 나타난 귓속말에 수혁은 연중에게 물었다.

-수혁 : 뭐라고 보냈어?

-연중 : 일대일로 한판 붙잔다.

-수혁 : 일대일?

그리고 이어진 연중의 답에 수혁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이야기였다.

-연중 : 어, 안 붙으면 계속해서 마탑 지부 공격할 거라는데? 심지어 우리 길드 영업장도 공격하겠대.

-수혁 : 이유는?

-연중 : 이유는 안 써 있었어, 그냥 붙자는 말만 써 있더라.

“…….”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슨 이유로 대결을 원하는 것일까?

-연중 : 장소 정해서 답장 달라던데 어떻게 할래?

연중이 물었다.

똑똑

“마탑장님! 코알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노크와 함께 코알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안 멈춘 건가.’

지부가 또 공격을 받는다면 바로 알려달라고 했다.

코알이 왔다는 것은 공격을 받은 지부가 생겼거나 그에 준하는 정보가 들어온 것이 분명했다.

“들어오세요.”

수혁의 말에 문이 열리고 코알이 들어왔다.

코알의 손에는 서류가 하나 들려 있었다.

“지금 환상의 마탑 호딘 왕국 지부가 공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녀석인 것 같습니다.”

-수혁 : 찾은 것 같아.

-수혁 : 이따 연락할게.

-연중 : 알았다~

수혁은 연중과의 귓속말을 끝냈다.

“지부가 어디에 있죠?”

그리고 코알에게 물었다.

“도시 카드란 동문 앞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코알의 답에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녀오겠습니다.”

“……예?”

그리고 이어진 수혁의 말에 코알은 놀란 표정과 목소리로 반문했다.

“직접 가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피해를 최소화시키려면 제가 움직이는 게 나을 것 같네요.”

해피는 홀로 지부를 휩쓸 정도로 강했다.

마탑에서 힘을 모으면 해피를 잡을 수 있긴 하겠지만 큰 피해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완벽히 끝내기 위해서는 제가 가야 해요.”

그뿐만이 아니다.

해피는 수혁이 나타나기 전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결국 마무리는 수혁이 지어야 하는 것이다.

“위…….”

코알은 위험하다고 말하려 했다.

그러나 여태껏 수혁이 보여준 일들을 생각하고 입을 다물었다.

코알이 본 수혁은 무적 그 자체였다.

수혁이 당할 리 없다.

“여기 녀석에 대한 정보입니다.”

코알은 들고 온 서류를 수혁에게 내밀었다.

“현재 환상 결계로 녀석을 막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쯤 뚫렸을지도 모르지만…….”

말끝을 흐린 코알은 수혁을 잠시 응시하고는 이어 말했다.

“조심하시길.”

“예,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수혁은 코알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리고 방에서 나와 옆방으로 들어갔다.

옆방에는 얼마 전 활성화된 중앙 마탑장 전용 워프 마법진이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수혁은 바로 워프 마법진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워프 창이 나타났다.

워프 창에는 대륙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모든 지부가 떠 있었다.

‘카드란이라고 했지.’

수혁은 스크롤을 쭉쭉 내리며 해피에게 공격을 받고 있는 환상의 마탑 호딘 왕국 지부를 찾기 시작했다.

[환상의 마탑 호딘 왕국 지부로 워프합니다.]

이내 카드란을 찾은 수혁은 바로 워프했다.

[직업 퀘스트 ‘크라스의 후계자’가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 ‘지부를 지켜라!’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리고 도착함과 동시에 퀘스트가 2개 생성됐다.

“……!”

퀘스트를 본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크라스의 후계자?’

수혁은 다급히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직업 퀘스트 ‘크라스의 후계자’를 확인했다.

<직업 퀘스트 - 크라스의 후계자>

현재 환상의 마탑 호딘 왕국 지부에는 흑월의 주인 토피앙 크라스의 후계자가 와 있다.

토피앙 크라스의 후계자를 처치하라!

[??? : 0 / 1]

퀘스트 보상 : ???

카탈룬에서 한 번 생성된 적 있던 퀘스트였다.

비록 후계자를 놓쳐 삭제가 되기는 했지만.

‘이게 갑자기 왜…….’

수혁은 어째서 이 퀘스트가 또 생성된 것일까 의아했다.

‘설마…….’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해피가?’

퀘스트 내용을 보면 크라스의 후계자는 지부 안에 있다.

그리고 지금 지부에는 해피가 쳐들어온 상황.

‘말도 안 돼.’

수혁은 믿기지 않았다.

크라스의 후계자가 NPC가 아니라 유저라니?

‘하긴 나도…….’

그러나 이내 든 생각에 수혁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혁 역시 대마도사 라피드의 후예가 아니던가?

크라스의 후계자가 NPC가 아닌 유저인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그래서 나랑 붙고 싶어 했던 건가?’

그리고 어째서 해피가 대결을 원했는지 알 수 있었다.

수혁은 방을 나섰다.

“……!”

“……!”

방을 나서자마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마법사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마법사들은 수혁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더니 재빨리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마탑장님을 뵙습니다!”

“중앙 마탑장님을 뵙습니다!”

“지금 침입자는 어디에 있죠?”

수혁은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으로 인사에 답하고 물었다.

“지금 입구에서 결계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파란 로브를 입고 있던 마법사가 물음에 답했다.

“2분 정도면 결계가 깨질 겁니다.”

“그렇군요. 입구가 어디에 있는지 안내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영광입니다!”

수혁의 말에 파란 로브 마법사는 활짝 웃으며 외쳤다.

그리고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혁은 그 뒤를 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수많은 마법사가 모여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파란 로브 마법사는 결계에 마나를 주입하고 있는 중년 마법사에게 다가갔다.

“지부장님, 중앙 마탑장님께서 오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마법사의 말에 수혁은 중년 마법사가 지부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부장 데게로라고 합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데게로가 다가와 인사했다.

바로 그때였다.

쿵! 쩌적!

문밖에서 굉음이 울려 퍼지며 결계에 금이 갔다.

데게로는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결계로 다가가 다시 마나를 주입했다.

그러자 결계에 나타났던 금이 금세 사라졌다.

수혁은 데게로에게 다가갔다.

“문밖에 있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안에서는 그냥 나갈 수 있나요?”

“예, 나갈 수 있…… 혹시 밖으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녀석을 잡기 위해서 왔으니까요.”

데게로의 물음에 답하며 수혁은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끼이익

그리고 문밖으로 나온 수혁은 결계를 향해 단검을 휘두르고 있는 한 사내를 볼 수 있었다.

‘해피겠지?’

담장 안에는 사내 말고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즉, 사내가 크라스의 후계자 해피 일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경고!]

[그림자의 토에킨이 나타났습니다.]

.

.

[경고!]

[음파의 카르가츄가 나타났습니다.]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나며 해피의 옆에 여섯 사람이 나타났다.

흑월대가 분명했다.

‘맞네.’

혹시나 아니면 어쩌나 했는데 흑월대가 나타남으로써 확실해졌다.

해피는 크라스의 후계자가 확실했다.

* * *

‘더럽게 단단하네.’

결계를 향해 단검을 휘두르던 해피는 인상을 구겼다.

지부에 도착하자마자 건물에서 나오던 지부 소속 마법사를 죽였다.

그리고 그 순간 건물을 둘러싼 결계가 나타났다.

앞서 습격한 지부에서는 결계가 생긴 적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상당히 당황했지만 어차피 파괴하면 된다는 생각에 해피는 결계를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결계는 쉽게 파괴되지 않았다.

죽음의 무도를 통해 공격력을 대폭 늘린 상태에서도 단단히 버티고 있었다.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결계의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있기는 했지만 이대로 결계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5분 이상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

‘부탁할까?’

해피는 주변 어딘가에 있을 흑월대를 떠올렸다.

토에킨의 보고를 통해 흑월대가 다섯 더 도착했다.

흑월대 여섯이면 웬만한 도시를 괴멸시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

즉, 결계쯤이야 쉽게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맞아, 어차피 중요한 건 마법사들과의 전투니까.’

직업 특성상 결계를 파괴하는 것은 힘들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마법사와의 전투 경험이지 결계 파괴가 아니었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문이 열렸다.

그리고 한 사내가 밖으로 나왔다.

사내의 머리 위에는 길드 마크가 있었다.

‘리더 길드!’

그것도 해피가 아주 잘 알고 있는 길드 마크였다.

바로 그때였다.

스악! 스악! 스악!

따로 부르기 전에는 나타나지 않기로 약속했던 흑월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해피 님, 피하시지요.”

토에킨이 말했다.

해피는 토에킨의 반응을 통해 사내가 수혁임을 확신했다.

‘벌써 내 쪽지를 본 건가? 아니면 공격받는다는 보고를 받고?’

이렇게 빠르게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해피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토에킨에게 답했다.

“아니요. 결계만 파괴해주세요. 오늘 녀석을 죽일 겁니다.”

피할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수혁을 죽이기 위해 온 것이 아니던가?

“예?”

토에킨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녀석과 만나기 위해 지부를 공격한 겁니다.”

해피는 토에킨의 말에 답하며 수혁을 주시했다.

그리고 수혁의 입이 열렸다.

“헬 파이어.”

수혁이 무슨 말을 할까 생각하고 있던 해피는 피식 웃었다.

‘헬 파이어를 시전해?’

어이가 없었다.

‘미친 거 아니야?’

헬 파이어는 고위 마법이다.

즉, 시전 시간이 아주 길었다.

오랜 시간 캐스팅을 해야 하는 것이다.

‘결계를 믿고 있는 건가?’

캐스팅을 지켜줄 사람은 없었지만 결계는 있었다.

아마도 결계를 믿고 고위 마법을 시전한 게 분명했다.

지금이 아니라면 고위 마법을 사용할 시간이 없을 테니.

바로 그때였다.

휘익!

토에킨이 해피를 밀쳤다.

옆으로 쭉 밀려난 해피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토에킨을 보았다.

결계를 파괴하라 했는데 왜 자신을 밀친 것인지 해피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해피의 당황은 놀람으로 바뀌었다.

화르륵!

“크아아악!”

토에킨이 불타고 있었다.

문제는 토에킨이 서 있는 자리가 방금 전까지 해피가 서 있던 자리라는 점이었다.

‘마, 말도 안 돼!’

해피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헬 파이어잖아!’

지금 토에킨의 몸을 불태우고 있는 불은 아무리 봐도 헬 파이어였다.

‘시전 시간은? 캐스팅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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