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6
제 546화
544.
“다섯 있습니다.”
“전부 보내.”
“예.”
기로스는 아소멜의 말에 답하며 방에서 나갔다.
아소멜은 기로스가 나가고 생각했다.
‘잘하시겠지.’
해피는 강하다.
그리고 수혁이 나타날 확률이 있기는 했지만 높은 것은 아니었다.
마탑 지부는 성공적으로 박살이 날 것이다.
아소멜은 해피에 대한 걱정을 끝냈고 다시 자리에 앉아 서류 결재를 시작했다.
* * *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독의 마탑 고람 공국 지부장 에라겔은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로 외치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지팡이에서 보라색 연기가 뿜어져 나와 주변에 퍼지기 시작했다.
해피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는 연기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내 연기가 도착한 순간.
스아악!
해피의 몸에서 초록색의 반투명한 보호막이 나타났다.
‘장갑이 없었으면…….’
보호막을 본 해피는 고개를 살짝 내려 양손에 착용하고 있는 장갑을 보았다.
전설 등급의 장갑인 ‘파이라드의 마법 장갑’.
파이라드의 마법 장갑은 마법 공격을 당할 시 100% 확률로 보호막이 생성되는 옵션이 있었다.
재생성 쿨타임이 3시간으로 길기는 하지만 고위 마법사인 에라겔의 마법을 완벽하게 막아주는 것을 보면 수혁의 마법 역시 잘 막아줄 것으로 예상됐다.
‘역시 잘 선택했어.’
해피는 흡족한 미소로 다시 고개를 들어 에라겔을 보았다.
에라겔의 입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지팡이에 달린 수정구에서 빛이 흘러나오더니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강력한 마법을 준비 중인 것이 분명했다.
보호막이 있기는 하지만 굳이 보호막의 내구도를 테스트할 생각은 없었다.
이미 독 마법을 막아준 것으로 충분히 확인됐다.
해피는 에라겔에게 달려들었다.
스악!
에라겔은 더블 캐스팅을 통해 블링크를 시전해 자리에서 사라졌다.
수혁과의 전투를 위해 마법사들의 전투에 대해 수없이 공부한 해피였다.
그리고 이론뿐만 아니라 앞서 죽인 마법사들과의 전투에서 실전 역시 겪었다.
해피는 재빨리 움직임을 멈추고 주변을 확인했다.
그리고 구석에 나타난 에라겔을 향해 단검 투척 스킬을 시전했다.
엄청난 속도로 단검이 날아갔다.
에라겔은 미간을 찌푸리며 지팡이를 내밀었다.
그러자 지팡이에서 독으로 이루어진 용이 튀어나왔다.
용은 입을 쩍 벌린 채 해피를 향해 날아갔다.
해피는 날아오는 독룡을 보며 씨익 웃었다.
에라겔에게 던진 단검은 마법사와의 전투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단검이었다.
이내 독룡이 단검을 집어삼켰다.
스아악!
그 순간 단검에 붉은빛이 서렸다.
단검은 그대로 독룡의 꼬리를 뚫고 에라겔에게 날아갔다.
그뿐만이 아니다.
계속해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단검과 달리 독룡은 그대로 사라졌다.
“……!”
에라겔은 독룡이 사라지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완벽히 완성된 마법은 아니었지만 거의 완성됐다고 할 수 있었다.
‘보통 단검이 아니다!’
에라겔은 보호막을 시전했다.
이내 보호막에 단검이 작렬했다.
쩌적!
“크윽!”
단검이 작렬한 순간 보호막에 금이 쩍쩍 나타났다.
그리고 마나를 끊임없이 주입하고 있던 에라겔은 짧게 비명을 내뱉었다.
툭
이내 보호막을 뚫지 못한 단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에라겔은 안도하며 해피를 응시했다.
“……!”
그리고 에라겔의 표정에 당황과 놀람이 나타났다.
해피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어딜 보는 거야?”
그 순간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고 에라겔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호막을 향해 날아오는 단검과 해피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에라겔은 재빨리 지팡이를 휘둘렀다.
쩡!
그러나 그전에 보호막에 해피의 단검이 작렬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앞서 단검을 막느라 금이 쩍쩍 가 있던 보호막은 해피의 단검에 의해 박살이 났고.
“크억!”
에라겔은 역류하는 마나에 움찔하며 다시 한번 비명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보호막을 파괴한 해피의 단검이 에라겔에게 작렬했다.
[독의 마탑 고람 공국 지부장 에라겔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독의 마탑과의 적대도가 상승합니다.]
이내 에라겔이 쓰러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해피는 에라겔의 시체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혼자서도 충분하구만!”
직업 상성 때문인지 고독 길드 때보다 공략이 훨씬 쉬웠다.
해피는 싱글벙글 미소를 지은 채 방을 나섰다.
그리고 해피의 앞에 토에킨이 나타났다.
토에킨뿐만이 아니었다.
다섯 명이 더 나타났다.
“……!”
갑작스레 추가된 인원에 해피는 경계했다.
그러나 경고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고 토에킨과 함께 나타났으며 다섯 중 한 명을 암당 본부에서 본 적 있던 해피는 적이 아님을 깨닫고 경계를 누그러뜨렸다.
“본부에서 보낸 추가 호위들입니다.”
토에킨이 말했다.
“……본부에 전하셨군요.”
해피는 토에킨의 말에 토에킨이 암당에 자신의 목적지를 보고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토에킨이 해피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닙니다.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해졌네요.”
해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호위는 많을수록 좋다.
“그럼 다음 목적지로 가죠.”
해피는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 *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특수 퀘스트 ‘무한한 체력’이 생성되었습니다.]
책을 덮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자리에서 일어나던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순간 멈칫했다.
‘무한한 체력?’
꽤나 시선을 끄는 퀘스트명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당장 퀘스트를 깰 생각이 없는 수혁이었다.
수혁은 책들을 반납한 뒤 다음 책을 가지러 책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책장에 도착한 순간.
-연중 : 수혁아.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도착했다.
-수혁 : 응, 5천계 끝난 거야?
수혁은 연중의 귓속말에 답을 보냈다.
현재 연중과 사냥왕은 5마계 퀘스트를 끝낸 뒤 5천계로 넘어가 영물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연중 : 아니, 지금 한창 하구 있지.
-연중 : 지금 중앙 마탑에서 연락이 왔어.
-연중 : 널 급히 찾고 있는데?
-수혁 : 급히?
-연중 : 어, 엄청 심각한 일이 생겼나 봐.
-연중 : 아무래도 아까 내가 말한 그 일 때문인 것 같은데?
수혁은 5시간 전 연중과 나눴던 귓속말을 떠올렸다.
‘독의 마탑 지부가 습격당했다고 했지.’
누군가가 독의 마탑 지부를 습격했다.
그리고 지부에 있던 모든 이들을 죽이고 사라졌다.
중앙 마탑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기에 수혁은 과장된 것이라 생각하고 넘겼다.
그런데 지금 중앙 마탑에서 연락이 왔다.
만약 중앙 마탑에서 연락한 이유가 독의 마탑 지부 때문이라면?
-수혁 : 가서 알아봐야겠다.
-수혁 : 고마워.
귓속말을 끝낸 수혁은 다시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차원 도서관에서 나와 워프 마법진을 통해 마탑으로 워프했다.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자신의 방이 아닌 코알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끼이익
수혁은 노크 후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수혁은 심각한 표정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코알을 볼 수 있었다.
“헛, 오셨군요!”
코알은 수혁을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책상 위에서 서류를 몇 장 들고 다급히 수혁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 생긴 거죠?”
수혁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코알에게 물었다.
“지부들이 습격당했습니다.”
“지부들이요?”
코알의 답에 수혁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독의 마탑 지부가 습격당한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코알의 답을 들어보면 습격당한 곳이 한 곳이 아닌 것 같았다.
“예.”
코알이 고개를 끄덕이며 들고 온 서류를 내밀었다.
수혁은 서류를 받아 확인했다.
가장 첫 장은 연중에게 들어 미리 알고 있던 독의 마탑 고람 공국 지부 습격에 대해 쓰여 있었다.
수혁은 차근차근 서류들을 확인했다.
서류를 확인하던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빛의 마탑, 물의 마탑, 바람의 마탑, 대지의 마탑…….’
빛의 마탑 오이덴 공국 지부.
물의 마탑 파일라비 왕국 지부.
바람의 마탑 데빈 공국 지부.
대지의 마탑 데빈 공국 지부.
총 네 곳이 더 습격을 당했다.
‘잠깐…….’
서류를 읽던 중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혼자서 습격했다는 게 진짜입니까? 다섯 곳을?”
수혁이 고개를 갸웃거린 이유, 그 이유는 바로 지부 다섯 곳을 습격한 이가 한 사람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예…….”
코알은 수혁의 물음에 답한 뒤 눈치를 살폈다.
‘NPC인가? 설마 크라스?’
수혁은 코알의 답에 다시 서류를 보며 생각했다.
도대체 지부를 습격한 존재가 누구일까?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크라스였지만 장경우와 나눴던 대화를 생각하면 크라스가 지부를 습격했을 확률은 낮았다.
흑월대도 마찬가지다.
흑월과 마찰이 없을 것이라고 확언을 했던 장경우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습격을 한 것일까?
그것도 한 곳도 아니라 다섯 곳을?
“그리고…….”
눈치를 살피던 코알이 입을 열었다.
수혁은 다시 고개를 들어 코알의 말을 경청했다.
“그자가 마탑장님에게 남긴 편지가 있다고 합니다.”
“편지요? 저한테?”
코알의 말에 수혁은 또다시 반문했다.
“예, 혹시 몰라 제가 먼저 확인을 했는데…….”
말끝을 흐린 코알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이어 말했다.
“리더 길드의 마스터 연중 님의 쪽지함을 확인하면 알 수 있을 것이란 내용이 쓰여 있었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
수혁은 코알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유저가 벌인 짓이라고?’
연중의 쪽지함은 공식 홈페이지의 쪽지함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즉, 이번 지부 습격 사건을 벌인 이는 ‘유저’가 분명했다.
‘유저 중에 혼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유저가 있었나?’
지부에 마법사의 수가 적기는 하지만 결코 얕볼 수 없다.
거기다 지부장들이 죽은 곳도 있었다.
연중이라고 해도, 사냥왕이라고 해도 혼자서 지부를 습격해 괴멸시키는 것은 힘들었다.
그것도 단시간 내에 다섯 곳을 괴멸시키는 것은 더더욱.
“지금 추가로 습격당한 곳은 없나요?”
생각에 잠겨 있던 수혁은 코알에게 물었다.
“아직은 보고 들어온 곳이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방에 있을 테니 공격받는 곳이 있으면 바로 알려주세요.”
“예, 마탑장님.”
코알의 답을 듣고 수혁은 방에서 나왔다.
-수혁 : 연중아.
그리고 수혁은 자신의 방으로 향하며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연중 : 응.
-수혁 : 하나 부탁할 게 있는데.
-연중 : 부탁?
-수혁 : 어, 잠시 로그아웃할 수 있어?
지부를 습격한 유저는 연중에게 쪽지를 보냈다고 했다.
수혁은 연중에게 쪽지함을 확인해달라는 부탁을 할 생각이었다.
-연중 : 무슨 일인데?
평소 부탁을 하지 않던 수혁이 무슨 부탁을 하려는 것인지 궁금했다.
-수혁 : 지금 지부 다섯 곳이 습격당했는데 습격한 게 유저야.
수혁은 방금 전 코알에게 들어 알게 된 이야기를 전했다.
-연중 : 엥? 유저? 유저가 습격을 했다고? 지부를?
-수혁 : 어, 그런 것 같아. 너한테 쪽지 보냈다고 하는데 쪽지함 한 번만 확인해 줄 수 있냐?
-연중 : 어어, 마침 휴식 타임이었으니까 바로 확인해줄게! 잠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