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2
제 542화
540.
이내 차원 도서관에 도착한 수혁은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수혁이 책장이나 책상이 아닌 컴퓨터로 향한 이유.
그것은 바로 신간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출발 직전 컴퓨터에서 알람이 울렸다.
처음 듣는 소리였기에 수혁은 무슨 소리인지 확인을 했었고 그것이 신간이 들어왔을 때 울리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두 권이 추가된 게 아니었다.
출발해야 했기에 모든 신간을 확인하지 못했고 수혁은 다급히 마계에 다녀온 것이다.
이내 컴퓨터 앞에 도착한 수혁은 바로 신간 목록을 확인했다.
-포스 마스터 2부
-러너 뛰는 자
-황제가 가출했다
-피싱 낚는 자
-로딘
-칭호왕
-영약 제조사
.
.
‘호오, 『포스 마스터 2부』에 『러너 뛰는 자』까지 나왔어?’
목록에는 눈에 익은 책들도 있었다.
‘좋네, 좋아.’
이내 모든 신간을 확인한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흐뭇함이 듬뿍 담긴 표정으로 걸음을 옮겨 책장으로 향했다.
책장에 도착한 수혁은 여태껏 그래왔듯 책을 들고 책상으로 돌아와 독서를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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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가 1 상승합니다.]
[특수 퀘스트 ‘아이벡의 유산’이 생성되었습니다.]
책을 읽자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지혜가 올랐고 특수 퀘스트도 생성됐다.
그러나 수혁은 메시지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이제 지혜가 오르는 것도, 특수 퀘스트도 수혁의 관심 밖이었다.
오로지 수혁이 확인하는 것은 단 하나, 귓속말뿐이었다.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가져온 책을 다 읽은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반납함에 책을 가져다 놓고 책장으로 향했다.
책장에 도착한 순간.
-연중 : 수혁아.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수혁 : 응.
-연중 : 중앙 마탑에서 연락 왔다.
-연중 :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꽤 중요한 일인 것 같았어.
‘임명 때문인가?’
아직 수혁은 빛의 마탑장을 임명하지 않았다.
차원 도서관에 정신이 팔려 잊고 있었다.
혹시 그것 때문에 코알이 연락을 한 것일까?
그러나 그것이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코알이 그것 때문에 연락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수혁 : 고마워.
연중과의 귓속말을 끝낸 수혁은 다시 뒤로 돌아 책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전에 코알에게서 받은 서류를 꺼내 펼쳤다.
일단 수혁은 중앙 마탑에 가기 전 빛의 마탑장까지 뽑고 갈 생각이었다.
‘누구로 해야 하나…….’
서류에는 수많은 빛의 마탑 마법사들에 대한 정보가 쓰여 있었다.
수혁은 서류에 있는 마법사들의 정보를 보며 고민을 시작했다.
전부 빛의 마탑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로, 누가 마탑장이 되든 뒷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었다.
‘응?’
그러다 문득 시야에 들어온 이름에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름 : 라푸잔
직위 : 라이곤 왕국 지부장 (1등급 마법사)
.
.
수혁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 이는 바로 라이곤 왕국 지부장 ‘라푸잔’이었다.
‘이 사람은…….’
익숙한 이름이었다.
수혁은 인벤토리에서 브리니스에게 받은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서류를 뒤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서류 하나를 들었고 미소를 지었다.
서류에는 ‘라푸잔’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맞네, 똑같은 사람.’
수혁은 코알의 서류와 브리니스의 서류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확인했고 같은 사람임을 확인했다.
‘정리해야겠다.’
브리니스는 흑월과 척을 졌기에 상관없었다.
그러나 라푸잔은 아니었다.
암당의 끄나풀을 마탑 내부에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다.
수혁은 다시 코알의 서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내 서류 확인을 마친 수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으음, 잘 알지를 못하니…….’
빛의 마탑장이었던 기간도 짧았고 그 짧은 기간에도 마탑에 거의 머물지 않은 수혁이었다.
당연히 목록에 있는 이들 중 누가 괜찮은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성격은 또 어떤지 아는 것이 없었다.
‘이분으로 해야겠다.’
어차피 오래 고민한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혁은 서류에 나와 있는 정보를 토대로 제일 괜찮아 보이는 레샤 왕국 지부장 ‘호일리브’를 선택했다.
결정을 내린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차원 도서관에서 나와 워프 마법진을 통해 마탑으로 워프했다.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곧장 중앙 마탑으로 향했다.
이내 목적지에 도착한 수혁은 자신의 방이 아닌 부마탑장 코알의 방으로 갔다.
“헛! 마탑장님!”
마침 방에서 나오고 있던 코알은 수혁을 발견하고 놀란 표정으로 외쳤다.
“안녕하세요.”
수혁은 코알의 외침에 인사로 답했다.
그리고 이어 코알과 함께 방으로 들어가 마주 앉았다.
“페이드 제국, 그리고 용병도시 하드락에서 관계 강화를 제안했습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코알이었다.
“관계 강화요?”
“예, 지금보다 관계를 더 돈독히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마탑장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코알의 말에 수혁은 어째서 코알이 연락을 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강화를 원하는 건가요?”
수혁은 자신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코알에게 물었다.
“하드락에서는 저희 쪽에서 지부를 세워주길 바라고 있고 페이드 제국에서는 황궁으로 중앙 마탑 마법사 파견을 원하고 있습니다.”
물음에 답한 코알은 미소를 지었다.
하드락은 도시지만 도시라 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페이드 제국은 대륙 최강, 최고의 국가라 불리는 곳이었다.
그런 두 곳에서 관계 강화를 원하고 있었다.
수혁이 마탑장이 아니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오히려 지부를 세우기 위해, 파견을 하기 위해서는 중앙 마탑에서 뭔가를 제공해야 했을 것이다.
아니, 수혁이 없었다면 다른 마탑의 눈치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희 쪽에서 요구할 수 있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요?”
수혁은 잠시 생각하다가 코알에게 재차 물었다.
파견과 지부는 페이드 제국과 하드락에서 원하는 것이었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는 법.
“마탑장님의 의중을 몰라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추후 보고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코알의 말에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끄덕임을 멈춘 뒤 이어 말했다.
“빛의 마탑장은 레샤 왕국 지부장 호일리브 님을 임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라이곤 왕국 지부장 라푸잔.”
“……?”
코알은 수혁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빛의 마탑장으로 호일리브를 임명한 수혁이었다.
그런데 또 다른 후보인 라푸잔을 왜 언급한 것일까?
“암당의 끄나풀입니다.”
“……!”
이어진 수혁의 말에 코알은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처리를 할 생각인데 무작정 처리하면 안 될 것 같아서요.”
“…….”
코알은 수혁의 말에 바로 답할 수 없었다.
그 정도로 수혁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예, 바로 처리할 수 있지만 증거가 없다면 뒷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내 정신을 차린 코알이 수혁의 말에 답했다.
“그러면…….”
수혁이 말끝을 흐렸고.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코알이 답했다.
“감사합니다.”
수혁은 코알의 답에 감사를 표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 * *
[알락 부족의 족장 트윈 헤드 오크 파로딩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레벨 업!]
메시지를 본 해피는 바로 캐릭터 창을 열었다.
직업 : 광인
레벨 : 748
경험치 : 0%
생명력 : 294820
마나 : 24840
포만감 : 82%
힘 : 7732 (+1500)
민첩 : 9069 (+2400)
체력 : 4350 (+1300)
지혜 : 1242 (+500)
살의 : 60
보너스 스텟 : 5
“이제 2업이면 30위 안착하겠네.”
현재 해피는 공식 랭킹 32위에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
30위와 31위는 749.
2업만 더 하면 30위가 될 수 있다.
“30위만 찍으면…….”
해피는 히죽 웃었다.
이미 전부터 PK로 이름을 알리고 있던 해피였지만 랭커가 된 지금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홈페이지에 자신에 대한 글이 올라올 때마다 해피는 미친듯한 쾌감을 느꼈다.
“수혁은 얼마나 짜릿했을까.”
해피는 수혁을 떠올렸다.
지금 해피가 받는 관심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관심을 받았던 수혁.
아니, 지금도 수혁은 해피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직업도 알리고 수혁도 꺾으면…….”
해피는 상상했다.
수혁을 꺾고 자신의 직업을 공개했을 때 받게 될 관심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부르르 떨 정도의 행복을 느낀 해피는 민첩에 보너스 스텟을 투자하고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확인을 눌러 드랍 아이템을 습득한 뒤 퀘스트 창을 열었다.
<아소멜의 부탁>
루드모닉 초원에 서식하고 있는 오크들이 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다.
오크들을 처치해 영역 확장을 막아라!
[알락 부족 오크 : 200 / 200]
[알락 부족장 파로딩 : 1 / 1]
퀘스트 보상 : 암당 창고 열쇠
“흐음…….”
퀘스트를 보며 해피는 침음을 내뱉었다.
“왜 사냥 퀘스트만 주는 걸까…….”
최근 들어 아소멜은 암살, 학살 같은 퀘스트가 아니라 몬스터 사냥 퀘스트만을 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좋았지만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니 PK가 그리워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에리멘도 나왔는데 함정엔 언제 빠트리는 거지?”
얼마 전 에리멘이 수련을 마치고 나왔다.
분명 아소멜은 에리멘이 나오는 대로 수혁을 함정에 빠트린다고 했다.
처음에는 에리멘도 휴식을 취해야 하니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시간이 일주일이나 지났음에도 아소멜은 함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넌지시 언급해보았지만 아소멜은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냥 내가 직접 치러 갈까?”
문득 든 생각에 해피는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이미 수혁을 이길 자신이 있었다.
이길 자신이 있음에도 수혁을 치지 않은 것은 아소멜이 말한 함정 때문이었다.
“으음…….”
해피는 침음을 내뱉으며 고민했다.
“그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직접 치자!”
방금 전 상상만으로 느꼈던 짜릿함과 쾌감.
상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직접 느끼고 싶었다.
“어디에 처박혀 있는 건지 알아내야 하는데…….”
물론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수혁의 행방이었다.
죽이려면 일단 만나야 하는데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유명한 유저들은 어딜 가든 홈페이지에 글이 올라온다.
사냥터에서 보았든, 도시에서 보았든.
그런데 수혁은 그런 글이 올라오지를 않았다.
다른 이들과 달리 수혁을 본 이가 거의 없다.
가끔 올라오는 글들은 마탑에서 봤다거나 혹은 거짓이 티 나는 글들이었다.
“중앙 마탑에도 거의 없는 것 같고 어디에 있는 걸까.”
중앙 마탑에 심어놓은 암당의 당원들조차 마탑장인 수혁을 보지 못했다.
도대체 자신의 마탑을 두고 어딜 싸돌아다니는 것인지 살짝 화가 났다.
“그 방법으로 가야겠다.”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100%는 아니지만 100%에 가까운 확률로 수혁을 만날 방법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