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0
제 540화
538.
“……?”
수혁은 사서의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뒤로 돌아섰다.
사서의 얼굴에는 다급함, 당황함이 가득했다.
“불가능하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수혁이 물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입장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사서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용이 가능하다니?
이용이 가능해졌다는 상황이 좋기는 했지만 수혁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아, 그게…….”
사서는 수혁의 물음에 난감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어 말했다.
“가득 찬 건 일반 자리입니다.”
“……일반 자리요?”
“예, 저희 국립 도서관은 일반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일반 자리, 그리고 귀빈들이 이용할 수 있는 특별 자리가 있습니다.”
“아…….”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없던 자리가 갑자기 생긴 이유는 바로 수혁이 보여주었던 모나스 공국 국왕의 증표 때문이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사서가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혁은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이야…….’
이어 도서관 내부를 보게 된 수혁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거의 모든 자리에 사람들이 앉아서 독서를 하고 있었다.
‘정복하는 데 좀 오래 걸리겠는데…….’
수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사람들이 읽고 있는 책 중 반짝이는 책들이 상당했다.
책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내 앞장서서 걷던 사서가 걸음을 멈췄다.
끼이익
그리고 문을 열고 옆으로 비켜섰다.
“이곳입니다.”
수혁은 문 안쪽을 바라보았다.
책상과 의자뿐만 아니라 책장, 그리고 침대까지 보였다.
“필요하신 음료나 식사 등을 말씀해주시면 바로 준비해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이어진 사서의 말에 수혁은 생각했다.
‘이거 완전 소나무 도서관인데…….’
제왕 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는 소나무 도서관이 떠올랐다.
개인 방, 그리고 식사와 음료 제공까지 시스템이 똑같았다.
“그럼…….”
사서가 고개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하고 사라졌다.
수혁은 일단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방 내부를 둘러보았다.
‘진짜 똑같네.’
아무리 봐도 소나무 도서관과 같았다.
수혁은 다시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책을 가지러 책장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야…….’
책장에 도착한 수혁은 다시 한번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수혁이 탄성을 내뱉은 이유는 바로 진열된 책 때문이었다.
책장 곳곳이 비어 있었다.
물론 남아 있는 책들도 많았지만 반짝이는 책은 많지 않았다.
한 책장에 두세 권뿐이었다.
‘여기는 정복을 포기해야 할 것 같은데.’
모나피아 국립 도서관을 정복하려면 하루, 이틀로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 내일까지 있을 곳이었으니까.’
어차피 수혁은 정복할 생각이 없었다.
내일 차원 도서관이 개방된다.
그때까지만 이용하면 된다.
수혁은 책장들을 돌아다니며 반짝이는 책들을 챙겨 방으로 돌아갔다.
* * *
다다다다다다다닥!
장경우는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장경우의 인상은 점점 구겨졌다.
“하아…….”
이내 더 이상 구겨질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장경우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의자에 등을 기대며 중얼거렸다.
“끝이 없구나.”
현재 장경우는 버그를 수정 중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버그라기보다 흑월이 수혁에게 갖고 있는 생각, 적대감 등을 수정 중이었다.
수정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수혁에게 약속을 받았다.
6개월 동안 흑월이나 암당 본부에 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그러나 그것은 먼저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지 오는 공격을 내버려 둔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현재 암당에서는 흑월의 강자들을 모아 수혁을 공격하려 하고 있었다.
즉, 이대로 가면 흑월의 강자들은 전부 수혁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원래는 그냥 내버려 두려고 했다.
그러나 상황이 변했으니 그냥 내버려 둘 필요가 없었다.
함정을 없애고 적대감을 줄인다면?
메인 에피소드는 조금 더 오랜 시간 버틸 수 있을 것이었다.
아니, 수혁이 보여준 차원 도서관에 대한 관심을 생각하면 메인 에피소드는 이제 예상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의자에 몸을 맡긴 채 휴식을 취하고 있던 장경우는 이내 휴식을 끝내고 몸을 세웠다.
다다다다닥!
그리고 다시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키보드를 두들기며 장경우는 빠르게 흑월, 암당의 주요 간부들의 생각을 수정했다.
그렇게 한참 작업을 하던 중 장경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해피는 어떻게 하냐…….”
해피는 유저였다.
NPC들과 달리 수정이 가능한 존재가 아니었다.
함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면 모를까 이미 해피는 아소멜에게 함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상황이었다.
함정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해피는 아소멜에게 물을 수 있다.
왜 수혁을 함정에 빠트리지 않느냐고, 미끼를 던지지 않느냐고.
한두 번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만약 계속해서 해피가 함정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 아소멜은 힘을 모아 수혁을 공격하려 할 것이다.
즉, 장경우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아니야, 지금 열심히 사냥 중이니까.”
해피는 최근 들어 사냥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장경우는 아소멜을 통해 해피가 함정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하게 끊임없이 퀘스트를 주고 있었다.
어차피 해피는 함정에 참여하지도 않는다.
지금처럼 계속해서 퀘스트를 준다면 해피가 먼저 함정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일은 없을 것이었다.
장경우는 해피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마음 편히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한참 키보드를 두들기던 장경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끝!”
드디어 수정이 끝났다.
장경우는 오랜 시간 의자에만 앉아 있어 굳어진 몸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이제 좀 제대로 휴식을 취해볼까.”
그리고 침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잠깐잠깐 휴식을 취하긴 했지만 제대로 된 휴식이 아니었다.
피곤을 날리기 위해서는 진짜 휴식이 필요했다.
“아…….”
그러나 문득 든 생각에 장경우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뒤로 돌아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드래고니아도 수정해야겠지.”
생각해보니 수정해야 할 게 더 있었다.
바로 라스칼이었다.
* * *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
입구를 나서자마자 엄청난 함성이 들려왔다.
수혁은 들었던 대로 걸음을 옮겨 단상 위로 올라갔다.
‘이제 소감만 말하면 끝이구나.’
드디어 계승식의 마지막이었다.
소감을 끝으로 계승식 역시 끝이 난다.
단상 위에 도착한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이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내 수혁이 입을 열었다.
“…….”
“…….”
“…….”
소감이 벌써 끝났을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말 그대로 순간이었다.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
다시 함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수혁은 단상에서 내려왔다.
단상 아래로 내려온 수혁은 중앙 마탑으로 이어진 입구로 걸음을 옮기며 메시지를 보았다.
[중앙 마탑장이 되셨습니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온 수혁은 바로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두 번째 조건’을 확인했다.
<두 번째 조건>
두 번째 자물쇠를 열기 위해서는 중앙 마탑의 마탑장이 되어야 한다.
중앙 마탑의 마탑장이 되어라!
[중앙 마탑장 : O]
퀘스트 보상 : 자물쇠 개방
‘됐다.’
완료 버튼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당장 완료하고 차원 도서관에 가고 싶었지만 아직 남아 있는 일이 있었다.
바로 코알과의 대화였다.
수혁은 모든 일을 마친 뒤 아공간으로 넘어가 차원 도서관 앞에서 퀘스트를 완료할 생각이었다.
마지막을 직접 보고 싶었다.
얼마 뒤 수혁은 새로운 자신의 방에 도착했다.
중앙 마탑장이란 자리가 일반 마탑장보다 높은 위치에 있기 때문일까?
방이 3배는 더 컸다.
수혁은 책상 앞에 앉아 코알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똑똑
“마탑장님, 코알입니다.”
얼마 뒤 노크와 함께 코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수혁의 말에 코알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고생하셨습니다. 마탑장님.”
코알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수혁 역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그리고 이어 수혁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우선 제가 해야 할 일이 빛의 마탑장 임명 맞죠?”
빛의 마탑장이었던 수혁이 다시 중앙 마탑장이 되어 빛의 마탑장 자리가 공석이 되었다.
예전이라면 빛의 대회를 통해 마탑장을 선출했겠지만 중앙 마탑장이 있는 지금은 빛의 대회를 통한 선출이 불가능했다.
“예, 맞습니다.”
“목록을 볼 수 있을까요?”
“여기 있습니다.”
수혁의 물음에 코알은 가지고 온 서류를 건넸다.
“감사해요. 추후 정해지면 다시 말씀드릴게요.”
“예, 마탑장님.”
“그리고 한 가지 여쭤볼 게 있는데요.”
“말씀하시지요!”
“마탑 도서관 말고 도서관이 하나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말끝을 흐린 수혁은 코알을 보았다.
마탑에는 마탑 도서관 말고 도서관이 하나 더 존재했다.
중앙 마탑장만 갈 수 있는 도서관.
라피드의 책이 가득한 도서관.
물론 라피드의 책은 차원 도서관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책이 있는 곳에서 라피드의 책을 찾는 것도 힘들 것이고 도서관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궁금해서 가보고 싶었다.
“아아, 중앙 도서관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탄성을 시작으로 말을 꺼낸 코알은 말끝을 흐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오른쪽 끝에 자리 잡고 있는 책장으로 다가갔다.
“설마 거기에…….”
수혁이 중얼거렸다.
“예, 맞습니다.”
코알은 중얼거림에 답하며 세 번째 줄 중간에 자리 잡고 있던 붉은색 책을 반 정도 꺼냈다.
덜컹 끼이익
그러자 책장 안 속에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책장이 옆으로 움직이며 새로운 통로가 나타났다.
“이곳이 바로 중앙 도서관 입구입니다.”
그리고 코알이 책을 도로 넣자 책장이 움직여 입구를 가렸다.
“감사해요.”
“아닙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예,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수혁의 인사를 받으며 코알은 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수혁은 책장을 바라보다가 아공간으로를 시전했다.
중앙 도서관도 궁금했지만 차원 도서관이 우선이었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수혁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곧 목적지에 도착한 수혁은 걸음을 멈추고 활짝 미소를 지었다.
단 하나의 자물쇠만 남아 있었다.
자물쇠를 보며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두 번째 조건’을 완료했다.
[퀘스트 ‘두 번째 조건’을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하자 자물쇠가 사라졌다.
수혁은 문 앞으로 다가갔다.
“후우…….”
그리고 기대감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숨을 내뱉으며 문을 열었다.
끼이익
문이 열렸고 안을 확인한 수혁은 렉이 걸린 듯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안을 바라볼 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