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2
제 532화
530.
“혹시…….”
수혁의 말에 카코는 말끝을 흐리며 수혁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볼 수 있을까요?”
“…….”
수혁은 카코의 말에 잠시 머뭇거렸다.
“네.”
그리고 이내 답했다.
거짓을 섞었다.
그러나 수혁이 말한 거짓은 아티펙트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지 아티펙트 존재 자체가 거짓은 아니었다.
실제로 하비의 ‘마나 번’에 대응할 수 있는 아이템을 수혁은 가지고 있었다.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마계 창고에서 얻었던 전설 등급의 장비 아이템 ‘보호의 성배’를 꺼냈다.
보호의 성배는 참으로 특이한 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장비 분류는 방패이며 옵션은 마나 번, 화상, 동상 등 특수 공격에 대한 데미지를 30%나 감소시켜주는 아이템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수혁은 성배를 카코에게 건넸다.
카코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성배를 받아 확인하기 시작했다.
“오오오.”
성배를 확인하던 카코가 감탄을 내뱉었다.
“엄청난 녀석이네요.”
확인을 마친 카코가 감동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하며 성배를 다시 건넸다.
“감사해요.”
“아닙니다.”
수혁은 카코의 감사 인사와 함께 성배를 받았다.
“이제 시작해도 될까요?”
그리고 성배를 인벤토리에 넣은 수혁은 카코에게 물었다.
“네! 가시죠!”
카코는 수혁의 물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혁은 카코의 뒤를 따랐고 얼마 뒤 워프 마법진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럼.”
워프 마법진 위로 올라가며 수혁은 카코에게 인사했다.
스아악
[대지의 길 - 첫 번째 관문에 입장하셨습니다.]
[출구를 찾아 탈출하십시오.]
그리고 이어 마법진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고 수혁은 대지의 길 첫 번째 관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 후 주변을 확인한 수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미궁인가.’
높게 솟아오른 벽들, 그리고 출구를 찾아 탈출하는 것.
이 두 가지로 보아 대지의 길 첫 번째 관문은 미궁임이 분명했다.
수혁은 일단 갈림길이 나오기 전까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파괴하고 전진할 수는 없나?’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걸음을 멈췄다.
생각해 보니 출구를 찾아 탈출하라고 했지 미궁을 탈출하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법 역시 다른 속성이 사용 불가능한 것이지 대지 속성은 사용 가능했다.
생각을 마친 수혁은 입을 열었다.
“스톤 스피어.”
돌로 만들어진 창이 나타났고 미궁의 벽을 향해 날아갔다.
쾅! 쩌저적
굉음과 함께 미궁의 벽이 무너져 내렸다.
‘될 것 같은데.’
무너져 내린 미궁의 벽은 복구되지 않았다.
‘되네.’
수혁은 계속해서 벽을 향해 대지 속성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쾅! 쩌저적
쾅! 쩌저적
마법이 한 번 시전될 때마다 벽들이 사라졌다.
그렇게 미궁은 서서히 무너져갔다.
‘저긴가?’
한참 미궁을 무너트리던 수혁은 이내 출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 * *
“정말…….”
라피드의 분신이 말했다.
“강하구나.”
그리고 라피드의 분신이 쓰러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라피드의 분신[대지]가 소멸되었습니다.]
[대지의 길 - 여섯 번째 관문을 통과하셨습니다.]
[대지의 길 - 보상의 방으로 워프합니다.]
[대지의 증표를 획득합니다.]
[보상 상자를 선택해주십시오.]
[획득 가능한 상자 : 1]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상자의 단어를 확인했다.
이번 상자들은 공격, 범위, 지속이었다.
[범위 상자를 획득하시겠습니까?]
[대지의 수정 - 범위를 획득합니다.]
[대지의 수정 - 범위를 사용하셨습니다.]
[영구적으로 대지 속성 스킬 범위가 5% 증가합니다.]
이번에도 수혁은 범위를 선택했다.
수정을 통해 스킬 범위를 증가시킨 수혁은 워프 마법진을 통해 대지의 마탑으로 워프했다.
대지의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카코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어둠의 길에 도전하기 위해 어둠의 마탑으로 향했다.
얼마 뒤 어둠의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어둠의 마탑장 케피르를 만날 수 있었다.
“벌써 대지의 길을 통과하고 온 건가요?”
케피르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네.”
“엄청나네요.”
수혁의 답에 케피르는 여전히 놀람이 가득한 눈빛으로 수혁을 바라보았다.
측정불가의 재능으로 마탑을 뒤집어 놓았던 수혁.
‘얼마나 재능이 뛰어나면…….’
수혁은 마법사가 된 지 수십 년이 흐른 게 아니었다.
수년이 흐른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마탑의 아니, 대륙의 그 어떤 마법사보다 뛰어난 마법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성장이라 할 수 있었다.
마탑장들도 하나같이 미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수혁의 재능을 생각하면 무능이란 단어가 생각 날 정도였다.
‘대마도사 라피드 님의 재능이 이러했겠지…….’
케피르는 수혁을 보며 마탑을 세운 라피드를 떠올렸다.
당시 대마도사라 불리던 마법사들에게 절망감과 존경을 동시에 받았던 라피드.
수혁을 통해 케피르는 라피드를 보았던 당시 대마도사들의 기분이 어땠을지 느낄 수 있었다.
“…….”
케피르의 말에 수혁은 멋쩍은 미소를 지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케피르가 재차 말했다.
“전기의 길까지 도전할 생각이죠?”
이미 전기의 길 준비가 끝났음을 들은 케피르였다.
얼마 전 물, 환상, 바람의 길을 하루 만에 전부 통과한 수혁이었다.
전과 마찬가지로 오늘 역시 세 개의 길을 통과하려는 게 아닐까 싶었다.
“예.”
수혁이 답했다.
그리고 수혁의 답을 들은 케피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빨리빨리 움직여야겠네요.”
케피르는 수혁에게 말하며 앞장서 걸음을 옮겼고 수혁은 그 뒤를 따랐다.
[어둠의 길 - 첫 번째 관문에 입장하셨습니다.]
[출구를 찾아 탈출하십시오.]
그리고 수혁은 워프 마법진을 통해 어둠의 길 첫 번째 관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도착함과 동시에 수혁은 암화와 암운을 소환했다.
어둠의 자식은 어둠 속성 스킬이었다.
즉, 어둠의 길은 암화, 암운과 함께 진행이 가능한 것이다.
이내 암운과 암화가 소환됐다.
그리고 수혁은 암운과 암화의 반응에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어?”
“응?”
암운과 암화는 주변을 둘러보며 놀라고 있었다.
“왜 그래?”
수혁이 물었다.
“그게…….”
암운이 말끝을 흐렸고 암화가 이어 말했다.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어요. 마치 전에 와 본 듯한…….”
“……그래?”
수혁은 암화의 말에 반문하며 생각했다.
‘뭔가 있을 것 같은데.’
괜히 암화와 암운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닐 것이다.
‘뭐가 있는 걸까.’
그 ‘무언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음 관문들을 향해 넘어가야 할 것이다.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2m 밖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둠이 가득했다.
“이곳 어딘가에 출구가 있을 거야.”
수혁이 말했다.
“저기 있어요.”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암화가 손을 들어 왼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둠의 자식인 암화에게 어둠은 시야에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다.
수혁은 고개를 돌려 암화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당연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암운이 우렁찬 외침과 함께 성큼성큼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수혁과 암화는 암운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얼마 뒤 수혁은 출구에 도착할 수 있었고 두 번째 관문으로 워프했다.
두 번째 관문에 도착한 수혁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둠의 길 - 두 번째 관문에 입장하셨습니다.]
[어둠의 자식들에게서 어둠의 열쇠를 얻어 탈출하십시오.]
두 번째 관문은 어둠의 자식과 관련된 관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둠만이 가득했던 첫 번째 관문과 달리 두 번째 관문은 밝았다.
물론 마냥 밝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수혁이 서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바닥에 어둠이 가득했다.
‘어둠의 자식들이 있겠지?’
수혁은 바닥을 보며 생각했다.
두 번째 관문은 어둠의 자식들에게서 어둠의 열쇠를 얻는 것.
아마 바닥에는 어둠의 자식들이 있을 것이었다.
“암화야.”
수혁은 암화를 불렀다.
“네, 아버지.”
“바닥에 있는 애들이 느껴지니?”
“네, 부를까요?”
“……!”
그리고 이어진 암화의 답에 수혁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부를 수 있어?”
“네, 동생들이니까요.”
암화는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하기야 암화와 암운 역시 어둠의 자식이었다.
그것도 최상급 어둠의 자식이었다.
바닥에 있는 어둠의 자식들이 어떤 등급일지는 모르지만 암화와 암운보다 높지는 않을 테고, 그들의 말을 듣는 것도 이상할 것 없었다.
“그럼 불러 줄래?”
“네.”
암화는 수혁의 말에 답한 뒤 이어 검은 바닥을 바라보며 말했다.
“얘들아.”
그러자 놀라운 상황이 벌어졌다.
스윽 스윽 스윽
바닥에서 어둠의 자식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급, 상급 등 다양했다.
그리고 모든 어둠의 자식들이 등장했을 때 암운이 외쳤다.
“아버지에게 인사!”
암운의 외침에 어둠의 자식들은 저마다 ‘인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어둠의 자식들의 인사를 받은 수혁은 본론을 꺼냈다.
“열쇠 가지고 있는 사…….”
그러나 도중에 말을 멈췄다.
어둠의 자식들이 사람이 아니라서 무어라 불러야 할지 문득 고민이 됐다.
“열쇠 가지고 있는 아이?”
물론 그리 중요한 고민은 아니었기에 고민은 금방 끝났다.
그리고 수혁의 말에 뒤쪽에 있던 상급 어둠의 자식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손에는 검은색 열쇠가 쥐어져 있었다.
“고마워.”
수혁은 열쇠를 받은 뒤 손으로 상급 어둠의 자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가자.”
그리고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을 지나 반대편에 있는 출구로 향했다.
출구로 걸음을 옮기며 수혁은 생각했다.
‘너무 쉽게 쉽게 진행되는 것 같은데.’
무난하게 관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앞서 통과했던 길들 역시 크게 문제가 됐던 관문은 없었지만 어둠의 길은 특히 더 쉬운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암화와 암운 때문임이 분명했다.
[어둠의 길 - 세 번째 관문에 입장하셨습니다.]
이내 세 번째 관문에 도착한 수혁은 실소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어둠의 자식들의 공격을 피해 탈출하십시오.]
세 번째 관문 역시 탈출이었다.
‘너무 쉽잖아…….’
문제는 어둠의 자식들의 반응이었다.
두 번째 관문의 어둠의 자식들과 달리 세 번째 관문의 어둠의 자식들은 이미 모습을 드러낸 상황이었다.
아마도 공격을 해야 하기 때문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어둠의 자식들은 수혁을 바라볼 뿐 공격을 하지 않았다.
뒤에 서 있는 암운과 암화 때문임이 확실했다.
‘완전 하이패스인데?’
수혁은 멀뚱멀뚱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어둠의 자식들을 지나 출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후 네 번째, 다섯 번째 역시 암화와 암운 덕분에 수혁은 단 한 번의 멈춤도 없이 쭉쭉 걸음을 옮겨 통과할 수 있었다.
여섯 번째 관문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후예인가?”
분신이 말했다.
“처리할까요?”
그리고 암화가 수혁에게 물었다.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암화와 암운이 분신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