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522화 (522/553)

# 522

제 522화

520.

“다행이구나.”

파비앙은 수혁의 말에 걱정을 덜고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오늘 얻은 물의 증표, 환상의 증표, 바람의 증표를 꺼내 보여주었다.

“호오, 이렇게 생겼었군!”

다른 길의 증표를 본 적 없던 파비앙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증표들을 보았다.

“아!”

증표를 보던 파비앙이 탄성을 내뱉었다.

“…….?”

수혁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파비앙이 이어 말했다.

“전기의 길 날짜가 나왔어.”

바람의 길 준비가 끝나고 파비앙은 수혁이 말한 전기의 길 준비를 요청했다.

그리고 방금 전 전기의 마탑에서 연락이 왔다.

“언제죠?”

“5일, 5일이면 준비가 끝난대.”

“생각보다 빠르네요?”

수혁은 반문했다.

다른 마탑과 달리 전기의 길은 도전자가 마탑 역사상 단 두 명뿐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걸리는 시간이 고작 5일이라니?

“도전은 안 했지만 주기적으로 정비를 했던 모양이야.”

“아하.”

어째서 5일인지 이해한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끄덕임을 멈춘 뒤 말했다.

“저도 하나 말씀드릴 게 있어요.”

“……?”

이번에는 파비앙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수혁이 이어 말했다.

“하디락 님이 어둠의 길을 준비해주시기로 하셨어요.”

“……하디락 님이?”

파비앙은 수혁의 말에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 뜬금없었다.

바람의 마탑장 하디락.

파비앙은 하디락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호탕해 보이지만 냉정한 이가 바로 하디락이었다.

하디락이 무슨 이유로 수혁을 도우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네, 그게…….”

이미 파비앙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던 수혁은 하디락과 나눈 이야기를 파비앙에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파비앙은 어째서 하디락이 수혁을 돕는지 알 수 있었다.

이후 라스칼, 암당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눈 뒤 수혁은 독의 마탑에서 나와 빛의 마탑으로 향했다.

‘대지의 길은 얼마나 걸리려나.’

하디락이 어둠을, 파비앙이 전기를 해주기로 했고 수혁은 대지의 길에 도전할 생각이었다.

전기의 길만큼은 아니지만 대지의 길 역시 오랜 시간 도전자가 없었다.

준비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궁금했다.

이내 빛의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헥솔의 방으로 향했다.

“마탑장님! 축하드립니다! 전부 통과하실 줄 믿고 있었습니다!”

수혁을 본 헥솔이 활짝 웃으며 외쳤다.

헥솔의 반응에 수혁은 3개 마탑의 길을 통과한 것이 전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수혁은 감사를 표한 뒤 본론으로 들어갔다.

“대지의 마탑에 전해주세요. 대지의 길에 도전하겠다고. 그리고 하디락님이 서신을 보내실 거예요. 당분간 자리를 비울 예정인데 서신이 도착하면 페이드 제국 리더 길드로 전해주세요. 대지의 길 날짜도요.”

“예, 알겠습니다!”

헥솔의 답을 듣고 수혁은 방에서 나왔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그리고 방에서 나오자마자 ‘아공간으로’를 시전했다.

당분간 할 일이 없었다.

연중과 사냥왕은 아직 7천계를 진행 중이었고 도망친 드래고니아의 장로들은 위치 파악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할 만한 일이 일곱 번째 메인 에피소드의 마지막 챕터인데 본대도 아니고 잔당을 굳이 시간 들여 잡고 싶지는 않았다.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페이델리아로 워프했다.

그리고 황궁 도서관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황궁 도서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서관에 도착한 후 수혁의 표정에 아쉬움이 나타났다.

‘여기도 조만간 안녕이구나.’

수혁이 아쉬워한 이유는 바로 책장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 때문이었다.

많은 책이 빛을 잃었다.

그리고 조만간 모든 책이 빛을 잃을 것이다.

즉, 조만간 정복이 되는 것이다.

정복되는 날이 오지 않길 바랐던 수혁은 아쉬운 표정으로 책들을 꺼내 책상으로 향했다.

* * *

“야야, 그 이야기 들었냐?”

“무슨 이야기?”

리피오는 루멘의 말에 반문했다.

“수혁!”

“아, 바람의 길 통과한 거?”

“알고 있었구나?”

“당연하지! 나 마탑에 있었잖아.”

“헐, 그 자리에 있었어?”

“응! 생각보다 난이도가 쉬운지 표정이 무덤덤하더라.”

루멘의 물음에 리피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현재 공식 홈페이지는 수혁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수혁이 마탑의 길을 통과했다는 것과 마탑의 길 통과 시 주어지는 증표를 전부 모을 경우 중앙 마탑장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한 개 마탑의 수장이 된 것도 놀라운데 모든 마탑의 정점이 된다니?

마탑이 어떤 곳인가?

웬만한 국가 이상의 권력을 갖고 있는 곳이었다.

왕국은 상대가 되지 않으며 제국이라고 해도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 바로 마탑이란 곳이었다.

그런 곳의 수장이 유저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유저들은 흥분하고 있었다.

물론 난리가 난 것은 유저들뿐만이 아니었다.

하루에 3개 마탑의 길을 통과했다는 것에 NPC들은 더더욱 놀라고 있었다.

특히나 중앙 마탑의 부마탑장 코알은 놀람을 넘어 감격하고 있었다.

“…….”

코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다문 채 빤히 서류를 바라볼 뿐이었다.

서류의 수는 3개로 바람의 마탑, 환상의 마탑, 물의 마탑에서 온 서류였다.

각기 다른 곳에서 온 서류였지만 서류에는 똑같은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바로 수혁이 마탑의 길을 통과했단 이야기였다.

‘벌써 절반…….’

빛의 길, 독의 길, 물의 길, 환상의 길, 바람의 길.

10개 마탑 중 다섯 곳의 길을 통과했다.

남은 곳 역시 다섯 곳이었다.

‘드디어…….’

여태까지 수혁이 보여준 행보를 보면 남은 다섯 곳 역시 금방 통과할 것이다.

‘중앙 마탑장님이…….!’

마탑의 길을 통과할 때마다 제공되는 증표.

각기 다른 마탑의 증표를 10개 모으면 중앙 마탑장에 도전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하지만 현재 중앙 마탑장 자리는 대마도사 라피드 이후 공석이었다.

즉, 증표를 모아오기만 하면 도전할 필요 없이 중앙 마탑장이 될 수 있다.

코알은 서류를 내려놓으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원래 중앙 마탑은 휘하 10개 마탑을 관리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마탑장의 공석으로 인해 마탑 관리가 아니라 지원만을 담당하는 곳이 되었다.

하지만 수혁이 중앙 마탑장이 된다면?

먼 옛날 라피드가 중앙 마탑장이던 시절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코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으로 다가가 락 마법을 시전했다.

이후 코알은 왼쪽 벽에 걸려 있는 거대한 그림 앞으로 다가갔다.

바닥부터 시작해 천장까지 3m 크기의 거대한 그림이었다.

코알은 그림을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스아악!

그러자 그림이 일그러지며 대대로 부마탑장들에게 이어져 온 비밀 포탈이 나타났다.

코알은 포탈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비밀 공간으로 들어온 코알은 계속해서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뒤 통로 끝에 도착한 코알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책장과 책상, 단 두 개의 가구만이 존재했다.

코알은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책상 위에는 코알의 허리만큼이나 두꺼운 책이 놓여 있었다.

“이제야 주인을 찾아가는구나.”

두꺼운 책의 정체는 대마도사 라피드가 2대 중앙 마탑장에게 남긴 책이었다.

그동안 중앙 마탑장이 선출되지 않아 보관만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주인이 나타날 것 같았다.

코알은 책을 챙긴 뒤 왔던 길을 돌아 걸음을 옮겼다.

준비할 것이 많았다.

* * *

“흐음…….”

해피는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침음을 내뱉게 만든 퀘스트를 보았다.

<직업 퀘스트 – 검은 달의 지배자>

발롬이 준 증표와 지도.

증표를 가지고 지도에 나온 장소로 가 모든 조건을 충족하라!

[퀘스트 ‘두 번째 만남’ : O]

[퀘스트 ‘암당의 지부’ : O]

[퀘스트 ‘암당의 본부’ : O]

[퀘스트 ‘흑월’ : O]

[퀘스트 ‘마스터를 만나다’ : O]

[퀘스트 ‘첫 번째 시험 암살’ : O]

[퀘스트 ‘두 번째 시험 학살’ : O]

[퀘스트 ‘세 번째 시험 대학살 : X]

[퀘스트 ‘검은 달’ : X]

퀘스트 보상 : 직업 – 검은 달의 지배자

“도대체 언제 시작하는 거지?”

퀘스트 ‘수상한 상황, 후퇴’를 완료한 순간 대학살 관련 퀘스트들이 전부 삭제됐다.

당연히 관련 퀘스트가 삭제됐으니 퀘스트 ‘세 번째 시험 대학살’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변화가 없었다.

퀘스트는 그대로였다.

그래서 문제였다.

퀘스트를 완료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 곧 전직이었는데…….”

대학살 퀘스트가 완료되어야 마지막 검은 달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고 전직을 할 수 있다.

전직 생각에 날이 갈수록 기대감이 늘어나던 해피는 지금 상황이 너무나 짜증 나고 답답했다.

“이대로 있으면 안 돼.”

해피는 퀘스트 창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태껏 가만히 앉아 마냥 기다리기만 했다.

하지만 이대로 앉아 기다리다가는 평생 전직을 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해피는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워프 게이트를 통해 암당의 본부로 워프한 후 아소멜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끼이익

해피는 여태껏 그래왔듯 노크 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해피 님?”

아소멜은 놀란 표정으로 해피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셨어요.”

해피는 미소를 지은 채 아소멜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해피와 아소멜은 마주 보고 앉았다.

“여긴 어쩐 일로…….”

자리에 앉은 뒤 먼저 입을 연 것은 아소멜이었다.

아소멜은 말끝을 흐리며 해피의 눈치를 살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궁금해서요.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해서.”

“음…….”

해피의 말에 아소멜은 침음을 내뱉었다.

“그것이…….”

그리고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날 카탈룬에 수혁이 나타났습니다.”

“…….?”

아소멜의 말에 해피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 녀석 마탑에 있었을 텐데?’

대학살의 날에 수혁은 분명 마탑에서 마탑의 길이란 것을 진행 중이었다.

공식 홈페이지에 수많은 이들이 올린 글이니 거짓일 리 없다.

그런데 수혁이 나타났다니?

아소멜이 거짓을 말할 이유도 없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설마 그 먼 거리를 워프로 왔다 갔다 한 것일까?

“그리고 수혁에 의해 해피 님의 호위를 맡았던 흑월대와 암당 당원들이 전부 죽었습니다.”

“……!”

의아해하며 아소멜의 이야기를 듣던 해피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흑월대가?’

수혁이 강한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흑월대와 암당 당원들이 당했다는 것은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기지가 않았다.

암당 당원들이야 당할 수 있다.

수혁은 마탑장의 위치까지 오를 정도로 강했으니까.

하지만 흑월대는 보통 강자들이 아니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은 마탑장이라 하더라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될 정도로 강했다.

그런데 수혁이 흑월대를 몰살시켰다?

그것도 둘이나?

“그래서 모든 계획을 멈췄습니다. 녀석이 또 나타날 수 있었으니까요.”

“……그랬군요.”

해피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해를 했기에 끄덕인 것은 아니었다.

아직까지도 흑월대가 수혁에게 당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해피였다.

“그럼 앞으로의 계획은…….”

해피는 말끝을 흐리며 아소멜을 빤히 보았다.

“조만간 에리멘 님이 수련을 끝내고 나오실 겁니다. 그리고 그때 함정을 파 녀석을 제거할 생각입니다.”

아소멜의 말에 해피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죽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잖아…….’

수혁은 유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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