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4
제 514화
512.
‘찾았다.’
수가 적어 보이긴 했지만 수혁이 말한 이들임이 분명했다.
‘뒤따라 가볼까.’
암운은 은밀히 마차의 뒤를 따랐다.
‘뭐지?’
마차를 따라 움직이던 암운은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차가 향하는 방향에서 암화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조금 더 가자 수혁의 기운도 느껴졌다.
‘이미 찾아낸 건가…….’
아무래도 암화가 먼저 녀석들의 은신처를 찾아낸 듯했다.
‘내가 저쪽 방향으로 갔어야 했는데…….’
암운은 늦었다는 것에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쉬움을 떨쳐낸 암운은 마차와의 거리를 좁혔다.
마차의 목적지를 알게 됐으니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
은밀하게 거리를 좁혔기 때문일까?
마차를 끄는 사내와 여인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마차를 몰며 은신처로 향할 뿐이었다.
마차 근처에 도착한 암운은 사내와 여인을 보며 생각했다.
‘생포해야겠지?’
죽이는 것이 더 편하긴 했다.
그러나 이들의 입에서만 나올 수 있는 정보가 있을 수 있다.
암운은 생포를 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행동에 옮겼다.
스아악
마차의 밑에 인위적인 어둠이 나타났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마차를 끌고 있는 두 마리의 말들이었다.
-히히히히힝!
-히히힝!
온순히 걸음을 옮기던 말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이 녀석들이 갑자기 왜 이래?”
마차를 끌고 있던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외쳤다.
그리고 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고삐를 조절했다.
하지만 이미 놀란 말들은 쉽게 진정하지 않았고 사내는 말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강제로 기운을 뿜어내 말들을 압박했다.
사내의 기운에 날뛰던 말들은 몸이 그대로 굳었고 날뜀을 멈췄다.
“조금 늦겠군.”
날뜀을 멈춘 말을 보며 사내가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잠깐, 밑을 봐요!”
그 순간 여인이 외쳤다.
사내는 여인의 외침에 힐끔 땅을 보았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두웠다.
밤이라 생긴 자연적인 어둠이 아니다.
그림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인위적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어둠에서 어둠이 솟아올랐다.
사내와 여인은 재빨리 마차에서 점프를 했다.
그러나 어둠의 속도는 빨랐고 사내와 여인은 그대로 어둠에 붙잡혔다.
“이게 무슨!”
사내는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자신의 몸을 감싼 어둠을 보며 외쳤다.
당황해하는 사내와 달리 여인은 침착했다.
어둠을 밀어내기 위해 여인은 마나를 끌어 올려 방출했다.
“악!”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마나를 방출하자마자 어둠은 여태껏 봐줬다는 듯 더욱더 큰 힘으로 여인을 압박했고 여인은 고통에 비명을 내뱉었다.
“누, 누구십니까!”
사내는 저항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외쳤다.
‘크라누스의 또라이들인가?’
사내와 여인이 만날 이는 크라누스의 살인마들이었다.
혹시나 마중을 나왔을 수 있고 바르지 않은 정신을 갖고 있는 녀석들이라면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남았다.
“……?”
그러나 아무런 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닌 건가?’
사내가 의아해하던 순간.
암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
사내는 암운을 발견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녀석들이 아니야!’
크라누스의 살인마들을 전부 알고 있는 사내였다.
“누, 누구…….”
사내가 외쳤다.
그러나 사내는 외침을 끝마칠 수 없었다.
암운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스르륵 사내의 눈이 감겼다.
사내뿐만이 아니었다.
고통에 저항하고 있던 여인 역시 눈을 감았다.
사내와 여인을 기절시킨 암운은 다시 한번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사내와 여인의 몸이 내려왔다.
암운은 마차 문을 열었다.
‘무슨 짐이 이렇게 많아?’
마차 안은 짐으로 가득했다.
암운은 짐을 옆으로 밀어 사내와 여인이 들어갈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사내와 여인을 마차에 실은 뒤 문을 닫고 암운은 말들을 몰아 수혁과 암화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암운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건 뭐야?”
암화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뭐기는.”
암운은 암화의 물음에 마부석에서 내려왔다.
“이곳 녀석들과 한패인 것 같아.”
그리고 마차 안에 있던 사내와 여인을 꺼내 땅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쪽으로 가고 있더라고.”
“아…….”
암화는 암운의 말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그리고 암운이 물었다.
“안…….”
암화가 답을 하려던 순간.
동굴 안쪽에서 엄청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
“…….”
암운과 암화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동굴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암운이 입을 열었다.
“그 마법을 사용하신 것 같은데?”
“그런 것 같아.”
“그럼 이제 곧 나오시겠네.”
* * *
.
.
[크라누스의 수장 크라누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퀘스트 창을 열었다.
<크라누스>
동굴 안에는 크라누스의 정예 살인마들이 있다.
크라누스의 정예 살인마들과의 전투에서 생존하라!
[크라누스의 마스터 크라누스 : 1 / 1]
[크라누스 살인마 : 43 / 43]
퀘스트 보상 : ???
‘깔끔하네.’
혹시나 오지 않고 숨어 있는 이가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었다.
수혁은 후련한 표정으로 퀘스트를 완료했다.
[퀘스트 ‘크라누스’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아소멜의 서신을 획득합니다.]
[퀘스트 ‘제보’가 생성되었습니다.]
[일곱 번째 메인 에피소드 ‘대륙의 혼란, 크라누스’의 네 번째 챕터 ‘크라누스를 움직인 곳’이 시작됩니다.]
완료함과 동시에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수혁은 동굴 안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안에 뭔가가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걸음을 옮기며 수혁은 퀘스트 ‘제보’를 확인했다.
<제보>
크라누스는 의뢰를 받고 마탑을 공격했다.
그리고 크라누스의 품에 있던 서신을 통해 당신은 의뢰한 자가 누구인지, 의뢰 내용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의뢰자와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를 찾아 서신을 전달해 제보하라!
[아소멜의 서신 : 1 / 1]
퀘스트 보상 : ???
‘역시 암당이구나.’
예상대로 크라누스를 움직인 것은 암당이었다.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받은 ‘아소멜의 서신’을 꺼냈다.
‘호오.’
아소멜의 서신은 하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고 수혁은 속으로 탄성을 내뱉으며 서신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허.”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이내 서신을 다 읽은 수혁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제국까지 공격하려 했다니.’
서신을 통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암당에서는 크라누스를 이용해 빛의 마탑, 독의 마탑뿐만 아니라 페이드 제국까지 공격하려 했다.
수혁은 서신을 인벤토리에 넣으며 생각했다.
‘페이드 제국이 좋겠지.’
암당과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수혁은 확실한 국가를 하나 알고 있었다.
바로 페이드 제국.
수혁은 페이드 제국의 황제 로일 페이드에게 서신을 전해주기로 결정을 내리고 드랍 창을 확인했다.
크라누스의 살인마들이 어떤 아이템들을 드랍했는지 궁금했다.
.
.
-크라누스의 수급
‘바로 가져다줘야겠네.’
보기에 껄끄러운 드랍 아이템이 몇몇 보였다.
수혁은 확인을 눌러 드랍된 아이템을 습득했다.
그리고 이내 수혁은 동굴의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냥 은신처의 역할만 하고 있었던 건가.’
동굴의 끝은 텅 비어 있었다.
장비라든가 서류 같은 게 조금이나마 남아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수혁은 아쉬운 표정으로 뒤로 돌아 동굴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동굴 입구에 도착한 순간.
“……?”
수혁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지?’
암운이 왔다.
그런데 암운 혼자 온 게 아니었다.
사내와 여인, 그리고 마차가 보였다.
도대체 누구인 것일까?
“고생하셨어요.”
“고생하셨습니다!”
수혁이 오자 암화와 암운이 말했다.
“아니야, 고생은…….”
말끝을 흐린 수혁은 여인과 사내, 마차를 보며 이어 말했다.
“근데 누구야?”
“암운이 데려왔어요.”
암화가 답했다.
“방금 잡으신 녀석들과 한패인 것 같다고…….”
수혁은 암화의 답에 생각했다.
‘크라누스라고?’
한패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수혁은 사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왼쪽 팔목을 확인했다.
상징인 검은 나비가 보이지 않았다.
여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닌 것 같은데.’
수혁은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차를 열었다.
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암당의 보급 마차’가 생성되었습니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사내와 여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사내와 여인은 암당의 당원이었다.
정체를 알게 된 수혁은 퀘스트를 확인했다.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뜻밖의 소득이네.’
* * *
“5개라…….”
말끝을 흐린 장경우는 피식 웃었다.
11개의 챕터를 가지고 있던 일곱 번째 에피소드 ‘대륙의 혼란, 크라누스’.
그러나 크라누스는 수혁에게 박살이 났고 챕터 수는 5개로 절반 이상 줄어버렸다.
이미 시작된 네 번째 챕터를 제외한다면?
남은 챕터는 단 하나.
끝이 다가온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지막 챕터가 수혁이 진행할 것 같지 않다는 것과 많은 유저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것.
띠링!
바로 그때 알림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경우는 확인했다.
‘시작했군.’
알림이 울린 이유는 해피 때문이었다.
수혁 때문에 미루고 미루어졌던 대학살 퀘스트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중간에 잠시 멈춰지겠지.’
물론 장경우는 대학살 퀘스트가 얼마 안 가 멈춰질 것이라 확신했다.
바로 수혁 때문이었다.
대학살 퀘스트는 크라누스와 깊게 연관되어 있었다.
그런데 크라누스가 박살이 났으니 멈춰지는 게 당연했다.
장경우는 다시 수혁에게 집중했다.
지금은 대학살 퀘스트보다 수혁의 행보가 더욱 궁금했다.
“역시 페이드 제국으로 가는 건가?”
크라누스를 박살 낸 뒤 암당의 보급 마차까지 획득한 수혁은 현재 페이드 제국의 수도 페이델리아로 워프해 황궁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마도 황제인 로일 페이드를 만나기 위해서가 분명했다.
“수혁이라면 이 시간에도 만나주겠지.”
늦은 밤이었다.
지금 시간이라면 백작 아니, 후작의 작위를 갖고 있어도 보통 일이 아닌 이상 황제를 만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수혁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로일은 수혁에 대한 신뢰도, 호감도 모두가 100이었다.
수혁이 왔다면 새벽이라도 흔쾌히 미소를 지으며 만날 것이었다.
“역시.”
상황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 * *
“여기 있습니다.”
수혁은 인벤토리에서 아소멜의 서신을 꺼내 로일에게 건넸다.
[퀘스트 ‘제보’를 완료하셨습니다.]
로일이 서신을 받자마자 퀘스트가 완료됐다.
수혁은 로일이 서신을 읽는 것을 지켜보았다.
서신을 읽던 로일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굳어졌던 표정이 구겨졌다.
“감사드립니다.”
이내 서신을 내려놓은 로일이 수혁에게 감사를 표했다.
“수혁 님이 아니었다면 녀석들에게 크게 피해를 받을 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