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3
제 513화
511.
장경우는 챕터의 수를 확인했다.
“줄겠지.”
아직 일곱 번째 메인 에피소드의 챕터 수는 11개였다.
그러나 그것은 크라누스가 아직 박살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수혁을 만나 박살이 난다면?
챕터에는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대폭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막아야 하나…….”
장경우는 공식 홈페이지를 떠올렸다.
앞서 시작된 메인 에피소드들도 그렇지만 이번 일곱 번째 메인 에피소드는 특히나 유저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갑자기 메인 에피소드가 완료된다면?
“…….”
상상을 해본 장경우는 말없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폭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유저들의 폭발을 막자고 수혁의 플레이를 막자니 마음 한구석이 찝찝했다.
거기다 유저들의 플레이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신념을 갖고 있는 장경우였다.
플레이를 막으려면 신념도 버려야 했다.
장경우는 고민했다.
유저들의 원성을 들으며 신념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신념을 버리고 유저들의 원성을 듣지 않을 것인가.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차피 메인만 저기에 있는 거니까.”
수혁이 지금 박살 내려는 이들은 크라누스의 정예들이었다.
유저들이 상대할 크라누스의 살인마들은 대륙 곳곳에 퍼져 있다.
신념을 지키기로 결정 내린 장경우는 수혁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 * *
“찾으면 말해줘.”
“네, 아버지.”
“옙!”
수혁의 말에 암화와 암운이 답했다.
그리고 서로 눈빛을 나누고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뛰어 사라졌다.
‘이쪽으로 가볼까.’
수혁은 암화와 암운이 가지 않은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며 세계 지도 창을 보았다.
‘왜 안 나올까.’
이곳 ‘파라바타 산맥’에 크라누스의 은신처가 있다.
그리고 세계 지도 창에는 파라바타 산맥의 모든 곳이 나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세계 지도 창에는 크라누스의 은신처가 보이지 않았다.
은신처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쿵! 쿵!
발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혁은 발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보았다.
-우어어어!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야에 오우거가 나타났다.
“플레임.”
[플레임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수혁은 바로 플레임을 시전했다.
화르륵!
-우어어…….
불꽃이 나타났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던 오우거는 그대로 주저앉아 죽음을 맞이했다.
이후로도 주기적으로 오우거가 나타났다.
오우거들은 등장함과 동시에 수혁에게 죽임을 당했다.
일곱 번째 오우거가 매직 미사일에 죽음을 맞이했을 때.
“아버지.”
암화가 나타났다.
“찾은 것 같아요.”
수혁은 암화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앞장서 암화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수혁은 그 뒤를 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암화가 걸음을 멈췄다.
수혁은 전방을 보았다.
전방에 동굴 하나가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는 누군가 경계를 서고 있었다.
“처리할까요?”
“응, 은밀하게.”
암화의 물음에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혁의 답에 암화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암화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사내의 그림자였다.
사내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암화는 그대로 사내의 등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암화의 손이 등에 닿은 순간 사내의 가슴에서 어둠의 창이 튀어나왔다.
“……!”
지루한 표정을 지은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사내는 두 눈을 크게 뜬 채 고개를 내려 자신의 가슴을 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쓰러졌다.
-크라누스의 정예 단원 증표
그 순간 드랍 창이 나타났다.
‘정예라.’
수혁은 드랍 창을 보며 동굴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동굴 입구에 도착한 순간.
[퀘스트 ‘크라누스의 은신처’를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 ‘크라누스’가 생성되었습니다.]
[일곱 번째 메인 에피소드 ‘대륙의 혼란, 크라누스’의 세 번째 챕터 ‘크라누스의 은신처’가 시작됩니다.]
메시지가 우수수 나타났다.
수혁은 바로 퀘스트를 확인했다.
그리고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미소를 활짝 지었다.
‘좋아.’
<크라누스>
동굴 안에는 크라누스의 정예 살인마들이 있다.
크라누스의 정예 살인마들과의 전투에서 생존하라!
[크라누스의 마스터 크라누스 : 0 / 1]
[크라누스 살인마 : 0 / 43]
퀘스트 보상 : ???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동굴 안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수장까지 있을 줄이야.’
퀘스트 완료 조건에는 살인마들뿐만 아니라 마스터 크라누스도 있었다.
이번에 완전히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오는 녀석들 전부 처리해줘.”
수혁은 암화에게 말했다.
“예, 아버지.”
암화의 답을 듣고 수혁은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경고!]
[크라누스의 행동대장 바라가트가 나타났습니다.]
저벅…… 저벅……
얼마 뒤 메시지가 나타났고 발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는 점점 커졌다.
수혁은 걸음을 멈추고 발소리의 주인공들이 도착하길 기다렸다.
‘여섯이네.’
곧 발소리의 주인공들이 도착했다.
아쉽게도 나타난 이들은 여섯뿐이었다.
한 번에 다 잡아 시간을 아끼나 했던 수혁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진짜 혼자네?”
선두에 있던 바라가트가 수혁을 발견하고 말했다.
“무슨 자신감으로 혼자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끝을 흐린 바라가트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수혁은 바라가트의 말에 피식 웃으며 오른손을 들었다.
“……?”
바라가트는 수혁의 행동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수혁은 바라가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섬광.”
[섬광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오른손에서 광선이 쏘아져 나갔다.
바라가트를 포함한 크라누스의 살인마들은 순식간에 다가온 광선에 반응하지 못했다.
-크라누스의 정예 단원 증표 6개
-크라누스의 행동대장 증표 1개
수혁은 갱신된 드랍 창을 보며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경고!]
[크라누스의 행동대장 에니로그가 나타났습니다.]
저벅…… 저벅…… 저벅……
그러나 메시지와 함께 들려오는 발소리 때문에 수혁은 다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많아.’
발소리의 수는 방금 전보다 많았다.
‘몇 명이나 될까.’
기대가 됐다.
* * *
“…….”
크라누스는 멍한 표정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전방을 주시하는 크라누스의 표정에는 심각함이 가득했다.
“대장, 당한 것 같은데요……?”
옆에서 함께 심각한 표정으로 전방을 주시하던 레펠이 말했다.
크라누스는 답하지 않았다.
이미 에니로그가 당했음을 느낀 크라누스였다.
‘도대체 누구지?’
바라가트와 에니로그는 행동대장으로 크라누스에서 다섯 안에 들 정도로 강한 이들이었다.
그런데 바라가트와 에니로그가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둘이 죽는 순간 엄청난 마력이 느껴졌다.
‘피해야 할 것 같은데.’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마력이었다.
크라스와의 첫 만남이 떠오를 정도였다.
만나면 죽는다.
‘하필…….’
크라누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당장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수중에는 워프 스크롤이 단 한 장도 없었다.
워프로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했고 남은 방법은 통로를 통해 나가는 것인데 마력의 주인을 뚫고 나갈 자신이 없었다.
‘타이밍이 이리 어긋날 줄이야.’
이제 곧 암당의 당원이 워프 스크롤과 각종 보급품을 가지고 올 시간이었다.
조금만 더 일찍 도착했다면.
아니, 마력의 주인이 조금만 더 늦게 왔다면 좋았을 텐데 너무나 아쉬웠다.
‘어떻게 하지?’
크라누스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아쉬워하기만 해서는 지금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
‘도박을 해야 하나?’
남은 인원은 크라누스 본인을 포함해 28명뿐이었다.
힘을 합쳐 도전을 할지 아니면 부하들을 미끼로 던지고 도망을 갈지 심하게 고민이 됐다.
“대장, 이제 결정을 내려야 될 것 같은데요.”
레펠이 재차 말했다.
마력의 주인이 굳이 기운을 풍기지 않아도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래, 내가 사는 게 중요하지.’
레펠의 말에 크라누스는 고민을 끝냈다.
부하들이 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크라누스 본인의 생존이었다.
“다들 전투 준비해. 한 번에 간다.”
괜히 나누어 갈 필요가 없다.
미끼를 한 번에 뿌려야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크라누스의 말에 레펠을 포함해 남은 크라누스의 살인마들은 저마다 무기를 챙기며 전투를 준비했다.
부하들의 준비가 끝났음을 확인한 크라누스는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크라누스는 걸음을 멈췄다.
저벅……
전방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진짜 하나인가?’
너무나 거대한 마력 때문에 주변에 있는 기운을 느끼지 못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진짜 혼자인 것 같았다.
발소리가 바로 그 증거였다.
‘살았다.’
수가 여럿이면 도망을 치기가 더 힘들 것이기에 최대한 수가 적기를 바랐다.
그런데 혼자라니?
크라누스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내 마력의 주인이 나타났다.
“네 녀석은 누구냐?”
크라누스는 질문을 날리며 도망칠 루트를 짜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어 들려오는 답에 크라누스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수혁.”
“……!”
어디로 도망을 갈까 유심히 지형을 살피던 크라누스는 놀란 표정으로 수혁을 보았다.
“뭐 할 말 없냐? 암당이나 흑월에 대해서?”
수혁이 물었다.
“…….”
크라누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대장, 흑월은 어딥니까?”
수혁을 경계하며 레펠이 크라누스에게 물었다.
레펠 같은 행동 대장들 역시 암당의 존재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고 흑월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크라누스뿐이었다.
“암당의 또 다른 이름이야.”
수혁이 흑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줄 몰랐다.
그러나 상관없다.
어차피 미끼로 버릴 이들이었다.
크라누스는 대충 질문에 답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공격할 준비해. 녀석이 마법을 시전하기 전에 쳐야 해.”
“……알겠습니다.”
레펠이 답했다.
바로 그때였다.
수혁에게서 엄청난 마나가 느껴졌다.
고위 마법을 시전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지금!”
크라누스는 부하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생각해둔 길로 움직이며 도망을 시도했다.
그러나 중간 지점에 도착하기도 전에 크라누스는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저건 또 뭐야!’
수혁의 머리 위로 떠오른 빛의 구체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은 크라누스가 가려 했던 길을 차단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빛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 * *
-우어어…….
암운의 두손검에 오우거가 쓰러졌다.
‘이 근처에는 없는 것 같은데…….’
오우거를 쓰러트린 암운은 미간을 찌푸렸다.
주변을 돌아다니며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전부 찾아갔다.
그러나 전부 오우거였다.
수혁이 찾아달라 말한 인간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돌아가자. 다른 방향으로 찾아봐야겠어.’
결국 암운은 돌아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결정을 내린 암운은 바로 행동으로 실천했고 빠르게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응?’
돌아가던 중 암운은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왼쪽을 보았다.
‘이 기운…….’
기운이 느껴졌다.
오우거의 기운이 아니었다.
거기다 혼자가 아니었다.
이번 기운의 주인공들은 오우거가 아니다.
암운은 확인을 하기 위해 방향을 틀어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암운은 미소를 지었다.
저 멀리 마차를 이끌고 움직이는 사내와 여인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