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8
제 508화
506.
“파이어 스피어, 아이스 스피어, 윈드 커터.”
순식간에 여섯 개의 마법을 쏟아낸 수혁은 하이도롬과 보드라를 주시했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헬 파이어였다.
그러나 하이도롬과 보드라는 가볍게 위치를 이동해 헬 파이어를 피했다.
태울 대상이 없자 헬 파이어는 그대로 사라졌다.
수혁의 표정에 순간 아쉬움이 나타났다.
말 그대로 순간이었다.
아직 다섯 개의 마법이 남아 있었다.
이어 두 번째로 도착한 마법은 뇌신의 창이었다.
하이도롬과 보드라는 보호막을 시전했다.
둘의 행동에 수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수혁의 마법에 벌써 여러 번 죽음을 맞이한 하이도롬이다.
마법의 위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인데 보호막이라니?
‘안으로 가는 걸 막으려는 건가?’
만약 헬 파이어 때처럼 피한다면 뇌신의 창은 그대로 둘을 지나 안으로 들어갈 것이었다.
아무래도 안쪽으로 마법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보호막을 만든 것 같았다.
‘뭘 하고 있길래?’
나타나지 않은 장로들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더 커졌다.
쾅!
이내 하이도롬과 보드라가 만든 보호막에 뇌신의 창이 작렬했다.
쩌저저적!
라이트닝 스피어보다 50배 정도 강하다고 알려져 있는 뇌신의 창은 단숨에 보호막을 파괴했다.
그리고 머금고 있던 전기를 주변에 퍼트렸다.
[드래고니아의 제 4장로 하이도롬이 일시적으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드래고니아의 제 6장로 보드라가 일시적으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하이도롬과 보드라는 전기에 의해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독의 사슬은 대상이 사라지자 날아가던 중 그대로 사라졌다.
그리고 파이어 스피어, 아이스 스피어, 윈드 커터는 안으로 쭉쭉 날아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시야에서 마법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또 나타났다.
[드래고니아의 제 5장로 도겐이 일시적으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안으로 쭉쭉 걸음을 옮겼다.
얼마 뒤 수혁은 거대한 마법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법진 위에는 드래곤이 있었고 그 앞에는 로브를 입고 있는 세 명의 인간이 보였다.
1장로, 2장로, 3장로가 분명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악!
마법진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빛과 함께 드래곤이 사라졌다.
‘드래곤을 빼돌려?’
마법진을 보고 설마 했는데 진짜로 드래곤을 워프시킬 줄이야?
드래곤을 구출해야 하는 퀘스트를 갖고 있는 수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블링크를 시전해 거리를 좁혔다.
“섬광.”
그리고 섬광을 시전했다.
드래곤이 사라지고 전방에 남아 있는 것은 장로로 추정되는 세 사람뿐이었다.
즉, 섬광을 시전하는 데 거리낄 게 없었다.
오히려 섬광을 쓰기 최적화된 상황이었다.
광선은 엄청난 속도로 세 사람에게 날아갔다.
피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피할 생각이 없던 것일까?
세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보호막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보호막이 만들어지자마자 광선이 작렬했다.
광선은 단발성 마법이 아니었다.
지속 마법이었다.
광선은 보호막을 뚫고 오른쪽에 서 있던 이를 관통했다.
[드래고니아의 제 2장로 아이가샤가 일시적으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관통한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오른손을 움직였다.
수혁이 손을 움직임에 따라 광선 역시 움직였고 그 옆에 있던 두 사람을 차례대로 지나쳤다.
[드래고니아의 제 1장로 네이도르문이 일시적으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드래고니아의 제 3장로 팔라몬트가 일시적으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예상대로 전부 일시적 죽음이었다.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공동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공동의 벽에는 쇠로 만들어진 문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수혁은 쇠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은데.’
쇠문 역시 공동과 마찬가지로 거대했다.
성룡급 드래곤이 충분히 오갈 수 있을 정도로.
거기다 수많은 쇠문 중 단 하나만이 열려 있었다.
수혁이 도착했을 때 워프로 사라졌던 드래곤.
그 드래곤이 나온 곳이 아닐까 싶었다.
수혁은 철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철문 앞에 도착한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경고!]
[그린 드래곤 호드라가 나타났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쇠문 안쪽에는 드래곤들이 감금되어 있었다.
거기다 타락도 하지 않았다.
“파이어 볼.”
수혁은 성문을 어떻게 열까 고민하다가 파이어 볼을 시전했다.
쇠문은 너무나 거대하고 무거웠다.
힘이 지혜만큼 높았다면 가볍게 밀어 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힘으로는 절대 열 수 없다.
쾅!
파이어 볼이 작렬하며 쇠문에 거대한 구멍이 만들어졌다.
수혁은 구멍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고 그린 드래곤 호드라를 발견할 수 있었다.
호드라는 수많은 사슬에 짓눌려 엎드린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거기다 거칠게 숨을 내뱉는 것을 보면 많이 지친 듯했다.
“그레이트 힐.”
수혁은 일단 호드라에게 힐을 시전했다.
스아악
호드라의 몸에 초록빛이 깃들었다.
그리고 이내 호드라가 눈을 떴다.
-네 녀석들에게 결코 굴…… 응?
눈을 뜬 호드라는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로 수혁에게 외쳤다.
그러나 도중 수혁에게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운에 외침을 멈췄다.
-이건 라스칼 님의…… 누구신가요?
호드라가 물었다.
수혁은 호드라의 물음에 사슬을 살피며 답했다.
“라스칼 님의 부탁으로 구출하러 왔습니다.”
* * *
“폴리니아 님이?”
“예, 각인이 폴리니아 님의 각인이었습니다.”
아소멜의 반문에 기로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기로스의 답에 아소멜은 고개를 내려 기로스가 가져온 서신을 보냈다.
드래고니아의 수장인 폴리니아가 보낸 서신.
‘무슨 일이 생겼길래.’
서신이 담겨 있는 봉투의 색은 빨간색이었다.
급히 전해야 할, 그것도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쓰여 있을 것이다.
아소멜은 바로 서신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러나 서신을 읽자마자 아소멜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본부를?’
서류에는 본부를 폐쇄하고 비밀 장소로 피신했다는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드래고니아가 어떤 곳인가?
흑월대 못지않은 강자들이 즐비한 곳이다.
그런데 폐쇄라니?
피신이라니?
당황하지 않는 게 이상했다.
“아…….”
하지만 이어 서신에 나타난 인물에 아소멜은 탄성을 내뱉었다.
어째서 폐쇄를 하고 후퇴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또…….’
드래고니아 본부에 수혁이 나타났다.
수혁이라면 폴리니아의 선택이 이해가 됐다.
‘근데 어떻게?’
문득 의문이 들었다.
드래고니아에 대한 정보는 암당에서도 많지 않다.
그런데 수혁이 어떻게 드래고니아의 본부를 찾아간 것일까?
내부자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정보였다.
‘기로스도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데.’
부당주인 기로스도 드래고니아의 본부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이 마이코나 산맥 근처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수혁은 헤매지 않고 왔다.
즉,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었다.
‘누가…….’
배신을 한 내부자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것도 고위급 내부자가.
‘설마 장로들 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드래고니아의 장로들이었다.
장로들은 본부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폴리니아 님한테 약점이 잡혀 있는 거로 알고 있는데…….’
거기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장로들은 폴리니아에게 약점이 잡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배신을 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일단 폴리니아 님한테 이 사실을 알려야겠어.’
서신을 내려놓은 아소멜은 폴리니아에게 보낼 서신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 * *
<붙잡힌 드래곤들>
드래고니아 본부 어딘가에는 아직 타락하지 않은 드래곤들이 붙잡혀 있다.
타락하기 전 드래곤들을 구출하라!
[구출된 드래곤 : 6]
퀘스트 보상 : ???
‘생각보다 적어.’
쇠문은 20개가 넘었다.
그러나 그중 드래곤이 감금되어 있던 쇠문은 여섯 개뿐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수혁은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녹발의 여인으로 폴리모프한 그린 드래곤 호드라였다.
“수혁 님이 아니었다면 저희는…….”
말끝을 흐린 호드라는 자신을 세뇌하려 했던 드래고니아의 장로들을 떠올리고는 흠칫 몸을 떨었다.
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음에도 흔들릴 정도로 드래고니아의 세뇌는 무시무시했다.
수혁이 조금만 늦게 왔더라면?
먼저 붙잡혔던 동족들은 녀석들의 편에 섰을 것이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요. 힘드실 텐데 어서 돌아가 쉬세요.”
수혁은 호드라의 말에 답했다.
“그럼 다음에 뵐게요. 꼭…….”
말끝을 흐리며 호드라가 사라졌다.
호드라가 사라지고 암화와 암운이 다가왔다.
“고생했어.”
수혁은 암화와 암운에게 말했다.
드래고니아에 남아 있던 잔당들을 정리한 게 바로 암화와 암운이었다.
“돌아가 쉬고 있어.”
수혁은 암화와 암운을 역소환시켰다.
그리고 수혁도 아공간으로를 시전했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아공간에 도착한 수혁은 움찔했다.
[퀘스트 ‘드래고니아의 분노’를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 ‘붙잡힌 드래곤들’을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 ‘라스칼과의 대화’가 생성되었습니다.]
워프 메시지 말고도 퀘스트 관련 메시지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잔당들을 처리하고 드래곤들을 구출했음에도 완료가 되지 않기에 라스칼을 만나서 완료해야 하는 줄 알았다.
‘만나야 하긴 하네.’
퀘스트 ‘라스칼과의 대화’를 확인한 수혁은 워프 마법진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내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마탑으로 워프했다.
‘빛의 마탑부터 들르자.’
독의 마탑에 들르기 전 수혁은 빛의 마탑으로 향했다.
자리를 비운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도 하고 헥솔에게 부탁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내 빛의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똑똑
“마탑장님, 헥솔입니다.”
방에 도착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헥솔이 왔다.
“들어오세요.”
수혁의 말에 헥솔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왔다.
헥솔의 손에는 서류가 한가득 들려 있었다.
그것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별일 없었나요?”
수혁은 흐뭇한 미소로 서류를 바라보며 헥솔에게 물었다.
“예, 크게 신경 쓰실 만한 일들은 없었습니다. 여기 보고서입니다.”
헥솔은 수혁의 물음에 답하며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독의 길 축하드립니다.”
서류를 내려놓은 헥솔은 수혁과 마찬가지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수혁이 독의 길을 통과했다는 중앙 마탑의 서신이 각 마탑에 발송됐다.
현재 수혁을 대신하여 빛의 마탑을 관리하고 있는 헥솔은 서신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내뱉었다.
빛의 길에 이어 독의 길까지 정복한 수혁이 빛의 마탑장이었다.
코단에 의해 바닥까지 추락한 빛의 마탑의 위상이 다시 솟구치게 됐는데 환호가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아, 감사합니다.”
수혁은 헥솔의 축하에 감사로 답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쇼.”
헥솔은 수혁이 ‘부탁’이라는 단어를 꺼내자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답하며 수혁의 말에 집중했다.
“물의 길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예?”
그러나 이어진 수혁의 말에 헥솔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괘, 괜찮으시겠습니까?”
오늘 독의 길을 통과한 수혁이었다.
그런데 바로 물의 길이라니?
“예, 괜찮아요. 물의 마탑에 전해 주세요. 물의 길을 준비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