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4
제 484화
482.
“바로 확인하자.”
수혁이 퀘스트를 확인하는 동안 수정구를 통해 휘하 마법사들과 오렉에게 연락을 마친 파비앙이 말했다.
“내가 이쪽부터 확인할게.”
“네.”
파비앙은 수혁의 답을 듣고 근처에 있던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수혁은 안쪽으로 쭉쭉 걸음을 옮겼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수혁은 암운과 암화를 소환했다.
“주변에서 결계를 찾아줘.”
암운과 암화의 탐색 능력이라면 금방 결계를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수혁은 암운과 암화가 떠나자 건물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아티팩트와 일기를 찾기 위해서였다.
수색을 시작함과 동시에 수혁은 아티팩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수혁은 자루를 꺼내 붉은빛을 뿜어내는 반지를 넣었다.
[2등급 아티팩트 - 오블란의 반지를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아티팩트를 찾아서’의 보상이 강화됩니다.]
그리고 메시지를 확인한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2등급 아티팩트였다.
“진짜 안쪽에 있던 거구나.”
수많은 건물에서 많은 아티팩트를 찾았다.
그러나 대부분이 4등급과 5등급이었다.
3등급도 단 하나만 나왔을 뿐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잠긴 곳에 상위 아티팩트들이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예상대로인 것 같았다.
“그럼 심해의 정도…….”
가장 중요한 아티팩트인 심해의 정 역시 이곳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았다.
수혁은 다시 수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다섯 번째 일기를 발견하셨습니다.]
다섯 번째 일기에는 심해의 정을 사용하여 일어난 일들이 쓰여 있었다.
‘중첩을?’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미 심해의 정으로 커진 해양 생물에게 다시 심해의 정을 사용해봐야겠다는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중첩이 된 녀석들이었나?’
수혁은 키룬을 지키고 있던 심해의 괴물들을 떠올렸다.
심해의 정이 몇 번이나 중첩된 것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바로 그때였다.
“아버지.”
결계를 찾아 떠났던 암화가 돌아왔다.
“찾았어요.”
암화의 말에 수혁은 수색을 멈췄다.
“가자.”
그리고 암화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이내 암화가 걸음을 멈췄다.
암화가 걸음을 멈춘 곳은 바로 신전이었다.
“이곳에 결계가 있어요.”
“주변에 사람은 없니?”
“네, 리자드맨도 암운이 처리하고 있어요.”
“그래.”
수혁은 암화의 말에 답하며 신전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붉은색 결계가 나타났다.
‘이 안에 있다는 거지.’
최후의 결계가 분명했고 그 안에는 베르고스가 있다.
“매직 미사일.”
[매직 미사일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수혁은 결계를 향해 매직 미사일을 시전했다.
쾅!
[최후의 결계는 파괴할 수 없습니다.]
[퀘스트 ‘키룬의 비밀’을 완료하십시오.]
폭음과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아, 안 되는구나.’
당장 베르고스를 잡으려 했던 수혁의 얼굴에 아쉬움이 나타났다.
시스템으로 인한 무적은 수혁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아무리 강한 마법을 시전해도 데미지를 받지 않는다.
‘그럼 기다려야 하는 건가?’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퀘스트 ‘키룬의 재앙’에 따르면 봉인하지 않을 경우 베르고스가 결계를 깨고 나올 것이었다.
봉인하지 않고 기다리면 베르고스를 볼 수 있다.
‘아니지, 키룬의 비밀을 완료하면 되겠구나.’
파괴 불가 메시지 바로 밑에 퀘스트 ‘키룬의 비밀’을 완료하라는 메시지가 있었다.
즉, 퀘스트 ‘키룬의 비밀’을 완료하면 결계가 시스템 무적에서 파괴 가능으로 변할 것 같았다.
‘근데 퀘스트 키룬을 완료해야 한다니 키룬의 비밀이 베르고스인가?’
수혁은 뒤로 돌아섰다.
“누가 오는지 안 오는지 확인해 줘.”
“네.”
암화의 답을 들은 수혁은 신전 근처에 있는 건물들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아티팩트와 일기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수혁은 일기를 통해 심해의 정과 베르고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진짜구나.’
혹시 키룬의 무서운 비밀이 베르고스가 아닐까 했는데 진짜였다.
‘다섯 번이나 중첩됐다니.’
일기에서 수혁은 키룬의 수호자 ‘파이브’의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파이브는 심해의 정이 두 번 중첩된 존재였다.
그런데 베르고스는 무려 다섯 번이나 중첩됐다.
심해의 정 중첩을 세 번 이상 견딘 존재는 베르고스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유일한 개체였다.
‘크기는 안 커서 다행이네.’
심해의 정이 다섯 번이나 중첩되어 혹시나 크기가 말도 안 되게 크면 어쩌나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일기에 따르면 네 번째 중첩 때 몸이 작아지기 시작했다고 쓰여 있었다.
물론 작아졌다고 힘이 약해진 것은 아니었다.
고대 주술사들 역시 베르고스의 진정한 힘을 추측할 수 없다고 했다.
‘남은 일기에는 봉인이 쓰여 있겠지?’
이제 남은 일기는 둘.
베르고스의 봉인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을 것 같았다.
수혁은 남은 일기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건물을 수색하던 수혁은 생각했다.
‘심해의 정이 보이지를 않네.’
수많은 건물을 샅샅이 수색했다.
1등급 아티팩트도 여럿 찾아냈다.
그러나 심해의 정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베르고스한테서 드랍되는 건 아니겠지?’
키룬의 최종 보스인 베르고스.
거기다 심해의 정을 다섯 번이나 중첩 받은 몬스터였다.
베르고스가 심해의 정을 드랍할 확률은 매우 높았다.
바로 그때였다.
저벅!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찾았다!’
책상 위의 하얀빛을 뿜어내는 종이 때문이었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나오지 않았던 마지막 일기!
‘드디어 끝이다.’
수혁은 책상으로 다가갔다.
마지막이라 그런 것일까?
이번 일기는 앞서 읽었던 일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분량을 가지고 있었다.
수혁은 자리에 앉아 일기를 읽기 시작했다.
일기에는 예상대로 베르고스와의 전투 수많은 주술사들의 죽음, 베르고스와 키룬의 봉인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마지막 일기를 발견하셨습니다.]
[퀘스트 ‘키룬의 비밀’을 완료하셨습니다.]
[최후의 결계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이내 마지막 일기를 읽은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최후의 결계를 파괴할 수 있게 됐다.
수혁은 바로 건물 밖으로 나왔다.
아티팩트를 찾을 때가 아니었다.
수혁은 걸음을 옮기며 퀘스트 ‘키룬의 재앙’을 확인했다.
<키룬의 재앙>
고대 주술사들이 도시 키룬을 봉인하게 만든 베르고스.
봉인의 결계가 깨지며 베르고스가 깨어났다.
베르고스는 자신을 가두고 있는 최후의 결계를 파괴하고 세상 밖으로 나오려 한다.
최후의 결계를 파괴하고 베르고스가 나오기 전 다시 봉인의 결계를 활성화시켜라!
[봉인석 : 4 / 5]
퀘스트 보상 : ???
이미 봉인석을 4개나 모은 수혁이었다.
1개만 더 모으면 다시 봉인의 결계를 활성화할 수 있다.
그러나 수혁은 봉인의 결계를 활성화할 생각이 없었다.
심해의 정도 찾아야 하고 활성화해봤자 암당이 있는 한 결계는 파괴될 것이다.
“매직 미사일.”
신전에 도착한 수혁은 바로 매직 미사일을 시전했다.
쾅! 쩌적
매직 미사일이 작렬하고 결계에 금이 나타났다.
“파이어 스피어, 아이스 스피어.”
연달아 마법을 날려 결계를 파괴한 수혁은 신전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결계가 하나가 아니야?’
노란색 결계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근데 왜 하필 노란색이지? 설마…….’
문득 무지개가 떠올랐다.
혹시 결계의 수가 7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괴하는 데 오래 걸리는 건 아니니까.’
물론 결계 하나를 파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살짝 귀찮을 뿐이다.
“다크 볼, 아이스 볼, 매직 미사일.”
수혁은 노란색 결계를 파괴했다.
그리고 신전 안쪽을 향해 쭉쭉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4m의 높은 키, 근육질의 몸, 은색 비늘로 덮인 등.
베르고스는 결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빌어먹을 주술사 녀석들.”
결계를 바라보던 베르고스는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감히 날 가둬?”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베르고스는 결계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쾅!
굉음과 함께 결계가 흔들렸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결계에는 실금 하나 나타나지 않았다.
베르고스는 이를 악문 채 결계 밖을 보았다.
“몇 개나 만들어 둔 거야 이 개 같은 새끼들!”
또 다른 결계가 시야에 보였다.
베르고스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결계의 수를 확인했다.
결계의 수를 확인한 베르고스는 인상을 구겼다.
생각보다 결계의 수가 많았다.
일단 느껴지는 결계만 7개였다.
‘지금 힘이라면…….’
베르고스는 현재 사용 가능한 힘을 확인했다.
‘불가.’
현재 힘으로 결계를 파괴할 수는 있다.
그러나 모든 결계를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많이 파괴해야 3개 정도였다.
거기다 7개가 전부가 아닐 수 있다.
‘녀석들이 밖에 있을 수 있으니 일단 힘을 회복해야 해.’
또한 결계를 파괴하는 데 모든 힘을 써도 안된다.
밖에는 주술사들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주술사들과의 전투를 생각해 힘을 남겨야 한다.
베르고스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오랜 봉인으로 인해 약해진 힘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몸에서 푸른 연기가 흘러나와 주변을 맴돌았다.
그리고 푸석푸석했던 베르고스의 피부에 윤기가 돌기 시작했다.
얼마 뒤.
“……?”
힘을 회복하고 있던 베르고스가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연기가 사라졌다.
‘뭐지? 결계가 파괴되고 있어?’
베르고스가 회복을 멈춘 이유.
그것은 바로 가장 외곽에 있던 결계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설마 녀석들이 눈치챈 건가?’
베르고스는 자신이 깨어난 것을 눈치채고 처리하기 위해 주술사들이 움직인 게 아닌가 생각했다.
가능성은 충분했다.
홧김에 결계를 후려치지 않았던가?
베르고스는 다시 눈을 감았다.
최대한 힘을 회복해야 한다.
푸른 연기가 다시 흘러나와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그리고 베르고스는 귓가에 들려오는 발소리에 눈을 떴다.
발소리를 들은 베르고스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하나?’
그도 그럴 것이 발소리가 하나뿐이었다.
혼자서 결계를 해제하며 온다?
주술사 혼자서 결계를 해제한 것도 믿기지 않았지만 혼자서 이곳에 오고 있다는 것이 더욱 믿기지 않았다.
베르고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결계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잠깐이지만 꽤나 많은 힘을 회복했다.
거기다 다가오고 있는 주술사는 고작 하나였다.
하나 정도라면 쉽게 잡을 수 있다.
쾅!
베르고스의 주먹이 결계에 작렬했다.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결계는 살짝 흔들렸을 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이미 결계가 얼마나 단단한지 알고 있던 베르고스는 당황하지 않고 계속해서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쾅! 쾅! 쾅!
계속해서 주먹질이 이어졌고 이내 결계에 금이 나타났다.
그리고 곧.
쩌저적
결계가 무너져 내렸다.
베르고스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결계를 지나쳤다.
그리고 발소리의 주인공에게 다가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베르고스는 발소리의 주인공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보는 녀석이군.”
발소리의 주인공은 예상대로 인간이었다.
“무슨 이유로 혼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말끝을 흐린 베르고스는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