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6
제 466화
464.
생명체에게서 마나가 느껴지지 않는 것.
그것은 죽음을 의미했다.
취이이이…….
헬 파이어는 잉어가 죽었음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끊임없이 바닷물을 증발시키며 잉어의 몸을 불태웠다.
이내 헬 파이어에 의해 잉어의 사체가 완전히 사라졌다.
사체가 사라지자 순간적으로 카토리앙은 아쉬움을 느꼈다.
‘재료가…….’
하지만 그것도 잠시, 카토리앙은 아쉬움을 떨쳤다.
애초에 가져갈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고 재료를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나타난 괴물은 거대 잉어뿐만이 아니다.
거대 오징어도 있었다.
“저 녀석도 잡아도 되겠죠?”
수혁이 카토리앙에게 물었다.
카토리앙은 수혁이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거대 오징어였다.
“예. 편하신 대로.”
카토리앙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목적은 탐색이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처치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괴물을 벌써 하나 처치했다.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근데 마나가 되나?’
고개를 끄덕이던 중 문득 의문이 들었다.
마법 방어 능력이 엄청난 거대 잉어가 순식간에 죽었다.
헬 파이어에 엄청난 마나를 쏟아부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수혁은 거대 오징어를 잡겠다고 말했다.
“헬 파이어.”
그리고 이어진 수혁의 마법에 카토리앙의 의문은 더욱더 증폭됐다.
‘헬 파이어를 다시?’
불 속성 최상위 마법 헬 파이어.
헬 파이어는 무지막지하게 많은 마나를 잡아먹는다.
‘제대로 파괴력이 안 날 텐데.’
거대 잉어에게 시전했던 헬 파이어에 많은 마나를 사용했을 것이기에 이번 헬 파이어는 거대 잉어 때만큼 파괴력이 나오지 않을 것이었다.
즉, 오징어는 잉어와 달리 죽지 않고 광폭화 상태에 들어가 더욱더 위협적으로 변할 수 있다.
카토리앙은 보조를 하기 위해 거대 오징어를 주시했다.
“……?”
그러나 카토리앙은 거대 잉어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쿠에에엣!
거대 오징어는 비명을 내뱉으며 10개의 다리를 거칠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거대 오징어가 움직임을 멈췄다.
카토리앙은 후각을 강타하는 고소한 냄새에 경악했다.
‘말도 안 돼!’
지금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거대 오징어 역시 거대 잉어와 마찬가지로 높은 마법 방어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마나가 도대체…….’
즉, 이번 헬 파이어에도 엄청난 마나가 소모됐을 게 분명했다.
‘특별한 아티펙트를 가지고 있는 건가?’
카토리앙은 경악이 가득한 표정으로 수혁을 보았다.
* * *
[심해의 괴물 크라콤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거대 오징어 크라콤을 죽인 수혁은 나타난 레벨 업 메시지에 미소를 지었다.
‘역시 엄청나구나.’
거대 잉어 카필로를 죽였을 때도 3번의 레벨 업을 했다.
홀로 죽여 경험치를 독점한 것도 있겠지만 심해의 괴물들은 엄청난 경험치를 가지고 있었다.
985였던 레벨이 단숨에 991이 될 정도로.
‘한 마리가 더 있다고 했는데.’
잡은 것은 두 마리.
파르빌 상단에서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적어도 한 마리가 더 있다.
‘왜 안 나타날까.’
일단 경고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면 이 근처에 없는 것은 확실했다.
‘나타났으면 좋겠는데.’
수혁은 아쉬운 표정으로 생각했다.
잡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고작 헬 파이어 한 방이었다.
아주 쉽게 레벨을 올릴 기회인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이 정도면 충분히 탐색을 한 것 같은데…….”
카토리앙이 말했다.
“이제 돌아갈까요?”
수혁은 카토리앙의 말에 메시지 창을 보았다.
경고 메시지가 나타나길 바랐으나 나타나지 않았다.
‘어차피 다시 올 거니까.’
의뢰는 심해의 괴물 처치였다.
아직 한 마리가 남아 있다.
“그렇게 하죠.”
수혁은 아쉬움을 떨쳐 내고 답했다.
카토리앙은 수혁의 답에 항해사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렇지 않아도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던 항해사는 카토리앙의 신호에 바로 배를 돌렸다.
“전 잠시 선실에서 휴식 좀 취하고 있겠습니다.”
수혁은 카토리앙에게 말하며 선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바로 그때였다.
[경고!]
[바이루트의 2인자 라도마니스가 나타났습니다.]
[퀘스트 ‘바이루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여섯 번째 메인 에피소드 ‘심해, 고대 도시 키룬’이 시작되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해주세요.]
주르륵 메시지가 나타났다.
“……?”
선실로 향하던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바이루트?’
익숙한 단어가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섯 번째 메인 에피소드?’
마지막 챕터이긴 했지만 아직 네 번째 메인 에피소드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 여섯 번째 메인 에피소드의 시작이라니?
선실로 향하던 수혁은 뒤로 돌아 뱃머리로 향하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바이루트’를 확인했다.
<바이루트>
바다의 지배자 바이루트.
바이루트는 당신이 타고 있는 배를 약탈하려 한다.
바이루트의 공격에서 배를 지켜내라!
퀘스트 보상 : ???
수혁은 바이루트를 알고 있었다.
바이루트는 암당 아니, 흑월의 휘하 조직 중 하나였다.
암당에서 나온 정보이니 확실했다.
‘이번 메인 에피소드는 이 녀석들인가…….’
모든 메인 에피소드들이 흑월과 관련되어 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여섯 번째 메인 에피소드 ‘심해, 고대 도시 키룬’은 바이루트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었다.
“하실 말씀이라도……?”
선실로 간다고 했던 수혁이 다시 돌아오자 카토리앙이 물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바이루트다! 바이루트!”
선원 하나가 외쳤다.
외침에는 다급함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외침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과 카토리앙 역시 전방에 나타난 바이루트의 배를 볼 수 있었다.
“……끙, 귀찮은 녀석들이 들러붙었군요.”
카토리앙이 배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저 혼자 정리해도 될까요?”
수혁이 물었다.
“바이루트는 쉽게 볼…….”
카토리앙은 중간에 말을 멈췄다.
심해의 괴물을 잡은 수혁이다.
바이루트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수혁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마나 괜찮으시겠습니까?”
카토리앙이 물었다.
“예, 저 녀석들 처리할 정도의 마나는 남아 있습니다.”
수혁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미 헬 파이어로 소모된 마나는 회복된 지 오래였다.
“알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보조하겠습니다.”
“옙.”
카토리앙의 말에 답하며 수혁은 바이루트의 배가 마법 시전 범위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연중 : 혹시 너야?
-연중 : 네가 한 거야?
기다리던 중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여섯 번째 메인 에피소드를 말하는 게 분명했다.
-수혁 : 아마도 그런 것 같아. 진행 장소도 알아냈고.
수혁은 연중에게 답을 보냈다.
심해의 괴물들을 생각하면 결계 안쪽이 메인 에피소드 ‘심해, 고대 도시 키룬’의 진행 장소로 추정됐다.
-연중 : 허, 네 번째도 안 끝났는데 여섯 번째라니.
-수혁 : 나가서 볼 거야?
-연중 : 그래야지.
-수혁 : 보고 알려주라. 지금 나갈 수가 없어서.
-연중 : 조금만 기다려! 후딱 읽고 올 테니까.
연중과의 귓속말이 끝났고 수혁은 다시 전방을 보았다.
바이루트의 배가 한층 더 가까이 왔다.
그리고 이내 수혁의 입이 열렸다.
“죽음의 바람.”
[죽음의 바람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수혁의 머리 위에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어 마법진에서 바람의 칼날들이 쏟아져 나와 바이루트의 배를 향해 날아갔다.
스아악!
바람의 칼날들이 도착하기 전 초록색 보호막이 나타나 바이루트의 배를 보호했다.
하지만 초록색 보호막은 바람의 칼날과 마주한 순간 갈가리 찢겨나갔다.
그리고 이내 바람의 칼날이 배에 작렬하기 시작했다.
수혁은 경험치를 보았다.
‘많이 주네.’
경험치를 확인한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심해의 괴물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만족할 만큼 경험치가 오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바이루트의 2인자 라도마니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퀘스트 ‘바이루트’가 완료되었습니다.]
[퀘스트 ‘기습 대비’가 생성되었습니다.]
수혁은 바로 퀘스트를 확인했다.
<기습 대비>
바이루트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당신.
그러나 이번 공격은 바이루트의 진정한 힘이 아니다.
안전하게 도시에 도착하기 전까지 혹시 모를 바이루트의 기습에 대비하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됐다.’
경험치들이 제 발로 찾아올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나그네의 쉼터에 침입자가 나타났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
순간 바이루트가 나타난 것일까 생각했던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쉼터에 침입자?’
나그네의 쉼터는 일리인 공국의 마을 ‘캐슈’에 있는 수혁의 여관이었다.
‘누구지?’
영업을 하지 않는다.
문을 단단히 잠가 두었다.
그러니 착각하고 잘못 들어온 손님은 아니다.
‘도둑인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도둑이었다.
‘도둑이면 다행인데…….’
여관에는 많은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다.
만약 도둑이라면 함정에 크게 다치거나 혹은 죽을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찜찜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바로 확인해야겠다.’
수혁은 도시에 도착하는 대로 캐슈에 다녀오기로 결정을 내렸다.
* * *
[1분간 이동 속도가 20% 감소합니다.]
휙!
메시지와 함께 전방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해피는 미간을 찌푸리며 방패를 들었다.
푹! 푹! 푹!
방패를 들자마자 화살이 박히기 시작했다.
해피는 방패를 내린 뒤 방패에 박힌 화살을 보며 생각했다.
‘무슨 여관에 이리 함정이 많아?’
여관 입구에서부터 이곳까지 벌써 10개가 넘는 함정을 마주했다.
“괜찮으십니까?”
해피의 뒤에 있던 여인이 물었다.
암당의 당원이자 이곳에 있는 쌍둥이 동상 회수를 도와줄 존재였다.
만약 여인이 아니었다면 분명 함정에 크게 당했을 것이었다.
“예, 괜찮습니다. 목적지에는 언제 도착하나요?”
해피는 여인의 물음에 답한 뒤 물었다.
“다 왔습니다.”
여인이 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해피는 여인이 가리키는 곳을 보았고 붉은 문을 볼 수 있었다.
“함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여인의 말에 해피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문 앞으로 향했다.
이내 문 앞에 도착한 해피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짙은 어둠을 볼 수 있었다.
“라이트.”
여인이 라이트 마법을 시전했고 어둠이 사라지며 내부가 드러났다.
중앙에 쌍둥이 동상이 보였다.
“고생하셨습니다.”
동상을 발견한 여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시작하시죠.”
해피는 여인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여인이야 쌍둥이 동상만 회수하면 되지만 해피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아직 마을 ‘캐슈’의 NPC들을 학살하지 못했다.
동상을 회수하고 바로 학살을 시작해야 했다.
“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해피의 말에 여인은 쌍둥이 동상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품에서 검은색 보석을 꺼내 내려놓았다.
검은색 보석을 내려놓은 여인은 뒤로 물러섰다.
여인이 뒤로 물러나자 기다렸다는 듯 검은색 보석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어 먼지로 변해 사라졌다.
스아악!
그와 동시에 쌍둥이 동상 아래에 검은빛 마법진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