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3
제 453화
451.
갑자기 왜 사신수와 사흉수가 나타난 것일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럼 에리멘이…….’
그런데 청룡의 말을 듣고 보니 에리멘의 작품인 것 같았다.
청룡뿐만이 아니다.
다른 사신수들도 그렇고 사흉수 궁기 역시 에리멘의 작품일 것이다.
“헬 파이어.”
수혁은 청룡에게 헬 파이어를 시전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을 시간이 없다.
나타난 사신수는 청룡 하나가 아니다.
화르륵!
몸이 거대해서 그런지 청룡은 헬 파이어를 피하지 못했다.
헬 파이어가 청룡의 몸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청룡의 비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청룡의 몸을 불태우던 헬 파이어가 사라졌다.
“……?”
수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헬 파이어가 왜 사라진단 말인가?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수혁은 어째서 헬 파이어가 사라졌는지 알 수 있었다.
-엄청 달콤한 불이구나! 에리멘의 말대로 대단한 인간이야!
바로 주작이었다.
주작이 헬 파이어를 먹어 치운 게 확실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아아 쩡!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이어 수혁은 코앞까지 다가와 보호막을 강타한 거대한 동물의 앞발을 볼 수 있었다.
앞발의 주인공은 백호였다.
백호는 공격이 먹히지 않았음을 깨닫고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내 발톱이 먹히지 않아? 호오.
-흥, 네 녀석의 발톱이 약한 건 당연한 거고.
그리고 이어 백호의 옆에 새로운 존재가 나타났다.
백호와 비슷한 생김새였으나 날개가 달려 있었다.
‘궁기…….’
사흉수 궁기가 분명했다.
‘현무는?’
청룡, 주작, 백호, 궁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럼 현무는 어디에 있을까?
-나오세요들.
발밑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혁은 고개를 내려 아래를 보았다.
거대한 괴물의 머리가 발밑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바로 현무였다.
이내 현무가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그대로 수혁을 삼켰다.
주변이 순식간에 암흑으로 뒤덮이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현무가 소화를 시작합니다.]
[모든 공격력이 20% 감소합니다.]
[모든 스텟이 20% 감소합니다.]
[공격속도가 20% 감소합니다.]
[이동속도가 20% 감소합니다.]
“라이트.”
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일단 시야를 밝혔다.
스아악!
빛의 구체가 나타났고 어둠이 밀려나며 분홍빛 벽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할까.’
수혁은 생각했다.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간단하다.
그냥 주변에 마법을 난사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불 속성 마법은 안 되고.’
일단 주작이 있는 이상 불 속성 마법을 시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주작의 힘을 보충해주는 꼴이었다.
사신수와 궁기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이 됐다.
‘청룡부터 죽이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가장 거대한 체구를 가지고 있는 청룡이었다.
헬 파이어를 피하지 못한 것처럼 청룡은 다른 마법들 역시 피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 우선 청룡부터.’
수혁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경고!]
[흑월대의 수장 에리멘이 나타났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점검을 하던 중 메시지가 나타났다.
‘에리멘이…….’
수혁은 계획을 살짝 수정했다.
그리고 이내 수정까지 마친 수혁은 입을 열었다.
“파멸의 빛.”
[파멸의 빛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시작은 파멸의 빛이었다.
파멸의 빛이라면 현무의 피부를 뚫고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었다.
스아아악!
빛의 구체가 나타나 사방으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3초도 지나지 않아 분홍빛 벽이 뚫리며 구멍이 나타났고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메시지가 나타났다.
[사신수 현무가 일시적으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일시적? 아니, 요즘에 왜 이래?’
이번에도 완전한 죽음이 아니었다.
일시적 죽음이었다.
요즘 따라 너무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았다.
혹시 상위 존재들은 전부 일시적 죽음을 맞이하는 것일까?
‘퀘스트도?’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어 퀘스트를 확인했다.
‘다행이네.’
그리고 수혁은 안도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일시적 죽음도 죽음이기 때문인지 다행히도 조건이 충족됐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그 순간 현무가 사라지고 수혁은 다시 세상과 만날 수 있었다.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며 사신수와 궁기의 위치 그리고 에리멘의 위치를 확인했다.
사신수들 그리고 궁기는 현무에게 먹히기 전 보았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사신수 사이에 사내 하나가 떠 있었다.
에리멘이 분명했다.
‘파멸의 빛에 죽어주려나?’
파멸의 빛은 에리멘과 남은 사신수, 궁기에게 뻗어 나가고 있었다.
최고의 상황은 파멸의 빛에 전부가 죽는 것이었다.
“프로즌 게이트.”
[프로즌 게이트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물론 파멸의 빛만 믿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수혁은 주작에게 물 속성 최강의 마법 프로즌 게이트를 시전했다.
주작의 머리 위에 마법진이 나타났고 얼음의 창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스아아악!
-꺄아아아악!
엄청난 수증기와 함께 주작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수혁은 볼 수 있었다.
[사신수 주작이 일시적으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사신수 백호가 일시적으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두 개의 메시지를.
‘좋았어.’
백호가 죽은 것은 파멸의 빛 때문이 분명했다.
주작과 백호 두 신수를 처리한 수혁은 에리멘, 청룡, 궁기를 보았다.
그리고 수혁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공간 왜곡…….’
에리멘의 앞에는 작은 구멍이 나 있었고 파멸의 빛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궁기의 근처에도 작은 구멍이 여러 개 나타나 빛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청룡이 빛 속성도 가지고 있었나?’
의아한 것은 바로 청룡이었다.
청룡은 파멸의 빛을 빨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그냥 순수하게 파멸의 빛을 맞고 있었다.
그럼에도 죽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헬 파이어에 타버린 피부가 복구되고 있었다.
전기와 물 속성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빛 속성까지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죽음의 바람.”
수혁은 바람 속성 스킬 ‘죽음의 바람’을 시전했다.
그러자 수혁의 머리 위에 마법진이 나타났다.
마법진은 청룡을 향해 있었고 이어 마법진에서 바람으로 만들어진 칼날이 쏟아져 나와 청룡을 향해 날아갔다.
헬 파이어와 마찬가지로 청룡은 바람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고 파멸의 빛에 회복되던 청룡의 피부를 파고들었다.
-크아아악!
다시 한번 청룡의 비명을 들을 수 있었다.
파멸의 빛으로 회복되는 양에는 한계가 있던 것일까?
[사신수 청룡이 일시적으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5초가 지나고 나서야 수혁은 청룡의 죽음을 볼 수 있었다.
청룡의 죽음을 확인한 수혁은 에리멘과 궁기를 보았다.
이제 남은 것은 둘뿐이었다.
“블링크, 플레임.”
[플레임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수혁은 블링크를 시전해 궁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플레임을 시전했다.
파멸의 빛을 빨아들이고 있어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궁기는 플레임을 피하지 못했고 이내 플레임에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정신이 흐트러진 것 때문일까?
파멸의 빛을 빨아들이던 작은 구멍들이 사라졌고 이어 궁기에게 빛이 작렬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사흉수 궁기가 일시적으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순식간에 사신수와 사흉수 궁기를 잡아낸 수혁은 에리멘을 쳐다보았다.
이제 남은 것은 에리멘 하나였다.
에리멘 역시 파멸의 빛을 빨아들이느라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좌표 마법이.’
투사체는 파멸의 빛과 마찬가지로 왜곡된 공간에 빨려 들어갈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좌표 마법이었다.
“어둠의 폭발.”
수혁은 어둠의 폭발을 시전했다.
에리멘의 머리 위로 작은 어둠의 구체가 생성되었고 생성됨과 동시에 폭발하며 사방으로 어둠이 퍼져 나갔다.
“크윽!”
어둠이 닿은 순간 에리멘의 입에서는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궁기 때와 달리 왜곡된 공간은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9개의 문을 개방한 수혁에게는 아직 수많은 좌표 마법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수혁이 다음 좌표 마법을 시전하기 전.
스악!
에리멘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에리멘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셨습니다.]
[퀘스트 ‘에리멘’이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에리멘의 기억 조각1을 획득합니다.]
* * *
“사신수? 궁기?”
에일 일리인은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보고서에 쓰여 있는 정보들을 보면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사신수가 왜 나타났단 말인가?
그것도 도심지에.
거기다 사흉수 중 하나인 궁기까지 나타났다.
사신수와 달리 사흉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나타나지 않는 존재다.
그런데 궁기가 도심지에 나타났다?
믿기지가 않았다.
“잘못됐을 가능성은 없는 겁니까?”
에일은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반대편에 서 있는 큐니르 공작에게 물었다.
“예.”
큐니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희 쪽에 불똥이 튈 수 있습니다. 어서 조치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에일이 반문했다.
불똥이 갑자기 왜 튄단 말인가?
조치라니?
“암당과 합작해서 함정을 판 게 아니냐고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큐니르의 말에 에일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에일은 인상을 구겼다.
큐니르의 말대로 지금 상황은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페이드 제국이나 수혁이 걸고넘어진다면 일리인 공국은 많은 것을 내줘야 할 수 있다.
에일이 다급하게 외쳤다.
“사신, 사신을 보내야겠습니다.”
* * *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만들어 둔 비처.
비처로 도망을 온 에리멘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그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내 에리멘은 고개를 내려 손을 보았다.
손에는 불그스름한 두드러기들이 가득했다.
‘어둠 마법에 독을 담을 줄이야…….’
수혁이 마지막에 시전한 마법은 어둠 속성 마법이었다.
그러나 독의 마탑 마법사답게 어둠 마법에도 독이 담겨 있었다.
‘지독한 독이야….’
더욱 악화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회복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에리멘은 두드러기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쉽게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결국에는 이길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리 패배였다.
그것도 무참히 패배해버렸다.
사신수와 궁기는 강제 역소환이 될 정도로 큰 피해를 받았다.
그것도 오랜 전투를 통해서가 아니라 순식간이었다.
포른이 만들어 준 아티펙트도 사용하지 못했을 정도로 빠르게 당했다.
당분간 사신수와 궁기는 소환할 수 없다.
물론 플로드에 봉인된 영물들은 다섯이 끝이 아니다.
아직 수많은 영물이 봉인되어 있었다.
‘수혁을 잡을 수 있을까?’
하지만 수혁을 잡을 영물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더 강해져야 돼.’
수혁을 잡을 가능성이 0인 것은 아니다.
‘그 경지에 오를 때까지.’
아직 에리멘은 플로드를 완벽히 다루지 못하고 있었다.
크라스가 말해준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영물들을 자신의 몸에 빙의시키는 ‘일체’의 경지.
일체를 하게 되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질 것이고 수혁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에리멘은 다짐했다.
일체를 할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수련을 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