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5
제 445화
443.
얼마 뒤 수혁은 왕궁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라이곤 왕국에서 그랬듯 성문을 지키고 있던 기사가 앞을 막아섰다.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로일에게 받은 증표와 서신을 꺼내 보여 주었다.
모나스 공국은 페이드 제국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아무나 들어갈…….”
기사는 페이드 제국 황제의 증표를 알아보았고 중간에 말을 멈췄다.
그리고 놀란 표정으로 수혁을 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정신을 차린 기사가 입을 열었다.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예.”
수혁은 기사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기사는 함께 있던 병사에게 무어라 명령을 내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수혁은 기사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생각했다.
‘여기 왕은 어떠려나.’
라이곤 왕국의 왕은 호탕했고 암당에 대해 아주 큰 적의를 가지고 있었다.
모나스 공국의 왕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을지, 암당에 대한 입장은 어떤지 궁금했다.
수혁은 만에 하나의 상황을 떠올렸다.
모나스 공국의 왕이 암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
‘으음…….’
고민이 됐다.
왕을 공격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자리를 피해야 할지.
이내 기사가 돌아왔다.
‘아니길 바라야겠지.’
수혁은 생각을 끝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기사는 수혁에게 말한 뒤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혁은 기사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고 곧 어느 한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왕의 처소는 아닌 것 같은데…….’
건물 외관을 본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화려하긴 했다.
그러나 왕의 처소라고 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그리고 수혁의 의아함은 건물 안에서 더욱 커졌다.
‘방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혹시 여기 응접실입니까?”
수혁은 기사에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기사는 수혁의 말에 답하며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기다리시면 곧 오실 겁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꾸벅 숙여 수혁에게 인사를 한 뒤 사라졌다.
‘……응접실로?’
무언가 이상했다.
로일의 증표를 보여 주었고 서신까지 보였다.
즉, 모나스 공국에서는 수혁을 황제의 사신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왕의 집무실이나 처소가 아닌 응접실로 안내를 하다니?
‘설마 이미 눈치챈 건가?’
혹시나 수혁인 것을 알았고 시간을 벌려는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생각에 잠겨 있던 수혁은 고개를 돌려 문을 보았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중년 사내를 볼 수 있었다.
‘귀족?’
복장이 고급스럽기는 했지만 왕은 아닌 것 같았다.
“안녕하십니까.”
중년 사내는 수혁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모나스 공국의 후작 벨론 파로트라고 합니다.”
그리고 수혁은 중년 사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수혁입니다.”
수혁은 벨론의 악수를 받아주며 자신을 소개했다.
“……!”
어째서인지 벨론은 수혁의 인사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혹시 독의 마탑의?”
그리고는 이어 물었다.
“예.”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벨론은 미소를 지으며 수혁과 맞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쾌히 흔들었다.
“현재 폐하께서는 로베노 공작과 전국 순찰을 나가신 상황이라…….”
이어 악수를 끝낸 벨론은 말끝을 흐리며 수혁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수혁은 어째서 벨론이 온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혹시 무슨 일로 오신 건지 알 수 있을까요?”
눈치를 살피던 벨론이 이어 말했다.
“음…….”
수혁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후작 정도면 알려줘도 되겠지?’
왕을 대신해 온 귀족이었다.
더구나 모나스 공국에는 후작이 단둘뿐이었다.
수혁은 인벤토리에 넣었던 서신을 다시 꺼냈다.
그리고 벨론에게 건넸다.
벨론은 서신을 받아 읽기 시작했다.
서신을 읽던 벨론의 표정에 놀람이 나타났다.
“……이, 이게 사실입니까?”
“예.”
수혁은 말을 더듬을 정도로 놀란 벨론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위치는 알고 계십니까?”
벨론이 물었다.
“아뇨.”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 함께 찾아봐야죠.”
물론 거짓이었다.
이미 수혁은 위치를 알고 있었다.
벨론에게 거짓을 말한 이유.
그 이유는 바로 벨론에게서 느껴지는 위화감 때문이었다.
“그럼 전 이만.”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찾게 되면 연락 주시길.”
그리고 벨론에게 인사하며 응접실을 나섰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수혁 님!”
뒤따라 나온 벨론의 부름 때문이었다.
“……?”
수혁은 걸음을 멈추고 벨론을 보았다.
벨론은 수혁의 눈빛에 침을 꼴깍 삼키며 어색한 미소로 입을 열었다.
“잠시 이야기 좀 더 나눌 수 있을까요?”
수혁은 벨론의 말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뭔가…….’
위화감이 계속해서 느껴졌다.
수혁은 위화감의 정체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답을 기다리는 벨론의 눈빛에 입을 열어 답했다.
“죄송합니다. 일이 끝나고 나중에 따로 자리를 만들죠.”
“아…….”
너무나도 단호한 목소리였기 때문일까?
벨론은 탄성을 내뱉을 뿐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응접실 건물에서 나와 성문을 지나쳐 궁 밖으로 나온 수혁은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어디로 가십니까?”
“포로니스카요.”
“15골드입니다.”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수혁은 NPC에게 골드를 건넸다.
그리고 암당의 모나스 공국 3지부가 있는 마을 ‘포로니스카’로 워프했다.
스아악
포로니스카에 도착한 수혁은 주변을 둘러 보았다.
공국의 마을이라 그런지 너무나도 고요했다.
일을 벌이기에 아주 최적화된 환경이었다.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워프 게이트에서 나왔다.
‘마을 중앙에 있다고 했지.’
그리고 표지판을 통해 위치를 확인한 수혁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얼마 뒤 수혁은 목적지인 마을 중앙에 도착했다.
‘저기군.’
마을 중앙에는 여러 건물이 모여 있었다.
그러나 수혁은 단숨에 암당의 지부를 찾을 수 있었다.
유일하게 담벼락이 있는 곳이 바로 암당의 지부였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담벼락에 둘러싸여 있는 3층 건물로 향했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그리고 입구에서 어둠의 자식들을 소환하고 담벼락을 넘어갔다.
[퀘스트 ‘암당의 모나스 공국 3지부’를 완료하셨습니다.]
담벼락을 넘어 안으로 들어온 순간 퀘스트가 생성됐다.
수혁은 움직이기 시작하는 어둠의 자식들을 보며 퀘스트를 확인했다.
‘똑같네.’
페이드 제국, 라이곤 왕국에서 받았던 퀘스트들과 다를 바 없었다.
“으악!”
“스, 습격이다!”
수혁은 암당 당원들의 비명을 들으며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 * *
모나스 공국 암당 제 1지부.
암당 서열 15위이자 1지부장 ‘하르품’.
“하암.”
하르품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책상에 발을 올린 채 서류를 읽고 있었다.
서류를 읽던 하르품은 지루함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 재미난 일 없나…….”
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왔다.
그리고 그 명령 때문에 하르품은 사방으로 돌아다녔던 전과 달리 지부에 박혀 있었다.
서류를 읽던 하르품은 이내 서류를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부지부장 ‘페림’이 들어왔다.
노크도 없이 들어온 페림에 눈을 감고 있던 하르품은 슬며시 눈을 떠 페림을 보았다.
그리고 페림의 표정에 가득한 다급함을 본 하르품은 일이 터졌음을 깨달았다.
“벨론 후작에게서 온 서신입니다.”
페림은 다급한 표정으로 다가와 책상에 서신을 내려놓았다.
‘붉은 서신?’
서신의 색깔이 붉은색이었다.
하르품은 책상에서 다리를 내렸다.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온 후 당분간 연락을 하지 않기로 했었다.
그런데 서신을 보냈다는 것은, 그것도 붉은 서신을 보냈다는 것은 아주 큰 문제가 생겼음을 의미했다.
하르품은 진지한 표정으로 서신을 확인했다.
“……!”
그리고 서신을 읽던 하르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그렇지 않아도 페림은 서신에 어떤 내용이 쓰여 있는지 궁금해했었다.
하르품의 반응에 페림의 호기심은 더욱더 커졌다.
이내 하르품이 입을 열었고 페림은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었다.
“수혁, 수혁이 나타났어!”
“……예!?”
페림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수혁이라니?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페이드 제국과 마탑만을 오가던 수혁이 모나스 공국에 나타났다?
서신을 구긴 하르품은 미간을 찌푸리며 외쳤다.
“철수 준비해! 명령대로 바로 떠난다. 정보들을 폐기…… 아니, 일단 각 지부에 연락 돌려! 수혁이 나타났다고! 정보들은 내가 폐기할 테니까. 어서!”
“아, 알겠습니다.”
페림은 하르품의 외침에 재빨리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눈에 띈 당원 둘을 데리고 방으로 향했다.
방에 도착한 페림은 서신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라이폽, 이걸 2지부장에게 전해. 파니토르, 너는 3지부장한테.”
빠르게 서신 작성을 마친 페림은 라이폽과 파니토르에게 각각 서신을 나누어 주었다.
“한시가 급하니까 다른 곳으로 새지 말고 바로 가.”
“알겠습니다.”
“예~!”
페림은 라이폽과 파니토르의 답을 듣고 손을 휙휙 내저었다.
라이폽과 파니토르가 서신을 들고 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페림은 철수 준비를 시작했다.
방에 있는 중요 서류들을 상자에 넣으며 페림은 생각했다.
‘내가 알던 암당이 맞나…….’
혼란스러웠다.
고작 한 사람 때문에 지부가 철수를 한다는 것이.
그것도 한 곳이 아닌 모든 곳이 철수를 한다는 것이.
* * *
[퀘스트 ‘암당의 모나스 공국 3지부’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토레파나의 비밀 열쇠를 획득합니다.]
퀘스트를 완료한 수혁은 여태껏 그래왔듯 비밀 창고를 찾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비밀 창고를 찾았고 안에 있는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아이템 확인을 마친 수혁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혹시나 ‘콜라페노드의 노트’ 같은 아이템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아쉽게도 없었다.
수혁은 창고에서 나와 시간을 확인했다.
‘빨리 가봐야겠네.’
이제 2지부를 방문할 차례였다.
바로 그때였다.
어둠의 자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지부 내 모든 암당의 당원들을 처치했다.
이후 어둠의 자식들은 움직임을 멈췄다.
지금 어둠의 자식들이 움직인다는 것은 새로운 인물이 지부에 나타났음을 의미했다.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의 뒤를 따랐다.
‘입구 쪽인가?’
향하는 방향을 보아 입구에 있는 것 같았다.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을 앞질러 입구로 이동했다.
그리고 수혁은 볼 수 있었다.
담벼락 안으로 들어온 20대 초반의 사내를.
“……?”
수혁은 사내를 보고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지?’
복장을 보니 모나스 공국의 기사나 병사는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기사나 병사였다면 혼자 올 리 없다.
‘위치도 안 알려줬는데?’
더구나 위화감 때문에 라이곤 왕국 때와 달리 위치도 알려주지 않았다.
수혁은 사내의 손을 보았다.
‘서신?’
사내의 손에는 봉투가 하나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