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5
제 435화
433.
“1지부의 정보들이라면…….”
말끝을 흐린 아소멜은 페이드 제국 1지부에 있는 정보들을 떠올렸다.
“미치겠군.”
정보를 떠올린 아소멜은 짧게 중얼거렸다.
수혁을 이용하기 위해 만들었던 가짜 정보들.
그 가짜 정보들이 쓸모가 없어졌다.
오히려 확실하게 알게 됐을 것이다.
암당이 껄끄러워하는 존재들이 누구인지.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암당의 존재가 알려졌다.
그것도 최악의 상황으로.
바로 그때였다.
똑똑
“기로스입니다.”
노크 소리와 함께 기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끼이익
아소멜의 말에 기로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기로스의 손에는 서류가 한가득 들려 있었다.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 그리고 표정이 굳어 있는 것.
이 2가지로 미루어 보아 좋은 소식을 갖고 온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이내 기로스가 서류를 내려놓았다.
아소멜은 서류를 확인했다.
“…….”
서류를 확인한 아소멜의 표정에는 쓸쓸함이 가득 나타났다.
“하나도 빠지질 않았군.”
페이드 제국뿐만 아니라 라만, 레샤, 유스, 도마니안 등 수많은 국가에서 암당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물론 각국 수뇌부들과 이미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암당이었다.
들킬 위험은 0에 가까웠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페이드 제국 역시 0에 가까운 가능성으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당분간 정보 수집을 멈춰야 할 것 같습니다.”
기로스가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위험했다.
거기다 정보 수집을 멈춘다고 해서 정보가 들어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수많은 집단과 관계를 맺은 암당이었다.
직접 수집하는 것만 멈출 뿐 정보는 계속해서 들어올 것이었다.
“다른 지부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기로스가 재차 물었다.
이번에 괴멸된 지부는 1지부였다.
아직 페이드 제국에는 지부가 남아 있었다.
“음…….”
아소멜은 침음을 내뱉었다.
1지부의 정보를 통해 2지부와 3지부 그리고 4지부의 존재를 알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존재를 알아낸 것이지 위치를 알아낸 것은 아니다.
머리로는 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가슴이 원치 않았다.
여태까지 들어간 시간, 돈, 인력이 너무나 아까웠다.
거기다 3지부와 4지부는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아까웠다.
‘정리하는 게 맞겠지?’
아소멜이 선택한 것은 이성이었다.
아깝긴 하지만 수혁이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수혁에게 넘어가는 것보다 정리를 하는 게 낫다.
“정리 준비해.”
선택을 마친 아소멜은 기로스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기로스는 아소멜의 말에 답하고 방에서 나갔다.
다시 홀로 남은 아소멜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
“후…….”
그리고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무슨 생각이실까.’
아소멜은 크라스를 떠올렸다.
크라스가 왜 수혁을 성장시키려 한 것인지, 건들지 말라 한 것인지 그 이유가 점점 궁금해지고 있었다.
흑월의 목적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설마 마스터의 제자?’
문득 크라스의 제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정상적으로 강한 수혁이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뒷배경이 존재한다.
만약 크라스의 제자라면 모든 게 설명이 된다.
‘아니야, 그럴 리가.’
아소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혁이 크라스의 제자라고 하기에는 상황이 이상했다.
제자라면 굳이 충돌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노크도 없이 문이 열렸다.
아소멜은 반사적으로 문을 보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기로스였다.
기로스라는 것을 확인한 아소멜은 불길함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노크도 없이 들어왔다.
거기다 빈손이었다.
표정에는 당황이 가득했다.
이 3가지로 보아 매우 급한 일이 일어났으며 그 일은 결코 좋지 않은 일일 것이었다.
“큰일 났습니다.”
이내 기로스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
“그, 그게…….”
그러나 기로스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말끝을 흐리며 어찌 답을 해야 할까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기로스의 표정을 보다가 문득 든 생각에 아소멜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기로스에게 물었다.
“나머지 지부들이 공격받은 거야?”
“…….”
아소멜의 물음에 기로스는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 침묵으로 충분히 답이 됐다.
“어떻게…….”
아소멜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벌써…….”
1지부가 습격당한 지 얼마나 됐다고 나머지 지부들이 습격당했단 말인가?
“설마 전부 당한 건 아니겠지?”
아소멜이 재차 물었다.
“…….”
기로스는 이번에도 침묵으로 물음에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 * *
“어, 어떻게 여길…….”
암당의 페이드 제국 3지부장 모암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말을 더듬는 모암의 반대편에는 수혁이 서 있었다.
수혁은 씨익 웃었다.
로페드의 비밀 창고에서 얻은 스크롤.
스크롤의 정체는 2지부, 3지부, 4지부의 좌표가 각인되어 있는 워프 스크롤이었다.
‘그사이에 지부를 또 만들 줄은.’
솔직히 3지부는 오지 않으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 3지부를 괴멸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스크롤을 사용해봤는데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암당은 그사이에 3지부를 새로 만들었다.
“플레임.”
[플레임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암당의 서열 27위 모암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수혁은 플레임을 시전했다.
흑월대도 버티지 못하는 수혁의 마법이다.
플레임이 시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암은 죽음을 맞이했다.
모암이 죽자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퀘스트 ‘암당의 페이드 제국 3지부’의 완료 버튼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퀘스트 ‘암당의 페이드 제국 3지부’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모암의 비밀 열쇠를 획득합니다.]
완료를 하자 메시지가 나타났고 수혁은 이어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열쇠 정보를 확인했다.
<모암의 비밀 열쇠[영웅]>
암당의 페이드 제국 3지부장 모암의 비밀 창고를 열 수 있는 열쇠다.
앞서 1지부에서 얻었던 로페드의 비밀 열쇠, 2지부에서 얻었던 카산의 비밀 열쇠와 별다를 것 없었다.
‘그러면…….’
수혁은 걸음을 옮겨 모암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방 내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로페드도 그렇고 카산도 그렇고 비밀 창고는 전부 방 안에 있었다.
모암 역시 방 안에 비밀 창고가 있을 것이었다.
‘여기 있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비밀 창고를 발견할 수 있었다.
“파이어 볼.”
수혁은 파이어 볼을 시전해 침대를 파괴했다.
그리고 침대 밑에 있는 철문에 열쇠를 꽂아 돌렸다.
[모암의 비밀 창고에 입장하셨습니다.]
비밀 창고로 들어와 진열대를 확인한 수혁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없네…….’
혹시나 암당의 본부라든가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스크롤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쉽게도 존재하지 않았다.
비밀 창고에 있는 것은 영웅 등급의 장비, 그리고 보석과 골드뿐이었다.
‘아직 4지부가 남아 있으니까.’
수혁은 진열대에 있던 아이템들을 전부 습득하고 비밀 창고에서 나왔다.
그리고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클라운 남부 외곽지역 5층 건물이야.
스크롤에는 위치가 나와 있지 않았다.
행킹에게 미리 위치를 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스킬 ‘세계 지도’로 위치를 알 수 있기에 도착한 후 연중을 통해 연락을 하기로 했다.
-연중 : 알았어, 전할게.
이내 연중에게서 답이 왔다.
수혁은 바로 인벤토리에서 4지부 워프 스크롤을 꺼내 사용했다.
이내 스크롤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고 수혁은 곧 4지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퀘스트 ‘암당의 페이드 제국 4지부’가 생성되었습니다.]
도착함과 동시에 퀘스트가 생성됐다.
수혁은 퀘스트를 확인하고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대륙 최고의 암살자 길드 ‘하프 블러드’의 본부.
유저 ‘날씨’는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
서류를 보는 날씨의 표정은 크게 굳어 있었다.
‘말도 안 돼.’
믿기지가 않았다.
‘어떻게…….’
지금 보고 있는 서류의 정보가.
‘잘못된 거 아니야?’
날씨는 다시 한번 서류를 읽었다.
한 자, 한 자 틀린 부분이 있지 않을까 꼼꼼히 읽었다.
“…….”
이내 서류를 다 읽은 날씨는 서류를 내려놓았다.
잘못 읽은 게 아니었다.
“불의 마탑장이라니……”
수혁에게 죽임을 당한 클레인.
클레인에게 에리미라는 딸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날씨는 에리미를 찾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리고 에리미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에리미의 정체는 바로 현 불의 마탑장 브리니스였다.
서류에는 에리미가 불의 마탑장 브리니스라는 내용과 증거들이 쓰여 있었다.
“으음…….”
불의 마탑장 브리니스가 클레인의 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피의 저주 걸리셨다고 했는데…….”
날씨는 수혁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수혁은 클레인을 죽이고 피의 저주에 걸렸다.
이후 브리니스를 만났다면?
브리니스는 수혁이 클레인을 죽였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날씨는 서류를 보았다.
“잘못된 거겠지, 어디서 어긋난 걸 거야.”
틀린 정보일 수 있다.
아니, 솔직히 말해 틀린 정보이길 바라고 있었다.
에리미가 브리니스라면 섣불리 움직이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다시 조사해봐야겠어.”
날씨는 다시 한번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검토를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일단 말씀드려야겠지?”
그리고 친구 창을 열었다.
잘못된 정보일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현저히 적었다.
그리고 잘못된 정보라 하더라도 일단 수혁에게는 알려야 한다.
수혁이 접속해 있음을 확인한 날씨는 수혁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날씨 : 수혁 님.
귓속말을 보낸 날씨는 수혁에게서 답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수혁 : 네.
3분이 지나고 수혁에게서 답이 도착했다.
-날씨 : 에리미를 찾았습니다.
날씨는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수혁 : 오, 그래요? 누군가요? 어디에 있나요?
-날씨 : 브리니스입니다.
-수혁 : 브리니스요?
-날씨 : 예.
-수혁 : 설마 불의 마탑장 브리니스요?
-날씨 : 네, 맞습니다. 불의 마탑장 브리니스.
-날씨 : 정보가 잘못된 것일까 해서 다시 검토할 생각이긴 한데…….
-날씨 : 잘못됐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수혁에게서 잠시 동안 답이 오지 않았다.
아마도 충격을 먹은 게 분명했다.
하기야 에리미의 정체를 듣고 날씨 역시 크게 충격을 받았다.
가까운 곳에 있는 수혁은 더욱더 충격을 받았을 것이었다.
-수혁 :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내 수혁에게서 답이 도착했다.
-수혁 : 검토 끝나면 다시 연락해주실 수 있나요?
-날씨 : 물론입니다.
-날씨 : 3일 안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정보를 검토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금방 답이 나올 것이다.
-수혁 :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날씨 : 수혁 님, 하나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수혁 : 예, 말씀하셔요.
-날씨 : 만약 정보가 잘못된 게 아니라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