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2
제 432화
430.
“함께?”
장경우가 놀란 이유, 그것은 바로 로일의 제안 때문이었다.
수혁과 대화를 마친 로일은 수혁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이후 있을 로페드와의 만남을 함께하자는.
“이러면…….”
만약 수혁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으음…….”
로페드 그리고 드래고니아의 4장로 하이도롬을 만나게 될 것이었다.
* * *
“호의 정도면 되는 겁니까?”
“예, 호의면 충분합니다.”
하이도롬의 물음에 로페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페이드 제국 황가의 보물 때문에 세뇌를 시키는 것은 하이도롬이라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호의를 끌어내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것이었다.
“근데 정확히 언제 가는 겁니까?”
하이도롬이 재차 물었다.
평소라면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돌아가 할 일이 있는 하이도롬이었다.
언제 가는 것인지 계속해서 신경이 쓰였다.
“이제 곧 만…….”
로페드가 답을 하던 중.
끼이익
문이 열리며 파일로브가 들어왔다.
“폐하께서 부르십니다.”
파일로브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지금이군요.”
로페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이도롬 역시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파일로브가 앞장서 걸음을 옮겼고 로페드와 하이도롬은 그 뒤를 따랐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들으셨습니까?”
걸음을 옮기던 중 로페드가 파일로브에게 물었다.
방금 전 황제 로일은 수혁을 만났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했다.
“아니요. 하지만 꽤나 심각한 표정을 짓고 계시는 것을 보아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파일로브가 물음에 답했다.
로일에게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들은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를 보아 심각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게 분명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중 파일로브가 걸음을 멈췄다.
“폐하께서는 안에 계시지?”
파일로브는 문 앞을 지키고 있는 행정관 라이스 자작에게 물었다.
“예, 기다리고 계십니다.”
라이스 자작이 답했다.
“이 두 분이 끝입니까?”
그리고 이어 로페드와 하이도롬을 보며 물었다.
“그래.”
“잠시 검문 좀 하겠습니다. 의례적인 절차이니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파일로브가 고개를 끄덕였고 라이스 자작이 로페드와 하이도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품에서 마법석을 꺼내 로페드와 하이도롬 앞에 내려놓았다.
스아악!
이내 마법석에서 초록빛이 뿜어져 나와 로페드와 하이도롬을 감싸기 시작했다.
1분 뒤.
스아악!
로페드와 하이도롬의 몸을 감쌌던 초록빛이 사라졌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이스 자작은 감사를 표하며 문을 열었다.
끼이익
열린 문을 통해 파일로브가 안으로 들어갔고 그 뒤를 로페드와 하이도롬이 따라 들어갔다.
“폐하를 뵙습니다.”
파일로브가 들어감과 동시에 의자에 앉아 있는 로일에게 무릎을 꿇고 예를 취했다.
로페드와 하이도롬 역시 무릎을 꿇고 예를 취했다.
“한 분 아니었나요?”
로일이 물었다.
파일로브가 소개해 준다고 했던 이는 한 명이었다.
“아, 그것이…….”
말끝을 흐린 파일로브는 로페드를 보았다.
그리고 로페드가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폐하, 제가 알려드릴 정보에 꼭 필요한 자입니다.”
“아아, 그렇군요.”
로일은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악
로일이 착용하고 있던 목걸이에서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붉은빛을 본 로일의 표정이 크게 굳어졌다.
표정이 굳어진 것은 로일뿐만이 아니었다.
하이도롬의 표정 역시 굳어져 있었다.
‘저 목걸이 설마…….’
호의를 끌어내기 위해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먹히지 않았다.
갑작스레 붉은 빛을 뿜어내는 목걸이를 보니 아무래도 정신 간섭을 막아주는 목걸이인 것 같았다.
‘큰일이다.’
하이도롬은 로페드를 보았다.
그러나 로페드는 하이도롬을 보지 못했다.
그저 의아한 눈빛으로 붉은빛을 뿜어내는 로일의 목걸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아…….”
로일이 탄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들었다.
“근데 그전에 저도 한 분 소개해드릴 사람이 있는데.”
말을 마친 로일이 히죽 웃었다.
웃음에는 차가움이 가득했다.
“나오시죠.”
로일의 말에 집무실 왼쪽에 있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안녕하세요. 수혁입니다.”
바로 수혁이었다.
* * *
“그러면 파일로브 후작이 암당과 관련이 있다는 겁니까?”
로일이 당황스러운 표정과 목소리로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수혁은 물음에 답하며 로일의 분위기를 살폈다.
로일과 만났고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분위기는 심각해졌다.
“으음…….”
로일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후, 파일로브 후작이…….’
이미 로일은 암당을 알고 있었다.
황제의 직속이자 황가의 비밀 정보 조직 ‘페이드씬’.
페이드씬에서는 이미 암당에 대해 은밀히 조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파일로브 후작과 관련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럼 로페드란 자가…….’
수혁과의 만남이 끝난 후 파일로브가 소개해 주겠다는 자와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자의 이름은 ‘로페드’.
수혁이 말한 암당의 1지부장과 이름이 똑같았다.
‘어떻게 할까.’
로일은 고민을 했다.
‘그래, 수혁 님이 있는 지금이…….’
곧 고민을 끝낸 로일은 수혁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 그리고 이후 있을 로페드와의 만남까지 모든 것을 말했다.
“…….”
모든 이야기를 들은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제가 신호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수혁은 로일의 말에 답하며 로일이 알려준 왼쪽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기다리기 시작했다.
기다린 지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경고!]
[드래고니아의 제 4장로 하이도롬이 나타났습니다.]
갑작스레 나타난 메시지 때문이었다.
‘하이도롬!’
메시지를 본 수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문을 쳐다보았다.
로페드는 혼자 오지 않았다.
하이도롬과 함께 왔다.
‘세뇌를 하려고?’
혹시나 로일에게 세뇌를 걸려고 하는 것일까?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비욘드 후작도 세뇌를 당할 뻔하지 않았는가?
‘지금 나가야 하나?’
수혁은 고민했다.
지금 나가서 이 사실을 알려야 할지.
‘아니야, 알고 있잖아?’
그러나 수혁은 나가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비욘드 후작이 세뇌당할 뻔했다는 것을 로일에게 말했다.
로일은 세뇌 같은 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자신만만한 로일의 반응을 보면 분명 대책이 있을 것이다.
거기다 만에 하나 대책이 먹히지 않아 세뇌를 당한다고 해도 정화로 풀어버리면 그만이었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실종된 드래곤들’을 확인했다.
<실종된 드래곤들>
드래곤들이 실종되고 있다.
라스칼은 로스탱이 동족들의 실종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
실종된 드래곤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라!
[수집률 : 13%]
퀘스트 보상 : ???
‘역시!’
예상대로 수집률이 상승해 있었다.
‘이번에 100%를 만들 수 있을까?’
수혁은 수집률을 보며 생각했다.
퀘스트 ‘실종된 드래곤들’은 하이도롬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드래고니아라는 조직과 관련이 있을 것이었다.
하이도롬을 통해 수집률 100%를 만들 수 있을지 기대가 됐다.
바로 그때였다.
[네 번째 메인 에피소드 ‘대륙의 그림자’의 두 번째 챕터 ‘황제의 분노 그리고 암당’이 시작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고 메시지를 본 수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수혁은 챕터 명을 확인했다.
챕터 명은 ‘황제의 분노 그리고 암당’이었다.
여기서 황제는 지금 밖에 있는 로일 페이드를 가리키는 게 분명했다.
수혁이 메시지를 보고 있던 그때.
“나오시죠.”
로일이 신호를 보냈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둘,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하나를 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수혁입니다.”
수혁은 씨익 웃으며 세 사람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그 순간 로일이 손을 들었고 집무실 이곳저곳에 숨어 있던 황가의 수호자들이 나타나 파일로브, 로페드, 하이도롬을 둘러쌌다.
“폐, 폐하?”
파일로브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로일을 불렀다.
“파일로브 후작.”
로일은 싸늘한 표정으로 파일로브를 보았다.
“미친 건가?”
더 이상 로일은 파일로브에게 존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예? 그, 그게 무슨…….”
파일로브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목걸이는 말이야.”
로일은 여전히 붉은빛을 뿜어내는 목걸이를 잡으며 말했다.
“누군가 내 정신에 간섭을 하려 할 때 붉은빛을 뿜어내줘.”
그리고 이어진 로일의 말에 수혁은 알 수 있었다.
‘정신공격을 막는 목걸이었구나.’
어째서 로일이 세뇌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인지.
“근데 이게 왜 붉은 빛을 뿜어냈을까?”
말을 마친 로일은 싸늘하다 못해 얼어버릴 것 같은 눈빛으로 파일로브를 보았다.
“……그, 그건.”
로일의 말에 파일로브는 말을 더듬으며 어떻게 된 것이냐는 표정으로 로페드를 보았다.
정신을 간섭한다는 말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로페드도 답을 할 수 없었다.
세뇌가 먹히지 않을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호의를 끌어내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더구나 그것을 눈치챌 것이라고는 더더욱.
“하아.”
하이도롬이 한숨을 내뱉었다.
“일단 이곳을 탈출해야겠군요.”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더 많은 이들이 몰려오기 전에 이곳을 탈출해야 했다.
“워프는 안 되겠고.”
하이도롬은 미간을 찌푸렸다.
주변에 좌표 교란 마법진이 수없이 중첩되어 있었다.
워프, 블링크 같은 이동 마법은 불가능하다.
‘수혁이 문제인데.’
하이도롬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수혁을 보았다.
솔직히 말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황가의 수호자들은 상관없다.
당장이라도 세뇌로 굴복시킬 수 있다.
문제는 수혁.
수혁은 세뇌가 먹히지 않는다.
더구나 무지막지하게 강하다.
하이도롬은 알고 있다.
결코 수혁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이거 잘하면 죽을 수도 있겠어.’
아무래도 죽음을 각오해야 할 것 같았다.
“폐, 폐하 오해이십니다!”
바로 그때 파일로브가 엎드리며 외쳤다.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
“오해라고 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군.”
그러나 로일의 목소리는 여전히 싸늘했다.
“지금입니다!”
휘익!
바로 그때 하이도롬이 외침과 함께 손을 들었다.
“으윽!”
“윽!”
“크으윽!”
주위를 막고 있던 황가의 수호자들이 무릎을 꿇으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리고 로페드가 재빨리 문 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파이어 월.”
수혁은 문 앞을 향해 파이어 월을 시전했다.
화르륵!
불의 벽이 나타났고 로페드와 하이도롬은 걸음을 멈췄다.
“헬 파이어.”
그리고 수혁은 헬파이어를 시전했다.
대상은 둘 중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하이도롬이었다.
화르륵!
헬 파이어가 나타났고 걸음을 멈췄던 하이도롬의 몸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드래고니아의 4장로 하이도롬이 일시적으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메시지가 나타났다.
‘……일시적?’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에 보았던 메시지가 아니었다.
죽음 앞에 ‘일시적’이란 단어가 붙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