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8
제 428화
426.
아소멜은 로페드의 인사에 답하지 않았다.
그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로페드가 있는 곳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로페드는 상석에서 내려왔고 아소멜은 자연스레 상석에 앉았다.
아소멜은 상석에 앉은 뒤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로페드를 바라볼 뿐이었다.
로페드는 아소멜의 표정을 보며 재빨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오신 거지?’
아소멜은 아무런 연락도 없이 찾아왔다.
거기다 표정을 보면 좋은 일로 온 것은 아닐 것이다.
‘라만 왕국의 일 때문인가?’
파라거스의 말에 따르면 수혁은 라만 왕국을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혹시 그 때문에 온 것이 아닐까?
바로 그때였다.
“파라거스.”
아소멜이 입을 열었다.
“예, 당주님.”
파라거스는 긴장이 가득 느껴지는 목소리로 부름에 답했다.
“잠시 자리 좀 비켜줘.”
아소멜의 말에 파라거스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시 방에는 침묵이 감돌기 시작했다.
로페드는 침묵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미칠 것만 같았다.
“로페드.”
이내 아소멜이 정적을 깼다.
“예, 당주님.”
로페드는 바로 부름에 답했다.
“왜 명을 어겼지?”
“……!”
그리고 이어진 아소멜의 말에 로페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소멜이 온 이유는 라만 왕국에서 활개 치는 수혁 때문이 아니었다.
‘아신 건가…….’
아무래도 관문에 손을 쓴 것을 알게 된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로페드는 변명을 하지 않았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변명은 최악의 선택이다.
“당장 멈춰, 마스터의 명이야.”
아소멜이 말했다.
“……!”
표정에 죄송함을 가득 담고 있던 로페드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마, 마스터?’
수혁을 건들지 말라는 명령은 윗선에서, 그러니까 아소멜이나 부당주인 기로스에게서 내려온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마스터의 명령이라니?
만에 하나 수혁을 죽였다면?
공이 문제가 아니다.
아니, 애초에 공이라고 할 수도 없다.
수혁이 죽는 순간 로페드 역시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바, 바로 멈추겠습니다.”
로페드는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많은 준비를 했다.
준비에 들어간 노력과 힘, 돈이 물거품이 되었지만 전혀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미리 안 것에 대해 감사함이 들 정도였다.
“근데 마스터께서 왜 수혁을…….”
로페드는 말끝을 흐리며 아소멜의 눈치를 살폈다.
어째서 토피앙 크라스가 수혁을 공격하지 말라 명을 내린 것인지 궁금했다.
“…….”
하지만 아소멜 역시 답해 줄 수 없는 질문이었다.
크라스가 왜 수혁을 건들지 말라 한 것인지 아소멜 역시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아소멜의 침묵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로페드는 다시 한번 죄송을 표했다.
“해줘야 할 일이 있어.”
아소멜은 화제를 전환했다.
“맡겨만 주십시오. 완벽히 처리하겠습니다.”
“비욘드 지부를 어서 써야겠어.”
이미 많은 계획이 수혁에 의해 어그러졌고 지금도 어그러지고 있었다.
벌써 독산, 로스탱, 하프 블러드 3개가 수혁에 의해 무너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흑월 휘하의 남은 조직들도 무너질 것 같았다.
그러나 그냥 맞고만 있을 수도 없기에 준비한 것이 ‘비욘드 지부’였다.
하지만 수혁은 어째서인지 비욘드 지부를 공격하지 않았다.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다.
공격을 하지 않는다면 공격을 하게 만들면 된다.
“클로저를 공격해.”
“클로저를요?”
“그래, 다른 곳을 신경 쓰지 못하게 끊임없이 주변을 공격해야겠어.”
클로저뿐만이 아니다.
아소멜은 앞으로 수혁의 주변을 공격해 수혁의 정신을 쏙 빼놓을 생각이었다.
크라스가 건들지 말라고 한 것은 수혁이다.
수혁만 건들지 않으면 된다.
주변을 건드는 것은 상관없다.
“알겠습니다.”
로페드가 답했다.
“바로 진행할까요?”
“지금 당장 가능해?”
“예, 가능합니다.”
이미 클로저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공격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바로 진행해.”
“알겠습니다.”
* * *
“정말 감사합니다.”
사냥왕이 미소를 지은 채 수혁에게 감사를 표했다.
수혁이 라만 왕국에 있던 흑월대원들을 전부 처리했다.
현재 제왕 길드에서는 뒤처리를 하고 있었고 조만간 잃었던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었다.
“아닙니다. 당연히 도와드려야 할 일이었는걸요.”
수혁 역시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다음은 어디죠?”
그리고 이어 물었다.
제왕 길드의 영향력이 견제받은 곳은 라만 왕국뿐만이 아니었다.
“일리인 공국입니다.”
사냥왕이 말했다.
“그럼 바로 가…….”
수혁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말을 하는 도중 수혁은 입을 다물었다.
갑작스레 메시지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퀘스트 ‘클로저’가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 생성 메시지였다.
수혁은 퀘스트 명을 보고 바로 퀘스트 창을 열었다.
<클로저>
암당이 클로저에게 마수를 뻗었다.
행킹을 만나 클로저를 위기에서 구하라!
[남은 시간 : 1시간]
퀘스트 보상 : ???
“…….”
수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생각했다.
‘왜 이게…….’
더 이상 뜨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퀘스트였다.
‘1시간이라니.’
거기다 저번에 나타난 퀘스트와 달랐다.
퀘스트에 시간이 나와 있었다.
1시간 안에 행킹을 만나야 했다.
“무슨 문제라도…….”
수혁의 표정을 본 사냥왕이 물었다.
“잠시 일이 생겨 비욘드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요.”
“아, 알겠습니다. 그럼 미리 가서 준비를 해놓고 있겠습니다.”
“예, 이따 연락드릴게요.”
사냥왕의 말에 답하며 수혁은 바로 ‘아공간으로’를 시전했다.
그리고 워프 마법진을 통해 곧장 비욘드로 워프했다.
‘무슨 일일까.’
수혁은 퀘스트 ‘클로저’의 남은 시간을 보며 재빨리 클로저의 은신처로 향했다.
1시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은 매우 급한 일이란 뜻이었다.
어떤 일이 생긴 것인지 궁금했다.
똑똑
이내 수혁은 클로저의 은신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혁 님!”
그리고 상기된 표정의 행킹을 만날 수 있었다.
“휴, 정말 다행입니다.”
행킹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퀘스트 ‘클로저’를 완료하셨습니다.]
그러자 퀘스트가 완료됐다.
“녀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이어진 행킹의 말에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행킹을 보았다.
“이곳을 공격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곳을요?”
수혁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행킹이 말한 녀석들은 ‘암당’임이 분명했다.
이미 클로저의 은신처를 알고 있던 암당이다.
알고 있음에도 공격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공격을?
무슨 이유로 공격을 하려는 것일까?
“예,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요.”
“뭐가요?”
“녀석들답지 않게 너무 대놓고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선전포고를 하는 느낌입니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암당이 너무 대놓고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암당답지 않았다.
무슨 목적이 있는 것인지 도무지 예측이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녀석들을 쳐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행킹이 물었다.
진짜 목적을 알 수는 없지만 암당에서 공격을 해오는 것은 진짜였다.
결국 전투를 벌여야 한다.
수혁은 행킹의 물음에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이내 생각을 끝낸 수혁이 말했다.
“녀석들의 공격 한 번 막고 쳐들어가죠.”
공격을 받을 경우 공격을 할 명분이 생긴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녀석들의 위치를…….”
행킹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나 말이 다 끝나기도 전.
“큰일입니다!”
방으로 클로저의 길드원이 들어오며 외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암당의 공격’이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 생성 메시지였다.
‘……!’
메시지를 본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퀘스트 생성 메시지 때문이 아니었다.
메시지는 하나만 나타난 게 아니었다.
[네 번째 메인 에피소드 ‘대륙의 그림자’가 시작됩니다.]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해주세요.]
네 번째 메인 에피소드가 시작됐다.
‘갑자기?’
너무나 뜬금없었다.
‘대륙의 그림자라니…….’
거기다 에피소드 명이 심상치 않았다.
‘확인하러 갈 수도 없고.’
당장 로그아웃해 확인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확인을 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지?”
“녀석들이 오고 있습니다.”
“뭐? 지금?”
“예.”
암당의 공격 때문이었다.
지금 로그아웃을 하면 클로저를 지켜 줄 수 없다.
수혁은 행킹과 길드원의 대화를 들으며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연중아.
-연중 : 응.
-수혁 : 봤지?
-연중 : 봤어, 지금 나가서 보려고.
-수혁 : 나 지금 나갈 수가 없어서. 확인하고 어떤 건지 말 좀 해줄 수 있냐?
-연중 : 알겠어. 그럼 확인하고 귓 줄게!
연중과의 귓속말을 끝낸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암당의 공격’을 확인했다.
<암당의 공격>
암당은 클로저를 없애려고 한다.
암당의 마수에서 클로저를 지켜라!
[암당의 당원 : 0 / 50]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를 본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50명밖에 안 오는 건가?’
클로저의 규모는 크다.
50명 정도로 없앨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암당 역시 알고 있을 텐데 고작 50명만 보낸다?
‘설마 이 50명이 전부 흑월대는 아니겠지?’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잠시 고민을 했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클로저를 없애자고 흑월대원을 50명이나 보낼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잡으면 알게 되겠지.’
50명을 잡으면 퀘스트가 완료된다.
그리고 다음 퀘스트가 나타날 것이다.
“수혁 님.”
“네.”
퀘스트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수혁은 부름에 답하며 퀘스트 창을 닫았다.
“녀석들이 오고 있다고 합니다. 곧 도착할 것 같습니다.”
* * *
“생각보다 빨리 시작됐네?”
네 번째 메인 에피소드 ‘대륙의 그림자’가 시작됐다.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날씨에 의해 네 번째 메인 에피소드가 변경됐다.
그리고 당연히 날씨에 의해 네 번째 메인 에피소드가 시작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네 번째 메인 에피소드의 시작 시기가 크게 단축됐다.
어째서 시간이 크게 단축된 것인지 이유가 궁금했다.
“역시 수혁 때문인가.”
이내 장경우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수혁 때문이었다.
라만 왕국에서 수혁이 벌인 일 때문에 기간이 크게 단축됐다.
“어떻게든 크게 영향을 끼치는구나.”
장경우는 다시 키보드를 두들기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내 모니터에 새로운 정보가 나타났다.
네 번째 메인 에피소드 ‘대륙의 그림자’의 챕터들이었다.
“챕터는 안 바뀌었네.”
기간이 크게 단축되었기에 챕터에도 변동이 있을까 싶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건 얼마나 걸리려나.”
이번 메인 에피소드는 얼마나 걸릴지 궁금했다.
“금방 끝나려나?”
메인 에피소드 ‘대륙의 그림자’는 앞서 진행된 메인 에피소드들보다 챕터가 적었다.
거기다 수혁과 너무나 깊게 엮여 있는 메인 에피소드였다.
그 어떤 메인 에피소드보다 열심히 참여할 것이고 역대급 속도로 끝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