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422화 (422/553)

# 422

제 422화

420.

암당에서 먼저 수작을 부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수혁은 응접실에서 나와 비욘드 후작과 함께 마차에 탑승했다.

그리고 초대장에 나온 장소로 향했다.

“후, 걱정이 되는군요.”

비욘드 후작이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때 그자는 없겠죠?”

3일 전 있었던 일 때문에 비욘드 후작은 오늘 있을 파티가 너무나 불안했다.

혹시나 3일 전처럼 또다시 일을 벌이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걱정 마세요.”

수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있다고 해도, 일을 벌인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하이도롬이 나타나 준다면 퀘스트 ‘실종된 드래곤들’을 진행할 수 있다.

오히려 수혁은 하이도롬이 나타나 주길 바라고 있었다.

끼이익

얼마 뒤 마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수혁과 비욘드 후작은 마차에서 내려왔고 5층 저택을 볼 수 있었다.

아무리 봐도 정보 길드의 건물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거대 저택이었다.

마차를 본 것일까?

아니면 연락을 받은 것일까?

저택에서 여러 인물이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그리고 가장 선두에 서 있던 여인이 인사를 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이번에 비욘드 지부를 맡게 된 로사닌이라고 합니다.”

여인의 정체는 로사닌.

이곳의 지부장이었다.

‘역시 아니네.’

혹시나 로페드가 지부장으로 오지 않을까 했는데 아쉽게도 아니었다.

“로페드 님은…….”

비욘드 후작이 말끝을 흐리고 로사닌을 보았다.

“아, 로페드 님은 본부에 급한 일이 생겨서 늦게 오실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가실까요!”

수혁과 비욘드 후작은 로사닌의 안내를 받아 저택으로 들어갔다.

이미 홀에는 수많은 이들이 와 있었다.

“후작님을 뵙습니다!”

“헛, 수혁 님을 뵙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파르빌 상단 제 3단장 카르몬이라고 합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이들은 수혁과 비욘드 후작을 보고 재빨리 다가와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수혁은 인사에 답하며 인사를 하는 이들을 하나하나 주시했다.

‘세뇌당한 사람들이 있을까?’

비욘드 후작을 세뇌하려 했던 암당이다.

지금 모인 이들 역시 꽤나 이름이 있는 이들.

세뇌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후작님.”

수혁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이들에게서 인사를 받고 있는 비욘드 후작을 불렀다.

그리고 수혁의 부름에 비욘드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박수를 치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자자, 여러분!”

박수와 외침에 홀에 있던 모든 이들이 비욘드 후작을 보았다.

“수혁 님께서 대규모 정화 마법을 보여드리고 싶다는데 괜찮겠습니까?”

마차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세뇌를 당한 이가 있을 수 있으니 정화 마법을 쓰자고.

“물론입니다!”

“오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몸이 찌뿌둥했는데 아주 좋습니다!”

“수혁 님의 마법을 보게 될 줄이야! 오길 잘했군!”

비욘드 후작의 말에 주변에 있던 이들이 외침과 함께 수혁을 보았다.

수혁은 수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생각했다.

‘세뇌받은 사람이 없나?’

세뇌를 받은 이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세뇌가 정화에 풀리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반대하는 이가 없었다.

“대규모 정화.”

[대규모 정화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수혁은 치유 속성 마법인 ‘대규모 정화’를 시전했다.

스아악!

시전과 동시에 홀에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리고 마법진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와 홀에 있던 이들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오오오…….”

“마음이 아늑해지는군.”

“역시 수혁 님의 정화는 수준이 높군.”

“그러게 말이야, 다른 마법사들에게 받았던 정화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군.”

“너무 상쾌해!”

그 누구도 머리를 부여잡지 않았다.

전부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없구나.’

아무래도 오늘 초대된 이들은 중 세뇌를 당한 이는 없는 것 같았다.

* * *

장경우는 모니터를 보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될까.”

현재 모니터에는 암당이 비욘드에 만든 가짜 지부에 있는 수혁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싸우려나?”

서로가 모르는 것도 아니다.

수혁은 암당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암당 역시 수혁이 자신들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촉즉발의 상황인 것이다.

“분위기를 봐서는 안 터지겠지?”

바로 그때였다.

띠링!

갑작스레 알림 소리가 울려 퍼졌고 장경우는 움찔했다.

장경우는 미간을 살짝 좁힌 채 알림이 뜬 이유를 확인했다.

“진행 속도가 급 빨라졌네.”

알림이 뜬 이유는 해피 때문이었다.

해피의 직업 퀘스트 진행 속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물론 해피가 빨리빨리 진행을 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퀘스트가 삭제될 줄은 몰랐는데.”

진행해야 할 퀘스트가 사라졌다.

직업 퀘스트 조건 하나당 퀘스트가 20% 정도 사라졌다.

10개를 깨야 했다면 8개만 깨면 되는 것이다.

“메인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영향을 끼치는구나.”

퀘스트가 사라진 이유는 바로 수혁 때문이었다.

수혁의 행동 하나하나가 판게아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하긴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도 만들어 내는데.”

어찌 보면 여러 영향을 끼치는 게 당연한 이야기였다.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혹시나 메인 에피소드에 변경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이내 모니터에 메인 에피소드들이 나타났다.

전과 같았다.

“아직 메인 에피소드들은 안 바뀌…….”

그러나 장경우의 중얼거림이 끝나기도 전.

띠링!

알림 소리와 함께 모니터에 나와 있던 메인 에피소드에 변화가 생겨났다.

“…….”

장경우는 말없이 미간을 찌푸렸다.

원래 세 번째 메인 에피소드였던 ‘결사대 로스탱’의 뒤를 잇는 네 번째 메인 에피소드 명은 ‘심해의 전설, 바이루트’였다.

그런데 네 번째 에피소드가 ‘심해의 전설, 바이루트’에서 ‘대륙의 그림자’로 변했다.

챕터 명을 확인한 장경우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암당이 벌써?”

대륙의 그림자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암당이었다.

암당은 지금 나와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원래 계획대로 메인 에피소드가 진행되었다고 해도 메인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되기 전 존재가 알려져야 했다.

그런데 바로 메인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되었다.

“암당이 무너질 리가 없는데.”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암당은 앞서 무너진 흑월의 휘하 조직 독산, 하프 블러드, 로스탱과는 다르다.

흑월의 정보를 담당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다른 곳이 무너지기 전 암당이 무너진다?

말이 되지 않는다.

“아…….”

전체적인 스토리를 확인한 장경우는 탄성을 내뱉었다.

“다행이네.”

다행히도 암당을 무너트리는 메인 에피소드는 아니었다.

메인 에피소드 ‘대륙의 그림자’는 암당의 존재가 대륙에 알려지는 에피소드였다.

“근데 왜 갑자기 바뀐 거지?”

장경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혁이 파티에 참여했기 때문일까?

그러나 이미 파티에 참여할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

바뀌었을 거면 진즉 바뀌어야 했다.

장경우는 메인 에피소드가 바뀐 이유를 확인했다.

“……어?”

이유를 확인한 장경우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날씨?”

메인 에피소드가 바뀐 이유는 하프 블러드의 5인자 ‘날씨’ 때문이었다.

“어떻게…….”

장경우는 정밀하게 확인을 시작했다.

“……허.”

그리고 확인을 마친 장경우는 탄성을 내뱉었다.

“이렇게 연결이 되어 있었구나.”

에리미 아니, 브리니스의 존재를 알게 된 날씨는 이후 브리니스를 찾기 위해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브리니스를 찾던 중 암당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거 크게 바뀌겠는데…….”

장경우는 말끝을 흐렸다.

이번에 날씨가 알아낸 것과 알아낼 것들은 엄청난 것들이었다.

“수혁한테 먼저 말하겠지?”

날씨는 수혁과 친분이 있었다.

아마도 정보를 알린다면 수혁에게 먼저 알릴 가능성이 높았다.

* * *

“이제 슬슬 돌아갈까요?”

연중이 말했다.

“스펙 업 하고 와야 할 것 같은데.”

아직 퀘스트가 남아 있기는 했지만 이제 슬슬 한계가 느껴졌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연중의 말에 사냥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사냥왕 역시 연중과 같은 생각이었다.

더 좋은 장비를 만들든, 레벨을 올리든 혹은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든 더 강해져야 끝까지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이번 퀘스트 완료하고 돌아가죠!”

사냥왕의 답에 연중이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그리고 이어 물었다.

“……?”

사냥왕은 연중의 물음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독고 길드요.”

“아…….”

이어진 연중의 말에 사냥왕은 탄성을 내뱉었다.

리더 길드 이전에 페이드 제국 최강 길드였던 독고 길드.

얼마 전 독고 길드가 마계에 나타났다.

이미 리더 길드와 제왕 길드에서 안정화를 끝내놨기에 독고 길드는 쭉쭉 다음 ‘계’로 넘어왔고 어느새 12마계에 와 있었다.

그리고 안정화를 진행하며 9마계의 입구를 찾아 움직이고 있었다.

“그냥 냅두는 게 어떻겠습니까?”

사냥왕이 말했다.

“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

12마계에 온 독고 길드원의 수는 많지 않았다.

“9마계의 입구를 찾아 줄 수도 있으니까요.”

조만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9마계의 입구.

그러나 생각과 달리 9마계의 입구를 찾는 데에는 시간이 꽤나 걸리고 있었다.

혹시나 독고 길드에서 입구를 찾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9마계를 그 인원으로 돌아다닐 수는 없을 테구요.”

12마계도 그렇고 11마계도 그렇고 전부 맛보기였다.

9마계부터가 진짜였다.

지금이야 적은 수로도 돌아다닐 수 있지만 9마계부터는 아니다.

똘똘 뭉쳐 돌아다녀야 했다.

수가 적은 독고 길드는 결코 9마계를 탐사할 수 없다고 사냥왕은 확신하고 있었다.

* * *

파티를 끝내고 저택으로 돌아온 수혁은 비욘드 후작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럼 수배를 풀면 되겠습니까?”

“예, 그리고 만약 암당에서 연락이 온다거나 하면 클로저와 리더 길드로 서신 한 통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대회 때…….”

말끝을 흐린 비욘드 후작이 수혁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예, 그때 뵙겠습니다.”

수혁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리고 활짝 웃는 비욘드 후작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택에서 나온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안 올랐어.’

혹시나 퀘스트 ‘실종된 드래곤들’의 수집률이 오르지 않았을까 했는데 오르지 않았다.

‘언젠가는 보게 되겠지.’

암당과 연관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렇게 암당과 부딪히다 보면 언젠간 만나게 될 것이다.

퀘스트 창을 닫은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도서관 가서 로그아웃해야겠네.’

천마서고에 도착하면 딱 자정이 될 것 같았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수혁은 아공간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아공간에 도착한 순간.

-날씨 : 수혁 님!

날씨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날씨 :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