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0
제 420화
418.
“비욘드 후작이요?”
수혁은 반문했다.
갑자기 왜 비욘드 후작이 위험하단 말인가?
“예.”
행킹이 수혁의 반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비욘드 후작도 모르는 곳입니다. 그런데 암당이 이곳을 알고 있다는 것은 따로 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고 비욘드 후작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역시 눈치챘을 겁니다.”
두 번째 은신처는 비욘드 후작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런데 암당이 위치를 알았다는 것은 조사를 했다는 것이고 그 말은 비욘드 후작을 완전히 믿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거기다 조사를 하며 비욘드 후작이 미지근하게 움직인다는 것 역시 알아냈을 것이다.
이후 행킹과 이야기를 마친 수혁은 은신처에서 나왔다.
그리고 비욘드 후작을 만나러 비욘드 후작가로 향했다.
‘아니겠지.’
수혁은 저택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그래도 후작인데…….’
비욘드 후작은 고위 귀족이었다.
거기다 후작 중에서도 파워가 상당히 강한 후작이었다.
그런 비욘드 후작을 죽인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내 수혁은 비욘드 후작가에 도착했다.
“아, 지금 후작님께서는 손님을 만나고 계십니다.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비욘드 후작을 바로 만날 수는 없었다.
수혁은 응접실에서 비욘드 후작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끼이익
문이 열리며 응접실로 비욘드 후작이 들어왔다.
그리고 이어진 비욘드 후작의 말에 수혁은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쩐 일로 오신 것이오?”
뭔가 이상했다.
말투가 수혁이 알던 비욘드 후작의 말투가 아니었다.
아니, 말투뿐만이 아니다.
분위기 역시 달랐다.
아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 * *
페이드 제국 제 1지부장 로페드는 침을 꼴깍 삼켰다.
현재 로페드의 반대편에는 흑월의 휘하 세력 중 하나인 ‘드래고니아’의 간부가 하나 와 있었다.
드래고니아의 간부 ‘하이도롬’을 보며 로페드는 생각했다.
‘엄청난 분위기야.’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인데 압도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절로 주눅이 들었다.
‘어떤 곳일까.’
로페드는 드래고니아가 어떤 조직인지 알지 못했다.
암당의 간부, 그것도 중요하다 할 수 있는 페이드 제국의 1지부장인 로페드에게도 드래고니아의 정보는 공개가 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철저히 베일에 둘러싸인 조직이 드래고니아였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파일로브 후작님이 오셨습니다.”
노크와 함께 문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로페드가 답했고.
끼이익
문이 열리며 파일로브가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로페드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파일로브에게 인사했다.
“예, 근데 이분은…….”
파일로브가 하이도롬을 보며 말끝을 흐렸다.
스윽
그러자 하이도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개를 하려 했던 로페드는 혹시나 하이도롬이 돌발 행동을 할까 봐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하이도롬을 주시했다.
“……오랜만입니다.”
이어 하이도롬에게서 칙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로페드는 하이도롬의 인사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소름 끼치는 칙칙한 목소리 때문이 아니었다.
‘알고 있어?’
오랜만이라는 인사.
하이도롬은 파일로브를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근데…….’
하지만 파일로브의 표정을 보면 하이도롬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스윽
하이도롬이 얼굴을 가리고 있던 로브를 벗었다.
로페드는 어째서 하이도롬이 로브를 벗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얼굴에 흉터가 있었다.
한두 개가 아니라 볼, 코 등등 가릴 것 없이 모든 곳에 크고 작은 흉터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이도롬 님!”
그리고 이어진 파일로브의 외침에 로페드는 알 수 있었다.
“어디 가셨던 겁니까! 제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요!”
둘은 아주 잘 아는 사이라는 것을.
“잠시 일이 생겨서요.”
하이도롬이 히죽 웃으며 답했다.
“……아시는 분입니까?”
로페드는 조심스레 파일로브에게 물었다.
“예전에 저의 목숨을 구해 주신 분입니다. 저에게는 생명의 은인이시죠. 그런데 하이도롬 님도 암당과 인연이 있었습니까?”
“아…….”
파일로브의 말에 로페드는 탄성을 내뱉으며 하이도롬을 보았다.
어디까지 말을 한 것일까?
로페드의 눈빛을 받은 하이도롬이 입을 열었다.
“아아, 예. 암당과 인연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일을 도와주기로 하였구요.”
“그렇군요.”
파일로브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도울 일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끄덕임을 멈춘 파일로브가 물었다.
파일로브가 이곳에 온 이유는 로페드가 도움을 청했기 때문이었다.
“비욘드 후작과 자리를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로페드가 답했다.
“비욘드 후작과요? 그냥 자리만 만들면 되는 것입니까?”
“예, 그리고 하이도롬 님을 소개해 주시면 됩니다.”
“어려운 부탁은 아니군요. 시간은…….”
파일로브가 말끝을 흐렸고.
“오늘 당장은 안 되겠습니까?”
로페드가 이어 답했다.
“……예? 당장 말입니까?”
파일로브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렵지 않은 부탁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예, 한시가 급한 일입니다.”
로페드가 난감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힐끔 하이도롬을 보았다.
당장 비욘드 후작과 자리를 만들려는 것은 하이도롬 때문이었다.
하이도롬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비욘드 후작을 작업하기 위해서는 하이도롬이 꼭 필요했다.
하이도롬이 돌아가기 전 비욘드 후작과 자리를 만들어 작업을 해야 했다.
“……알겠습니다.”
잠시 생각을 하던 파일로브가 답했다.
“지금 당장 가지요.”
* * *
“……흐음.”
비욘드 후작은 침음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치를 챈 건가?’
파일로브가 찾아왔다.
어째서 찾아온 것일까?
혹시나 클로저를 잡지 않고 있는 것을 눈치챈 것일까?
아니면 지부가 만들어지는 것 때문에 온 것일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방에서 나온 비욘드 후작은 파일로브가 있는 제 1 응접실로 향했다.
그리고 제 1 응접실에 도착한 비욘드 후작은 파일로브를 만날 수 있었다.
“파일로브 후작님을 뵙습니다.”
“잘 지냈나?”
파일로브는 비욘드 후작의 인사에 활짝 웃으며 안부를 물었다.
“아니요. 클로저 때문에 요즘 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비욘드 후작은 파일로브가 온 목적을 떠보기 위해 클로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렇구만, 걱정 말게! 이제 곧 지부가 생기지 않는가? 다 잘될 거야.”
“예, 잘되겠지요. 근데 저자는…….”
말끝을 흐린 비욘드 후작은 파일로브의 뒤를 보았다.
검은 로브를 푹 눌러 쓴 이가 있었다.
뒤에 서 있는 것을 보아 호위인 것 같았다.
그러나 호위라고 하기에는 얼굴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아, 이분은 말이야…….”
파일로브가 말끝을 흐리며 검은 로브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분?’
그리고 비욘드 후작은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파일로브가 존칭을 썼기 때문이었다.
호위가 아니었다.
도대체 누구일까?
바로 그때였다.
스윽
검은 로브를 쓰고 있던 이가 로브를 벗었다.
그리고 비욘드 후작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얼굴에 있는 수많은 흉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
갑작스레 몸에 힘이 빠지고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비욘드 후작은 몽롱해지는 정신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저 눈…….’
그리고 비욘드 후작은 볼 수 있었다.
흉터가 가득한 얼굴에 나타난 2개의 붉은 눈동자를.
아마도 지금 몸에 힘이 빠지고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은 붉은 눈동자 때문인 것 같았다.
아니, 확실했다.
‘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 * *
수혁은 비욘드 후작을 보며 생각했다.
‘정화 한번 써봐?’
치유 마법 ‘정화’.
만약 저주 혹은 기생충에 의한 변화라면 정화로 해결을 할 수 있다.
거기다 정화는 귀족들이 종종 즐기는 마법이었다.
몸에 남아 있는 피로 역시 단숨에 날려주기 때문이었다.
“정화.”
[정화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생각을 마친 수혁은 바로 정화를 시전했다.
동의는 필요 없었다.
스아악
비욘드 후작의 몸에 빛이 서렸다.
움찔!
그리고 비욘드 후작이 움찔하더니 이내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진짜야?’
혹시나 하고 써봤는데 반응을 보아 정화로 해결이 가능한 것 같았다.
“정화.”
[정화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수혁은 재차 정화를 시전했다.
털썩!
그러자 비욘드 후작이 앞으로 쓰러졌다.
“정화.”
[정화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으…….”
정화를 한 번 더 시전하자 비욘드 후작은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수혁은 혹시나 비욘드 후작이 잘못될까 봐 중간중간 힐을 넣어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부들거림을 멈춘 비욘드 후작이 힘겹게 일어났다.
“수혁 님?”
그리고 수혁을 본 비욘드 후작은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여긴 어쩐 일로…….”
수혁이 알던 비욘드 후작의 말투와 분위기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그게…….”
비욘드 후작은 수혁의 물음에 말끝을 흐리며 생각했다.
“붉은 눈…….”
그러나 당장에 생각나는 것은 붉은 눈뿐이었다.
머릿속이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비욘드 후작은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
이내 생각이 정리되었고 비욘드 후작이 놀란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지금 옆 응접실에…… 크윽!”
무언가를 말하려 했던 비욘드 후작이 다시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경고!]
[드래고니아의 제 4장로 하이도롬이 나타났습니다.]
[하이도롬이 세뇌를 하려 합니다.]
[정신 공격을 무효화합니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생각했다.
‘드래고니아? 뭐야 얜 또?’
* * *
“……큭!”
하이도롬은 짧게 비명을 내뱉었다.
그리고 놀란 표정으로 비욘드 후작이 있는 방향을 보았다.
‘내 세뇌를 바로 파괴해?’
하이도롬이 비명을 내뱉은 이유는 비욘드 후작에게 걸어 놓은 세뇌가 파괴되었기 때문이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니다.
거기다 방금 전까지 연결이 되어 있었다.
즉, 세뇌를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데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세뇌가 끊긴 지금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
“파일로브 님.”
하이도롬은 파일로브를 불렀다.
“예.”
“일단 자리를 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수혁에 대한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솔직히 과장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마주해보니 과장이 아니다.
오히려 과소평가된 것 같았다.
“……예? 아직 일이 안 끝나셨다고.”
“아뇨. 끝났습니다.”
스윽
하이도롬은 손을 휘저었다.
‘기억은 지웠고.’
비욘드 후작의 머릿속에서 자신에 대한 기억을 지웠다.
물론 시간이 없어 완벽히 지우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할 것이다.
‘얼마나 벌 수 있으려나.’
기억만 지운 게 아니었다.
수혁에게 세뇌를 걸었다.
물론 성공을 노리고 건 세뇌는 아니었다.
하이도롬이 수혁에게 세뇌를 건 것은 오로지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