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9
제 419화
417.
[세 번째 메인 에피소드 ‘결사대 로스탱’의 마지막 챕터 ‘깊게 숨는 이들’이 시작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잠시 걸음을 멈췄다.
‘드디어 마지막인가.’
언제 시작될까 궁금했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챕터가 시작됐다.
‘뭐, 알아서 하겠지.’
신경 쓸 필요 없다.
알아서 잘 진행될 것이다.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겨 귀계로 넘어갔다.
[귀계에 입장하셨습니다.]
도착함과 동시에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구룡천마에게 받았던 아이템 ‘신호석’을 꺼냈다.
아이템명 그대로 구룡천마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수혁은 신호석을 사용했다.
[구룡천마에게 신호를 보냈습니다.]
신호석을 사용하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얼마 뒤.
스아악!
포탈이 나타났고 안에서 구룡천마가 걸어 나왔다.
“오셨습니까.”
구룡천마는 활짝 웃으며 수혁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수혁 역시 미소를 지은 채 인사에 답했다.
“가시죠.”
그리고 이어진 구룡천마의 말에 수혁은 포탈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천마산에 입장하셨습니다.]
포탈을 통해 도착한 곳은 천마서고 바로 앞이었다.
“바로 가시겠습니까?”
뒤따라 들어온 구룡천마가 물었다.
“예.”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든 불러주시길.”
“옙.”
수혁은 구룡천마와의 대화를 마치고 바로 걸음을 옮겼다.
[천마서고에 입장하셨습니다.]
천마서고에 들어온 수혁은 학사들을 보았다.
학사들은 여전히 책을 만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근데 무슨 책을 만들고 있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끊임없이 붓을 휘두르고 있는 이들이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의 책을 쓰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수혁은 학사들에게 다가갔다.
“……!”
“……!”
한창 집필에 열중하고 있던 학사들은 수혁이 다가오자 약속이라도 한 듯 집필을 멈췄다.
그리고 놀란 표정으로 수혁을 보았다.
“피, 필요하신 거라도.”
가장 가까이 있던 학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어째서인지 목소리에는 떨림이 가득했다.
“무슨 책을 쓰시나 궁금해서요.”
예상치 못한 학사의 반응에 수혁 역시 조금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아, 그…….”
수혁의 말에 학사는 말끝을 흐리며 뒤쪽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나머지 학사들 역시 뒤로 우루루 물러났다.
‘이렇게 보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당황스러움을 계속해서 유발하는 학사들의 행동에 수혁은 재빨리 학사들이 집필하고 있던 책들을 보았다.
‘다양하구나.’
소설, 일기 등 종류가 다양했다.
“그럼…….”
빠르게 책들을 확인한 수혁은 학사들에게 인사하고 빠르게 물러났다.
그리고 수혁이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자 학사들은 다시 자리에 앉아 집필을 하기 시작했다.
수혁은 집필을 시작한 학사들을 보며 생각했다.
‘가면 안 되겠다.’
다가가면 집필이 멈춰진다.
즉, 책이 나오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것을 원치 않는 수혁이었다.
수혁은 책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책장에 도착한 수혁은 흐뭇한 표정으로 책을 꺼내기 시작했다.
* * *
“후…….”
귀룡학사는 깊게 한숨을 내뱉으며 책을 덮었다.
“끝나셨습니까?”
그러자 옆자리에 있던 제갈춘삼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일단 1부는 끝냈네. 2부를 쓸 차례인데 허리가 너무 아파서…….”
귀룡학사는 말끝을 흐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네는 안 아픈가?”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 있어서 몸이 굳었다.
귀룡학사는 굳은 몸을 풀어 주며 제갈춘삼에게 물었다.
“저도 죽을 것 같습니다.”
제갈춘삼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책상에 앉아 독서를 하고 있는 수혁을 보며 말했다.
“수혁 님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벌써 5일째였다.
5일째 수혁은 가만히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게 말이야. 거의 움직이지를 않으시니.”
자는 시간, 책 가지러 가는 시간 외에 수혁은 책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스트레칭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끊임없이 책을 읽을 뿐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책을 읽던 수혁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들을 반납하고는 땅으로 꺼지듯 자리에서 사라졌다.
“……?”
“……?”
수혁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던 귀룡학사와 제갈춘삼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 수혁은 가져온 책들을 다 읽지 않고 반납을 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무슨 일이 생기신 걸까요?”
“갑자기 허리가 아파지신 건 아니겠지……?”
제갈춘삼과 귀룡학사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수혁이 있던 자리를 보며 대화를 나눴다.
* * *
“완벽해?”
아소멜이 물었다. 드디어 가짜 정보들이 완성됐다.
“예.”
기로스가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답했다.
이번에 만든 가짜 정보들은 완벽했다.
“한번 검토해보시겠습니까?”
아소멜이 검토를 한다고 해도 단 하나의 문제점, 어색함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기로스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
“그래, 한번 확인해보지.”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아소멜의 답에 기로스는 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얼마 뒤 서류를 한가득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여기 있습니다.”
기로스가 책상 위에 서류 더미를 내려놓았다.
아소멜은 곧장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서류를 읽는 아소멜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읽었던 서류도 다시 보는 등 꽤나 긴 시간 동안 서류를 읽은 아소멜은 이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완벽하군. 정말 완벽해.”
가짜 정보들은 더없이 완벽했다.
만약 가짜라는 것을 몰랐다면 아소멜 역시 깜짝 속아 넘어갈 정도였다.
이 정도 수준의 정보라면 수혁 역시 속고 말 것이었다.
“바로 시작할까요?”
아소멜의 반응에 기로스는 히죽 웃으며 물었다.
“그래, 이 정도면 바로 지부를 세워도 되겠어.”
모든 준비가 됐으니 일을 시작할 차례였다.
“근데 녀석들은 어떻게 할까요?”
“녀석들?”
“클로저 말입니다.”
“음…….”
아소멜은 침음을 내뱉었다.
정보 길드 ‘클로저’는 상당히 껄끄러운 존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정보를 다루기 때문이었다.
그냥저냥 다루는 것도 아니고 암당의 꼬리를 잡을 정도로 잘 다루는 편이었다.
“처리해야겠지.”
만약 클로저가 계속해서 수혁의 옆에 있다면?
그리고 가짜 정보를 같이 분석하게 된다면?
당장이야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챌 것이었다.
그 전에 수혁에게서 클로저를 치워야 했다.
“이번에 지부를 세우면서 같이 지워버려. 단, 수혁이 있다면 멈추고.”
물론 수혁이 있을 경우 클로저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했다.
“알겠습니다.”
기로스가 답을 하고 방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잠깐!”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아소멜은 기로스를 불렀다.
기로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아소멜을 보았고 아소멜이 이어 말했다.
“비욘드 후작도 이번 기회에 작업을 해야겠어.”
“작업이라 하심은…….”
아소멜의 말에 기로스가 말끝을 흐렸다.
작업에는 암살, 세뇌 등등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뭐 당연히…….”
* * *
스윽
수혁은 책을 덮고 다음 책을 향해 손을 뻗으며 귓속말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음 책을 향해 손을 뻗던 수혁은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비둘 : 수혁 님! 후작가에서 서신이 하나 왔습니다.
리더 길드의 부길드장 비둘에게서 귓속말이 와 있었다.
그리고 귓속말을 본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둘이 말한 후작가는 비욘드 후작가를 말하는 게 분명했다.
비욘드 후작가에서 서신을 보낸 이유는 단 하나.
‘지부를 드디어?’
암당이 비욘드에 지부를 만든 게 확실했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수혁은 책들을 반납한 후 바로 아공간으로 이동했고 워프 마법진을 이용해 비욘드로 워프했다.
그리고 우선 서신을 확인하기 위해 길드 하우스로 향했다.
“여기 있습니다.”
길드 하우스에 도착한 수혁은 바로 비둘을 만났고 서신을 받을 수 있었다.
수혁은 바로 서신을 읽기 시작했다.
‘……됐다.’
예상대로 서신에는 암당에서 지부를 만들 것이란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3일 뒤.’
지부가 만들어지는 시간은 오늘을 기준으로 3일 뒤.
“아, 그리고 오시기 직전에 서신이 하나 더 왔습니다.”
“……저한테요?”
서신을 읽고 있던 수혁은 비둘의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예, 이번에 비욘드에 새로 생길 정보 길드에서 보낸 서신입니다.”
비둘의 말에 수혁은 재빨리 서신을 받아 읽었다.
새로 생길 정보 길드는 암당이었다.
즉, 암당의 서신이었다.
‘……초대를?’
서신을 읽은 수혁은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서신의 정체는 바로 초대장이었다.
‘파티를 열다니 무슨 생각이지?’
정보 길드는 최대한 언급이 되지 않고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파티라니?
무슨 생각으로 파티를 열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일까?
“혹시 여기서 서신이 또 오면 바로 연락 주세요!”
“예!”
수혁은 비둘의 답을 들으며 길드 하우스에서 나왔다.
그리고 클로저의 은신처로 향하며 생각했다.
‘날 왜 초대한 걸까.’
파티를 연 것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초대한 이유도 이해가 안 됐다.
‘내가 자기들을 모를 거라 생각하는 건가?’
혹시 암당에서는 수혁이 자신들의 존재를 모른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래서 초대를 하는 것일까?
친분을 쌓아 다양한 정보를 얻기 위해?
‘그건 아닐 것 같은데.’
암당은 엄청난 정보력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은밀하고 규모도 엄청났다.
수혁과 클로저의 관계도 알고 있을 것이고 자신들이 들켰음을 모를 리 없다.
그렇게 생각에 잠긴 채 걸음을 옮기던 수혁은 이내 은신처에 도착했고 표정에 흥분이 가득한 행킹을 볼 수 있었다.
[퀘스트 ‘클로저’를 완료하셨습니다.]
만남과 동시에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나타났다.
하지만 수혁은 메시지에 신경 쓸 수 없었다.
“큰일 났습니다!”
행킹의 외침 때문이었다.
“암당에서 온 서신입니다.”
그리고 이어진 행킹의 말에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암당에서요?”
“예, 이걸…….”
행킹이 서신을 내밀었고 수혁은 서신을 보았다.
수혁이 받았던 서신과 똑같은 내용이 쓰여 있었다.
3일 뒤 있을 파티의 초대장이었다.
“녀석들이 이곳으로 서신을 가져왔습니다.”
행킹은 살짝 두려움이 깃든 표정으로 말했다.
놀랍게도 이 서신은 다른 곳에서 받아온 것이 아닌 은신처로 배달됐다.
암당에서는 클로저의 두 번째 은신처 역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래서 마수 퀘스트가 떴나?’
퀘스트 생성 이유가 혹시 이 서신 때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욘드 후작은 만나셨습니까?”
행킹이 물었다.
“아니요, 아직요.”
생각에 잠겨 있던 수혁은 행킹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번 만나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행킹이 말했다.
“제 예상대로라면…….”
말끝을 흐린 행킹은 난감함과 걱정이 반반 섞인 표정을 짓고는 이어 말했다.
“비욘드 후작이 위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