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9
제 409화
407.
“…….”
케일은 파비앙의 말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하비는 이미 파비앙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
습격 작전을 알고 있었다는 것인데 습격 작전을 아는 것은 독의 마탑 내에서도 극소수였다.
그리고 장부에는 놀랍게도 독의 마탑에 속한 마법사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동명이인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름이 특이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적었다.
즉, 습격 작전을 유출한 것은 장부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독의 마탑 마법사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마탑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망가진 건지 모르겠지만.”
파비앙이 중얼거렸다. 장부에는 독의 마탑 마법사만 있는 게 아니다.
불의 마탑, 치유의 마탑 등 빠짐없이 장부에 이름이 올라 있었다.
혹시나 장부가 녀석들의 함정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도려내고 가야지.”
* * *
“그럼 2주 뒤 뵙겠습니다!”
“옙!”
“다음에 뵙겠습니다.”
비욘드 후작의 배웅을 받으며 수혁과 연중은 저택에서 나왔다.
그리고 길드 하우스로 걸음을 옮기던 중 연중이 물었다
“마계 갈 거야?”
“응.”
중간계에서 할 일은 전부 끝났다.
이제 12마계로 가 책을 읽을 시간이었다.
“넌?”
“아, 나는…….”
이어 수혁이 연중에게 물었고 연중은 말끝을 흐리며 수혁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
연중의 눈빛에 수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눈치를 살피는 것일까?
이내 연중의 입이 열렸고 수혁은 왜 연중이 눈치를 살핀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네가 그때 귀계 구경시켜준다고 했잖아?”
“아, 귀계 가려고?”
“응, 온 김에 가 보려구.”
말을 마친 연중은 다시 수혁의 눈치를 살폈다.
“그래, 데려다줄게.”
수혁은 피식 웃으며 연중에게 말했다.
“바로 갈 거야?”
“응! 일은 아까 다 끝내놨거든.”
“그럼 워프 게이트로 가자.”
수혁은 방향을 틀어 워프 게이트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근데 거기 나 혼자서도 탐험이 가능할까?”
걸음을 옮기던 중 연중이 말했다.
“왜?”
“내가 공격력이 약한 편이잖아.”
“에이, 방어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거지 약하지는 않잖아?”
수혁이 말했다.
연중의 공격력이 약한 것은 방어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지 다른 유저들과 비교하면 결코 약하지 않았다.
귀계의 귀신들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연중이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하늘을 난다거나 대귀 등급의 귀신이라면 힘들겠지만 말이다.
“그, 그런가?”
수혁의 말에 연중이 살짝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리고 수혁은 연중의 반문에서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누구 데리고 갈 사람 있어?”
수혁이 연중에게 물었다.
그러자 연중이 흠칫했고 수혁은 확신했다.
데리고 가고 싶은 이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게 실은 사냥왕 님이…….”
연중은 다시 한번 말끝을 흐리며 수혁의 눈치를 살폈다.
“아, 사냥왕 님도 가고 싶으시대?”
“응응, 될까?”
“그럼.”
수혁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도 아니고 사냥왕이었다.
오고 싶다는 걸 못 오게 할 이유가 없었다.
“연락할게!”
수혁의 말에 연중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수혁과 연중은 바로 귀계 입구가 있는 일리인 공국의 마을 캐슈로 워프했다.
“사냥왕 님은 언제쯤 도착하신대?”
워프 게이트에서 나온 수혁은 연중에게 물었다.
“1분!”
연중이 답했고 정확히 1분 뒤.
“저 왔습니다!”
사냥왕이 도착했다.
“가시죠!”
수혁은 사냥왕과 인사를 나누고 앞장서 여관 ‘나그네의 쉼터’로 향했다.
“저기야, 저깁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고 수혁은 손을 들어 전방에 자리 잡고 있는 여관 ‘나그네의 쉼터’를 가리켰다.
“저기가…….”
“후우.”
연중은 말끝을 흐리며 침을 꼴깍 삼켰고 사냥왕은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수혁은 둘의 반응에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연중과 사냥왕 역시 따라 걸음을 옮겼다.
[입장할 수 없습니다.]
[강제 입장 시 모든 능력치가 50% 감소합니다.]
그리고 이어 나타난 메시지에 연중과 사냥왕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수, 수혁아?”
“페널티가…….”
“아, 잠시만요.”
수혁은 연중의 부름과 사냥왕의 말에 탄성을 내뱉으며 여관 창을 열었다.
그리고 연중과 사냥왕을 등록했다.
이후 수혁은 연중, 사냥왕을 데리고 귀계의 입구가 있는 지하 창고로 내려갔다.
“여기가 바로 귀계 입구!”
지하 창고에 도착한 수혁은 빨간 문을 열고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
그러자 연중과 사냥왕이 안으로 들어갔고 수혁은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저게 혹시 입구인가요?”
사냥왕이 회색 포탈을 가리키며 물었다.
“예, 저기가 귀계의 입구입니다. 바로 가시죠!”
수혁의 말에 연중과 사냥왕은 기다렸다는 듯 포탈로 들어갔다.
그리고 수혁은 문을 닫고 따라 귀계로 향했다.
[귀계에 입장하셨습니다.]
귀계에 도착한 수혁은 먼저 들어갔던 연중과 사냥왕을 보았다.
연중과 사냥왕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여기는 입구고 일단 밖으로 나가죠.”
수혁은 연중과 사냥왕을 지나쳐 동굴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건 그냥 아까 그 포탈로 가면 되는 거야?”
밖으로 향하던 중 연중이 물었다.
“응, 그러면 여관으로 나올 수 있어.”
[바라빌라의 평야에 입장하셨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동굴 밖에 도착한 수혁은 연중과 사냥왕에게 말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가이드를 할 생각은 없다.
연중과 사냥왕 둘이라면 충분히 귀계를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대귀만 만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응! 나중에 연락할게!”
“다음에 뵙겠습니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연중, 사냥왕과 인사를 나눈 수혁은 아공간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곧장 워프 마법진을 통해 12마계의 도시 ‘코레도니스’로 워프했다.
워프 게이트에서 나온 수혁은 마족들의 시선을 듬뿍 받으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 * *
“녀석들의 동태는?”
온새미로가 물었다.
“심상치 않아. 과거 오니 녀석들과 비슷해.”
미르는 온새미로의 물음에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
도깨비들은 이름과 영역을 되찾았다.
그러나 이름을 되찾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약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오니와의 전투로 힘이 약해졌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근처에 있던 다른 세력들이 도깨비들의 영역을 탐내고 있었다.
“어떻게 할 거야?”
또바기가 물었다.
“그때처럼 또 가만히 있다가 먼저 맞고 시작할 거야?”
오니와의 전쟁이 확정되었을 때에도 도깨비들은 선제공격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주 큰 피해를 입었다.
“아니.”
또바기의 물음에 온새미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녀석들이 이빨을 드러내면 바로 응징해야지.”
온새미로도 오니와의 전쟁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고 생각을 바꿨다.
바로 그때였다.
“……!”
온새미로는 고개를 휙 돌렸다.
그리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
“……?”
회의에 참여하고 있던 또바기, 미르 그 외 여러 도깨비가 온새미로의 반응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미르가 물었다.
“생명이 느껴져.”
온새미로는 흥분이 살짝 깃든 표정으로 물음에 답했다.
“뭐? 생명?”
“……수혁 님이 온 건가?”
미르와 또바기가 차례대로 말했다.
생명이 있어서는 안 되는 귀계.
얼마 전 귀계에 생명을 가진 존재가 나타났었다.
바로 수혁이었다.
온새미로가 느낀 생명의 주인이 수혁이 아닐까 싶었다.
“제가 다녀올까요?”
바로 그때 원로 도깨비 연참이 말했다.
“전에도 한 번 뵈었고. 회의에서 제가 딱히 할 일도 없는 것 같구요. 껄껄.”
원로 도깨비인 연참은 회의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연참은 온새미로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재 칼리베니안 초원에 있습니다.”
“예, 다녀오지요.”
온새미로의 말에 답하며 연참은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휘익! 스아악!
그리고 바로 방망이를 휘둘러 칼리베니안 초원으로 이어진 포탈을 만들었다.
* * *
“아아.”
삼신은 탄성을 내뱉었다.
“대재앙이 또…….”
얼마 전 나타났다가 사라졌던 대재앙.
대재앙이 다시 귀계를 방문했다.
삼신은 바로 구룡천마의 숙소로 이동했다.
구룡천마는 눈을 감은 채 명상에 잠겨 있었다.
“천마님.”
평소라면 명상을 방해하지 않았겠지만 일의 경중을 생각하면 기다릴 수가 없었다.
“……삼신?”
명상에 잠겨 있던 구룡천마는 삼신의 부름에 슬며시 눈을 떴고 이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
“대재앙이 돌아왔습니다.”
“……!”
그리고 삼신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구룡천마는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게 무슨 소리야? 녀석이 돌아와?”
“예.”
“이번에도 우리 중 누군가 죽는 거야?”
구룡천마가 물었다.
얼마 전 대재앙이 귀계에 왔을 때 솔라리가 죽었다.
혹시나 이번 방문으로 또 대귀 중 하나가 죽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건 아닙니다.”
삼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과 달리 대귀들이 죽는 미래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대재앙이 이번에는 동료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뭐? 동료?”
구룡천마는 흠칫했다.
“설마 그들도 대재앙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나?”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만약 동료들도 대재앙과 같은 힘을 갖고 있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구룡천마의 말에 삼신은 다시 한번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행히도 대재앙의 동료들은 대재앙만큼 강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료가 아니라 수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힘의 차이가 났다.
“문제는 대재앙의 동료들이 온새미로와 접촉할 것 같습니다. 이후 미래는 보이지가 않아서…….”
삼신은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말을 마쳤다.
“…….”
구룡천마는 삼신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대재앙의 동료들과 도깨비들이 만난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구룡천마가 삼신에게 물었다.
“대재앙의 동료들도 도서관을 좋아할까?”
* * *
[칼리베니안 초원에 입장하셨습니다.]
루스타 귀신 사막을 벗어나 초원으로 들어온 연중은 메시지를 보며 사냥왕에게 물었다.
“크게 다른 건 없네요.”
귀계라고 해서 기대를 했다.
그러나 귀계는 중간계나 마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것이라고는 서식하고 있는 몬스터 그리고 분위기가 끝이었다.
지형지물은 매우 비슷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악!
전방에 포탈이 나타났다.
포탈을 본 연중은 방패를 들었고 메시지 창을 확인했다.
예상대로 메시지가 나타나 있었다.
[경고!]
[원로 도깨비 연참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메시지를 확인한 연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깨비?’
포탈을 통해 나타난 존재는 바로 도깨비였다.
‘도깨비면…….’
그리고 연중은 수혁에게 도깨비에 대해 들은 게 있었다.
우호적인 관계이니 발견하더라도 공격하지 말고 대화를 나누라고 했었다.
연중은 방패를 내렸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통역 아이템을 착용하고 포탈을 보았다.
포탈에서 도깨비가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