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406화 (406/553)

# 406

제 406화

404.

원래 운영자는 유저와 개인적인 만남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수혁을 보면 개인적인 만남을 한 번쯤은 가져야 할 것 같았다.

‘이대로 가다간…….’

수혁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만약 지금처럼 쭉 메인 에피소드를 깨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대비를 해야지.’

스토리를 조절한다거나 수혁에게 부탁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 식으로 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

장경우는 만약 수혁이 지금처럼 메인 에피소드를 깨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스토리를 보강할 생각이었다.

‘근데 어떤 식으로 만나야 할까.’

만나는 방식도 고민이 됐다.

‘직접 찾아갈까?’

장경우는 고개를 돌려 구석에 설치되어 있는 캡슐을 보았다.

총괄 책임자인 장경우였다.

당연히 판게아에서 사용하는 캐릭터가 있었고 수혁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즉, 만나려 한다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

‘그래, 상황 봐서 찾아가야겠어.’

다른 유저들이 없을 때.

수혁이 홀로 있을 때.

장경우는 그때 찾아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 * *

[퀘스트 ‘동굴 전투’를 완료하셨습니다.]

[세 번째 메인 에피소드 ‘결사대 로스탱’의 세 번째 챕터 ‘잔존 세력’이 시작됩니다.]

동굴 끝에 도착했고 퀘스트 ‘동굴 전투’가 완료됐다.

‘뭐지?’

그러나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어딜 간 거야?’

안쪽으로 도망을 갔던 팔락.

팔락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스크롤 같은 걸로 도망을 갔나?’

메시지조차 뜨지 않은 것을 보아 아무래도 스크롤 혹은 마법으로 도망을 친 것 같았다.

“저 수혁 님.”

바로 그때 바락이 입을 열었다.

“네?”

“지금 동굴 밖에 제 친구가 왔는데 독의 마탑 마법사분들이 동굴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데요?”

* * *

‘저 언덕인가?’

왈츠는 저 멀리 보이는 언덕을 보았다.

‘저 언덕 같은데…….’

언덕 주변을 보니 바락이 알려준 언덕인 것 같았다.

왈츠는 빠르게 언덕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아래를 보았다.

‘드디어 도착이구나.’

저 아래 동굴이 하나 보였다.

로스탱의 동굴이 분명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악! 스악! 스악!

내려가려던 찰나 왈츠의 주위로 수많은 마법사가 나타났다.

‘독의 마탑?’

마법사들이 입고 있는 로브에는 독의 마탑의 상징이 그려져 있었다.

‘아, 수혁 님이 부르신 건가?’

수혁은 독의 마탑 소속이었다.

그리고 수혁은 지금 동굴 안에 있었다.

수혁이 부른 것이 분명했다.

“안녕하십니까!”

왈츠는 활기찬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저는 바람의 마탑 소속 왈츠라고 합니다! 수혁 님의 연락을 받고 오셨나요?”

이곳은 로스탱의 동굴 앞이다.

‘날 모를 수 있어.’

서로 안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오해는 죽음으로 이어진다.

공격을 해오기 전에 선수를 쳐 오해를 풀어야 했다.

“바람의 마탑 소속?”

왈츠의 말에 한 마법사가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반문했다.

분위기를 보아 마법사들의 대표가 분명했다.

“예.”

왈츠는 마법사의 증표를 꺼냈다.

그리고 증거를 보이라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마법사 대표에게 증표를 보여주었다.

“아아.”

증표를 본 마법사 대표가 탄성을 내뱉었다.

“그런데 수혁 님의 연락이라니요?”

이어 마법사 대표는 경계가 살짝 누그러진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제 동료와 수혁 님이 저 아래에 있는 로스탱의 동굴로 들어갔습니다.”

“뭐라구요?”

그러자 마법사 대표는 매우 놀란 표정으로 반문을 하고는 왈츠가 가리킨 동굴을 보았다.

“그 말 진짜입니까?”

마법사 대표는 왈츠에게 물었다.

목소리에 다급함이 가득했다.

“예, 그래서 지금…….”

[세 번째 메인 에피소드 ‘결사대 로스탱’의 세 번째 챕터 ‘잔존 세력’이 시작됩니다.]

말을 하던 중 메시지가 나타났고 메시지를 본 왈츠는 그대로 말을 멈췄다.

“……?”

그리고 이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 벌써?’

당황스러웠다.

두 번째 챕터가 시작된 지 얼마나 됐다고 세 번째 챕터가 시작된단 말인가?

앞서 진행된 메인 에피소드들의 챕터별 기간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속도였다.

‘수혁 님 때문이겠지?’

이렇게 빨리 챕터가 진행된 것은 수혁 때문이 확실했다.

“저 동굴에 로스탱이 있고 수혁 님이 들어가셨다구요?”

마법사 대표가 물었다.

“예.”

그리고 왈츠가 답을 한 순간 마법사 대표가 외쳤다.

“다들 진입!”

마법사 대표의 외침에 왈츠를 둘러싸고 있던 무수히 많은 마법사가 동굴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왈츠 : 야, 지금 동굴로 독의 마탑 마법사들 들어가고 있어.

그것을 본 왈츠는 바락에게 재빨리 귓속말을 보냈다.

그리고 이어 마법사들의 뒤를 따라 동굴을 향해 달렸다.

[로스탱의 동굴에 입장하셨습니다.]

진입 후 마법사들은 은밀히 주변을 주시하며 전진을 시작했다.

왈츠 역시 주변을 주시하며 조용히 마법사들의 뒤를 따랐다.

저벅…… 저벅…….

얼마 뒤 안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왈츠 : 너희냐?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왈츠는 바락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바락 : 어, 우리야.

그리고 바락에게서 답이 도착하고 나서야 왈츠는 긴장을 놓을 수 있었다.

이내 발소리의 주인공들이 나타났다.

“수혁 님!”

마법사 대표가 수혁을 향해 달려갔다.

“직접 오신 겁니까?”

수혁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탑은 어떻게 하시고…….”

마법사 대표는 바로 케일이었다.

“마탑장님께서 깨어나셨습니다.”

케일은 수혁의 말에 답했다.

수혁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비앙이 깨어났다.

“다행이군요.”

케일의 말에 수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예, 녀석들도 많이 피해를 입은 상태라 수월했습니다.”

“……수월이요?”

수혁의 말에 케일이 반문했다.

그리고 이어 수혁이 반문에 답하기도 전에 재차 질문을 했다.

“설마 이미 다 끝내신 겁니까?”

“예, 하비까지 처단했습니다. 한 명을 놓치긴 했지만.”

“허…….”

케일은 탄성을 내뱉었다.

로스탱이 어떤 곳인가?

거기다 이번에는 라스칼도 후퇴를 하게 만든 인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처단을 했다니?

‘역시 수혁 님에게 알리는 게 맞았어.’

케일은 다짐했다.

파비앙이 연락을 하지 말라고 하더라도 수혁의 힘이 필요한 일이라면 꼭 연락을 하기로.

“근데 여긴 어떻게 오신 겁니까?”

수혁은 케일에게 물었다.

동굴의 위치를 알려준 적이 없는데 어떻게 바로 온 것일까?

“아, 이 마법사의 도움으로 알게 됐습니다. 그 옆에 있는 분의 동료라고 하더군요.”

수혁은 케일의 말에 고개를 돌려 왈츠를 보았다.

“……?”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혹시 어디서 본 적 있지 않나요?”

“앗!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군요!”

수혁의 말에 왈츠는 깜짝 놀랐다.

왈츠 역시 수혁에게서 낯익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서 보았나 곰곰이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아!”

이내 왈츠가 탄성을 내뱉었다.

“기억났습니다!”

수혁을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났다.

“옛날에 마탑 도서관에서!”

“아!”

수혁 역시 탄성을 내뱉었다.

“그때 책 색깔에 관해 이야기했었죠?”

“네네!”

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 마탑 도서관에서 수혁과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었다.

‘와, 그때 그 사람이…….’

말도 안 되는 집중력.

그리고 책이 퀘스트를 준다는 것.

이 2가지 때문에 크게 될 것 같긴 했다.

‘커도 너무 컸는데?’

그런데 그 유저가 수혁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반갑습니다.”

수혁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왈츠는 기다렸다는 듯 악수를 받았다.

다른 이도 아니고 수혁의 악수였다.

바람의 마탑 소속 3등급 마법사인 왈츠에게 수혁은 높디높은 존재.

수혁과 인연을 만든다면 마탑 내 입지를 엄청나게 올릴 수 있을 것이었다.

쉽게 2등급 마법사가 될지도 모른다.

거기다 주변에 있는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독의 마탑 고위 마법사들로 추정됐다.

고위 마법사들과 안면을 텄다는 것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하비의 시체는 안쪽에 있을 겁니다.”

왈츠와 인사를 나눈 뒤 수혁은 케일에게 말했다.

그러자 케일이 신호를 보냈고 마법사 몇몇이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수혁은 말끝을 흐리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하비에게 얻은 로스탱 지부 지도와 로스탱 장부를 꺼내 건넸다.

“하비에게서 나온 겁니다.”

케일은 수혁의 말에 지도와 장부를 받아 바로 확인을 했다.

그리고 이내 케일의 표정에 놀람이 나타났다.

“……생각보다 엄청나군요.”

로스탱의 크기가 생각보다 훨씬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 * *

쾅!

아소멜은 의자를 집어 던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퍽!

책상을 내려찍었고.

쾅!

그대로 책상은 굉음과 함께 반으로 쪼개졌다.

“이런 개 같은 새끼가!”

아소멜은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와 동시에 아소멜의 몸에서 검은색 오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라에 닿는 모든 것들이 부식되기 시작했다.

“당주님!”

가만히 아소멜의 행동을 지켜보던 기로스가 외쳤다.

“……후우.”

기로스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아소멜은 심호흡을 하며 분노를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사리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아소멜의 손에서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스아악…… 스아악…….

핏방울은 바닥에 닿음과 동시에 땅을 부식시키며 사라졌다.

이렇게 아소멜이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이유.

그것은 바로 팔록이 돌아와 해준 이야기 때문이었다.

수혁이 쳐들어왔고 우괴와 케이빌린이 수혁에게 죽었다.

“마나 부정이 소용없는 마법사라니! 그게 말이 되냐고!”

그뿐만이 아니다.

하비의 마나 부정이 별 소용 없었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팔록이 거짓을 말할 이유가 없었다.

수혁에게 마나 부정이 먹히지 않은 것은 사실일 것이었다.

“이 망할 녀석 때문에!”

흑월이 받은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로스탱이 괴멸되었다.

그리고 흑월대 서열 3위인 우괴와 9위 케이빌린이 죽었다.

귀중한 전력들이 수혁에 의해 사라진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악

옆쪽에서 빛이 느껴졌다.

“……?”

고개를 돌려 빛의 정체를 확인한 아소멜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수정구에서 빛이 나오고 있었다.

문제는 빛나는 수정구가 로스탱과 연결된 수정구라는 점이었다.

‘설마?’

수정구를 본 아소멜의 머릿속에 문득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팔록은 하비의 죽음을 직접 목격하지 않았다.

하비의 죽음은 기정사실화된 추측이었다.

혹시 하비가 죽지 않은 게 아닐까?

아소멜은 수정구를 가지고 와 마나를 주입했다.

그리고 잠자코 수정구를 주시했다.

하지만 수정구에서는 아무런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혹시 말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하비…… 입니다…….

수정구에서 작디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아소멜은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목소리가 작기 때문일까?

하비 특유의 스산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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