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395화 (395/553)

# 395

제 395화

393.

물론 이 모든 것은 수혁이 개입을 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였다.

수혁이 개입을 한다면 지금 한 계산은 전혀 쓸모없어진다.

“도움을 청하려나.”

현재 12마계에 남아 있는 책은 많다.

수혁의 독서 속도로도 40일은 읽어야 할 정도였다.

즉, 연중과 사냥왕이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면 수혁이 먼저 나서서 12마계 메인 퀘스트를 진행할 일은 없다.

“근데 이렇게 읽으면 지혜가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지?”

문득 든 생각에 장경우는 다시 한번 계산했다.

수혁이 만약 12마계의 모든 책을 읽을 경우 지혜가 얼마나 오를지 궁금해졌다.

계산을 하던 장경우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10만이 우습게 넘네?”

아직 계산이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가볍게 10만이 넘어갔다.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수치였다.

장경우는 침음을 내뱉었다.

높을 것이라 예상하긴 했었다.

그러나 이렇게 높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하긴 당연한 건가.”

예상보다 높다고 해서 이상한 건 아니었다.

수혁은 칭호 ‘좋아하는 자’를 한 개도 아니고 수십 개 가지고 있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얻는 스텟 경험치는 일반 유저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고 현재 수혁은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지혜가 평균 15 정도 오르고 있었다.

스킬 ‘지혜의 샘’을 생각하면 30이었다.

이 모든 게 다 도서관 특전인 ‘좋아하는 자’ 칭호 때문이었다.

애초에 좋아하는 자 칭호가 아니었다면 수혁의 지혜가 이리 높아지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적당한 선에서 멈췄을 것이다.

“너무 어렵게 만들었나?”

장경우는 좋아하는 자 칭호 획득 조건을 떠올렸다.

수혁 말고는 여전히 좋아하는 자 칭호를 획득한 유저가 없었다.

“아니지, 어렵지 않아.”

생각을 해봤지만 어렵다고 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시작 마을인 오렌의 도서관만 정복하면 좋아하는 자 칭호를 얻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그리고 실제로 오렌의 도서관을 정복한 유저는 많았다.

단지 자격을 얻은 이들이 다른 도서관을 정복하지 않고 있는 것뿐이었다.

“이러다 좋아하는 자 칭호를 전부 수혁이 얻으면…….”

장경우는 상상해보았다.

중간계, 마계 등 모든 세계에 있는 도서관을 수혁이 정복할 경우 지혜가 어디까지 상승을 할지.

“최대 스텟을 늘려야 하나…….”

현재 판게아의 스텟 제한은 생명력, 마나를 제외하고는 100만으로 제한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제한을 풀어야 할 것 같았다.

* * *

-퀴에에에에에!

시간의 돌을 지키는 시간의 괴물 ‘루브스타’가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루브스타가 포효합니다.]

[시간이 느려졌습니다.]

[1분간 모든 속도가 70% 감소합니다.]

포효를 한 루브스타는 곧장 사냥왕에게 달려들었다.

“다들 준비요!”

사냥왕에게 달려가는 루브스타를 보며 연중이 외쳤다.

그러자 리더 길드원들과 제왕 길드원들이 공격할 준비를 했다.

“현신!”

연중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사냥왕에게 현신을 시전했고.

스아악!

빛의 갑옷과 방패가 나타났다.

갑옷과 방패가 나타난 직후 루브스타가 도착했다.

그리고 앞발을 휘둘렀다.

연중은 빛의 방패를 움직여 앞발을 막아냈다.

쾅!

그리고 폭음과 함께 루브스타가 움찔하더니 움직임을 멈췄다.

스킬 ‘기절 방패’의 특수 효과가 터진 것이다.

“지금입니다!”

이때를 기다리고 있던 연중은 바로 외쳤다.

“부패의 화살!”

“뇌전!”

공격을 준비하고 있던 길드원들은 연중의 외침을 듣자마자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강력한 공격들이 루브스타에게 작렬했고.

-퀴에엥!

기절 상태에 빠져 있던 루브스타가 기절에서 깨어나 비명을 내질렀다.

얼마 뒤.

스아악!

허공이 갈라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시간의 괴물 루브스타가 시공간을 열기 시작합니다.]

“1분 남았습니다!”

메시지를 본 연중이 크게 외쳤다.

1분 안에 루브스타를 잡아야 했다.

만약 1분 안에 잡지 못한다면 시공간을 통해 도망을 가 버린다.

그렇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혼자 도망가는 게 아니라 시간의 돌 ‘루브스’와 함께 도망가기 때문이었다.

“뇌왕의 분노!”

“저주의 화살!”

“인페르노!”

길드원들은 이때를 대비해 아껴두고 있던 스킬들을 퍼붓기 시작했다.

전보다 더욱 강력한 공격에 시공간을 열던 루브스타는 거칠게 비명을 내뱉었다.

-퀴에에…….

30초가 지나고 루브스타의 힘없는 목소리와 함께 시공간이 닫혔다.

쿵! 쿵!

시공간이 닫힘과 동시에 루브스타가 쓰러졌다.

[시간의 괴물 루브스타를 처치하셨습니다.]

“됐다!”

“나이스!”

“고생하셨어요!”

메시지가 나타났고 메시지를 본 리더 길드원들과 제왕 길드원들이 외쳤다.

“파괴하고 오겠습니다.”

사냥왕이 말했다.

“옙.”

연중은 사냥왕의 말에 답했고 사냥왕은 시간의 돌 ‘루브스’를 파괴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중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멸망한 12마계>

시간의 돌 ‘루브스’.

루브스로 인해 12마계 마족들의 시간은 멈춰 있다.

마계 곳곳에 자리 잡은 ‘루브스’를 파괴하여 12마계의 마족들을 구원하라!

[루브스 : 7 / 20]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를 보며 연중은 생각했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마지막은 얼마나 강하려나…….’

첫 번째 루브스를 지키던 루브스타는 시공간 메시지가 나타나고 10초 만에 처치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30초가 걸렸다.

루브스를 지키는 루브스타는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이러다 못 잡는 거 아니야?’

시공간이 열리면 1분 안에 잡아야 했다.

그러나 이런 추세라면 1분 동안 극딜을 퍼부어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 같았다.

‘그럼 아예 진행이 안 되는 건데.’

루브스를 찾으면 뭐하겠나?

잡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시간의 돌 ‘루브스’가 파괴되었습니다.]

사냥왕이 루브스를 파괴했다.

연중은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그래, 수혁이도 있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수혁은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말하라 했다.

만약 루브스타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수혁에게 부탁을 하면 된다.

“바로 다음 루브스로 갈까요?”

루브스를 파괴하고 다가온 사냥왕이 연중에게 말했다.

생각에 잠겨 있던 연중은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충분했다.

“그렇게 하죠.”

* *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모르캄페누스 도서관을 정복하셨습니다.]

[칭호 : 모르캄페누스 도서관 정복자를 획득합니다.]

[도서관 쉰일곱 곳을 정복하셨습니다.]

[칭호 : 책을 좋아하는 자 56을 획득합니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제 곧 입장 정복도 뜰 것 같은데.’

모르캄페누스 도서관에도 새 책이 많지 않았다.

조만간 입장과 동시에 정복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들을 원래 자리로 가져다 놓고 캐릭터 창을 열었다.

레벨 : 702

경험치 : 45%

생명력 : 163700

마나 : 1914560

포만감 : 65%

힘 : 30

민첩 : 19

체력 : 1088 [544]

지혜 : 95728 [47864 (+2550)]

맷집 : 10

모험 : 1

보너스 스텟 : 1000

지혜를 확인한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곧 10만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서관에서 나온 수혁은 북쪽 성문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마탑 도서관 같은 곳을 가야 하는데…….’

수혁은 마탑 도서관을 떠올렸다.

마탑 도서관은 정말 거대했다.

크기만 큰 게 아니다.

진열된 책들 역시 무수히 많았다.

며칠 만에 정복이 되는 12마계 도서관들과 달리 마탑 도서관은 정복하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바로 그때였다.

[두 번째 메인 에피소드 ‘마탑의 배반자’의 네 번째 챕터 ‘마지막 지부를 찾아서’가 시작됩니다.]

갑작스레 메시지가 나타났다.

잠시 걸음을 멈췄던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제 거의 끝났네.’

챕터 명이 ‘마지막 지부를 찾아서’였다.

물론 마지막 챕터는 아니다.

마지막 챕터였다면 첫 번째 메인 에피소드 때처럼 ‘네 번째’가 아닌 ‘마지막’이란 단어가 사용됐을 것이다.

그러나 끝이 다가왔음은 분명했다.

‘근데 왜 연락이 안 오는 거지?’

배그를 떠올리자 자연스레 로스탱도 떠올랐다.

마탑 지하 감옥 습격 사건으로 마탑장 회의가 열렸다.

그리고 케일이 회의가 끝나면 연락을 준다고 했다.

그런데 벌써 2주가 흘렀음에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냥 내버려 두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로스탱을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다.

당장 대륙의 관심은 배그에 쏠려 있었으니.

그러나 만약 내버려 두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면 연락이 왔을 것이다.

‘아직도 회의가 안 끝난 건가?’

아무래도 의견 충돌로 2주 동안 결정이 나지 않은 듯했다.

기다리다 보면 연락이 올 것이다.

수혁은 로스탱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성문에서 나온 수혁은 풍을 소환했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로 비행을 시작했다.

-연중 : 저기, 수혁아.

한창 비행을 하던 중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수혁 : 응.

-연중 : 혹시 지금 어디야?

-수혁 : 지금? 레콜리스 가는 중이야.

-연중 : 아, 그래?

-수혁 : 왜?

연중의 반응에서 뭔가를 느낀 수혁은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낸 이유를 물었다.

그리고 이어진 연중의 말에 수혁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연중 : 혹시 레콜리스에서 동쪽으로 오면 카란 평야라는 곳이 있는데 잠시 들러 줄 수 있을까?

-수혁 : 아, 루브스?

-연중 : 응. 딜이 살짝 부족해서…….

연중이 귓속말을 보낸 이유.

그것은 바로 루브스 때문이었다.

-수혁 : 알겠어. 레콜리스에서 동쪽이라고?

-연중 : 어! 네 속도로 20분 정도면 도착할 거야.

-수혁 : 그래, 이따 보자.

수혁은 연중과의 귓속말을 끝냈다.

“풍아.”

그리고 풍을 불렀다.

-네, 아빠!

“북동쪽으로 방향 틀자!”

-북동쪽이요?

“응!”

-알겠어요!

풍은 바로 방향을 틀었다.

-어? 아빠 저 앞에 강한 인간들이 있어요!

얼마 뒤 풍이 외쳤다.

수혁은 풍의 말에 아래쪽을 보았다.

저 멀리 작은 점과 거대한 바위가 보였다.

연중과 사냥왕 그리고 리더 길드원, 제왕 길드원들이 분명했다.

‘저게 루브스인가?’

수혁은 루브스로 추정되는 거대한 바위를 보며 풍에게 말했다.

“저기로 가자.”

-네!

풍은 수혁의 말에 답하고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잠시 들어가 있자!”

-네!

그리고 곧 지상에 도착한 수혁은 풍을 역소환하고 연중과 사냥왕에게 다가갔다.

“와, 진짜 볼수록 부럽다.”

연중이 부러움 가득한 표정으로 수혁을 반겼다.

“오셨습니까.”

사냥왕 역시 미소를 지은 채 수혁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에 뵙네요.”

수혁은 인사를 나눈 뒤 거대한 바위를 가리키며 연중에게 물었다.

“저거야?”

“응, 저게 루브스.”

“바로 시작하자.”

“그래!”

수혁의 말에 연중이 답했다.

“시작할게요!”

그리고 이어 길드원들에게 외친 뒤 루브스로 다가갔다.

루브스 앞에 도착한 연중은 방패를 휘둘러 루브스를 쳤다.

스아악!

그러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시간의 괴물 루브스타가 나타났습니다.]

[루브스타가 있는 한 루브스는 파괴되지 않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루브스 바로 옆 공간이 갈라지며 시간의 괴물 루브스타가 나타났다.

“헬 파이어.”

수혁은 바로 헬 파이어를 시전했다.

[헬 파이어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무려 40%나 되는 초기화 확률로 인해 헬 파이어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고 수혁은 재차 헬 파이어를 시전했다.

“헬 파이어.”

[헬 파이어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두 번째 헬 파이어 역시 쿨타임이 초기화됐다.

그러나 수혁은 세 번째 헬 파이어를 시전하지 않았다.

이어 나타난 메시지 때문이었다.

[시간의 괴물 루브스타가 시공간을 열기 시작합니다.]

[시간의 괴물 루브스타를 처치하셨습니다.]

시전할 필요가 없었다.

쿵!

루브스타는 그렇게 등장함과 동시에 엎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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