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1
제 391화
389.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상관없나?”
잠깐 생각을 해 본 장경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어차피 지금도…….”
그리고 이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현재 수혁의 쿨타임 초기화 확률은 40%였다.
60%와 큰 차이가 있지만 40%도 결코 낮은 확률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도 시스템 제한이 없다면 수혁이 잡지 못할 몬스터, NPC는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그때였다.
띠링!
알림 소리와 함께 모니터 하단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호오, 드디어?”
메시지를 본 장경우는 탄성을 내뱉으며 키보드를 두들겼다.
모니터에서 수혁의 정보가 사라지고 새로운 정보들이 주르륵 나타났다.
“생각보다 일찍 끝났네.”
하프 블러드에 대한 정보였다.
얼마 전 하프 블러드의 본부가 수혁에게 날아갔다.
이후 하프 블러드는 내부 전쟁에 들어갔고 지금 막 정리가 끝났다.
“날씨의 힘인가.”
적어도 한두 달은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면 수혁이 준 장비들의 힘인가…….”
하지만 유저 ‘날씨’가 미친 듯이 뛰어다녔고 시간을 대폭 단축시켰다.
“하프 블러드의 5인자가 될 줄이야.”
날씨는 정리가 끝난 하프 블러드의 서열 5위가 되었다.
“본부에서는 2인자인가.”
2위, 3위, 4위가 다른 지부의 지부장인 것을 감안하면 2인자나 마찬가지였다.
“음…….”
장경우는 침음을 내뱉으며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리고 하프 블러드에 남아 있는 정보들을 확인했다.
“잘하면 브리니스의 존재를 알 수도 있겠는걸.”
정확히 말하자면 브리니스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게 아니다.
클레인에게 딸이 있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알림 걸어 넣고.”
장경우는 만에 하나 날씨가 브리니스의 존재를 알게 될 경우 알림이 뜨도록 설정했다.
그리고 이어 해피의 상태를 확인했다.
* * *
<직업 퀘스트 – 검은 달의 지배자>
발롬이 준 증표와 지도.
증표를 가지고 지도에 나온 장소로 가 모든 조건을 충족하라!
[퀘스트 ‘두 번째 만남’ : O]
[퀘스트 ‘암당의 지부’ : O]
[퀘스트 ‘암당의 본부’ : X]
[퀘스트 ‘흑월’ : X]
[퀘스트 ‘마스터를 만나다’ : X]
[퀘스트 ‘첫 번째 시험 암살’ : X]
[퀘스트 ‘두 번째 시험 학살’ : X]
[퀘스트 ‘세 번째 시험 대학살 : X]
[퀘스트 ‘검은 달’ : X]
퀘스트 보상 : 직업 – 검은 달의 지배자
“후…….”
해피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러다가 전직하는 데 몇 년 걸리겠는걸.”
진짜 열심히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완료한 퀘스트는 단 2개뿐이었다.
“괜히 한다고 했나…….”
퀘스트가 많기는 했지만 금방금방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상치 못했던 해피는 살짝 후회가 됐다.
[소환이 끝났습니다.]
바로 그때 메시지가 나타났고 해피는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전방에 나타난 오우거 세 마리를 보았다.
‘이번에는 3분 안에 꼭!’
벌써 여섯 번째 도전이었다.
이번에는 꼭 성공하기로 다짐하며 해피는 오우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어어엉!
-쿠어엉!
-크어어어엉!
해피의 움직임에 오우거들이 거칠게 포효했다.
쿵! 쿵! 쿵!
그리고 포효를 한 오우거들 역시 해피를 향해 마주 달려가기 시작했다.
“압도!”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고 오우거들이 공격을 위해 팔을 든 순간 해피가 외쳤다.
스아악!
그러자 해피의 몸 주위로 검은 오라가 나타났다.
검은 오라가 나타난 순간 공격을 하려던 오우거들이 멈칫했다.
스킬 ‘압도’의 특수 효과 공포 유발이 터진 것이다.
‘좋았어.’
시작이 좋았다.
“광격!”
해피는 마저 거리를 좁히며 스킬 ‘광격’을 시전했다.
스악! 스악!
[10초간 물리 공격력이 200% 상승합니다.]
[10초간 물리 관통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그러자 양손에 든 단검에 검은빛이 서리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해피는 중앙에 있는 오우거에게 왼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던졌다.
푹!
스킬 ‘광격’ 때문일까?
해피의 단검은 웬만한 무기들은 가볍게 튕겨 낼 정도로 단단한 오우거의 피부를 가볍게 뚫었다.
-쿠어엉!
오우거가 고통이 가득 담긴 포효를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해피는 오우거의 양발 사이를 가로 지르며 오른손에 쥐고 있던 단검을 휘둘러 오우거의 양 발목 아킬레스건을 그었다.
쿵!
다리에 힘이 쭉 빠진 오우거는 그대로 쓰러졌다.
‘하나는 끝났고.’
죽은 것은 아니지만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다.
즉, 이제 남은 2마리만 신경 쓰면 된다.
-쿠엉!
-쿠어어엉!
공포 상태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하던 오우거들은 쓰러진 오우거의 포효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던 해피는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쾅! 쾅!
그리고 해피가 있던 자리에 오우거들의 주먹이 작렬했다.
해피는 광격의 지속 시간이 끝나기 전 오른손에 쥐고 있던 단검을 날렸다.
공포 상태에서 풀려난 오우거는 날아오는 단검을 쳐내기 위해 주먹을 휘둘렀다.
푹!
그러나 단검은 그대로 오우거의 주먹에 박혔고.
-쿠어어엉!
오우거는 거칠게 포효했다.
그사이 해피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새로운 단검들을 꺼내 오우거들에게 달려들었다.
피 튀기는 전투가 이어졌고 이내 마지막 오우거가 쓰러졌다.
스아악!
마지막 오우거가 쓰러진 순간 발롬이 나타났다.
“고생하셨습니다. 이 정도면…….”
오우거들의 시체를 보며 말끝을 흐린 발롬은 해피를 보며 이어 말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되겠군요.”
“바로 가죠.”
“휴식부터 취하시죠.”
“필요 없습니다.”
한시라도 빨리빨리 다음 단계를 진행하고 싶은 해피였다.
“아, 그게…….”
말끝을 흐린 발롬은 히죽 웃었다.
“다음 단계는 실전입니다.”
“……실전이요?”
예상치 못한 말에 해피는 반문했다.
“예, 정확히 말하자면 참관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어떤 일입니까?”
실전이든 참관이든 상관없다.
이곳에서 나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마탑 지하 감옥에 코레몬드라는 아크 리치가 있습니다.”
“설마…….”
“예, 암살입니다.”
발롬의 말이 끝난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마탑 지하 감옥으로’가 생성됐습니다.]
“……!”
해피는 발롬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탑 지하 감옥이 어떤 곳이던가?
수많은 마법진과 마법사들이 24시간 감시를 하고 있는 곳으로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곳이 바로 마탑 지하 감옥이었다.
‘생각보다 더 능력이 대단한 곳인가?’
마탑 지하 감옥에 침투해 암살을 실행할 정도라면 암당 역시 보통 집단은 아닌 게 분명했다.
해피는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마탑 지하 감옥으로’를 확인했다.
<마탑 지하 감옥으로>
암당에서는 마탑 지하 감옥에 수감 중인 아크 리치 ‘코레몬드’를 암살할 생각이다.
물론 이번 일을 당신에게 맡기는 것은 아니다.
따라가 코레몬드의 암살을 목격하라!
퀘스트 보상 : 퀘스트 – 암당의 본부
퀘스트 보상을 확인한 해피는 눈을 번뜩였다.
언제 진행할 수 있을까 했던 퀘스트 ‘암당의 본부’가 보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언제 가죠?”
해피는 퀘스트 창을 닫고 발롬에게 물었다.
“내일 아침 10시에 출발할 예정입니다.”
“아침 10시…….”
말끝을 흐린 해피는 잠시 생각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쉬고 있죠.”
* * *
-그럼 이따 보자!
“네, 엄마 이따 봐요!”
김지수와의 통화를 끝낸 수혁은 집에서 나왔다.
‘어떨까…….’
집에서 나온 수혁은 이제 곧 읽게 될 강철 작가의 신작을 생각하며 무인 택시 승차장으로 향했다.
-목적지를 입력해주십시오.
곧 승차장에 도착해 택시에 탑승한 수혁은 목적지를 입력했다.
-삼정동 소나무 도서관까지 45분 소요될 예정이며 예상 비용은 ‘27,900’원입니다.
음성을 들으며 수혁은 확인을 눌렀고 이어 출발 버튼을 눌렀다.
-출발합니다.
그리고 택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혁은 가방에서 책을 꺼낸 뒤 편하게 자세를 잡고 독서를 시작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28,200’원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수혁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혁은 책을 넣은 뒤 결제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소나무 도서관이 보였다.
수혁은 바로 2관으로 향했다.
“왔어?”
2관에 도착하자 정연이 활짝 웃으며 반겼다.
“7번 방에 준비해뒀어!”
이미 수혁이 오는 것을 알고 있던 정연은 모든 준비를 끝내둔 상황이었다.
“고마워요. 누나!”
수혁은 정연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바로 7번 방으로 향했다.
“…….”
방에 도착한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말없이 책상 위에 쌓여 있는 책들을 보았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미소를 지은 채 수혁은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기대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1권부터 완결권까지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하…….”
완결권까지 확인을 한 수혁은 나지막이 숨을 내뱉고는 1권을 펼쳤다.
* * *
“하…….”
완결권을 내려놓은 수혁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역시.’
그리고 씨익 웃었다.
‘이런 마무리가 참 좋단 말이야.’
에필로그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굳은 몸을 풀어 주었다.
스트레칭을 한 수혁은 다시 한번 ‘러너 : 뛰는 자’를 보았다.
‘한 번 더 읽어야겠는데.’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지만 후반에 문득 떠오르는 부분들이 있었다.
다시 읽으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었다.
‘시간이…….’
바로 시간이었다.
한 번 더 읽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물론 큰 문제는 아니었다.
‘내일 또 오면 되지!’
내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혁은 방에서 나와 입구로 향했다.
“다 읽었어?”
카운터에 앉아 있던 정연이 수혁에게 말했다.
“예, 진짜 끝내주더라구요. 내일 한 번 더 읽고 싶은데 혹시 예약 걸린 거 없죠?”
“응응, 없어.”
2관은 유료 도서관이었고 이용하는 이들이 적었다.
“그럼 내일 또 올게요!”
“그래! 내일 봐!”
정연이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그렇게 정연과 인사를 하고 도서관에서 나온 수혁은 소나무 도서관 앞 무인 택시 승차장으로 걸음을 옮기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
핸드폰을 확인한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재중 전화가 무수히 와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이 연중에게서 온 전화였다.
수혁은 무슨 일 때문에 이리 많이 전화를 한 것일까 생각하며 연중이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
“……!”
문자를 확인한 수혁의 표정에 놀람이 나타났다.
‘이게 무슨.’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이 문자로 와 있었다.
수혁은 자세히 확인을 하기 위해 바로 연중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곧 연중이 전화를 받았다.
-뭐하고 있었어?
통화가 시작되자마자 연중이 물었다.
“도서관에 있었지. 근데 이게 무슨 소리야?”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답하고 곧장 본론에 들어갔다.
“마탑이 습격을 당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