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389화 (389/553)

# 389

제 389화

387.

“네, 여기 와서 먹은 것 중 단연 최고의 달달함이었습니다.”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이 아니었다.

독을 숨기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독의 맛인지 맛있기는 정말 맛있었다.

마나의 절반이 날아갔고 더 이상 마나 회복도 되지 않는다.

독에 중독됐음에도 수혁이 이렇게 차분하게 답을 할 수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그리 위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전체 마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70만이 넘었다.

스킬 시전 시 소모되는 마나가 수십 배 늘어난 게 아니다.

즉, 70만이란 마나를 다 쓰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70만의 마나를 다 쓸 정도로 스킬을 난사하면 남아 있는 게 없을 것이다.

만에 하나 70만이나 되는 마나를 전부 소모했는데 적들이 남아 있다?

그래도 문제없다.

수혁에게는 마나의 정령이 있었다.

마나의 정령이 소환된 상태에서는 마나와 상관없이 스킬을 시전할 수 있다.

“아…….”

주인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미심쩍은 눈빛으로 수혁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문제라도?”

주인의 탄성과 갸웃거림에 수혁이 물었다.

“아, 아닙니다! 맛 평가 감사드립니다.”

수혁의 물음에 주인은 움찔하더니 감사를 표하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으로 들어가는 주인은 계속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수혁은 메시지를 보았다.

‘이야, 이 상황에도 100%가 안 돼?’

방금 전 수혁은 독 공격을 당했다.

그럼에도 수집률은 99%에서 올라가지 않았다.

도대체 뭘 해야 남은 1%가 올라가는 것일까?

‘그냥 죽여야 하나?’

혹시 주인을 죽이면 남은 1%가 오르는 것일까?

‘죽여?’

수혁은 주방을 응시하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주방으로 갈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던 그때.

끼이익 다다다다다닥!

문이 열리며 무수히 많은 이들이 여관 안으로 들어왔다.

‘고독 길드?’

여관 안으로 들어온 이들의 정체는 바로 고독 길드였다.

머리 위의 길드 마크가 바로 그 증거였다.

‘햇별!’

이내 중간에 있던 이가 선두로 나왔다.

바로 햇별이었다.

햇별이 선두로 나온 순간.

다다다다닥!

창을 들고 있는 자들이 여럿 들어왔다.

‘병사까지?’

갑옷에 그려져 있는 상징을 보아 헤르딘의 병사들이 분명했다.

‘설마 알고 있는 건가?’

수혁은 상황이 뭔가 묘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여기가 어떤 곳인지?’

마탑에서도 아주 소수만이 알고 있는 정보였다.

그러나 지금 햇별과 병사들이 들이닥친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일로 오셨는지…….”

발소리를 들은 것일까?

주인이 주방에서 나왔고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무슨 일로 왔는지는 당신이 더 잘 알 텐데?”

햇별은 주인의 물음에 물음으로 답했다.

“예? 그게 무슨…….”

말끝을 흐리던 주인이 씨익 웃었다.

그 순간.

[퀘스트 ‘배그’가 생성됐습니다.]

[수집률 : 100%]

[모든 정보를 수집하셨습니다.]

[배그 보고서를 획득합니다.]

[경고!]

[배그의 제 5지부장 파스란이 나타났습니다.]

다수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식사를 하고 있던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님이 아니었어?’

당연히 손님을 가장한 조직원이 있을 것이라 예상은 했다.

그러나 전부일 줄은 예상 못 했다.

수혁은 당장에라도 전투가 일어날 듯 점점 험악해지는 두 집단의 분위기를 보며 입을 열었다.

“성스러운 보호막.”

스악!

수혁의 몸에 보호막이 나타났다.

그리고 수혁은 마음 편히 퀘스트 창을 열어 퀘스트 ‘배그’를 확인했다.

<배그>

코단의 배후 세력은 바로 ‘배그’라는 조직이었다.

꼬리가 잡힌 이곳은 배그의 다섯 번째 지부.

정체가 들킨 것을 깨달은 여관 주인이자 배그의 5지부장 파스란은 여관 내에 머물고 있는 모든 이들을 죽이고 본부로 복귀할 생각이다.

파스란에게서 살아남아라!

퀘스트 보상 : ???

파스란을 죽일 경우 다른 지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배그? 암당이 아니었나.’

확신하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코단의 배후 세력이 암당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던 수혁이었다.

그러나 코단의 배후 세력은 ‘배그’라는 처음 듣는 조직이었다.

“떴다! 제압할 필요 없어! 죽여 버려!”

퀘스트를 보던 수혁은 여관 내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햇별이었다.

‘나만 뜬 게 아니었구나.’

수집률 때문에 당연히 개인적으로 나타난 퀘스트라 생각했다.

‘하긴 이미 알고 왔는데 무슨 퀘스트가 있었겠지.’

수혁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두 집단의 전투를 구경했다.

챙! 챙!

“으악!”

“파워 어택!”

“크억!”

처음에는 박빙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조직 ‘배그’로 승기가 기울기 시작했다.

“이 자식들 왜 이렇게 쎄?”

“힐, 힐 좀 줘!”

“힐 쿨이야! 포션 빨아!”

병사들은 진즉에 죽임을 당했고 고독 길드원들 역시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승리를 확신한 것일까?

고독 길드원 하나를 쓰러트린 배그의 5지부장 파스란이 방향을 틀었다.

수혁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파스란을 가만히 응시했다.

이내 보호막 앞에 도착한 파스란이 단검을 휘둘렀다.

쩡!

발록의 공격에도 박살 나지 않았던 보호막이다.

당연하게도 단검은 보호막을 뚫지 못했다.

작은 실금만이 나타났을 뿐이었다.

“……!”

보호막을 뚫지 못한 것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의 공격에 고작 실금만이 나타났기 때문일까?

파스란은 상당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스윽

수혁은 슬쩍 고개를 들어 입구 쪽을 가리켰다.

햇별은 패배의 기색이 짙어지자 서서히 문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죽을 바에 도망을 치겠다는 의미였다.

파스란은 수혁의 고갯짓에 피식 웃었다.

그리고 바로 방향을 바꿔 햇별을 향해 달려갔다.

‘어서 죽여라.’

수혁은 파스란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파스란을 죽이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고독 길드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괜히 먼저 나서서 파스란과 배그의 조직원들을 죽인다면?

햇별이 숟가락을 얹으려 할 수 있다.

수혁은 그런 상황을 원치 않았다.

“크윽! 이 녀석 왜 다시 돌아온 거야!”

“수혁 저 새끼는 왜 공격 안 하냐고!”

그렇지 않아도 점점 패색이 짙어져 가던 고독 길드는 보스급인 파스란이 가세하자 더욱더 빨리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망할.”

이내 햇별을 마지막으로 모든 이들이 전부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배그의 조직원들이 수혁을 둘러쌌다.

“보호막 때문에 중독이 안 된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파스란이 수혁을 보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딱 그 정도 마나만 남아 다행입니다!”

수혁은 파스란의 말에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공격을 하지 않은 것 때문에 착각을 한 것 같았다.

스윽

파스란이 손을 들자 뒤쪽에 있던 조직원이 앞으로 나왔다.

‘마법사였구나?’

조직원의 손에는 작은 나무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dkvmwl akfrh rjsrkdgks gkfn qhsotlrlf.”

그리고 조직원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제 곧.”

파스란이 보호막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이 단단한 막도 없어질 겁니다.”

조직원이 외우는 주문이 보호막을 없애는 주문인 것 같았다.

“뭐 남기고 싶은 유언이라도 있습니까?”

파스란이 보호막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말했다.

수혁은 파스란의 말에 입을 열었다.

“매직 미사일.”

“……?”

쾅!

멀리 떨어져 있다면 모를까 바로 앞에 있던 파스란은 매직 미사일을 피하지 못했다.

[배그의 제 5지부장 파스란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의아한 표정으로 매직 미사일에 맞은 파스란은 뒤로 날아가며 그대로 눈을 감았다.

“독의 사슬.”

그리고 수혁은 이어 배그의 조직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전부 보호막 근처에 모여 있어 정리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0초 정도 만에 모든 조직원을 정리한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며 드랍 창을 보았다.

-배그의 증표 17개

‘증표만 나왔네.’

아이템 하나 나올 법한데 보스인 파스란 역시 증표만 드랍했다.

수혁은 퀘스트 ‘배그’를 완료하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퀘스트 ‘배그’를 완료하셨습니다.]

[배그 보고서에 새로운 정보가 추가됩니다.]

그리고 배그의 증표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배그의 증표[영웅]>

코단의 배후 세력.

배그의 증표이다.

상당히 깨끗하다.

마탑에 가져가면 기여도를 얻을 수 있다.

‘기여도 아이템이었나.’

정보도 특별한 것은 없었다.

‘꽤 값나가겠네.’

수혁은 인벤토리를 닫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이제 가 볼까.’

수집률도 100%가 되었고 더 이상 여관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아공간에 도착한 수혁은 워프 마법진을 이용해 바로 마탑으로 이동했다.

마탑의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수혁은 독의 마탑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무슨 퀘스트를 주려나.’

이제 곧 퀘스트 ‘꼬리’를 완료한다.

메인 에피소드가 끝난 게 아니니 분명 새로운 퀘스트를 줄 것이다.

‘또 이런 퀘스트면…….’

만약 퀘스트 ‘꼬리’처럼 정보를 모아야 하는 퀘스트라면?

‘그냥 거절할까.’

연중과 사냥왕은 현재 12마계를 탐사 중이었고 수많은 도시와 마을을 발견했다.

그리고 전부는 아니지만 꽤 많은 곳에 도서관이 있었다.

‘그래, 요즘 너무 돌아다녔어.’

수혁은 결심했다.

만에 하나 빠르게 끝낼 수 있는 퀘스트가 아니라면 거절을 하기로.

이내 독의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바로 파비앙의 방으로 향했다.

“여기 있습니다.”

수혁은 인벤토리에서 ‘배그 보고서’를 꺼내 파비앙에게 내밀었다.

보고서를 받은 파비앙은 바로 보고서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흐음…….”

파비앙은 보고서를 읽으며 침음을 내뱉기도 하고.

“이럴 수가…….”

놀라기도 하였으며.

“끙.”

미간을 찌푸리기도 했다.

“고생했다.”

보고서를 전부 읽은 파비앙이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러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꼬리’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2등급 마나석 5개를 획득합니다.]

[중앙 마탑 기여도가 8000 상승합니다.]

[독의 마탑 기여도가 5000 상승합니다.]

[두 번째 메인 에피소드 ‘마탑의 배반자’의 두 번째 챕터 ‘배그 그리고 라만 왕국’이 시작됩니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바로 파비앙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혹시 뭐 더 도와드릴 일 있을까요?”

“지금은 없어. 확인을 해야 할 일이 생겨서…….”

“그럼 전 잠시 휴식 좀 취하고 있겠습니다. 이번에 꽤나 쓴 독에 당해서요.”

“뭐? 독? 중독당했다고? 네가? 괜찮아?”

수혁의 말에 파비앙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수혁의 몸을 살피며 연달아 질문을 날렸다.

“네네, 좀 쉬면 괜찮아질 것 같아요.”

“이런…… 내가 괜한 곳에 보냈구나.”

파비앙의 표정에 자책이 나타났다.

굳이 수혁이 갈 필요가 없는 곳이었다.

다른 이가 갔어도 됐다.

그럼에도 수혁을 보낸 것은 마탑 내 수혁의 입지를 더 높이기 위해서였다.

“아니에요.”

수혁은 파비앙의 걱정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럼 전 이만 쉬러 가 보겠습니다.”

“그래, 푹 쉬어! ”

그리고 파비앙의 말을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수혁은 방에서 나와 1층으로 내려가며 아공간으로의 쿨타임을 확인했다.

‘10분 남았네.’

이제 12마계에 있는 새로운 책을 읽으러 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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