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374화 (374/553)

# 374

제 374화

372.

-연중 : 어, 이게 퀘스트 내용이 뭐냐면.

수혁은 귓속말에 집중했다.

“……?”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연중에게서는 귓속말이 오지 않았다.

-수혁 : 연중아?

귓속말을 보내 봐도 답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연중이 답이 없자 수혁은 사냥왕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사냥왕 님?

하지만 연중과 마찬가지로 사냥왕 역시 답을 하지 않았다.

평소 5초 내로 답장을 보내오는 사냥왕의 속도를 생각하면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큰일이 생겼나 본데…….’

그것도 큰일이.

‘이따 말해주겠지.’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일이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해결이 된 이후에 들으면 된다.

수혁은 온새미로가 있는 비밀 공간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퀘스트 ‘분리된 서약’을 진행할 차례였다.

* * *

온새미로는 비밀 공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떻게 됐을까…….”

수혁을 따라가려 했다.

하지만 수혁이 방해가 된다고 따라오지 말라 했다.

결국 이곳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

안절부절못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온새미로는 걸음을 멈췄다.

“걱정할 필요 없어. 기다리자!”

수혁이 누구던가?

슬레이어 솔라리를 죽인 존재였다.

솔라리를 죽일 정도로 강한 수혁이 오니들에게 죽는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분명 기다리고 있으면 수혁이 올 것이다.

온새미로는 가만히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궁금하단 말이지…….”

그러다가 다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비밀 공간은 특별한 곳이었다.

외부와의 기운을 완벽히 차단하는 곳이었다.

즉, 외부에서 내부의 상황을 알 수 없다.

반대로 내부에서도 외부의 상황을 알 수 없다.

그래서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느껴보려 해도 느낄 수가 없었다.

스악!

그 순간 비밀 공간에 포탈이 나타났다.

포탈을 본 온새미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곳이 어디던가?

비밀 공간이었다.

이곳의 존재를 아는 것은 도깨비들 중에서도 온새미로 본인을 포함하여 단 셋뿐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둘은 지금 이곳에 포탈을 열 정도의 힘을 갖추지 못했다.

온새미로는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소멸과 더 가까워지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이내 포탈을 통해 누군가 나왔다.

“……!”

그리고 누구인지 확인을 한 온새미로의 표정에 놀람이 나타났다.

“또바기!”

다행히도 온새미로가 아주 잘 알고 있는 이였다.

“어떻게 된 거야?”

온새미로의 부름에 또바기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너 어떻게 포탈을!”

“힘이 돌아왔어! 근데 넌 왜…….”

또바기는 온새미로를 보고는 말끝을 흐렸다.

방금 전 힘이 돌아왔다.

즉, 서약이 파괴되었음을 의미했다.

그런데 온새미로는 여전했다.

그 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

온새미로는 또바기의 말에 당황했다.

그리고 천천히 또바기의 기운을 살폈다.

점차 기운을 잃어 갔던 전과 달리 기운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서약이 파괴됐어?”

기운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은 서약이 파괴되어 이름을 되찾았음을 의미했다.

“근데 왜…….”

온새미로는 당황했다.

어떻게 된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쩌저적…….

벽이 갈라지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고 온새미로는 재빨리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비밀 공간 안으로 들어오는 수혁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온새미로는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수혁에게 물었다.

“서약이 하나가 아닌 것 같아.”

수혁이 말했다.

“네 이름이 없었어.”

“아…….”

온새미로는 수혁의 말을 듣고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수혁의 말대로 무랑이 서약을 분리한 것 같았다.

“그럼…….”

“다른 곳을 가봐야겠지.”

“바로 갈까?”

수혁의 말에 온새미로가 물었다.

“아니.”

온새미로의 물음에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일 아침에 가자. 잠시 쉬어야겠어.”

“……?”

예상치 못한 수혁의 말에 온새미로는 조금 당황했다.

솔라리를 잡고도 휴식이 필요 없다던 수혁이었다.

지금도 아주 정상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웬 휴식이란 말인가?

“어, 알았어.”

그러나 온새미로는 이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수혁을 강제로 끌고 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스악

답을 들은 수혁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온새미로.”

그리고 온새미로는 수혁이 사라지자마자 자신을 부르는 또바기의 목소리에 뒤로 돌아섰다.

“저 인간 뭐야? 왜 생명이 느껴지는 거야? 그리고 서약은 무슨 소리고?”

또바기의 표정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하기야 상황을 모르니 호기심을 갖는 게 당연했다.

“음, 그게 말이야.”

* * *

-너희는…… 실……수……를…… 한…… 거다…….

칼피림은 힘없는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내뱉고 무릎을 꿇었다.

[유적의 주인 칼피림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평소라면 ‘수고했다’ ‘고생했다’ 등의 인사를 했겠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연중과 리더 길드원들 그리고 사냥왕과 제왕 길드원들은 칼피림을 주시했다.

스아악.

칼피림의 시체가 서서히 먼지로 변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완전히 사라진 순간 칼피림의 시체가 있던 자리에 붉은색 포탈이 나타났다.

“저게 12마계 포탈이겠죠?”

연중이 말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사냥왕 역시 연중과 같은 생각이었다.

“시간도 시간이니 바로 가서 베이스 만들까요?”

수혁에 맞춰 연중과 사냥왕 역시 자정에 로그아웃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아직 자정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다.

“그렇게 하죠!”

연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방패를 쥔 채 포탈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저 버프 좀 다시 걸어주세요!”

포탈 앞에 도착한 연중이 외쳤다.

.

.

[3분간 물리 방어력이 10% 상승합니다.]

그리고 이어 연중은 수많은 버프 메시지들을 볼 수 있었다.

“가서 귓 드리겠습니다.”

버프를 다시 받은 연중은 사냥왕에게 말하며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도착함과 동시에 연중은 주변을 확인했다.

‘……없나?’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거대한 공동이었다.

연중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12마계에 입장하셨습니다.]

[퀘스트 ‘멸망한 12마계’가 생성되었습니다.]

입장 메시지와 퀘스트 생성 메시지가 나타나 있었다.

-연중 : 오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없어요.

연중은 사냥왕에게 귓속말을 보낸 뒤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멸망한 12마계’를 확인했다.

<멸망한 12마계>

시간의 돌 ‘루브스’.

루브스로 인해 12마계 마족들의 시간은 멈춰 있다.

마계 곳곳에 자리 잡은 ‘루브스’를 파괴하여 12마계의 마족들을 구원하라!

[루브스 : 0 / 20]

퀘스트 보상 : ???

‘이번에는 시간인가.’

파벌이 나뉘어 전쟁 중이었던 10마계.

발록들의 세상이었던 11마계.

12마계는 시간이었다.

‘찾는 데 오래 걸리겠네…….’

퀘스트 완료 조건은 시간의 돌 ‘루브스’의 파괴였다.

문제는 위치가 나와 있지 않고 파괴해야 하는 루브스의 수가 20개나 된다는 점이었다.

즉, 12마계의 모든 곳을 탐색해야 한다.

‘몬스터들은 돌아다니겠지.’

그렇다고 돌아다니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멈춘 것은 마족들뿐이다.

‘얼마나 걸리려나.’

연중이 퀘스트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사냥왕을 시작으로 포탈을 통해 리더 길드원들과 제왕 길드원들이 넘어오기 시작했다.

사냥왕 역시 메시지를 보았는지 허공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연중은 일단 12마계에 도착했음을 수혁에게 알리기로 결정하고 귓속말을 보내기 시작했다.

-연중 : 찾았어!

-연중 : 12마계 포탈!

-연중 : 근데 뭔가 이상해.

-연중 : 도착하자마자 퀘스트가 하나 생성됐거든?

-연중 : 근데 퀘스트 이름이 멸망한 12마계야.

-수혁 : 멸망한 12마계? 퀘스트 명이?

이내 수혁에게서 답이 왔다.

-연중 : 어, 이게 퀘스트 내용이 뭐냐면.

바로 그때였다.

설명을 하려 했던 그때.

[대지의 쿠룽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고.

쩌저적!

이어 바닥이 갈라졌다.

“……?”

갑작스러운 상황변화에 연중은 의아한 표정으로 메시지와 바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밑!”

그리고 바닥이 갈라진 순간 탐색 스킬을 시전한 유저 ‘우왕’이 외쳤다.

“밑에 몬스터! 조심하세요!”

우왕의 말이 끝나기도 전 바닥을 뚫고 대지의 쿠룽이 나타났다.

‘지렁이?’

생김새가 딱 지렁이였다.

“전투 준비!”

연중은 방패를 들며 외쳤다.

그리고 쿠룽을 보며 생각했다.

‘뭐 이리 커?’

쿠룽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20m? 더 되려나?’

일단 높이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여태껏 수많은 몬스터를 본 연중이지만 그 많은 몬스터들 중에서도 쿠룽은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거대했다.

“부하들은 없는 것 같은데요?”

주변을 주시하던 사냥왕이 연중의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갈까요?”

연중이 물었다.

“일단 부딪혀 보죠.”

사냥왕이 답했고 연중은 바로 수호자와 현신을 걸었다.

수호자와 현신을 받은 사냥왕이 곧장 쿠룽에게 달려나갔다.

“못 내려오게 계속해서 머리 공격해주세요!”

연중 역시 뒤쪽에 있는 원거리 딜러진들에게 말한 뒤 사냥왕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근접 딜러들이 연중의 뒤를 따라 쿠룽에게 향했다.

그렇게 전투가 시작되었다.

사냥왕과 연중을 비롯한 근접 딜러들의 공격에 쿠룽이 비명을 내뱉었다.

그리고 공격을 하기 위해 머리를 휘둘렀다.

그러나 머리는 바닥에 도착하지 못했다.

바로 마법사, 궁수 등 원거리 딜러들 때문이었다.

쿠룽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했고 3분도 지나지 않아 휘청대기 시작했다.

“거의 끝났어요!”

공격을 하며 생명력 역시 확인하고 있던 우왕이 외쳤다.

우왕의 외침에 연중은 생각했다.

‘벌써?’

경고 메시지가 나타났다는 것은 적어도 중간 보스 이상이라는 것인데 빨라도 너무나 빨랐다.

12마계 몬스터들의 수준이 낮은 것일까?

우왕의 외침이 있고 1분 뒤 휘청이던 쿠룽이 스르륵 쓰러지기 시작했다.

쿵!

이내 쿠룽이 땅에 엎어지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드랍 창이 나타났다.

-쿠룽의 피부 조각 3개

“…….”

그러나 드랍 창을 본 연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쿠룽이 아니야?’

드랍 창이 나타났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드랍된 아이템 역시 쿠룽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그럼에도 연중이 쿠룽이 아니라 생각을 한 이유.

그 이유는 바로 메시지 때문이었다.

쿠룽이 보스 몬스터가 아니라면 모를까 경고 메시지가 나타났던 보스 몬스터였다.

죽었다면 분명 메시지가 나타나야 했다.

그런데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지금 죽은 지렁이가 쿠룽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메시지가 나타나고 등장한 몬스터였다.

그래서 당연히 대지의 쿠룽인줄 알았다.

‘그럼…….’

연중은 고개를 내려 바닥을 보았다.

‘아직 바닥에?’

방금 죽은 지렁이는 분명 쿠룽과 관련 있다.

드랍된 아이템이 그 증거였다.

“우왕 님, 바닥 확인 좀 해주세요!”

연중은 우왕에게 부탁을 했다.

“어?”

우왕은 연중의 말에 바닥을 보았고 이내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피, 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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