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4
제 364화
362.
“오늘도 수혁 님은 안 오시나?”
“요즘 연중 님도 안 보이시던데.”
“마계에 계시니까.”
“맞아 11마계에 계신다고 했지?”
“도대체 입구가 어디일까?”
해피는 유저들의 대화를 듣고 생각했다.
‘아직도 마계야?’
수혁과 연중이 마계에 있다는 것은 해피 역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도 시간이고 지금쯤이면 돌아오지 않았을까 싶어 혹시나 하고 와본 것인데 아니었다.
‘뭐, 나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까.’
어차피 지금 당장 싸울 생각은 아니었다.
진행해야 할 퀘스트가 있었다.
거기다 당장 싸우기에는 수혁과 연중이 너무나 강했다.
아직은 싸울 때가 아니었다.
“이제 가입 신청까지 30분 남았네?”
“오늘은 어떤 시험이려나.”
“사냥 아닐까? 비욘드 근처에 새로운 동굴 하나가 생겨났다는데.”
유저들의 웅성거림을 들으며 해피는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지도를 꺼내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벅!
얼마 뒤 해피는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지도에서 고개를 들어 앞에 있는 건물을 보았다.
상점 ‘행복한 하루’였다.
‘여기가 맞나…….’
이름을 본 해피는 지도를 보며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 보았다.
‘맞네.’
지도가 가리키는 곳은 상점 ‘행복한 하루’가 맞았다.
해피는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주인의 힘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피는 주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증표를 꺼내 보여주었다.
발롬의 증표였다.
증표를 본 상점 주인의 표정이 순간 변했다.
물론 말 그대로 순간이었다.
다시 미소를 지은 상점 주인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잠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예.”
해피의 답을 들은 상점 주인은 안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뒤 작은 스크롤을 들고 돌아왔다.
“여기 있습니다.”
상점 주인은 스크롤을 내밀었다.
[두 번째 지도를 획득합니다.]
스크롤을 받자 메시지가 나타났고 지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
메시지를 본 해피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두 번째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세 번째, 네 번째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해피는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상점에서 나와 지도를 펼쳤다.
‘길드 하우스 근처네?’
지도에 나와 있는 목적지는 리더 길드 하우스 근처였다.
해피는 다시 리더 길드 하우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내 리더 길드 하우스에 도착한 해피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더 많아졌어?’
길드 하우스 앞에는 방금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인기가 많다는 건 들었지만…….’
판게아에서 길드는 아주 중요하다.
어떤 길드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달라지고 할 수 있는 일들도 다양해지며 특별한 경험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페이드 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길드가 바로 리더 길드였다.
제국이 아니라 판게아 내 모든 길드로 범위를 넓혀도 1, 2위를 다툴 정도다.
물론 리더 길드와 1, 2위를 다투는 또 다른 길드는 제왕 그룹에서 만든 제왕 길드로 리더 길드와 아주 친밀한 관계에 있는 길드였다.
‘마계의 힘인가?’
두 길드의 공통점은 마스터들이 마계에서 활동을 한다는 점이었다.
길드에 들어가게 되면 마계 컨텐츠를 즐길 기회를 얻게 될 텐데 인기가 없으려야 없을 수 없다.
해피는 유저들을 뒤로 하고 걸음을 옮겨 지도에 나온 목적지로 향했다.
이번 목적지는 저택이었다.
‘엄청 크네?’
단순 저택이 아니었다.
담장의 높이가 상당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입구를 지키고 있던 사내가 다가와 물었다.
스윽
사내의 물음에 해피는 발롬의 증표를 꺼내 보여주었다.
발롬의 증표를 본 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사내는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해피는 그 뒤를 따라 담장 안 저택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저택에 들어온 사내는 3층으로 올라가 초승달이 각인되어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를 따라 방에 들어간 해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네.”
사내는 해피의 말에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방에서 나갔다.
‘고급스럽네.’
해피는 사내가 나가자 방을 둘러 보았다.
‘역시 어중이떠중이 집단은 아니야.’
가구들이 상당히 고급스러웠다.
‘능력에 돈도 있는 집단이라…….’
똑똑
내부를 둘러보며 암당에 대해 생각을 하던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익
그리고 이어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발롬이었다.
* * *
“은룡참!”
[30초간 기본 공격 시 은룡이 나갑니다.]
은룡참을 시전한 루팅은 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스아악!
창을 휘두를 때마다 은빛 용이 튀어나와 전방에 있는 타락한 유니콘들의 왕 페드에게 날아갔다.
-히히히힝!
페드는 날아오는 은빛 용들을 향해 포효했다.
그러자 페드의 검은색 뿔에서 검은 광선이 날아가 은빛 용들을 소멸시켰다.
“지금이야!”
페드의 어그로를 끄는 데 성공한 루팅이 외쳤다.
그 순간 근처에서 대기를 하고 있던 태양의 기사 ‘김준일’과 달의 기사 ‘스테이크’가 페드에게 달려들었다.
“태양의 일격.”
“달의 이격.”
루팅에게 시선이 끌려 있던 페드는 양옆에서 튀어나온 김준일과 스테이크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히히히히히힝!
공격을 받은 페드는 구슬픈 비명을 내뱉으며 루팅에게 날리던 광선을 김준일과 스테이크에게로 돌렸다.
“일리타!”
그 순간 루팅이 다시 한 번 외쳤다.
그리고 루팅의 외침에 사제 일리타는 김준일과 스테이크에게 쉴드를 걸어 주었다.
“에가르도!”
쉴드를 받은 김준일과 스테이크는 물러나기 시작했고 루팅이 이어 환영궁사 ‘에가르도’를 불렀다.
“허상 표적.”
에가르도는 기다렸다는 듯 시위를 놓으며 스킬 ‘허상 표적’을 시전했다.
그러자 김준일과 스테이크가 있던 자리에 허상이 나타났다.
페드의 광선이 에가르도가 만든 허상에 작렬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얼마나 남았어?”
루팅이 에가르도에게 물었다.
“10% 남았습니다.”
분석 스킬로 페드의 생명력을 확인하고 있던 에가르도가 답했다.
“마무리할 거야, 레미닌 지금 바로 묶어.”
에가르도의 답을 들은 루팅이 죽음술사 레미닌에게 말했다.
“죽음의 손아귀.”
레미닌은 루팅의 말에 바로 ‘죽음의 손아귀’를 시전했다.
스아악!
그러자 페드의 발밑에 검은색 마법진이 생겨나 이내 검은색 손들이 올라와 페드의 발을 붙잡았다.
페드는 벗어나려 움직였지만 발을 붙잡고 있는 손들에 의해 움직이지 못했다.
“은룡일체.”
움직이지 못하는 페드를 보며 루팅은 은룡일체를 시전했다.
그러자 은빛 용이 하나 나타나 창끝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은빛 용은 빙글빙글 돌며 점점 크기를 키워나갔다.
이내 30초 뒤, 은빛 용은 처음보다 수십 배나 커졌고 루팅은 페드를 향해 창을 휘둘렀다.
그러자 은빛 용이 페드를 향해 날아갔다.
발버둥 치던 페드는 은빛 용을 향해 광선을 쏘았다.
하지만 은룡참 때와 달리 은빛 용은 광선에도 사라지지 않았고 이내 은빛 용이 페드를 집어삼켰다.
[타락한 유니콘들의 왕 페드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생명력이 얼마 남지 않았던 페드는 은빛 용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고 메시지를 본 루팅은 바로 드랍 창을 확인했다.
.
.
-10천계 차원의 조각 8
‘떴다.’
드랍 창을 확인한 루팅은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다음 세계로 넘어가는 데 필요한 마지막 조각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떴나요?”
일리타가 물었다.
“응, 바로 갈까?”
루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저는 좋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미리미리 약속 비워놨습니다!”
“그래, 그럼 바로 가자.”
팀원들이 모두 동의를 했고 루팅은 앞장서 다음 세계가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얼마 뒤 목적지에 도착한 루팅은 눈앞의 석판을 바라보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루팅은 12천계에서 얻은 차원의 조각들을 하나씩 석판에 끼워 넣기 시작했다.
이내 마지막으로 페드에게 얻은 차원의 조각을 끼워 넣었고 그 순간 석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곧 다음 세계로 이어지는 포탈이 나타났다.
“바로 따라 들어와. 일리타는 절방진 준비하고.”
“네!”
루팅은 팀원들에게 말한 뒤 먼저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11천계에 입장하셨습니다.]
‘……11천계?’
메시지를 본 순간 루팅은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11천계면…….’
루팅은 11천계를 이미 알고 있었다.
‘제왕 길드에서 가장 먼저 클리어했다는…….’
판게아 내에서도 그렇고 현실에서도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제왕 길드.
제왕 길드의 마스터인 사냥왕이 첫 번째로 클리어했다는 세계가 바로 ‘11천계’였다.
“흐음…….”
11천계에 퀘스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제왕 길드에서 깬 것은 메인 스토리뿐이니.
그러나 그게 가장 문제였다.
‘빠르게 넘어가야 하나?’
보상을 생각하면 빠르게 다음 세계로 넘어가야 했다.
‘다음이 10마계 그리고 11마계.’
문제는 다음 세계와 다다음 세계 역시 메인 스토리가 끝났다는 점이었다.
‘리더 길드랑 제왕 길드와 경쟁해야 하는 건가…….’
더구나 제왕 길드만 있는 게 아니다.
리더 길드 역시 있었다.
즉,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두 길드와 부딪힐 것이다.
루팅은 친구 창을 열었다.
그리고 햇별에게 길드를 넘겨받은 케인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루팅 : 케인, 상의할 일이 생겨버렸는데.
* * *
인귀이며 귀계의 최강자 중 하나인 대귀 ‘구룡천마’.
구룡천마는 전방에 있는 산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이내 기운을 끓어 올려 산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그러자 아홉 마리의 용이 튀어나와 산으로 날아갔다.
산에 도착한 아홉 마리 용은 그대로 산을 들이박으며 폭발했다.
쾅! 쾅! …… 쾅! 쾅!
아홉 번의 폭음이 울려 퍼졌고 산은 폭발이 일어나기 전과 현저히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이 정도면…….”
구룡천마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녀석을 찾아가도 되겠어.”
종족은 다르지만 같은 대귀인 세계수의 수호자 ‘세린’.
세린에게 받은 패배의 굴욕을 되돌려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스악!
구룡천마의 뒤로 초귀 ‘삼신’이 나타났다.
“어쩐 일이야?”
삼신은 항상 자신의 영역에 머물며 미래를 보는 데 시간을 보낸다.
그런 삼신이 이곳에 왔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생겼음을 의미했다
“열렸습니다.”
“……열려?”
삼신의 말에 구룡천마는 반문을 하며 뒤로 돌아섰다.
“설마 이승의 문? 이승의 문이 열렸단 말이야?”
전부터 삼신은 한 가지 예언을 했다.
귀계와 이승이 연결될 것이라고.
“예, 그리고…….”
삼신이 말끝을 흐렸다.
“……?”
말끝을 흐린 삼신의 표정을 본 구룡천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삼신의 표정에 불안함과 공포가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내 삼신이 이어 말했다.
“문을 통해 재앙이 넘어왔습니다.”
“재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