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7
제 357화
355.
갑작스러운 퀘스트 생성 메시지에 수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흑월대와 일정 거리 이상 벗어날 경우 퀘스트 ‘흑월대’가 삭제됩니다.]
그리고 이어 나타난 메시지에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어 퀘스트 ‘흑월대’를 확인했다.
<흑월대>
하프 블러드 본부에 흑월대원 다섯이 나타났다.
흑월대원들은 당신을 찾고 있고 근처에 와 있는 상황이다.
흑월대원들의 공격에서 살아남아라!
[대지의 푸토 : 0 / 1]
[빛의 사라 : 0 / 1]
[독의 피르켈 : 0 / 1]
[피의 큐니르 : 0 / 1]
[야성의 코놀 : 0 / 1]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하프 블러드의 특수 부대인가?’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하프 블러드에 속한 특수 부대가 아닐까 싶었다.
‘어떻게 할까.’
퀘스트 창을 닫은 수혁은 고민했다.
이미 흑월대는 본부에 들어왔다.
그리고 찾고 있다는 것을 보아 8구역으로 오고 있을 것이었다.
‘읽다가 오면 잡을까?’
8구역에 있는 책과 서류들을 읽다가 나타나면 처치할지 아니면 먼저 찾아 처리하고 마음 편히 책과 서류들을 읽을지 고민이 됐다.
‘그래, 마음 편히 읽는 게 좋지.’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수혁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그리고 어둠의 자식을 소환 후 방에서 나와 1구역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잠시만.”
큐니르가 말했다.
그러자 푸토, 사라, 피르켈, 코놀이 차례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왜?”
푸토가 큐니르에게 물었다.
큐니르는 푸토의 물음에 바로 답하지 않고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활짝 웃었다.
“피 냄새야.”
전방에서 피 냄새가 느껴졌다.
그것도 아주 진한.
푸토는 큐니르의 말에 고개를 휙 돌려 전방을 보았다.
피 냄새가 느껴진다는 것은 앞쪽에서 전투가 벌어졌음을 의미했다.
“위치는?”
“6구역. 바로 다음 구역이야.”
“다들 전투 준비.”
큐니르의 답을 듣고 푸토가 말했다.
스악
그리고 푸토의 두 눈동자가 검은색에서 갈색으로 변했다.
변화가 생긴 것은 푸토뿐만이 아니었다.
사라의 몸에는 은은한 빛이 서렸고 피르켈의 피부는 보라색으로 변했으며 큐니르의 머리카락은 붉게, 코놀의 몸은 1.5배 이상 거대해졌다.
저벅저벅
푸토는 여태까지 그래왔듯 혹시나 남아 있을 함정을 대비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6구역으로 이어진 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잠시만.”
도착과 동시에 피르켈이 말했다.
“내가 먼저 들어가야 될 것 같은데? 독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어.”
멀리 있을 땐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보니 피 냄새 사이에 독의 향기가 가득 느껴졌다.
“알았다.”
푸토의 답을 들은 피르켈은 바로 6구역에 진입했다.
진입과 동시에 피르켈은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짙은 피 냄새와 수많은 시체들 그리고 피부를 톡톡 건드는 독들을 느낄 수 있었다.
피르켈은 장갑을 착용했다.
그리고 바로 독들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스아악
독들을 흡수할수록 피르켈의 보라색 피부가 점점 짙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부의 색이 짙어지는 만큼 입가의 미소 역시 짙어졌다.
‘이 정도면 이제 푸토도 이길 수 있겠는데?’
여태껏 수많은 독들을 흡수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강한 독들을 흡수한 적은 없었다.
강한 독을 흡수할수록 강해지는 피르켈이었다.
지금이라면 푸토를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이 끝나는 대로 서열전을 걸어야겠어.’
독 흡수를 마친 피르켈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푸토와 사라, 큐니르, 코놀에게 말했다.
“들어와.”
피르켈의 말에 가장 먼저 푸토가 들어왔다.
“……엄청나군.”
들어서자마자 시야에 들어오는 시체와 피 냄새에 푸토는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함정은 없을 것 같은데?”
따라 들어온 사라가 말했다.
시체가 한둘도 아니고 족히 100은 되어 보였다.
이 많은 인원들이 함정과 함께 전투를 벌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푸토는 사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의 말대로 이제 함정을 주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어라?”
바로 그때였다.
“이거 클레인 님 아닙니까?”
시체들을 둘러보던 코놀이 말했다.
코놀의 말에 푸토는 미간을 찌푸렸다.
‘클레인 님?’
그리고 바로 코놀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코놀 앞에 있는 시체를 확인했다.
“…….”
시체의 얼굴을 확인한 푸토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코놀의 말대로 클레인이었다.
‘클레인 님마저…….’
솔직히 말해 클레인이 죽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도망칠 틈이 없으셨던 건가?’
그도 그럴 것이 클레인은 주변 공간에 동화되어 기운 자체를 지워버리는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즉, 도망을 치려 한다면 그 누구도 잡을 수 없는 게 클레인이었다.
더구나 목숨을 중요하게 여기는 클레인이다.
패배가 확실한 상황에는 전투를 포기하고 도망을 칠 클레인이 죽었다는 것은 단 한 가지를 의미했다.
도망을 칠 틈이 없었다는 것.
“죽은 지 얼마 안 됐어.”
코놀과 마찬가지로 시체들을 살피던 큐니르가 다가와 말했다.
시체가 된 지 크게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 정도면 본부에 있는 인원들 전부 죽은 것 같은데?”
암당에서 정보를 받았다.
하프 블러드 본부에 인원이 몇이나 있는지.
물론 정확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체의 수와 수장인 클레인이 죽은 것을 감안하면 전부가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스윽
클레인의 시체를 바라보던 푸토는 고개를 들어 7구역으로 이어진 문을 보았다.
문이 열려 있었다.
거기다 아직 좌표 교란 마법진은 활성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6구역에 오는 동안 수혁을 보지 못했다.
즉, 수혁은 7구역 혹은 8구역에 있을 것이었다.
“바로 가자.”
수혁은 지쳤을 것이다.
클레인을 포함해 하프 블러드의 수많은 암살자들과 전투를 벌였는데 지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수혁이 회복을 하기 전 공격해야 했다.
지금이 아니라면 수혁을 죽이는데 아주 큰 피해를 입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푸토는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흑월대원들은 그 뒤를 따랐다.
문 앞에 도착한 푸토는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7구역 내부를 확인했다.
조용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푸토는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순간.
“……!”
푸토는 전방에서 다가오는 거대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클레인은 아니다.
이미 시체가 된 클레인이었다.
‘수혁?’
강력한 기운의 주인은 수혁이 분명했다.
‘혼자가 아니었나?’
기운은 하나가 아니었다.
수혁만큼은 아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기운이 4개나 더 있었다.
“녀석 말고 누가 또 있는 것 같은데?”
사라가 중얼거렸다.
“소환수 아니야? 그 어둠으로 이루어졌다는.”
그리고 큐니르가 중얼거림에 답했다.
“아.”
큐니르의 말에 푸토는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수혁에게는 어둠의 소환수들이 있었다.
아마도 4개의 기운은 수혁이 다루는 소환수가 분명했다.
“사라, 바로 처리해줘.”
“걱정 말라구.”
사라는 푸토의 말에 씨익 웃었다.
어둠이라면 순식간에 지워버릴 자신이 있는 사라였다.
* * *
[경고!]
[대지의 푸토가 나타났습니다.]
[경고!]
[빛의 사라가 나타났습니다.]
.
.
[경고!]
[야성의 코놀이 나타났습니다.]
경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전방을 주시하며 생각했다.
‘호오, 보통은 아닌가 보네.’
경고 메시지는 아무에게나 나타나는 게 아니었다.
하프 블러드에서도 경고 메시지가 나타난 것은 마스터인 클레인과 부마스터인 캣솔뿐이었다.
다른 간부들은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간부 이상이라는 건데…….’
하프 블러드에서 흑월대의 위치는 웬만한 간부들 이상이 분명했다.
‘근데 암살자랑은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지, 빛, 피, 독, 야성.
‘왜 이런 단어들이 붙은 거지?’
피와 독, 야성은 이해가 되었지만 대지와 빛은 암살자와 거리가 먼 단어들이었다.
도대체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했다.
‘파멸의 빛은 아껴야겠네.’
대지, 빛 같은 단어들이 앞에 붙은 것은 해당 속성에 강하거나 특별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 분명했다.
다른 속성 마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굳이 관련이 있는 속성을 쓸 필요는 없다.
‘그래, 오랜만에 헬 파이어도 쓰자.’
독기 방출, 파멸의 빛 등을 배우고 나서부터는 헬 파이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수혁은 오랜만에 헬 파이어를 사용해 다섯 중 하나를 처치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얼마 뒤.
탐색 범위에 흑월대가 나타났는지 어둠의 자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둠의 자식들이 문을 지나 7구역으로 들어갔다.
번쩍!
그리고 문을 통해 빛이 뿜어져 나왔다.
[어둠의 자식이 소멸됐습니다.]
[어둠의 자식이 소멸됐습니다.]
[어둠의 자식이 소멸됐습니다.]
[어둠의 자식이 소멸됐습니다.]
“……?”
빛과 함께 나타난 메시지.
메시지를 본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어둠의 자식들이 단번에?’
말없이 메시지를 보던 수혁은 고개를 들어 7구역의 문을 보았다.
아무리 상극인 빛 공격에 당했다고 해도 넷이 동시에 소멸되다니?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빛의 사라는 암살자가 아닌 건가?’
빛을 만들어낸 이는 빛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던 사라가 분명했다.
어둠의 자식을 소멸시킬 정도의 빛이라면 암살자가 아니라 마법사인 것 같았다.
‘하프 블러드의 특수 부대가 아닌 건가?’
당연히 특수 부대라 생각했다.
그런데 빛을 보니 아니란 생각이 점점 머릿속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쿨타임이 없는 어둠의 자식이었다.
다시 소환을 하면 그만이었다.
수혁은 다시 어둠의 자식들을 7구역으로 보냈다.
번쩍!
[어둠의 자식이 소멸됐습니다.]
.
.
[어둠의 자식이 소멸됐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빛이 번쩍이며 어둠의 자식들이 소멸됐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수혁은 또다시 어둠의 자식들을 보냈다.
번쩍!
[어둠의 자식이 소멸됐습니다.]
.
.
[어둠의 자식이 소멸됐습니다.]
이번에도 어둠의 자식들은 한순간에 소멸됐다.
‘빛이 약해지고 있어?’
물론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문을 통해 보이는 빛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수혁은 계속해서 어둠의 자식들을 소환해 내보냈다.
힘을 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얼마 뒤.
번쩍!
빛이 번쩍였음에도 어둠의 자식들이 죽지 않았다.
번쩍!
그리고 이어 두 번째 빛이 번쩍이고 나서야 소멸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 정도면.’
충분히 힘을 뺀 것 같았다.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을 재차 소환해 보내고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이제 흑월대의 얼굴을 볼 때가 된 것이다.
어둠의 자식이 진입 후 빛이 번쩍였고 수혁은 바로 7구역에 진입했다.
반대편에 다섯 인영이 서 있었다.
‘가운데가 사라인가 보네.’
다섯 중 가운데에 서 있는 인영의 몸에 빛이 서려 있었다.
빛의 사라가 분명했다.
‘이 거리면.’
수혁은 사라와의 거리를 확인하고 사라와 붙어 있는 흑월대원들의 거리를 확인했다.
‘둘, 셋 정도 노릴 수 있겠네.’
헬 파이어의 범위가 작다고 하지만 다른 범위 마법과 비교해 작은 것이지 지금처럼 붙어 있다면 하나가 아니라 둘, 셋 정도를 노릴 수 있다.
빠르게 판단을 마친 수혁은 입을 열었다.
“헬 파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