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352화 (352/553)

# 352

제 352화

350.

메시지를 본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며 주변을 확인했다.

‘통로구나.’

본부라고 나와 있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본부로 가는 길이었다.

수혁은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기며 퀘스트 ‘하프 블러드’를 확인했다.

<하프 블러드>

최고의 암살자들이 모인 하프 블러드.

하프 블러드의 암살자들은 당신의 침입 사실을 알았다.

암살자들의 공격에서 살아남아라!

퀘스트 보상 : ???

‘살아남아? 다 죽여야 하는 건가?’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완료 조건은 살아남는 것이었다.

시간이 나와 있는 것도 아니다.

즉, 암살자들의 공격이 끝날 때까지라는 것인데 하프 블러드에서 공격을 멈출까?

멈추지 않을 것이다.

즉, 전부 죽여야 완료가 가능할 퀘스트였다.

바로 그때였다.

스르릉…….

귓가에 들려오는 불길한 소리에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구구궁…….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입구가 무너져 내립니다.]

쩌저적!

메시지와 함께 통로에 쩍쩍 금이 나타났다.

그리고 천장에서 돌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성스러운 보호막.”

수혁은 보호막을 시전하며 생각했다.

‘잠시 빠질까?’

아직 통로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밖으로 가는 것은 10초면 충분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돌들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수혁은 빠르게 고민을 끝내고 왔던 길을 돌아 밖으로 나왔다.

쿵! 쿵! 쿵!

밖으로 나오며 수혁은 본격적으로 천장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날씨 : 수혁 님?

그리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날씨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수혁 : 예.

수혁은 바로 답을 보냈다.

날씨가 귓속말을 보낸 것을 보면 어떤 정보가 나타난 게 분명했다.

-날씨 : 지금 뭐 하셨나요? 퀘스트가 생성돼서요.

예상대로였다.

-수혁 : 퀘스트요?

-날씨 : 예, 지금 본부의 습격자 플랜 a라는 퀘스트가 생성됐어요.

수혁은 날씨에게 하프 블러드의 현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완전히 침입을 봉쇄한 거구나.’

날씨에게 설명을 들으며 수혁은 많은 것을 알아냈다.

갑자기 입구가 무너져 내린 이유.

놀랍게도 하프 블러드에서 행한 일이었다.

침입자인 수혁을 막기 위해서!

‘침입도 힘들지만 나가기도 힘들다라.’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입구가 무너져 내리긴 했지만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너져 내리며 새로운 길이 생겼다.

물론 그 길에는 무수히 많은 함정들이 존재한다.

즉, 본부로 진입하는 것은 힘들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본부에서 나오는 것도 불가능하다.

외부의 침입을 완벽히 막기 위해 만든 것들이 내부에서의 탈출도 막아버렸기 때문이었다.

‘독 안에 든 쥐네.’

수혁에게 하프 블러드는 독 안에 든 쥐나 마찬가지였다.

-날씨 : 지부에 도착하면 새 퀘스트 줄 것 같은데 도착해서 새로운 정보 얻게 되면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수혁 : 예.

날씨와의 귓속말을 끝낸 수혁은 바위를 보았다.

스아악…….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위가 스르륵 사라지며 숨겨져 있던 입구가 드러났다.

‘다시 가볼까.’

수혁은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진입함과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위험한 길에 입장하셨습니다.]

아까와 같은 입장 메시지였다.

물론 똑같지는 않았다.

지명이 ‘하프 블러드 본부’에서 ‘위험한 길’로 바뀌었다.

거기다 통로 역시 깔끔했던 전과 달리 우둘투둘 변해 있었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앞으로 가.”

수혁은 어둠의 자식을 소환해 앞장세우고 보호막을 시전한 뒤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덜컥!

걸음을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왼쪽 발이 땅에 쑤욱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느낌만 받은 게 아니었다.

실제로 땅이 주저앉았고 양옆에서 창이 한 자루씩 튀어나왔다.

팅! 팅!

물론 창은 보호막에 막혀 그대로 박살 나 사라졌다.

‘함정이 발동 안 되는 건가?’

수혁은 조금 당황했다.

분명 어둠의 자식들이 지나간 자리였다.

설마 무게가 없어 함정이 발동되지 않는 것일까?

‘박살 내라 할 수도 없고.’

함정을 파괴하라 명령을 내리고 싶었지만 만에 하나 함정을 파괴하다가 입구가 무너져 내린다면?

더욱 골치 아파진다.

‘어차피 보호막도 못 뚫는데.’

생각을 마친 수혁은 부러진 창과 실금 하나 나타나지 않은 보호막에 안심을 하고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팅! 팅! 철컥! 팅팅팅팅팅!

그 뒤로 수혁은 수많은 함정을 마주할 수 있었다.

다섯 걸음에 한 번 마주할 정도로 함정은 많았다.

하지만 단 하나의 함정도 어둠의 자식들에게 발동되지 않았다.

발동시킨 것은 전부 수혁이었다.

함정이 발동됐다고 해서 처음처럼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보호막에 전부 튕겨 나갔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보호막의 지속 시간이 끝날 때까지 쭉쭉 걸음을 옮겼고 곧 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 앞에 도착한 수혁은 보호막의 쿨타임이 끝나길 기다리며 생각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네.’

통로에 있는 것은 함정뿐이다.

하지만 이제 문을 지나 본부로 진입하면 함정뿐만 아니라 하프 블러드의 암살자들 역시 상대해야 한다.

본격적인 시작이라 할 수 있었다.

이내 시간이 흘러 보호막의 쿨타임이 끝났다.

“성스러운 보호막.”

수혁은 보호막을 시전하고는 문을 열었다.

끼이익! 휙! 쩡!

문을 열자마자 창이 하나 쑥 튀어나왔다.

“……!”

그리고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박혔어?’

방금 시전한 보호막이었다.

즉, 내구도가 완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은 앞서 튕겨 나갔던 암기들과 달리 보호막에 박혔다.

‘암기 파괴력도 대폭 상승하는 건가.’

날씨가 말하기를 본부로 진입한 순간부터가 진짜라 했다.

암살자들 때문이라 그런 말을 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암기 역시 주의해야 할 것 같았다.

모든 함정이 물리 공격을 하는 것은 아니다.

마법 공격을 하는 함정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물리 공격이었고 수혁의 경우 물리 공격을 주의해야 했다.

특히나 보호막이 뚫릴 정도라면 더더욱.

수혁은 보호막에 박힌 창을 빼 내려놓았다.

“분신.”

[분신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그 뒤 분신을 소환했다.

“보호막 쓰고 앞으로 달려가.”

분신은 수혁의 명령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쾅! 쩡! 휙! 휙! 팅! 팅!

그리고 수혁은 분신에 의해 발동되는 수많은 함정들을 볼 수 있었다.

어둠의 자식들과 달리 분신에게는 함정이 발동됐다.

수혁은 분신에 의해 발동되는 함정을 보며 생각했다.

‘분신을 잘 이용해야겠네.’

보호막에 박힐 정도로 강한 암기들이었다.

분신을 이용하면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암살자들은 좀 더 들어가야 볼 수 있나?’

초입이라 그런 것일까?

암살자들도 있을 것인데 보이는 것은 함정뿐이었다.

“앞장서.”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을 앞세워 분신이 갔던 길을 그대로 따라 걸음을 옮겼다.

이내 분신이 죽어 사라졌다.

“분신.”

[분신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수혁은 분신이 죽자마자 재시전했다.

‘역시 30%는 다르구나.’

20%에서 10%가 올라 30%가 됐다.

고작 10%가 올랐을 뿐인데 체감상 그 배는 더 오른 느낌이었다.

‘안정적으로 갈 수 있겠어.’

수혁은 분신을 앞장세워 함정을 무마시키며 전진했다.

그리고 얼마 뒤 수혁은 갈림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스윽

수혁은 우선 왼쪽 통로를 보았다.

여태까지 지나왔던 통로와 비슷했다.

중간중간 자리 잡은 횃불 덕분에 통로의 끝이 보였다.

‘또 문이네.’

통로의 끝에는 본부로 진입했을 때 통과했던 문보다 더 거대한 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스윽

수혁은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른쪽 통로는 왼쪽 통로와 달리 횃불이 없어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암흑만이 가득했다.

“라이트.”

빛이 없으면 만들면 그만이었다.

수혁은 빛 마법 ‘라이트’를 시전했다.

스아악!

그러자 수혁의 앞에 빛의 구체가 나타났다.

수혁은 빛의 구체를 들어 앞으로 던졌다.

그러자 빛의 구체가 둥실둥실 안쪽으로 날아가며 오른쪽 통로를 비춰주었다.

그리고 수혁은 수많은 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숙소인가?’

문의 수가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통로의 끝은 벽이었다.

‘우선 오른쪽부터 확인해야겠네.’

수혁은 오른쪽 통로부터 확인을 하기로 결정하고 걸음을 옮겨 수많은 문 중 가장 가까운 문으로 다가갔다.

문 앞에 도착한 수혁은 일말의 고민 없이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끼이익

혹시나 잠겨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도 잠겨 있지 않았고 수혁은 내부를 볼 수 있었다.

내부 역시 암흑으로 가득했다.

“라이트.”

수혁은 다시 한 번 라이트를 시전했다.

빛의 구체가 나타났고 수혁은 방 내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호오.”

확인을 한 순간 수혁의 입에서는 탄성이 나왔다.

‘서류 모아두는 곳이었구나.’

내부에는 책장과 진열대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반짝반짝 하얀 빛을 뿜어내는 책들과 서류들이 있었다.

‘다른 방들도 다?’

수혁은 확인을 위해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방을 나온 순간.

쩡!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수혁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수혁은 보호막을 관통한 단검과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중년 사내를 볼 수 있었다.

하프 블러드의 암살자가 분명했다.

“독의 사슬.”

수혁은 중년 사내를 향해 독의 사슬을 시전하며 생각했다.

‘어둠의 자식들이 파악을 못 했어?’

탐색 능력이 매우 뛰어난 어둠의 자식들이다.

그런데 중년 사내의 은신을 파악하지 못했다.

하프 블러드의 암살자들이 대륙 최고라 불리는 이유가 있었다.

“…….”

독의 사슬에 당한 중년 사내는 인상을 찌푸릴 뿐 한마디의 비명도 내뱉지 않고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하프 블러드의 증표

-보호의 역습 단검

그리고 드랍 창이 나타났다.

드랍 창을 본 수혁은 걸음을 옮겨 반대편 문을 열었다.

끼이익

라이트를 통해 내부를 확인한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맞구나.’

오른쪽 통로에 있는 수많은 문들.

그 안에는 읽을 것들이 가득할 것으로 추측됐다.

* * *

“…….”

아소멜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붉게 물든 수정구를 바라볼 뿐이었다.

“플랜 A를 진짜로?”

붉게 물든 수정구는 하프 블러드와 연결된 수정구였다.

그리고 수정구가 붉게 물들었다는 것은 하프 블러드에서 플랜 A를 발동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플랜 A는 계획만 세웠을 뿐 발동할 일이 없는, 없어야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 계획을 발동하다니?

물론 클레인에게 계획을 발동한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거짓이라 생각했다.

수혁 하나 때문에 플랜 A를 발동하는 것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동이 되었고 이제 하프 블러드로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연락이 완전히 끊긴 것이다.

‘그 정도라면…….’

아소멜은 고민했다.

수혁이 하프 블러드의 본부를 어떻게 안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본부에 수혁이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 처리해야겠어.’

신출귀몰한 수혁을 처리할 절호의 기회였다.

스윽

아소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흑월의 진짜 ‘무력’이라 할 수 있는 친위대의 수장 에리멘과 연결이 되어 있는 수정구를 들고 책상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마나를 주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정구에서 에리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급히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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