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7
제 337화
335.
-…….
수정구에서는 아무런 말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코단은 씨익 웃으며 이어 말했다.
“잘 좀 하자고 아소멜. 자꾸 이러면 내가 움직일 때가 되었을 때 믿고 움직이기가 힘들잖아? 그렇게 되면 마스터께서 아주 큰 실망을 하실 테고 말이야.”
-……잘 알겠습니다.
아소멜의 목소리에서 분노가 살짝 느껴졌다.
코단은 아소멜을 한 방 먹였다는 것에 너무나 흡족한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독산의 뒷정리는 누가 한 거지?”
궁금했다.
흑월의 10단체 중 하나인 독산의 본부는 너무나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암당은 아니었다.
아무리 암당이라 하더라도 시간상 그렇게 깔끔히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친위대들이 했습니다.
“호오, 에리멘이 직접?”
-예.
“어쩐지 너무 깔끔하더라니.”
코단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에리멘이 이끄는 친위대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수는 부족해도 질적으로는 암당과 비교할 수 없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지금 제가 일이 바빠서.
“아아, 없어. 수혁이 돌아온 것이 너무나 큰 충격이라 연락한 것뿐이야.”
스아악
코단의 말이 끝나자 수정구에서 빛이 사라졌다.
아무런 답 없이 아소멜이 연락을 끊은 것이다.
기분이 나쁠 만도 하지만 코단은 그저 실실 웃으며 수정구를 원래 자리에 가져다 놓고 비밀 공간에서 나왔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 의자에 등을 기대며 생각했다.
‘드래곤을 잡을 정도라…….’
돌아왔다는 게 드래곤을 잡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표정을 보아 드래곤을 처리하고 왔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아무리 도움이 있었다고 해도 너무 뛰어난데…….’
드래곤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드래곤을 죽인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거기다 수혁은 마법사가 된 지 몇십 년이 지난 것도 아니었다.
‘역시 대마도사의 후예라는 건가?’
엄청난 성장 속도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마탑장들 중 그 누구도 모르는 정보가 있었다.
바로 수혁이 대마도사 라피드의 후예라는 것이었다.
측정불가의 재능을 갖고 있으며 대마도사 라피드의 후예이고 거기다 현 10마탑장 중 하나인 파비앙의 제자였다.
오히려 성장을 하지 못하는 게 이상했다.
“흐음…….”
코단은 침음을 내뱉으며 수혁에 대한 생각을 끝냈다.
* * *
[스킬 퀘스트 ‘파멸의 빛’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파멸의 빛’을 습득합니다.]
.
.
빛의 마탑에서 나온 수혁은 바로 퀘스트를 완료하며 스킬들을 습득했다.
습득을 끝낸 수혁은 스킬 창을 열었다.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스킬 ‘파멸의 빛’의 정보를 확인했다.
<파멸의 빛>
숙련도 : 초급 1단계(0%)
특수 효과 : 빛 속성 마법 데미지 10% 증가
마나 : 3000
쿨타임 : 3분
시전 시간 : 20초
지속 시간 : 30초
‘30초나?’
정보를 확인한 수혁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생각보다 딜이 약하겠네.’
파멸의 빛은 허공에 빛의 구를 띄우고 사방으로 빛을 뿜어내는 광역 범위 마법이었다.
직접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지속 시간이 30초나 되는 것을 보아 데미지가 약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제 가볼까.’
파멸의 빛 이후 관심 있던 몇몇 스킬의 정보를 추가로 확인한 수혁은 스킬 창을 닫았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그리고 아공간에 도착한 수혁은 바로 워프 마법진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지도 만들기라…….’
연중과 사냥왕에게 드디어 크라노손이 퀘스트를 주었다는 연락이 왔었다.
그런데 그 퀘스트는 전에 받았던 퀘스트 ‘지도 제작’이었다.
10마계로 후퇴하고 사라졌던 지도 제작 퀘스트를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어차피 갈 생각이었으니까 나쁘지는 않은데.’
퀘스트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발록들의 도시나 마을에 방문해야 하는 수혁이었다.
그러나 지도 제작으로 끝이라니 무언가 살짝 아쉬웠다.
이내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10마계의 마을 ‘카상’으로 워프했다.
카상에 도착함과 동시에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특수 퀘스트 ‘새로운 세계’를 확인했다.
<특수 퀘스트 – 새로운 세계>
새로운 세계로 가 모험하라!
[새로운 세계 : 0 / 2]
퀘스트 보상 : 스텟 – 모험
중간계는 제외됩니다.
‘안 되네…….’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중간계가 아니기에 혹시나 완료 조건을 충족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혹시는 혹시로 끝나버렸다.
단어 그대로 ‘새로운 세계’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세계를 의미하는 게 확실해졌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유령마를 소환해 발록의 사원으로 향했다.
* * *
[퀘스트 ‘지도 제작’을 수락하셨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하시길.”
퀘스트를 수락한 수혁은 크라노손과 인사를 나누며 천막에서 나왔다.
그리고 천막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연중에게 말했다.
“지도 좀.”
“여기.”
“땡큐.”
연중에게 지도를 받은 수혁은 포탈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도시나 마을로 갈 거야?”
걸음을 옮기던 중 연중이 물었다.
“어, 그래야지. 퀘스트도 깨야 하고.”
“아, 맞다. 너 특수 퀘스트 받았다고 했지?”
“응, 너도 한번 도서관 들러봐. 특수 퀘스트 있을 것 같은데.”
“있을까?”
“응, 적어도 한 개는 있을 거야. 없을 수가 없어.”
오히려 수혁보다 더 다양한 경험을 한 연중이었다.
특수 퀘스트가 활성화된 책이 없을 리 없다.
“그럼 나중에 날 잡아서 한 번 다녀와야겠다.”
“그래.”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수혁과 연중은 포탈을 둘러싸고 있는 석벽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석벽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냥왕과 제왕 길드원, 리더 길드원들이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희도 막 도착했습니다.”
“바로 출발할까요?”
“그래 주시면 감사드리죠!”
사냥왕과 제왕 길드원, 리더 길드원들이 수혁을 기다리고 있던 이유.
그것은 혹시나 전초기지에 발록들이 다시 자리를 잡았을 가능성 때문이었다.
만에 하나 발록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면?
11마계로 넘어가는 동시에 죽음을 맞이할 것이었다.
NPC만큼은 아니지만 유저들 역시 사망 페널티에 민감했다.
특히나 랭커가 아니던가?
일반 유저에 비해 잃을 것이 상대적으로 많은 랭커들이었다.
그래서 수혁을 기다렸다.
발록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혁이라면 아무런 상관이 없었기에.
오히려 발록들을 쓸어줄 것이기에.
“가서 귓 드리겠습니다.”
수혁은 사냥왕의 말에 답한 뒤 앞장서 석벽 안으로 들어가 포탈로 향했다.
[11마계에 입장하셨습니다.]
입장과 동시에 수혁은 주변을 확인하며 어둠의 자식들을 소환했다.
‘없네.’
일단 석벽 위에는 발록들이 보이지 않았다.
수혁은 고개를 내려 어둠의 자식들을 보았다.
어둠의 자식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즉, 석벽 근처에도 발록들은 없는 게 분명했다.
-수혁 : 없어.
-수혁 : 없네요.
발록들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수혁은 연중과 사냥왕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그리고 얼마 뒤 연중과 사냥왕 그리고 제왕 길드원, 리더 길드원들이 하나둘 11마계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수혁은 인벤토리에서 지도를 꺼내 펼쳤다.
지도에는 수혁이 갔었던 지역과 다른 이들이 갔었던 지역이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이쪽으로 가보자.’
방향을 정한 수혁은 지도를 넣었다.
그리고 연중과 사냥왕에게 말했다.
“먼저 출발할게.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응, 귓 하고!”
“옙, 나중에 뵙겠습니다.”
수혁은 연중과 사냥왕의 답을 들으며 유령마를 소환했다.
그리고 발록들의 도시 혹은 마을을 찾아 유령마를 몰기 시작했다.
* * *
“인간들이?”
“예.”
엔살롯은 코잔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족들은? 인간들만 넘어온 거야?”
“일단 확인된 바로는 인간들만 넘어왔습니다.”
“그 인간은?”
“그건…….”
“흐음.”
코잔은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손을 휙휙 내저었다.
코잔의 손짓에 엔살롯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방에서 나갔다.
‘인간들만 넘어왔다라…….’
엔살롯이 방에서 나가고 코잔은 생각에 잠겼다.
‘왜?’
도대체 어째서 인간들만 넘어온 것일까?
마족들이 넘어오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인간은 넘어왔을까?’
코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용을 다루는 인간이 왔는지 안 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하든 확실하지 않든 에르테에게 보고를 해야 했다.
* * *
‘찾았다.’
유령마를 타고 끊임없이 움직이던 수혁은 전방에 보이는 도시를 보고 유령마를 멈췄다.
‘최상급이 있을 것 같지는 않네.’
도시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냥 딱 도시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크기였다.
수혁은 다시 유령마를 몰아 도시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경고!]
[상급 발록 칼로스가 나타났습니다.]
[경고!]
[상급 발록 엘로가니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도시에 도착했을 때 메시지가 나타났다.
‘두 마리가 끝이야?’
나타난 메시지는 총 4개였다.
그중 절반이 경고 메시지라는 것을 감안하면 도시에 있는 상급 발록은 단 2마리라는 뜻이 된다.
물론 멀리 떨어진 곳에 상급 발록이 더 있을 수 있지만 많지는 않을 것 같았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특수 퀘스트 – 발록의 체력>
아래 조건을 충족하라! 그러면 발록의 체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발록 : 0 / 100]
[상급 발록 : 0 / 30]
[최상급 발록 : 0 / 1]
퀘스트 보상 : 체력 스텟 강화
‘이러면 상급 발록 수 채우는 것도 꽤 걸리겠는데?’
최상급 발록만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나타난 메시지를 보니 상급 발록 역시 충족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 같았다.
“독룡 소환.”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으며 입을 열었다.
스아악!
마법진이 나타났고 이내 독룡이 똬리를 틀었다.
-발록의 힘줄 5개
-발록의 피 3개
-투기의 정 6개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드랍 창이 나타나 갱신되기 시작했다.
수혁은 갱신되는 드랍 창을 보며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그때였다.
-연중 : 수혁아!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수혁 : 응, 왜?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수혁은 바로 답을 보냈다.
-연중 : 찾았어!
-수혁 : 찾아? 뭘?
-연중 : 히드라!
“…….”
연중의 답에 수혁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수혁 : 히드라?
이내 정신을 차린 수혁은 반문했다.
-연중 : 어, 네가 찾던 그 히드라!
연중이 반문에 답했고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독의 문을 개방했을 때 생성된 스킬 퀘스트 ‘독기 방출’을 확인했다.
<독기 방출>
조건을 달성해 완료하라!
[히드라 : 0 / 1]
[히드라의 침샘 : 1 / 1]
[골드 : 92475900 / 10000]
퀘스트 보상 : 스킬 - 독기 방출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연중에게 다시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어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