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331화 (331/553)

# 331

제 331화

329.

“이왕 이렇게 된 거 정보나 확 뽑자.”

결국 11마계 퀘스트의 끝은 에르테와의 전투가 될 것이었다.

이미 죽음을 결심한 연중이었다.

연중은 이번 기회에 에르테의 공격 패턴과 특성을 최대한 알아내기로 결정을 내렸다.

“2분이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겠지.”

발록들의 왕은 최상급, 상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척이나 강할 것이다.

하지만 연중은 왕이 아니라 최상급, 상급 발록 수십 마리에게서 동시에 공격을 받는다고 해도 2분을 버틸 자신이 있었다.

-호오, 인간!

발록들과의 거리는 엄청난 속도로 좁혀졌고 이내 가장 선두에 있던 발록이 연중을 발견하고 외쳤다.

-내가 잡겠다!

선두에 있던 발록은 뒤쪽에 있는 발록들에게 외치며 빠르게 다가왔다.

‘누굴까.’

에르테는 아닐 것이었다.

메시지가 너무나 늦게 떴다.

‘상급 이상인 건 분명한데.’

일반 발록들과 비교해 꽤나 체격이 컸다.

‘호마소라스?’

가장 먼저 메시지가 나타났던 호마소라스일까?

“네가 호마소라스냐?”

연중이 물었다.

발록은 연중의 물음에 순간 움찔했다가 다시 거리를 좁혔다.

연중은 발록이 답을 하지 않았지만 호마소라스라는 것을 확신하고는 방패를 들었다.

‘수호의 영역을 바로 시전할 필요 없겠어.’

상급 발록 역시 강력하긴 하지만 버틸 수준은 된다.

2분 동안 무적이 되는 수호의 영역을 바로 쓸 필요가 없었다.

“평화의 방패.”

방패에 황금빛이 서렸다.

그리고 호마소라스가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연중은 땅에 방패를 찍었다.

그러자 황금빛 파동이 퍼져나갔고 호마소라스는 주먹을 날리려던 자세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연중은 재빨리 방패를 뽑아 점프를 하며 호마소라스의 얼굴을 향해 방패를 휘둘렀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호마소라스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리고 연중이 땅에 내려온 순간 호마소라스가 기절 상태에서 벗어났다.

‘역시.’

상급 발록 역시 보스급 몬스터.

평화의 방패를 통한 기절 시간이 길지 않았다.

이미 이 상황을 예상했던 연중은 방패를 들었고 방패에 호마소라스의 주먹이 작렬했다.

쾅!

연중이 방패로 후려쳤을 때와는 전혀 다른 소리가 났다.

당연히 결과도 달랐다.

고개가 돌아갔던 호마소라스와 달리 연중은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연중은 생명력을 확인했다.

‘직격만 안 당하면 되겠어.’

방패로 막았기에 생명력은 별로 깎이지 않았다.

직격타만 맞지 않으면 될 것 같았다.

-시간 없다.

하지만 이어진 상황에 연중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빨리 처리해.

발록들이 추가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호마소라스에게 반말을 하는 것을 보니 상급 발록들임이 분명했다.

-예, 에르테 님!

하지만 이어진 호마소라스의 말에 연중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수호의 영역.”

[2분 동안 무적 상태에 빠집니다.]

[모든 해로운 효과가 해제됩니다.]

[모든 스킬의 쿨타임이 2시간 감소합니다.]

같은 상급도 아니고 최상급도 아니다.

발록들의 왕, 에르테였다.

방패로 막는다고 해도 무지막지한 데미지가 들어 올 것이다.

아니, 방패로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연달아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2분.’

수호의 영역으로 얻은 무적은 2분이다.

2분 안에 많은 걸 파악해야 한다.

-호오, 기묘한 능력이군.

에르테는 수호의 영역으로 인해 만들어진 황금빛 기둥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연중을 보았다.

연중은 에르테의 눈빛에 방패를 들고 돌진했다.

어차피 무적 상태였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에르테에게 아무리 두들겨 맞는다고 하더라도 2분 동안은 죽지 않는다.

물론 죽지 않을 뿐이다.

무적은 공격을 무효화시키는 게 아니다.

에르테는 허공을 향해 주먹을 뻗었고 주먹에서 투기로 이루어진 붉디붉은 구체가 나와 연중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이내 투기가 연중에게 작렬했다.

쾅!

폭음과 함께 연중은 주르륵 밀려났다.

아니, 주르륵이 아니었다.

밀려난 거리는 족히 5M가 넘었다.

‘방패로 막아야 하나.’

어차피 무적이기에 방패를 들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방패를 들어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접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호오.

에르테가 탄성을 내뱉으며 말했다.

-인간 치고 꽤나 단단한 육체를 가지고 있구나.

연중은 에르테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만약 무적이 아니었으면 얼마나 닳았을까.’

무적이기에 생명력에는 단 1도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무적이 아니었다면?

방패로 막지도 않고 투기를 맞았다면?

‘이따 확인하자.’

무적이 끝나면 어차피 알게 될 것이다.

생각을 끝낸 연중은 입을 열었다.

“평화의 방패.”

수호의 영역으로 인해 평화의 방패 쿨타임 역시 초기화가 된 상황이었다.

방패에 황금빛이 서렸고 연중은 바로 방패를 땅에 박았다.

파동이 퍼져나가자마자 연중은 방패를 뽑아 에르테에게 달려갔다.

쾅!

하지만 움직이자마자 연중은 코앞에 다가온 에르테의 주먹에 그대로 날아갔다.

‘뭐야!’

연중은 당황하며 방금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파동을 피했어?’

평화의 방패를 시전했고 황금빛 파동이 퍼져나갔다.

그런데 파동이 도착하기도 전 에르테가 사라졌고 에르테가 눈앞에 나타났다.

‘무슨 속도가.’

빨라도 너무나 빨랐다.

‘이거 속도 디버프 없으면 아예 접근할 수 없겠는데?’

연중은 또 하나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에르테를 잡기 위해서는 속도 디버프가 필수다.

이내 연중은 땅에 떨어졌다.

연중은 땅에 떨어지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고 바로 앞에 나타나는 에르테와 주먹을 볼 수 있었다.

쾅! 쾅! 쾅! 쾅!

에르테의 주먹에 연중은 땅에 처박혔다.

주먹질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연중은 점점 지면을 파고들었다.

‘파괴력이 장난 아닌데.’

어마무시한 파괴력이었다.

‘수혁이의 보호막이 버틸 수 있을까?’

연중은 수혁의 보호막을 떠올렸다.

정말 단단한 수혁의 보호막이지만 과연 에르테의 주먹질을 버틸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이상하군.

한동안 계속되던 에르테의 공격이 멈춰졌다.

-이것 때문인가?

그리고 연중은 에르테의 중얼거림을 들을 수 있었다.

-흐음, 귀찮은 능력이군.

연중은 중얼거림을 들으며 지면에서 일어났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황금빛 기둥이 사라졌다.

‘망할.’

2분이 지난 것이다.

연중은 죽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연중의 직감은 정확했다.

-끝났군.

쾅! 쾅! 쾅!

[사망하셨습니다.]

* * *

-에르테 진짜 쎄더라.

“그래?”

-어, 수호의 영역 끝나자마자 죽었어. 한 방에 죽은 건 아니지만.

연중의 말에 수혁은 생각했다.

‘그러면 보호막도 쉽게 깨지겠는데?’

방어력이 높디높은 연중이었다.

연중이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했다면 보호막 역시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았다.

-어떻게 할 거야? 지금 접속할 거야?

“음…….”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침음을 내뱉으며 시간을 확인했다.

자정이 넘었다.

원래대로라면 접속을 하지 않았겠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고민이 됐다.

‘도착하면 아침일 텐데.’

접속을 한다고 해도 문제다.

너무나 멀리 왔다.

전초기지에 도착을 할 때면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났을 것이다.

그것도 좋지 않은 쪽으로.

연중의 말에 따르면 발록의 수는 엄청나게 많다.

거기다 11마계의 최종 보스로 추정되는 발록들의 왕 에르테까지 왔다.

10마계의 마족들이 전부 온 것도 아니고 전초기지에 있는 마족들로 발록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가야겠지?’

전초기지를 파괴하는 것으로 멈추지 않을 수 있다.

포탈을 이용해 10마계로 진격할 수 있다.

‘그러면 애초에 10마계에서 출발하는 게 낫나?’

고민이 됐다.

마을에서 전초기지로 가는 것이나 워프 마법진을 통해 10마계에서 전초기지로 가는 것이나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어! 잠시만, 사냥왕 님한테서 연락 왔어! 내가 다시 전화할게!

“그래? 응.”

수혁은 연중의 말에 답했다.

그렇게 전화가 끊겼고 수혁은 연중의 전화를 기다렸다.

얼마 뒤.

띠리리리!

기다리던 연중의 전화가 왔고 수혁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큰일 났다.

전화를 받자마자 귓가를 강타한 연중의 첫마디에 수혁은 불안함을 느꼈다.

-아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이어진 연중의 말에 호기심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일까?

어떤 상황이기에 큰일이며 다행이라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사냥왕 님 혼자 살아남았대. 크라노손 님이랑 일단 10마계 거점으로 후퇴.

“뭐? 사냥왕 님 혼자?”

-어, 우리 길드원들도 싹 다 죽고 제왕 길드원들도 싹 다 죽고. 아, 그리고 새로운 퀘스트를 받으셨대.

“무슨 퀘스트?”

-발록들의 공격을 막는 퀘스트. 다행인 건 퀘스트에 공격 시간이 적혀 있다고 하시더라. 12시, 17시, 22시. 하루에 3번씩. 4일 막으면 퀘스트 끝.

-근데 이러면 지금 접속할 필요가 없겠는데? 12시까지만 가면 되니까.

“그러게.”

어차피 발록들의 공격이 시작되는 것은 점심때였다.

밤을 새울 필요가 없다.

-내가 너 자는 동안 정보 취합해서 보내줄게. 푹 자라.

“알았어.”

수혁은 연중과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했다.

‘조금 읽다가 자야겠네.’

수혁은 책장으로 향해 책을 꺼내 책상 앞에 앉으며 생각했다.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이 됐다.

발록들의 공격을 막으러 10마계의 거점으로 갈지.

아니면 발록들을 공격하러 11마계의 전초기지로 갈지.

또는 주력들이 사라진 발록들의 도시와 마을들을 습격할지.

이런 수혁의 고민은 책이 펼쳐진 순간 말끔히 사라졌다.

“…….”

수혁은 말없이 책을 읽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흐음…….”

에르테는 침음을 내뱉었다.

“분명 없었어.”

찾고 있는 인간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전투에서 그 인간을 보지 못했다.

인간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많지는 않았지만 인간이 꽤 있었다.

그리고 인간들은 하나같이 인간 같지 않은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강하다고 해도 인간은 인간.

결국 에르테의 손에 인간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다.

“어딜 간 거지?”

에르테가 찾고 있는 인간은 바로 아사크를 죽였으며 용을 다루는 인간이었다.

“설마 다른 곳에서 죽은 건 아니겠지?”

문득 든 생각에 에르테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지, 아사크도 죽인 인간인데.”

인간은 최상급 발록인 아사크를 죽였다.

아사크를 죽인 인간이 상급 발록이나 일반 발록에게 죽임을 당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10마계로 갔나?”

그 인간을 만나지 못한 것이 너무나 찝찝했다.

바로 그때였다.

아르펭이 천막으로 들어왔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바로 출발할까요?”

천막에 들어온 아르펭이 물었다.

“아니.”

에르테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 도망을 친 마족들을 쫓아 10마계에 갈 차례였다.

하지만 바로 출발하기에는 용을 다루는 인간이 마음에 걸렸다.

“그럼…….”

에르테의 답에 아르펭은 말끝을 흐렸다.

“일단 선발대와 정찰대를 보내봐. 확인해볼 게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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