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324화 (324/553)

# 324

제 324화

322.

* * *

“무사히 돌아오겠지?”

“걱정되십니까?”

케일은 파비앙의 물음에 물음으로 답했다.

“당연하지. 이번에 상대해야 할 드래곤은 성룡이니까. 거기다 수혁이 혼자잖아.”

전에 잡은 아서르의 경우 성룡이 아니었다.

거기다 리더 길드의 마스터인 연중과 함께였다.

그러나 이번에 상대해야 할 엘로사는 성룡인 데다가 수혁 혼자 갔다는 것이 너무나 마음에 걸렸다.

“무사히 돌아오실 겁니다.”

“그렇겠지?”

“예, 그런데 독산은 어떻게 합니까? 더 이상 시간 끄는 건 힘들 것 같은데.”

“끙…….”

파비앙은 미간을 찌푸렸다.

수혁과 함께 가기 위해 독산 토벌 출발을 미뤘다.

그런데 수혁이 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어쩔 수 없지. 수혁이 능력이라면 이름이야 언제든 알릴 수 있으니.”

생각 끝에 파비앙은 독산 토벌에 수혁을 데리고 가는 것을 포기했다.

수혁의 능력은 뛰어나다.

그리고 젊었다.

이름을 알릴 시간은 많았다.

“근데 드래곤 잡은 걸 공표하면 안 되는 겁니까?”

파비앙의 말에 케일이 물었다.

“이름을 알리는 건 토벌보다 드래곤 쪽이 더욱 효과 있을 것 같은데…….”

이름을 알려 명성을 올리고 입지를 다지는 것.

이것이 바로 독산 토벌에 수혁을 데리고 가려 했던 이유였다.

“……!”

파비앙은 케일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수혁은 드래곤 슬레이어였다.

‘명성 역시 드래곤 슬레이어 쪽이 괜찮겠지.’

독산 토벌은 수혁 홀로 하는 게 아니다.

수많은 이들이 참여한다.

즉, 관심이 분산될 것이다.

하지만 드래곤 슬레이어는 이야기가 다르다.

‘엘로사도 죽이고 돌아온다면…….’

만약 수혁이 성룡인 엘로사를 죽이고 돌아온다면?

그리고 그것이 알려진다면?

독산 토벌에 참여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름이 알려질 것이다.

“이번 기회에 말해야겠어.”

파비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곧 독산 토벌과 관련해 마탑장 회의가 있었다.

수혁 때문에 미룬 것이니 분명 마탑장들 중 누군가 수혁에 대해 물을 것이었다.

파비앙은 그때 수혁이 아서르를 잡았다는 것, 그리고 엘로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로 결정을 내렸다.

“케일.”

“옙.”

“수혁의 정보를 원하던 길드들에 은밀히 흘려.”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올게.”

케일의 답을 들으며 파비앙은 회의가 있는 중앙 마탑으로 향했다.

“오셨어요?”

회의 시간까지 30분이나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반 정도가 와 있었다.

“안녕, 브리니스.”

파비앙은 브리니스의 인사에 답했다.

“저…….”

브리니스는 말끝을 흐리며 파비앙의 눈치를 살폈다.

“……?”

파비앙은 그런 브리니스의 행동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이어 브리니스가 말했다.

“수혁 님은 오셨나요?”

브리니스의 말에 자리에 앉아 있던 몇몇 마탑장들의 시선이 파비앙에게 향했다.

“아아, 그게 말이지.”

파비앙은 마탑장들의 시선에 평소보다 큰 목소리로 물음에 답했다.

“아쉽게도 못 오게 됐어. 토벌보다 더 중요한 일이 생겼거든.”

“토벌보다 더 중요한 일요?”

브리니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독산의 토벌은 마탑장 회의가 열릴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더 중요한 일이라니?

“이따 회의가 시작되면 말해줄게.”

파비앙은 반문에 답하며 마탑장들의 표정을 확인했다.

마탑장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전부 호기심을 보이고 있었다.

“어차피 다들 알아야 할 이야기니까.”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마친 파비앙은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 * *

“후…….”

레드 드래곤들의 수장인 크도론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한숨을 내뱉은 이유, 그것은 바로 결계 안쪽에 있는 드래곤 엘로사 때문이었다.

드래곤 킬 웜에 타락을 한 엘로사.

다행이라 해야 할지 저항을 하며 크게 다쳤다.

타락을 해 날뛰어야 하지만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엘로사는 결계 안 동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1년 정도면 완벽히 회복하겠어…….”

하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

1년이면 상처를 전부 회복해 날뛰기 시작할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근처에 있는 레어에서 거대한 마력이 느껴졌다.

“왔나.”

라스칼의 마력이었다.

“근데 그 옆은…….”

크도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느껴지는 마력은 하나가 아니었다.

라스칼만큼은 아니지만 거대한 마력이 하나 더 느껴졌다.

“설마 인간?”

라스칼은 이 일을 해결해 줄 인간을 데리고 오겠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거대한 마력의 주인이 인간인 것일까?

“아니야, 인간이 이런 마력을 담고 있을 리가.”

크도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인간의 마력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했다.

크도론은 라스칼이 누구와 함께 온 것인지 확인을 하기 위해 레어로 돌아갔다.

* * *

“아니, 왜 또 수혁을 찾아간 거야?”

장경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적어도 1년 뒤에나 진행될 퀘스트였는데…….”

라스칼이 수혁을 찾은 이유, 그것은 바로 타락한 레드 드래곤 엘로사 때문이었다.

엘로사 스토리는 지금 시작되어선 안 될 스토리였다.

“스토리 꼬이려나?”

모든 드래곤들의 타락이 메인 에피소드와 관련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얼마 전 수혁에게 죽임을 당한 아서르였다.

아서르의 타락은 메인 에피소드와 상관없었다.

하지만 엘로사는 다르다.

메인 에피소드와 관련이 있는 타락이었다.

수혁이 퀘스트를 수락했다.

엘로사가 정상적인 상태라 하더라도 수혁을 이기는 것은 힘들다.

그런데 상태마저 좋지 않다.

즉, 엘로사의 죽음은 확실해진 상황이다.

장경우는 타락을 계획한 조직 ‘드래고니아’의 상황을 확인했다.

“아직은 별 움직임이 없군.”

엘로사가 죽지 않았다.

더구나 죽었다고 하더라도 아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드래고니아의 상황은 평상시와 다를 것 없었다.

“잠시 멈춰 놓을까.”

장경우는 고민했다.

“아니지, 그럼 전체적으로 손을 봐야 하는데…….”

하지만 고민을 끝내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드래고니아는 흑월의 10단체 중 하나였다.

즉, 드래고니아를 손보려면 흑월 역시 손을 봐야 했다.

흑월뿐만이 아니다.

드래고니아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곳을 손봐야 한다.

손을 볼 경우 예상치 못한 버그가 일어난다는 등 더욱 큰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일단 지켜보자.”

결국 장경우는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11마계는…….”

그리고 이어 11마계의 상황을 확인했다.

수혁이 자리를 비운 11마계의 상황이 궁금해졌다.

“이야, 기가 막히게 안전하네.”

상황을 확인한 장경우는 탄성을 내뱉었다.

수혁이 없는 지금 발록들이 전초기지에 들이닥친다면?

막을 수가 없다.

초토화될 것이었다.

하지만 발록들은 힘을 끌어올릴 뿐 쳐들어올 생각이 없었다.

“본대까지 노릴 줄이야.”

전초기지의 존재를 모르는 게 아니었다.

발록들이 전초기지를 습격하지 않는 것은 아직 10마계에서 마족들의 본대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흐음.”

장경우는 침음을 내뱉었다.

* * *

“뭐? 인간?”

“그래.”

라스칼은 크도론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크도론은 고개를 돌려 수혁을 보며 생각했다.

‘인간이 저런 마력을?’

믿기지가 않았다.

마력의 크기가 결코 인간의 몸에 담길 수준이 아니었다.

“바로 출발할 거야?”

“……그래야지.”

시간이 흐를수록 엘로사는 회복될 것이었다.

‘이런 마력이라면 회복이 된다 해도 문제없겠지만…….’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는 게 좋았다.

“그럼 설명 좀 부탁한다.”

“어디까지 말했어?”

“존재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도.”

“알겠어.”

크도론은 라스칼의 말에 답한 뒤 수혁에게 다가갔다.

“반갑습니다. 전 레드 일족을 이끄는 크도론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인간에게 존대를 하지 않는 크도론이다.

하지만 수혁은 보통 인간이 아니었다.

“안녕하십니까.”

자리에 앉아 둘의 대화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던 수혁은 인사에 답하며 생각했다.

‘레드 드래곤이 원래 이렇게 부드럽나?’

보통 레드 드래곤은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수장이라 그런지 크도론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바로 출발할 생각인데 괜찮으십니까?”

“예,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생각에 잠겨 있던 수혁은 크도론의 물음에 생각을 끝내고 답했다.

어서 이곳의 일을 끝내고 11마계로 돌아가야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 전에 설명을 좀 드리겠습니다.”

“옙.”

“엘로사가 있는 곳은 이곳과 아주 가깝습니다. 워프로 단번에 이동할 수 있지요.”

크도론의 설명이 시작됐다.

엘로사의 현 상태와 자주 사용하는 마법 그리고 육체 공격 등 주의해야 할 점 등 다양했다.

“혹시나 궁금한 게 있으십니까?”

이내 설명이 끝났고 크도론이 물었다.

“결계는 몇 개죠?”

수혁은 물음에 물음으로 답했다.

결계의 숫자가 중요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결계를 해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상당하기 때문이었다.

“하나 있습니다.”

크도론이 답했다.

“하나요?”

그리고 답을 들은 수혁은 조금 당황했다.

아서르만 해도 결계가 4개나 존재했다.

그런데 성룡인 엘로사를 결계 1개로 가두었다니?

아무리 상처를 입었다고 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네, 어차피 결계로 가둘 수 있는 아이가 아니니까요.”

“아, 그렇군요. 그럼 혹시 결계 해제에 걸리는 시간이…….”

수혁은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아서르 때와 달리 결계의 용도는 가두기 위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결계 역시 금방 해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바로 가능합니다. 더 궁금하신 건 없으십니까?”

예상대로였다.

“예, 없습니다.”

수혁은 물음에 답하며 활짝 웃었다.

‘빨리 끝나겠네.’

결계도 하나고 해제하는 데 걸리는 시간 역시 짧았다.

승리하든 패배하든 금방 끝날 것이었다.

“미안하다.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라스칼이 다가와 말했다.

“아닙니다.”

수혁이 답했고 크도론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스아악

그러자 발밑에 마법진이 나타나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3초 뒤 워프합니다.]

[2초 뒤 워프합니다.]

[1초 뒤 워프합니다.]

주변 공간이 일그러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그러진 공간이 복구되었고 수혁은 투명한 막을 볼 수 있었다.

“저곳입니다.”

크도론은 손을 들어 결계 안쪽에 있는 동굴을 가리켰다.

“저기가…….”

수혁은 동굴을 보며 중얼거렸다.

“예, 저곳에 엘로사가 잠들어 있습니다.”

크도론은 중얼거림에 답하며 결계에 손을 가져다 댔다.

스아악

그러자 결계가 사라졌다.

아서르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결계를 없앤 크도론이 수혁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레어로 워프할 수 있는 스크롤입니다.”

“아아, 감사합니다.”

수혁은 스크롤을 받으며 크도론의 말에 답했다.

“그럼 이따가 뵙겠습니다.”

“조심하시길.”

크도론은 수혁의 말에 답하며 레어로 돌아갔다.

수혁은 인벤토리에 스크롤을 넣은 뒤 동굴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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