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314화 (314/553)

# 314

제 314화

312.

천막에서 나온 아르펭은 자신의 천막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영악하시단 말이지.’

10마계에 가고 싶어 하는 발록들은 무수히 많다.

아무나 보냈다가는 분명 싸움이 날 것이다.

싸움만 나면 다행이지 분명 결정을 내리는 아르펭에게도 반감을 갖는 발록이 나타날 것이다.

코잔이 직접 보내지 않고 아르펭을 이용해 보내는 것도 혹시 모를 반감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누굴 보낼까.’

천막에 도착한 아르펭은 누굴 보낼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레몽과 로스카가 당할 정도니.’

10마계에는 마족만 있는 게 아니다.

인간들도 존재했다.

그것도 보통 인간들이 아니다.

상급 발록 레몽, 로스카가 당할 정도로 인간들의 힘은 강했다.

‘헤솔린을 보내는 게 낫겠군.’

보통 발록들과 달리 은밀한 전투를 추구하는 헤솔린.

헤솔린이라면 별 위험 없이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아르펭은 천막에서 나왔다.

그리고 헤솔린의 천막으로 향했다.

“음? 아르펭?”

천막으로 들어가자마자 헤솔린이 아르펭을 반겼다.

“어쩐 일이야?”

아르펭은 헤솔린의 물음에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10마계로 정찰 좀 다녀와야겠다.”

“정찰? 10마계로?”

“그래.”

“단순 정찰? 아니면 암살?”

“일단은 단순 정찰. 피해 없이 피해를 입힐 수 있으면 좋고.”

“언제 가면 되지?”

“내일 아침 일찍.”

* * *

“결국 연중이 얻었군.”

장경우는 모니터를 보며 중얼거렸다.

“생명의 정령이라.”

모니터에는 연중이 만든 장비 아이템 ‘생명의 정령’의 정보가 나와 있었다.

“수혁도 그렇고 연중도 그렇고 왜 이렇게 운이 좋은 거야?”

상자에서 나오는 레시피는 랜덤이다.

신 등급 장비가 수천, 수만 개가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수백 개는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수혁과 연중은 딱딱 필요한, 그것도 만들 수 있는 신 등급 장비의 레시피가 나왔다.

운이 좋아도 너무나 좋은 것이다.

장경우는 연중의 캐릭터 정보를 확인했다.

소속 : 페이드 제국

길드 : 리더

직업 : 수호자

레벨 : 470

경험치 : 12%

생명력 : 220370

마나 : 5000

포만감 : 89%

힘 : 1967 (+400)

민첩 : 467

체력 : 4004 (+2250)

지혜 : 250

“조만간 달성하겠는데?”

현재 연중은 생명의 정령을 만들었음에도 착용할 수 없었다.

스텟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전설 장비 옵션만 잘 개방해도 되겠어.”

부족한 체력 스텟은 1천 정도였다.

전설 장비 옵션만 잘 개방되면 5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발록들은 뭘 하고 있으려나.”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러자 모니터에 11마계에 대한 정보가 가득 나타났다.

스크롤을 내리며 장경우는 11마계의 상황을 확인했다.

“정찰이라…….”

대충 상황을 파악한 장경우는 생각했다.

“다 없으니 순수 NPC들 간의 싸움인가.”

이번 10마계로 정찰을 오는 발록들은 상급 하나와 일반 10마리였다.

가장 큰 전력인 수혁의 경우 로그아웃 후 접속을 하지 않고 있었고 연중과 사냥왕이 이끄는 리더 길드와 제왕 길드는 주변 지역으로 몬스터 사냥을 떠난 상황이었다.

즉, 현재 포탈 주변에는 마족들밖에 없었다.

장경우는 만약 충돌이 일어날 경우 어떤 식으로 상황이 흘러갈지 상상했다.

“꽤 타격 입겠는데?”

상급 발록이야 크라노손이 맡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 발록들이 문제다.

각각 수준이 다르기에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지만 보통 일반 발록 하나를 상대하는 데에 상급 마족이 둘 필요했다.

“수혁이 내일 접속을 하면 별 피해가 없겠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수혁의 경우 거점에서 로그아웃을 했다.

수혁이 접속한다면 마족들은 피해를 별로 입지 않을 것이다.

장경우는 말끝을 흐리며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러자 모니터에 수혁에 대한 정보가 나타났다.

“무슨 일 있는 것 같은데.”

평소 수혁은 자정이 되어야 로그아웃을 한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달리 몇 시간 일찍 로그아웃을 했다.

처음에는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간 것인가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로그아웃 후 자정이 된 지금까지 수혁은 단 한 번도 접속을 하지 않았다.

“뭐, 내일이 돼보면 알겠지.”

장경우는 마계에 대한 관심을 끝냈다.

신경 써야 할 것은 마계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마계보다 더욱 신경 써야 하는 곳이 있었다.

바로 메인 에피소드와 암당이었다.

장경우는 다시 키보드를 두들겼다.

* * *

-그럼 오늘도 접속 안 할 거야?

“응, 거점 완성될 때까지는 접속 안 하려고.”

접속해봤자 할 게 없었다.

수혁은 거점이 완성될 때까지 접속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읽을 책들도 많이 있고.”

오재용이 보내준 책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만족감을 주고 있었다.

수혁은 당분간 오재용이 보내준 책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다.

-알았어.

“무슨 일 생기면 연락 주고!”

-오케이!

연중의 답을 끝으로 통화가 끝났다.

수혁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바로 방에서 나와 2층으로 올라갔다.

운동도 끝냈고 판게아에서 할 일도 없다.

자유 시간이었다.

수혁은 지금부터 오재용이 보내준 책들을 읽을 생각이었다.

2층에 도착한 수혁은 바로 책상으로 향했다.

어제 읽다 멈춘 책이 놓여 있었다.

수혁은 바로 의자에 앉아 책을 펼쳐 독서를 시작했다.

독서를 시작한 수혁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읽을 때마다 전신을 가득 채우는 만족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편안함.

‘좋다.’

너무나 행복했다.

삐빅…… 삐빅…… 삐빅…….

한동안 책에 집중하고 있던 수혁은 귓가에 들려오는 알람 소리에 잠시 독서를 중단했다.

그리고 알람을 끈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어느새 점심시간이었다.

‘마저 읽고 먹자.’

조금만 더 읽으면 된다.

수혁은 다시 독서를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책을 다 읽은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원래 자리에 가져다 놓고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에 도착한 수혁은 간단히 점심을 차리며 생각했다.

‘소나무 도서관이 참 편하긴 해.’

요청만 하면 식사를 가져다주는 소나무 도서관이 떠올랐다.

‘다 읽고도 거점이 완성 안 되면 소나무 도서관이나 가야겠다.’

거점을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래 걸린다는 것.

수혁은 만에 하나 오재용이 보내준 책들을 다 읽었음에도 거점이 완성되지 않는다면 소나무 도서관에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향후 계획에 대해 생각하며 점심을 먹고 뒷정리를 마친 수혁은 2층 서재로 올라가기 전 방에 잠시 들렀다.

혹시나 연락 온 게 있나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응?”

핸드폰을 확인한 수혁의 표정에 물음표가 나타났다.

‘이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 이내 수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연중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발록들이 나타났다고?’

문자에는 발록들이 거점에 나타났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수혁은 바로 연중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문자를 보내고 바로 접속을 한 것인지 연중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

수혁은 고민했다.

발록들이 얼마나 나타났는지 쓰여 있지는 않았지만 한둘은 아닐 것이다.

‘잡기는 다 잡았겠지?’

거점에 있는 전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일단 크라노손은 상급 발록도 상대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연중이 알았다는 것은 사냥왕 역시 알았다는 뜻이고 제왕 길드의 힘이라면 충분히 발록들을 잡을 수 있다.

‘이미 끝났을 것 같은데.’

거기다 문자가 온 시간이 1시간 전이었다.

상황은 이미 종료됐을 것이다.

‘일단 확인은 해보자.’

고민 끝에 수혁은 캡슐로 걸음을 옮겼다.

어떻게 된 것인지 상황은 알아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혹시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

이내 판게아에 접속한 수혁은 주변 지형을 보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얼마나 왔길래…….’

접속 전과 비교해 주변 지형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아주 치열한 전투가 일어난 게 분명했다.

도대체 발록이 몇 마리나 온 것일까?

주변 지형을 통해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확인한 수혁은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상황을 묻기 위해서였다.

-수혁 : 연중아.

-연중 : 어? 접속했네!

귓속말을 보내자 5초도 지나지 않아 연중에게서 답이 도착했다.

-수혁 : 응, 문자 보고 바로 접속했어. 어디야?

-연중 : 가는 중이야.

-수혁 : 아, 오고 있는 중이야?

-연중 : 응, 좀 멀리 와서 사냥 중이었거든. 상황은 어때? 상황 알려주던 길드원이 발록한테 죽어서 알 수가 없네.

연중에게 상황을 들으려 했던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바로 답할 수 없었다.

-수혁 : 잠시만 나도 막 들어와서. 알아보고 연락 줄게.

-연중 : 응!

-수혁 : 언제쯤 도착해?

-연중 : 앞으로 30분 정도 더 가면 될 것 같아.

-수혁 : 알았어.

수혁은 연중과 귓속말을 마쳤다.

그리고 크라노손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라노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근처에 있는 마족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혹시 크라노손 님이 어디에 계신지 아십니까?”

“헛, 수혁 님!”

수혁의 물음에 마족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재빨리 손을 들어 오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에 크라노손 님의 천막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혁은 마족의 답에 감사를 표하고 재빨리 마족이 알려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뒤 수혁은 천막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혁 님!”

천막으로 들어가자마자 수혁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크라노손을 볼 수 있었다.

크라노손은 양팔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상급 발록이 온 건가?’

일반 발록이 크라노손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을 리 없다.

아마도 이번에는 상급 발록이 온 것 같았다.

“하하…….”

크라노손은 수혁의 시선이 붕대에 가 있는 것을 깨닫고 멋쩍은 웃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포탈을 통해 발록들이 넘어왔습니다. 싸우다 보니…… 하하.”

크라노손의 말을 들으며 수혁은 생각했다.

‘한번 쓸고 와야겠는데.’

언제 또 포탈을 통해 발록들이 넘어올지 모른다.

발록들이 오면 지금처럼 지형이 뒤집힐 것이 분명하다.

다음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거점이 완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형이 계속해서 뒤집힌다면?

거점이 완성되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수혁은 포탈을 통해 11마계로 가 발록들을 한번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크라노손 님.”

생각을 마친 수혁은 크라노손을 불렀다.

“예.”

크라노손이 답했고 수혁이 이어 말했다.

“잠시 11마계 좀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11마계를요?”

수혁의 말에 크라노손이 반문했다.

“예, 정찰 좀 다녀올 생각입니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지만 혼자 가시기에는…….”

크라노손이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수혁은 크라노손의 말에 씨익 웃으며 답했다.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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