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7
제 307화
305.
-수혁
-사냥왕
-연중
새로운 후보.
그 후보의 정체는 바로 연중이었다.
“스킬이 참 잘 어울린단 말이야.”
연중의 직업은 ‘수호자’.
수호자의 스킬 구성은 참으로 수혁과 잘 맞았고 연중은 많은 기여도를 얻을 수 있었다.
수혁이 올린 만큼은 아니지만 최저 기여도는 가뿐히 넘어섰다.
“이렇게 되면 2대 1인가?”
장경우는 언제쯤 출발을 하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다시 한 번 키보드를 두들겼다.
“오늘은 안 되겠고.”
준비를 하는 데에만 하루가 걸릴 것 같았다.
“내일인데 이제 업데이트니까. 4일 남았다고 봐야겠군.”
이제 곧 업데이트가 시작된다.
자정부터 시작해 3일 동안 꼬박 진행되는 업데이트였다.
즉, 출발은 4일 뒤에나 가능하다.
장경우는 알림을 맞춘 뒤 10마계에 대한 관심을 접고 3일 동안 진행될 업데이트 내용을 점검했다.
“흐음.”
업데이트 내용을 확인하며 장경우는 주기적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물론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는 침음은 아니었다.
장경우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완벽해.”
업데이트 내용 점검을 끝낸 장경우는 이어 특등급 유저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호오?”
그리고 정보가 뜨자마자 장경우는 탄성을 내뱉었다.
“전쟁을?”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왜 전쟁을 시작한 거지?”
장경우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암당이 벌써 움직이면 안 되는데…….”
암당은 세 번째 메인 에피소드는 되어야 등장을 하는 조직이었다.
그것도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게 아니라 존재를 알리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 암당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건들 수도 없고.”
NPC들 간의 전쟁이라면 이번 업데이트에서 조율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NPC들 간의 전쟁이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NPC들 간의 전쟁이지만 유저가 끼어 있었다.
그것도 한쪽 진영의 수장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이 유저가 여태까지 한 일들을 보면…….”
장경우는 암당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진영의 수장 루타의 과거를 떠올렸다.
“왕국 내 암당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는 끝을 안 낼 텐데.”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이가 바로 루타였다.
힘이 있고 없고가 중요하지 않다.
루타는 상대가 더욱 강하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았다.
“루타 길드가 라만, 유스에서 강하다고 해도…….”
장경우는 곰곰이 생각했다.
만약 전쟁이 쭉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얼마 못 버틸 텐데.”
루타가 이끄는 길드들은 결코 약하지 않다.
하지만 라만 왕국, 유스 왕국 한정이다.
그리고 루타 길드가 상대해야 될 암당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더구나 다시 살아나는 것은 루타뿐이다.
루타 길드원들은 전부 NPC.
한 번 죽으면 끝이다.
즉, 얼마 버티지 못하고 루타 길드는 괴멸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제왕 길드가 돕는다고 해도 힘들겠지.”
물론 루타 길드 뒤에는 제왕 길드가 있다.
제왕 길드에는 수많은 랭커들이 있고, 거의 모든 국가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유저들이 만든 길드 중 최강이라 할 수 있는 길드였다.
하지만 암당 역시 대륙 전역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암당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존재가 몇이나 될까?
“수혁 말고는 없겠지?”
NPC 중에서는 상당히 많았지만 유저 중에서는 수혁 말고 떠오르는 이가 없었다.
“흐음, 속도를 살짝 조절해야 되겠어…….”
장경우는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암당에 살짝 손을 쓰기로 했다.
“오랜만에 흑월도 싹 점검해야겠는데.”
메모를 마친 장경우는 판게아의 메인 스토리를 이끌어갈 ‘흑월’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을 하기로 했다.
암당은 흑월의 머리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머리가 이렇게 움직였다면 분명 휘하 세력들의 행동에 변화가 있을 것이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이미 유저들과 엮였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장경우는 조절을 할 생각이었다.
“흐음…….”
침음을 시작으로 장경우는 본격적으로 흑월에 대한 점검을 시작했다.
* * *
“그럼 내일 아침까지 준비를 끝내겠습니다.”
크라노손이 말했다.
“예, 내일 아침 9시에 다시 오겠습니다.”
대표로 수혁이 답을 했다.
그러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금지, 발록의 사원으로’를 수락하셨습니다.]
“저희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퀘스트 수락 메시지를 본 수혁은 이어 크라노손에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야기도 다 끝났고 퀘스트도 수락했다.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었다.
“내일 뵙지요!”
크라노손의 인사를 받으며 수혁, 연중, 사냥왕, 윤진, 레아는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길드원들이 기다리는 왕궁 입구로 걸음을 옮기며 대화를 나눴다.
“상급 발록이 일반 발록에 비해 얼마나 강한가요?”
사냥왕이 물었다.
일반 발록과는 전투를 벌여 보았지만 상급 발록과는 단 한 번도 전투를 벌인 적이 없는 사냥왕이었다.
“음…….”
연중이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많이 강하긴 한데.’
괜히 ‘상급’이란 단어가 붙은 게 아니다.
일반 발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그런데 얼마나 강한지 비교를 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혁에게 픽 죽어 버렸다.
비교하려야 비교할 정보가 없었다.
“수혁이가 잡는 데 좀 걸려요. 애들이 워낙 잘 도망 다녀서.”
어떻게 답을 해줘야 할까 곰곰이 생각하던 연중이 답했다.
생각해보니 일반 발록과 상급 발록의 결정적 차이가 있었다.
일반 발록은 도망도 치지 못했다.
하지만 상급 발록은 수혁에게 저항을 했었다.
“……도망이요?”
예상치 못한 답변에 반문을 했던 사냥왕은 이내 수혁을 힐끔 보고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왕궁 입구에 도착한 후 사냥왕이 인사를 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그리고 제왕 길드원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어떻게 할 거야?”
사냥왕과 제왕 길드가 사라지고 연중이 물었다.
“남은 시간 동안?”
“응.”
“도서관.”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답했다.
“역시.”
이미 도서관이란 답을 예상했던 연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요일에 보는 거 잊지 말고.”
“알았다.”
수혁은 연중과 인사를 한 뒤 이어 리더 길드원들과 인사를 하고는 워프 게이트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중간계가 아니라 다행이야.’
걸음을 옮기며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11마계일 줄이야.’
그리고 퀘스트 ‘금지, 발록의 사원으로’를 확인했다.
<금지, 발록의 사원으로>
드디어 10마계의 안정화가 끝났다.
몰래 떠나려 했지만 아밀레타가 계획을 눈치챘다.
아밀레타는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목적지 ‘발록의 사원’에 존재하는 포탈이 11마계와 이어져 있다는 것.
그리고 11마계는 10마계와 달리 발록들이 매우 많으며 포탈 주변 지역은 발록들이 지배하고 있다는 등 위험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크라노손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설득을 했고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
크라노손을 도와 11마계로 이어진 포탈을 찾아내라!
퀘스트 보상 : ???
‘발록들이 지배하는 지역이면…….’
수혁은 퀘스트를 보며 11마계에 대해 생각했다.
‘도서관이 없겠지?’
발록들이 마을이나 도시를 이루고 살 것 같지 않았다.
만에 하나 마을과 도시를 만들어 산다고 해도 도서관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발록과 책.
두 단어는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흐음.’
그리고 속으로 아쉬움을 표하며 도시 ‘헤엘스’로 워프했다.
헤엘스에 도착한 수혁은 바로 도서관으로 이동한 후 시간을 확인했다.
‘4시간.’
업데이트까지 남은 시간은 4시간.
4시간이면 많은 책들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수혁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책장으로 다가갔다.
‘아, 맞다.’
그리고 책장에 도착한 순간 문득 떠오른 생각에 수혁은 사냥왕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사냥왕 님.
-사냥왕 : 예, 수혁 님.
사냥왕에게서 바로 답이 왔고 수혁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수혁 : 그 블랙 등급 카드요.
수혁이 귓속말을 한 이유, 그것은 바로 사냥왕에게 약속받은 ‘블랙 등급’ 때문이었다.
-사냥왕 : 예.
-수혁 :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따로 뭐 등록을 해야 한다거나 할 필요는 없나요?
-사냥왕 : 네네, 아직 한 번도 사용 안 하셨어요?
-수혁 : 넵. 내일 사용하게 될 것 같은데 주말이라 혹시나 평일에 뭐 등록해야 되는 게 있으면…….
블랙 등급을 증명하는 카드는 오래전에 도착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사냥왕 : 등록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미 다 등록돼 있습니다. 그냥 사용하시면 됩니다.
사냥왕의 답에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수혁 : 감사합니다.
-사냥왕 : 아닙니다. 근데 어디 가세요?
-수혁 : 아, 그 삼정동에 있는 도서관이요.
-사냥왕 : 아아, 소나무 도서관 가시는구나.
-수혁 : 네.
수혁은 업데이트가 진행되는 3일 동안 제왕 그룹에서 운영하는 한국 최대 크기의 유료 도서관인 ‘소나무 도서관’에 갈 생각이었다.
도서관에 대한 기대감에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사냥왕 : 혹시 문제 생기면 연락 주시구요. 폰 번호는 저장하셨죠?
-수혁 : 네, 저장해놨습니다.
-사냥왕 :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수혁 : 옙!
수혁은 사냥왕과의 귓속말을 끝낸 뒤 책장에서 책을 꺼냈다.
그리고 책상으로 돌아가 독서를 시작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
.
책을 읽을 때마다 쭉쭉 지혜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제 나가야겠네.’
시간이 흘러 자정이 가까워졌고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을 반납한 뒤 오랜만에 캐릭터 창을 열었다.
레벨 : 543
경험치 : 14%
생명력 : 109400
마나 : 446800
포만감 : 79%
힘 : 30
민첩 : 19
체력 : 1088 [544]
지혜 : 22340 (+2550)
맷집 : 10
보너스 스텟 : 225
‘생각보다 오르는 속도가 빨라.’
10마계의 도서관들을 전부 정복하면 2만5천 정도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비밀 서류들도 있고 생각보다 오르는 지혜가 높아 3만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수혁은 흐뭇한 미소로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로그아웃을 했다.
캡슐에서 나온 수혁은 책장이 아닌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내일 가게 될 소나무 도서관에 가는 방법, 이용 방법 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택시로 50분이라…….’
소나무 도서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며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내부 사진을 보니 기대감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차원의 도서관이 이런 느낌일까.’
판게아에는 무수히 많은 도서관들이 있고 무수히 많은 책들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책들이 모여 있는 차원의 도서관이 있다.
소나무 도서관의 내부 사진을 보니 차원의 도서관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소나무 도서관에 대해 알아보던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