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303화 (303/553)

# 303

제 303화

301.

기로스는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말을 마쳤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어떤 말이 이어질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유스 왕국의 3지부가 괴멸당한 것이 분명했다.

‘루타 길드 녀석들이…….’

3지부를 괴멸시킨 것은 앞서 라만 왕국의 4지부, 유스 왕국의 2지부를 괴멸시킨 루타 길드가 분명했다.

“암호를 어떻게 해독한 거지?”

아소멜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3지부를 찾아냈다는 것은 2지부에 있던 비밀 서류를 해독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비밀 서류는 암당의 1급 암호로 쓰여 있다.

도대체 어떻게 암호를 해독한 것일까?

아무리 암호를 전문으로 해독하는 자라고 해도 해독하는 데에 족히 두 달 이상이 걸릴 암호였다.

“수혁과 함께였습니다.”

기로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그리고 기로스의 답에 아소멜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수혁?”

아소멜은 반문했다.

“설마 수혁이 3지부에 나타났다고?”

여기서 함께라는 것은 루타 길드와 함께라는 걸 말하는 게 확실했다.

마탑에서 자취를 감춘 수혁이 유스 왕국에 나타났다?

“예.”

“루타 길드와 함께?”

“네.”

기로스의 답에 아소멜은 계속해서 반문했다.

“그 말은 수혁과 루타 길드가 함께 3지부를 괴멸했다는 소리야?”

“그렇습니다.”

물론 끝없이 반문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

아소멜은 입을 다문 채 곰곰이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관계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수혁과 루타 길드의 연관성이 보이지 않았다.

수혁은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이며 페이드 제국에 거점을 잡고 있는 리더 길드에 속해 있었다.

그리고 루타 길드는 라만 왕국과 유스 왕국의 밤을 지배하는 길드였다.

마탑, 페이드 제국이 라만 왕국, 유스 왕국과 가까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서로를 알게 된 것일까?

‘잠깐.’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아소멜은 기로스에게 물었다.

“제왕 길드가 리더 길드와 연합을 했다고 했지?”

“예, 그랬지요.”

기로스는 아소멜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루타 그 녀석 제왕 길드와 관련 있다고 하지 않았나?”

아소멜은 고개를 끄덕이는 기로스에게 재차 물었다.

예전에 기로스가 루타 길드의 마스터인 루타와 제왕 길드의 연관성을 언급했던 것이 머릿속에 살짝 남아 있었다.

“아! 맞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루타 길드의 마스터와 제왕 길드의 마스터가 만남을 가졌었습니다.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긴 하지만요.”

기로스는 아소멜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더니 곧 탄성과 함께 답했다.

“설마…….”

답을 한 기로스는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그 설마인 것 같다.”

아소멜이 중얼거림에 답했다.

수혁이 루타 길드와 연결될 수 있는 고리는 제왕 길드뿐이었다.

“제왕 길드에서 관여했다면 암호 해독도 가능하지.”

제왕 길드는 수혁과 마찬가지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불가사의한 곳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수많은 국가의 강자들을 흡수했다.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몸집을 키워나갔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강자들이 뭐가 아쉬워서 신생 길드 밑으로 들어가겠는가?

암당은 제왕 길드가 애초에 음지에서 활동을 하던 이들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었다.

그것도 수많은 강자들을 거닐고 있는!

만약 그런 제왕 길드에서 암호 해독에 나섰다면?

전문가라 하더라도 두 달 이상이 걸릴 암호였지만 세상에는 정말 기인이 많다.

아무리 난해한 암호라 하더라도 며칠 안에 풀어낼 수 있는 ‘천재’라 불리는 이들이 제왕 길드에 있을 수 있다.

“어떻게 할까요?”

기로스가 물었다.

“…….”

그러나 아소멜은 쉽게 답을 해줄 수 없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수혁과 루타 길드뿐만 아니라 제왕 길드 역시 상대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제왕 길드는 상대하기 상당히 껄끄러웠다.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어떤 곳인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음지에서 활동을 했으며 수많은 강자들을 거닐고 암당의 눈을 피할 정도로 보안이 뛰어난 곳이라는 정도만 파악되었다.

끝이 파악되지 않은 상대와 싸우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다.

“일단.”

생각을 끝낸 아소멜이 입을 열었다.

“암호부터 바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암호는 이미 해독 당했다.

그것도 1급 암호가 해독 당했다.

그 말은 2급, 3급 역시 해독 당했다는 뜻이다.

“그럼 다음 암호로 변경 지시 내리겠습니다.”

어차피 암당에서는 주기적으로 암호를 바꾼다.

이미 다음에 쓸 암호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래.”

아소멜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로스는 들고 온 보고서를 아소멜의 책상 위에 내려놓고 방에서 나갔다.

아소멜은 기로스가 나가자마자 보고서를 읽기 시작했다.

보고서에는 방금 전 기로스가 했던 보고가 더욱 상세히 쓰여 있었다.

“그럼 페이드 제국 3지부도…….”

아소멜은 보고서를 읽던 중 페이드 제국 3지부를 떠올렸다.

페이드 제국에는 리더 길드가 있었다.

그리고 리더 길드는 제왕 길드와 연합을 맺었다.

혹시 제왕 길드에서 페이드 제국 3지부에 대한 정보를 리더 길드에게 넘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왕 길드 녀석들…….”

아소멜은 이를 악물었다.

현재 암당에서 최우선으로 삼은 것은 수혁이었다.

그러나 상황을 보아하니 목표를 바꿔야 할 것 같았다.

* * *

‘이건 적어드려야겠네.’

공작이란 단어를 본 수혁은 비밀 서류를 읽으며 적혀 있는 내용을 옮겨 적기 시작했다.

‘이건 적을 필요 없겠어.’

그리고 다음 비밀 서류를 본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비밀 서류를 읽어내려갔다.

그렇게 비밀 서류들을 읽던 수혁은 이내 마지막 비밀 서류를 읽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끼이익

자리에서 일어난 그 순간 루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엇, 끝나셨습니까?”

루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있는 수혁을 보고 움찔하며 물었다.

“예, 여기 있습니다.”

수혁은 그런 루타의 모습에 미소를 지은 채 메모지를 내밀었다.

“헛,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혹시…….”

메모지를 받은 루타는 말끝을 흐리며 수혁을 보았다.

“……?”

루타의 말에 수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아, 아쉽게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말뜻을 이해한 수혁은 탄성을 내뱉으며 이어 말했다.

“아무래도 이곳이 임시 지부라 그런 것 같아요.”

다른 지부의 정보를 말하는 게 분명했다.

“그렇군요.”

루타는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식 지부에만 임시 지부의 정보가 나와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태껏 확인한 지부는 총 4개.

그중 3개가 임시 지부였다.

임시 지부에는 다른 지부에 대한 정보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정식 지부에만 임시 지부의 정보가 존재했다.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근데 수혁 님.”

“네.”

“이제 슬슬 출발하려고 하는데…….”

다시 한 번 말끝을 흐린 루타는 수혁의 눈치를 살폈다.

“옙, 마계에서 뵐게요.”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루타의 말에 답을 해주었다.

루타 역시 제왕 길드의 길드원이었다.

안정화가 거의 끝나긴 했지만 마무리를 위해 출발을 할 예정이었다.

“넵! 수혁 님도 지금 바로 가실 건가요?”

수혁의 답에 루타가 물었다.

“마지막으로 지부 한 번만 더 둘러보고 갈 생각입니다.”

이곳 기밀실 말고도 지부장이었던 얼롯의 방에도 비밀 서류가 있었다.

다른 곳에 비밀 서류가 있을지도 모른다.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루타가 인사와 함께 방에서 나갔다.

수혁은 기밀실 내부를 한 번 쑥 훑었다.

혹시나 놓친 비밀 서류가 있나 확인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빛은 보이지 않았다.

수혁은 바로 방에서 나와 지부 내부를 순찰하기 시작했다.

자물쇠로 굳게 잠긴 곳이 있었지만 만능 열쇠를 가지고 있는 수혁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없네.’

지부의 모든 장소를 확인했지만 남아 있는 비밀 서류는 없었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수혁은 아공간으로 워프했다.

그리고 워프 마법진으로 걸음을 옮기며 친구 창을 열어 연중의 접속 상태를 확인 후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연중아 슬슬 출발할 때가 된 것 같다.

곧 안정화가 끝난다.

이제 퀘스트를 진행할 때가 다가온 것이다.

연중은 수혁과 달리 오는 데 하루 혹은 이틀을 잡아야 한다.

즉, 지금 출발을 해야 했다.

-연중 : 거기 끝났어?

이내 연중에게서 답이 왔다.

-수혁 : 응, 끝났어.

-연중 : 알았다. 바로 출발할게!

-수혁 : 도서관에 가 있을 테니까 혹시나 일 생기면 말하고!

암당이 악마의 둥지를 알고 있다.

수혁이 한 번 정리를 하기는 했지만 그사이 새로운 이들이 왔을 가능성이 있었다.

-연중 : 알았어, 근데 진짜 길드원들 데려가도 될까?

연중이 물었다.

사냥왕이 제왕 길드에 속한 랭커들을 데리고 온 것처럼 연중 역시 리더 길드의 길드원들 중 소수를 뽑아 마계에 데려가기로 했다.

-수혁 : 왜?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미 다 이야기가 끝났고 인원도 뽑은 상태였다.

-연중 : 강한 분들이긴 하지만 마계가 보통 지역은 아니잖아.

이어진 연중의 답에 수혁은 어째서 연중이 이런 질문을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정예 중의 정예를 뽑았다.

랭커급은 아니지만 준랭커급은 된다.

하지만 마계는 보통 지역이 아니었다.

미개척지보다 훨씬 위험한 곳이 바로 마계였다.

제왕 길드의 랭커들도 전설 장비가 없다면 상당히 힘든 곳인데 과연 리더 길드원들이 적응을 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구경만 하다 끝나는 게 아닐까?

괜히 시간만 날리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됐다.

-수혁 : 안정화돼서 난이도 많이 낮아졌잖아.

-연중 : 괜찮겠지?

-수혁 : 응. 괜찮을 거야.

-연중 : 근데 바로 퀘스트 진행할 거야?

-수혁 : 안정화되는 대로 진행할 생각인데. 왜?

-연중 : 곧 업데이트 있잖아. 한두 시간도 아니고 3일인데 진행하다가 무슨 일 생기는 거 아냐?

수혁은 연중의 귓속말에 중얼거렸다.

“그러네, 업데이트가 있었지…….”

요즘 판게아에서는 메인 에피소드 ‘키메라’의 챕터2 ‘배후,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어제 스토리상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여 4일 후 업데이트가 예정되었다.

그것도 무려 3일이나 되는 기나긴 업데이트였다.

업데이트 중에는 접속이 불가능하다.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긴다면?

-수혁 : 이번에는 3일인데 시간 정지하지 않을까?

여태껏 업데이트를 할 때에는 판게아 내의 시간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는 3일.

앞서 진행된 업데이트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시간을 멈출 가능성이 상당했다.

-연중 : 그러면 다행이긴 한데…….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귓속말을 끝냈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지도를 꺼냈다.

다음 도서관이 있는 도시를 찾기 위해서였다.

‘거느가앙으로 가면 되겠네.’

목적지를 확인한 수혁은 지도를 넣은 뒤 바로 워프 마법진을 이용해 도시 ‘거느가앙’으로 워프했다.

그리고 거느가앙의 도서관에 도착한 수혁은 시야에 들어온 책들에 흐뭇한 미소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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