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1
제 301화
299.
-루타 : 전에 말씀드렸던 일이 끝나서요.
-사냥왕 : 잘 끝나셨습니까?
-루타 : 예, 깔끔히 끝내지는 못했지만 일단 두 곳은 괴멸시켰습니다. 덕분에 스펙도 엄청나게 올랐구요!
루타의 직업은 특수 직업 ‘밤의 황제’였다.
특수 직업 ‘밤의 황제’는 괴멸시키거나 흡수한 조직이 많을수록 강해지는 아주 특이한 직업이었다.
사냥왕은 루타의 답을 들으며 생각했다.
‘전쟁 중인 조직이…….’
루타가 다른 랭커들과 달리 이번 마계 안정화 작업에 투입되지 않은 이유.
그것은 바로 어떤 조직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암당이었지.’
그리고 그 조직의 이름이 바로 암당이었다.
사냥왕은 확인을 위해 루타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사냥왕 : 전쟁하신 조직이 암당 맞죠?
-루타 : 네!
루타의 답에 사냥왕은 고개를 들어 거점을 보았다.
‘보통 집단이 아닌 것 같은데.’
마계에 거점을 만들 정도면 보통이 아닐 것이다.
-사냥왕 : 루타 님.
-루타 : 네네.
-사냥왕 : 마계에 암당의 지부가 있습니다.
사냥왕은 마계에 있는 암당의 거점의 존재를 루타에게 전했다.
-루타 : 예? 거기에 암당이 있다구요? 마계에?
그리고 루타는 답으로 놀란 반응을 보내왔다.
-사냥왕 : 네, 지금 전투 중입니다. 마계에 거점을 만들 정도면…….
이미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사냥왕은 거점을 주시하며 루타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루타 : 역시 보통 조직이 아닌 것 같네요. 마계에 거점을 만들 정도면……. 어쩐지 정보력이 엄청나다 했더니.
[경고!]
[암당 서열 49위 아를렘이 나타났습니다.]
루타에게서 답이 온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이어 거점에서 여러 인간들이 나왔다.
“준비.”
사냥왕은 윤진과 레아에게 말하며 야리온의 분노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거점에서 나온 인간들은 적당한 거리에서 걸음을 멈췄다.
“인간?”
그리고 선두에 서 있던 아를렘이 사냥왕과 윤진, 레아를 보며 미간을 찌푸린 채 반문했다.
“인간이 어떻게 여기에…….”
바로 그때였다.
아를렘의 뒤에 있던 한 인간이 아를렘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리고 아를렘의 표정에 변화가 나타났다.
“제왕 길드의 마스터?”
아를렘은 놀람과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사냥왕을 보며 중얼거렸다.
“……!”
중얼거림을 들은 사냥왕은 살짝 놀랐다.
‘날 알아?’
길드를 만들긴 했지만 길드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유저도 아니고 NPC인 암당의 인원들이 자신을 알고 있는 것인지 사냥왕은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유스 왕국 알로네 상단의 부상단주 키롯이라고 합니다.”
아를렘이 말했다.
‘신분을 숨겨?’
이미 메시지와 드랍된 아이템으로 정체를 알고 있는 사냥왕은 아를렘의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상행 중 길을 잃어 이곳에 오게 됐는데 혹시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고 계십니까?”
이어 아를렘이 물었다.
사냥왕은 아를렘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아를렘에게 다가갈 뿐이었다.
아를렘은 심상치 않은 사냥왕의 분위기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뒤쪽에 있던 암당의 당원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당원들이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고속 이동.”
거리를 꽤나 좁힌 사냥왕은 스킬 ‘고속 이동’을 시전했다. 얼마 남지 않은 아를렘과의 거리가 단숨에 좁혀졌다.
사냥왕은 바로 야리온의 분노를 휘둘렀다.
그렇게 전투가 시작되었다.
‘약한데?’
사냥왕은 아를렘을 몰아붙이며 생각했다.
마계에 거점을 만들 정도라면 보통 조직이 아니다.
그런 조직의 서열 49위이기에 걱정을 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아를렘은 약했다.
“왜 이러십니까! 저희는 단지!”
아를렘은 사냥왕의 공격을 막아내며 외쳤다.
답할 가치가 없는 말에 답을 할 필요가 없었다.
사냥왕은 묵묵히 아를렘을 몰아붙였다.
[암당 서열 49위 아를렘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아를렘이 쓰러지며 드랍 창이 갱신됐다.
사냥왕은 바로 윤진을 돕기 위해 움직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2차 전투가 끝이 났다.
“들어갈 거야?”
윤진이 거점을 보며 물었다.
“그래야지.”
아직 퀘스트 완료에 필요한 보고서를 획득하지 못했다.
윤진의 물음에 사냥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거점으로 들어갔다.
[경고!]
[암당 서열 46위 오손이 나타났습니다.]
[경고!]
[암당 서열 43위 알레산드라가 나타났습니다.]
.
.
거점에 입장함과 동시에 메시지가 우수수 나타났다.
“엄청 많은데? 잠시 후퇴하는 게 낫지 않아?”
메시지를 본 윤진이 물었다.
보스급이 하나도 아니고 여럿이었다.
“약하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사냥왕은 윤진의 물음에 답했다.
아를렘보다 서열이 조금 높기는 했지만 아를렘의 상태를 생각하면 보스급이라 하더라도 그리 강하지 않을 것이다.
충분히 상대가 가능하다.
“움직이자고.”
사냥왕은 주변에 몰려드는 암당의 존재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렇게 3차 전투가 발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3차 전투 역시 끝났다.
“혹시 보고서 떴어?”
전투가 끝나고 드랍 창을 확인한 사냥왕이 윤진과 레아에게 물었다.
사냥왕의 드랍 창에는 보고서가 없었다.
“응, 나 떴어!”
레아의 답에 사냥왕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레아에게 보고서를 받은 뒤 귓속말을 보았다.
-루타 : 사냥왕 님?
-루타 : 혹시 전투 중이신가요?
-루타 : 전투 끝나셨으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루타에게서 귓속말이 와 있었다.
사냥왕은 바로 답을 보냈다.
-사냥왕 : 네, 이제 완전히 끝났습니다.
-루타 : 저도 이제 슬슬 출발을 할까 하는데 길 좀 알려 주실 수 있나요?
답을 기다리고 있던 것인지 루타에게서 바로 답이 왔다.
-사냥왕 : 예, 10분 안에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루타 : 네!
루타와의 귓속말을 마친 사냥왕은 친구 창을 열어 수혁의 접속 상태를 확인했다.
‘알려드려야겠지.’
수혁 역시 궁금해하고 있을 것이다.
사냥왕은 바로 수혁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사냥왕 : 수혁 님!
* * *
암당의 페이드 제국 제 3지부 기밀실.
“흐음.”
수혁은 침음을 내뱉으며 비밀 서류를 내려놓았다.
‘더러운 귀족들이 생각보다 많구나.’
기밀실에는 수많은 비밀 서류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이 제국 귀족들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
몇몇 비밀 서류에 나와 있는 귀족들의 행태는 절로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스윽
수혁은 기밀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이제 거의 다 읽었네.’
빛을 뿜어내는 비밀 서류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20분 내로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비밀 서류를 가지러 걸음을 옮겼다.
바로 그때였다.
-사냥왕 : 수혁 님!
사냥왕에게서 귓속말이 왔고 수혁은 잠시 걸음을 멈춰 답을 보냈다.
-수혁 : 예, 사냥왕 님.
-사냥왕 : 거점 정리 끝났습니다. 혹시 도착하셨나요?
-수혁 : 네. 저도 정리 끝났습니다.
-사냥왕 : 그러면 녀석들의 정체를 알아내셨겠군요!
-수혁 : 암당이란 녀석들이더라구요.
수혁은 사냥왕에게 답을 보내며 생각했다.
‘거기에도 비밀 서류가 있을까?’
마계에 있는 거점도 임시 지부일 것이다.
제 3지부처럼 기밀실이 있지 않을까?
-수혁 : 근데 혹시 거기에도 기밀실이 있나요?
-사냥왕 : 기밀실이요?
-수혁 : 예, 지금 제가 페이드 제국에 있는 암당의 지부에 와 있는데 비밀 서류들을 모아둔 곳이 있더라구요. 혹시나 거기에도 비밀 서류가 모여 있는 기밀실이 있나 해서요.
수혁은 사냥왕의 반문에 구체적으로 답을 보냈다.
-사냥왕 :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냥왕 : 그런데 페이드 제국에도 지부가 있다니 진짜 대륙 전역에 영향을 끼치는 조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사냥왕의 답에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대륙 전역?’
언급이 된 것은 페이드 제국과 마계뿐이었다.
그런데 대륙 전역이라니?
사냥왕은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일까?
-수혁 : 다른 곳에도 지부가 있나요?
수혁은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사냥왕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사냥왕 : 네, 저희 길드원 중 루타라는 분이 계신데 유스 왕국과 라만 왕국에서 암당과 전쟁 중이었습니다. 지금 지부 2개를 괴멸시켰구요.
사냥왕의 말에 수혁은 눈을 번뜩였다.
‘지부 2개?’
지부라면 분명 기밀실이 있을 것이었다.
수혁은 사냥왕에게 물었다.
-수혁 :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사냥왕 : 예! 말씀하세요!
-수혁 : 혹시 그 지부들 구경 좀 할 수 있을까요?
-사냥왕 : 지부들요? 라만 왕국, 유스 왕국에 있는 지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수혁 : 예.
-사냥왕 : 잠시만요.
사냥왕의 귓속말에 수혁은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냥왕에게서 다시 답이 왔다.
-사냥왕 : 넵, 가능하다고 합니다. 지금 바로 가실 건가요?
-수혁 : 20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아직 남아 있는 비밀 서류들이 있었다.
-사냥왕 : 예, 알겠습니다. 그럼 가실 때 다시 한 번 귓 주세요! 연락 전하겠습니다.
-수혁 : 감사합니다.
-사냥왕 : 아닙니다! 그럼 귓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수혁 : 옙!
수혁은 사냥왕과의 귓속말을 마친 뒤 비밀 서류들을 몽땅 들고 책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책상에 도착한 수혁은 비밀 서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얼마 뒤 모든 비밀 서류를 다 읽은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사냥왕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 * *
-사냥왕 : 이제 출발하신다고 하는데 괜찮으십니까?
-루타 : 물론입니다.
루타는 사냥왕의 말에 답을 보냈다.
그렇지 않아도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사냥왕 : 어디로 약속을 잡을까요?
-루타 : 라만 왕국의 도시 클라제. 파란 피켓 앞에 서 있겠다고 전해주세요!
-사냥왕 : 예, 알겠습니다.
사냥왕의 답을 끝으로 귓속말을 끝낸 루타는 미소를 지었다.
‘수혁이라…….’
생각지도 못한 거물을 만나게 됐다.
‘근데 페이드 제국에도 지부가 있다니.’
수혁에 대한 생각을 하던 루타는 이어 든 생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마계에도 거점이 있다는 말에 혹시나 했는데 페이드 제국에 지부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확실해졌다.
‘어떤 곳이지?’
암당은 어떤 조직인 것일까?
너무나도 궁금했다.
일단 루타는 약속 장소인 도시 ‘클라제’로 워프했다.
클라제에 도착한 루타는 워프 게이트에서 나와 인벤토리를 열어 파란색 피켓을 꺼내 설치했다.
그리고 수혁을 기다리며 다시 암당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서류들만 읽을 수 있으면 딱 좋을 텐데.’
이번에 습격해 괴멸한 암당의 라만 왕국 4지부, 유스 왕국 2지부에는 수많은 서류들이 있었다.
문제는 암호로 쓰여 있어 읽을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해독도 오래 걸린다고 하니.’
서류 획득이 불가능해 직접 암호 해독 NPC를 데리고 지부로 향했다.
그러나 암호 해독 NPC도 절레절레 고개를 저을 정도로 암호는 복잡했다.
“후.”
루타는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루타 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루타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수혁 님?”
“맞으시구나. 안녕하세요. 수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