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7
제 297화
295.
수혁은 전사나 도적 같은 근접 계열의 직업이 아니었다.
단일 공격이 대부분인 궁수 계열의 직업도 아니었다.
광역 공격이 넘쳐나는 마법사였다.
그것도 드래곤을 잡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력을 갖고 있었다.
만약 이런 수혁이 전쟁에 참여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전쟁의 상황이 휙휙 바뀔 것이었다.
그런 상황을 한번 보고 싶었는데 지금 수혁의 행동을 보니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너무나 아쉬웠다.
“이대로 가면…….”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러자 모니터에 아이람 왕국을 필두로 뭉친 아이람 연합과 루칼 왕국을 필두로 뭉친 루칼 연합 간의 전쟁 상황이 나타났다.
“루칼 연합이 이기겠네.”
아주 미세한 차이긴 하지만 루칼 연합이 유리했다.
지금 이 상황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루칼 연합이 될 것이었다.
물론 너무나도 미세한 차이였고 유저들이 어떻게 행동하냐에 따라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었다.
거기다 전쟁은 이제 시작이었다.
“어떤 챕터로 진행이 될까…….”
메인 에피소드 ‘키메라’의 세 번째 챕터는 앞서 첫 번째 챕터와 두 번째 챕터와 달리 하나가 아니다.
두 개가 있었다.
두 연합 중 어느 곳이 승리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다음 챕터가 결정된다.
물론 두 챕터 모두 최종 목표는 같지만 대륙 국가 상황이 확 달라지기에 어느 연합이 승리를 할지 기대가 됐다.
장경우는 아쉬움을 떨치고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다시 한 번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러자 모니터에 새로운 정보가 나타났다.
“사냥왕 쪽도 쭉 마계네.”
바로 사냥왕에 대한 정보였다.
사냥왕 역시 수혁과 마찬가지로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다.
수혁이야 이해가 됐다.
원래부터 책을 쭉 읽어왔으니까.
그러나 사냥왕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의외였다.
“길드 때문에라도 참여할 줄 알았는데.”
사냥왕은 유저들이 세운 길드 중 최강이라 불리는 제왕 길드의 마스터였다.
그리고 제왕 길드는 아이람 연합과 루칼 연합에 속해 있는 모든 국가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전쟁에 참여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장경우의 예상과 달리 사냥왕은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랭커들도 전부 마계에 투입할 줄이야.”
제왕 길드에 속한 수많은 랭커들 역시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고 10마계에서 안정화를 진행 중이었다.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겨 10마계의 상황을 파악했다.
“흐음, 역시 랭커들이 투입된 게 엄청나긴 하네.”
수혁과 연중 그리고 사냥왕 파티가 안정화를 진행할 줄 알았다.
하지만 수혁과 연중은 안정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냥왕 파티만 안정화를 진행했다.
그래서 정말 느렸다.
안정화하는 데에만 3개월 정도를 예상했다.
“이 정도면 2주 안에 안정화되겠는데?”
하지만 랭커들이 투입된 후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안정화되면 바로 가려나?”
현재 수혁은 전쟁도 참여하지 않고 오로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안정화가 되어도 10마계의 모든 책들을 읽지는 못할 것이다.
과연 책을 포기하고 11마계로 넘어갈까?
“11마계는 어떠려나.”
장경우는 11마계의 상황을 확인했다.
“호오.”
그리고 장경우는 탄성을 내뱉었다.
* * *
-윤진 : 찾았어! 바로 파괴할게?
윤진이 귓속말을 보냈다.
-사냥왕 : 어!
사냥왕은 윤진의 귓속말에 답하며 옆으로 몸을 날렸다.
쾅!
몸을 날리자마자 검은색 구체가 작렬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흥, 인간 녀석 재빠르구나!
리치 카르사가 외쳤다.
카르사의 외침에 사냥왕은 씨익 웃었다.
윤진이 찾은 것은 바로 카르사의 라이프 베슬이었다.
지금까지는 라이프 베슬 때문에 카르사를 죽일 수 없었다.
정확히는 죽여도 다시 부활을 했다.
하지만 곧 라이프 베슬이 파괴될 것이다.
카르사는 더 이상 부활을 할 수 없다.
이제 끝이 나는 것이다.
바로 그때.
-……!
카르사의 표정에 변화가 일어났다.
-윤진 : 파괴 완료!
[리치 카르사의 라이프 베슬이 파괴되었습니다.]
[더 이상 리치 카르사가 되살아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윤진의 귓속말과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마, 말도 안 돼!
리치 카르사가 외쳤다.
-어떻게!
라이프 베슬이 파괴되었다는 것에 분노한 것인지 아니면 더 이상 부활할 수 없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것인지 카르사는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이제 너만 잡으면 끝이다.”
사냥왕은 카르사에게 말했다.
-쥐 새끼 같은 녀석들이!
카르사는 사냥왕의 말에 욕을 내뱉으며 마법을 시전했다.
“호우갈의 가호!”
[호우갈의 가호를 받습니다.]
[10초간 물리 공격으로 마법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냥왕에게 카르사의 마법 공격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다.
호우갈의 가호를 시전한 사냥왕은 날아오는 마법을 파괴하며 빠르게 카르사와의 거리를 좁혔다.
“수고했다.”
그리고 사냥왕은 카르사에게 야리온의 분노를 휘둘렀다.
[리치 카르사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레벨 업!]
딱 부활해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생명력만 공급받고 있던 카르사는 단 한 방에 죽음을 맞이했다.
“나이스.”
레벨 업 메시지를 본 사냥왕은 미소를 지으며 윤진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사냥왕 : 입구에서 보자.
사냥왕은 드랍된 아이템을 습득 후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드디어 끝났네.”
사냥왕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알랍 산맥의 리치들>
알랍 산맥에 살고 있는 다섯 리치들은 실험을 위해 마족들을 납치하고 있다.
크라노손은 당신이 그 리치들을 잡아주었으면 한다.
알랍 산맥의 리치들을 전부 처치하라!
[리치 케링 : 1 / 1]
[리치 엡샐룸 : 1 / 1]
[리치 아르카산 : 1 / 1]
[리치 카르사 : 1 / 1]
[리치 카오 : 1 / 1]
퀘스트 보상 : ???, 안정화 1%
“후.”
퀘스트를 본 사냥왕은 한숨을 내뱉었다.
“안정화만 아니었어도.”
리치 다섯을 잡기 위해 이틀을 투자했다.
“그래도 이제 끝이 보이니까.”
사냥왕은 이어 퀘스트 ‘마계 안정화’를 확인했다.
<마계 안정화>
전쟁이 끝났고 크라노손은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마계 상황을 안정시키려 한다.
크라노손을 도와 마계를 안정시켜라!
[안정화 : 89%]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전쟁이 끝난 후’ 진행 가능
“90% 되겠네.”
퀘스트 ‘알랍 산맥의 리치들’을 완료하면 안정화는 90%가 된다.
이제 10%만 더 올리면 안정화가 끝나는 것이다.
“이제 다음 지역으로 갈 수 있는 건가.”
안정화가 끝나면 다음 지역으로 갈 수 있는 퀘스트 ‘전쟁이 끝난 후’를 진행할 수 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늦어도 1주일 안에 되겠지?”
그리고 현재 사냥왕 파티 말고도 수많은 랭커들이 안정화를 위해 퀘스트를 완료하고 있었다.
입구에 도착한 사냥왕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윤진과 레아를 기다렸다.
“우리 왔어!”
얼마 지나지 않아 윤진과 레아가 도착했다.
“바로 가자.”
사냥왕의 말에 레아가 인벤토리에서 단체 귀환 스크롤을 꺼냈다.
수도 ‘아밀레타’로 워프할 수 있는 스크롤이었다.
스아악
레아가 스크롤을 사용했고 사냥왕과 레아, 윤진의 발밑에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내 밝은 빛과 함께 사냥왕 파티는 수도 ‘아밀레타’의 내성 워프 게이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냥왕 파티는 워프 게이트에서 나와 왕궁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전쟁은 어떻게 할 거야?”
걸음을 옮기며 윤진이 물었다. 전쟁이 시작된 지 어느새 2주가 되었다.
처음에는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우위를 점했기 때문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루칼 연합이 유리해지고 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루칼 연합이 전쟁에서 승리를 할 것이었다.
“진짜 개입 안 할 거야?”
문제는 제왕 길드가 아이람 연합에 속한 국가들과 더 친밀하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소속된 랭커들 역시 아이람 연합에 속한 랭커들이 더 많았다.
즉, 제왕 길드 입장에서는 아이람 연합이 승리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었다.
“응.”
윤진의 물음에 사냥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냥왕은 이번 전쟁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다.
“어딜 참여하든 영향력을 잃게 될 테니까.”
그도 그럴 것이 아이람 연합의 편으로 참전을 한다면 루칼 연합 소속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잃게 된다.
반대로 루칼 연합의 편으로 참전을 한다면 아이람 연합 소속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잃는다.
즉, 참전을 하는 순간 한쪽의 영향력을 잃게 된다.
그러나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아쉬운 소리야 듣겠지만 그뿐이다.
두 곳에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전쟁에서 지면 나라 망하는 거 아니야? 그럼 영향력 자체를…….”
윤진이 말했다.
“패전국이 무조건 망국이 되는 건 아니야.”
사냥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망국이 되는 건 쉽지 않아. 그리고 우리가 두 연합에만 영향력을 미치는 게 아니잖아.”
아이람 연합, 루칼 연합에 소속된 국가들 말고도 제왕 길드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는 많았다.
“진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어딜 도와줄 수는 없어.”
그런데 만에 하나 아이람 연합을 도와줬는데 루칼 연합의 주장대로 키메라 사태의 배후가 아이람 왕국이라면?
“아…….”
사냥왕의 생각을 이해한 윤진이 탄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왕궁에 도착한 사냥왕 파티는 바로 크라노손을 만나 퀘스트를 완료했다.
“고생하셨습니다.”
[퀘스트 ‘알랍 산맥의 리치들’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 10만이 상승합니다.]
크라노손의 말에 퀘스트가 완료되었고 기여도를 본 사냥왕은 흐뭇한 미소로 답했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사냥왕의 답에 크라노손 역시 활짝 미소를 지었다.
“더 도와드릴 게 있을까요?”
크라노손의 미소를 보며 사냥왕은 바로 다음 퀘스트를 받기 위해 운을 띄웠다.
“아, 맞다.”
그러자 크라노손이 탄성을 내뱉으며 짓고 있던 미소를 지웠다.
“……?”
크라노손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진지함이 나타나자 사냥왕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불의 들판에 인간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크라노손이 이어 말했다.
“혹시 아시는 거 있으십니까?”
“……불의 들판이요?”
사냥왕은 크라노손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불의 들판에 인간이 나타났다니?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데.’
처음 듣는 곳은 아니었다.
분명 어디선가 들었다.
“예, 수혁 님과 연중 님을 만났던 곳이지요.”
“아!”
이어진 크라노손의 말에 사냥왕은 탄성을 내뱉었다.
‘거기에 인간이 나타났다고?’
그리고 다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연중에게 듣기로 수혁과 연중이 이용한 포탈은 미개척지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도 수많은 미개척지를 지나야 된다.
그래서 수혁과 연중이 알려 준 포탈을 이용하지 않았다.
아무리 전설 장비로 무장한 랭커들이라 하더라도 미개척지는 위험했기 때문이다.
안전한 길을 내버려두고 굳이 위험한 길로 갈 필요가 없었다.
‘벌써 개척이 됐을 리 없는데.’
그런데 그곳에 어떻게 인간들이 나타난 것인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