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2
제 292화
290.
반투명한 구슬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손임에도 불구하고 한 손에 잡힐 정도로 크기가 작았다.
‘굳이 잡을 필요가 없는 건가?’
무(無)는 허공에 둥둥 뜬 채 수혁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지팡이나 검, 창 등과 같은 무기와 달리 직접 잡을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
스윽
수혁은 무(無)를 향해 손을 뻗었다.
매끈하면서도 단단한 기묘한 감촉이 느껴졌다.
‘이걸로 물리 공격도 가능한가?’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무(無)를 잡았다.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내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바닥에 슬쩍 던져보았다.
휙! 푹!
그러자 무(無)가 엄청난 속도로 바닥에 박혔다.
스악!
그리고 1초가 지나자 자리에서 사라졌다.
“……!”
수혁은 놀란 표정으로 바닥을 보았다.
‘뭐야?’
갑자기 어딜 간 것일까?
설마 깨져서 사라진 것일까?
불안감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렇게 불안감과 의아함에 당황해하고 있던 그때.
스악!
허공에서 무(無)가 모습을 드러냈다.
‘휴…….’
수혁은 무(無)를 보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자동으로 돌아오는 건가?’
확인을 하기 위해 수혁은 다시 한 번 바닥에 던져보았다.
휙! 푹! 스악!
이번에도 역시나 바닥에 박힌 무(無)는 1초가 지나자 허공에 다시 나타났다.
‘나중에 데미지도 확인해봐야겠다.’
수혁은 무장을 해제했다.
스악
무(無)가 사라지고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무(無)1>
무(無)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무(無)’의 숨겨진 옵션을 개방하라!
[1등급 마나석 : 100 / 50]
퀘스트 보상 : 무(無) 옵션 하나 개방
첫 번째 퀘스트를 확인하자마자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나이스!’
전설 아이템을 경매에 올린 뒤 혹시나 옵션을 개방하는 데 마나의 정령처럼 마나석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마나석을 대거 구매했었다.
그런데 예상이 그대로 들어 맞았다.
수혁은 바로 퀘스트를 완료했다.
[퀘스트 ‘무(無)1’을 완료하셨습니다.]
[무(無)의 첫 번째 옵션이 개방됩니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장비 창으로 시선을 돌려 무(無)를 보았다.
‘일단 퀘스트부터 천천히 확인하고.’
당장 옵션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퀘스트를 깔끔히 마무리한 뒤 보고 싶었다.
수혁은 ‘무(無)2’를 확인했다.
<무(無)2>
무(無)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무(無)’의 숨겨진 옵션을 개방하라!
[정령왕의 결정 : 0 / 2]
퀘스트 보상 : 무(無) 옵션 하나 개방
“……?”
두 번째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정령왕의 결정?’
퀘스트 ‘마나의 정령2’와 마찬가지로 ‘무(無)2’ 역시 정령왕과 관련이 있었다.
‘설마…….’
수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빠르게 다음 퀘스트를 확인했다.
<무(無)3>
무(無)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무(無)’의 숨겨진 옵션을 개방하라!
[발록 : 0 / 50]
[상급 발록 : 0 / 3]
퀘스트 보상 : 무(無) 옵션 하나 개방
“휴.”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혹시나 마나의 정령 옵션 개방 퀘스트들과 완료 조건이 비슷한 게 아닐까 싶었는데 다행히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음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의 표정이 굳어졌다.
<무(無)4>
무(無)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무(無)’의 숨겨진 옵션을 개방하라!
[드래곤 : 0 / 1]
퀘스트 보상 : 무(無) 옵션 하나 개방
“…….”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르다 생각했는데 네 번째 퀘스트는 완전히 똑같았다.
멍하니 퀘스트 완료 조건을 보던 수혁은 깊게 한숨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드래곤을 또 어디서…….’
아서르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드래곤을 만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어봐야 하나…….’
수혁은 라스칼을 떠올렸다.
타락한 드래곤이 아서르 말고 또 있을 수 있다.
‘나중에 물어보자.’
수혁은 당장 옵션을 개방할 생각이 없었다.
당분간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데 모든 시간을 쏟을 생각이었다.
생각을 마친 수혁은 다음 퀘스트를 확인했다.
<무(無)5>
무(無)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무(無)’의 숨겨진 옵션을 개방하라!
[사신수 : 0 / 2]
퀘스트 보상 : 무(無) 옵션 하나 개방
<무(無)6>
무(無)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무(無)’의 숨겨진 옵션을 개방하라!
[초귀 : 0 / 5]
[대귀 : 0 / 1]
퀘스트 보상 : 무(無) 옵션 하나 개방
<무(無)7>
무(無)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무(無)’의 숨겨진 옵션을 개방하라!
[불의 근원 : 0 / 1]
[물의 근원 : 0 / 1]
[바람의 근원 : 0 / 1]
[대지의 근원 : 0 / 1]
퀘스트 보상 : 무(無) 옵션 하나 개방
나머지 퀘스트들을 전부 확인한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기라 그런가.’
마나의 정령과 비교해 퀘스트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느낌이었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장비창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방금 전 개방한 무(無)의 첫 번째 옵션이 무엇일지 기대가 됐다.
수혁은 무(無)의 정보를 확인했다.
<무(無)[신]>
제한 : 마법사, 지혜 5000
물리 공격력 증폭 : 5
마법 공격력 증폭 : 15
무장 해제 상태에서도 장비의 효과를 받을 수 있다. (무(無) 착용 시, 다른 무기의 효과는 받을 수 없습니다.)
지혜 +2000
‘2천?’
새롭게 개방된 무(無)의 옵션은 지혜 상승이었다.
그 수치도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보다 2배 높은 2천이었다.
수혁은 캐릭터 창을 열었다.
레벨 : 542
경험치 : 14%
생명력 : 109400
마나 : 277200
포만감 : 67%
힘 : 30
민첩 : 19
체력 : 1088 [544]
지혜 : 14160 (+2550)
맷집 : 10
보너스 스텟 : 220
‘14%.’
아서르를 잡을 때만 해도 12%였던 쿨타임 초기화 확률이 14%가 되었다.
‘마계에 있는 책 다 읽으면 20%가 되려나?’
좋아하는 자 칭호가 늘어날수록 한 권당 오르는 지혜가 높아진다.
이제부터는 레벨도 올리지 않을 것이다.
즉, 한 권당 오르는 지혜 수치는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다.
마계의 도서관을 전부 정복할 때가 되면 지혜 2만을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수혁은 모든 창을 닫았다.
‘가자.’
더 이상 확인할 것은 없다.
이제 마계로 떠날 시간이었다.
수혁은 워프 마법진을 이용해 바로 10마계의 마을 ‘할로미안’으로 워프했다.
그리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 도착한 수혁은 바로 책을 꺼냈다.
그리고 독서를 시작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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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제목 : [특급!] 전설 등급 아이템들 대거 실시간 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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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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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혁과 통화를 끝내고 밤새 글을 쓴 연중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중얼거렸다.
“이제 올려볼까.”
연중은 피곤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등록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글이 업로드되었고 연중은 1분을 기다렸다.
그리고 새로 고침을 눌러 조회수를 확인했다.
“……그렇지!”
연중은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계속해서 새로 고침을 했다.
새로 고침을 할 때마다 조회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이내 새로 고침을 멈춘 연중은 댓글을 확인했다.
유저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다.
-더듬이가있나 : 헐, 이게 무슨 소리예요?
-오매불망 : 미쳤다.
-로이드 : 모든 종류의 전설 등급 아이템? 다 장비라는 이야기죠?
-파레나드 : 혹시 재료 아이템은 없나요? 궁금한데…….
-우주최강괴수 : 활 전설도 있나요?
-알람을꺼라 : 역시 슬슬 풀리는군요.
-나비의꿈 : 와, 이제 전설 아이템 끼는 유저들 엄청 많아지겠네요.
-꿈파괴 : 나비의꿈 / 많지는 않고 랭커들 중에서도 최상위 랭커들이나 낄 듯?
“그렇지, 그렇지.”
연중은 호기심이 가득한 유저들의 댓글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후, 이제 잠깐 접속했다가.”
유저들의 댓글을 좀 더 지켜보던 연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캡슐로 향했다.
밤을 새웠다.
잠을 자야 하지만 그 전에 할 일이 있었다.
접속과 동시에 연중은 수혁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연중 : 수혁아.
귓속말을 보내고 답을 기다렸다.
‘책 읽고 있나 보네.’
하지만 역시나 수혁에게선 답이 오지 않았다.
어차피 답이 필요했던 것도 아니고 전달만 하면 되었기에 연중은 계속해서 수혁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연중 : 글 올렸다. 반응 아주 좋아.
-연중 : 전만큼은 아니겠지만 이번에도 입찰 경쟁 치열할 것 같다.
귓속말을 보내던 그때.
-비둘 : 길마님, 지금 어디십니까?
비둘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연중은 수혁에게 마저 귓속말을 보낸 뒤 비둘에게 답을 보냈다.
-연중 : 방에 있어요.
-비둘 : 아, 지금 올라가겠습니다.
-연중 : 넵.
연중은 답을 보낸 뒤 비둘이 오기를 기다렸다.
끼이익
이내 문이 열리며 비둘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세요?”
연중은 비둘이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비둘이 반대편에 앉으며 연중의 물음에 답했다.
“오늘 아침 비욘드 후작이 만나자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비욘드 후작이요?”
연중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로?’
그도 그럴 것이 비둘에게 모든 것을 일임했기 때문이었다.
비욘드 후작 역시 일임한 것을 알고 있었다.
“예, 길마님이랑 꼭 만나야 된다고 하더라구요. 아무래도 수혁 님과 관련된 일인 것 같았습니다.”
“아…….”
비둘의 답에 연중은 탄성을 내뱉었다.
“알겠습니다. 약속 시간은 따로 안 잡혔죠?”
“네, 그리 급한 일은 아니니 편할 때 오라고 했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다녀와야겠네요.”
연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곤하긴 했지만 수혁과 관련된 일이었다.
급한 일이 아니라고 해도 수혁과 관련된 일이라면 무슨 일인지 한시라도 빠르게 아는 것이 나았다.
비둘 역시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리고…….”
방에서 나오며 비둘이 말했다.
“길드 하우스에 수상한 NPC들이 보인다는 이야기가 들려서 확인해보니 진짜 수상한 NPC들이 있더라구요. 어떻게 할까요?”
“아아, 그 녀석들이요?”
“아시는 NPC들이세요?”
“네, 그냥 내버려두세요. 아무 짓도 안 할 겁니다.”
비둘이 말한 NPC들은 콜로니의 암살자 NPC들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들의 암살 대상인 수혁은 이곳에 없다.
아니, 중간계에 없었다.
콜로니의 암살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만에 하나 계획이 변한다면 날씨가 연락을 해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