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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읽는자-287화 (287/553)

# 287

제 287화

285.

‘근데…….’

라스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언가 이상했다.

‘책을 읽고 있어?’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아주 편안한 표정으로 책을 읽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실패한 인간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설마…….’

그렇다면?

바로 그때였다.

“어?”

책을 다 읽고 자리에서 일어난 수혁이 라스칼을 발견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오셨군요.”

그리고 히죽 웃으며 답했다.

“어떻게 된 거지?”

라스칼은 수혁의 반응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잘 끝났습니다.”

“……!”

수혁의 답에 라스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잘 끝났다는 것.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은 아서르의 죽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벌써?’

한창 전투를 벌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 전투가 끝나다니?

“드래곤 킬 웜은?”

라스칼은 수혁에게 물었다.

“아, 그게…….”

수혁은 말끝을 흐리며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접속할 때가 됐는데.’

드래곤 킬 웜의 정을 보여주면 퀘스트가 완료될 것 같았다.

하지만 연중이 없었다.

먼저 퀘스트를 완료할 수는 없었다.

만에 하나 퀘스트를 완료했다가 연중이 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음?”

라스칼이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벽을 바라보았다.

“연중은 어떻게 됐지?”

벽을 바라보던 라스칼이 수혁에게 물었다.

“이제 곧 올 겁니다. 둘러 볼 게 있다고 해서 먼저 왔거든요.”

“다행이군, 혹시나 잘못된 줄 알았는데…….”

라스칼이 중얼거렸다.

“잠시 기다려라.”

스악!

그리고 자리에서 사라졌다.

수혁은 라스칼이 사라지자 재빨리 친구 창을 열었다.

‘데리러 간 거구나.’

아까까지만 해도 로그아웃 상태였던 연중의 상태가 로그인으로 변해 있었다.

아마도 라스칼이 벽을 바라본 것은 연중의 기운을 느꼈기 때문임이 분명했다.

스악!

다시 라스칼이 나타났다.

연중과 함께였다.

“여기 있습니다.”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어 드래곤 킬 웜의 정을 꺼냈다.

스아악…….

꺼내자마자 스물스물 검은 연기가 흘러나왔다.

‘뭐야?’

정을 처음 꺼내 본 수혁은 당황했다.

그리고 라스칼이 타락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재빨리 인벤토리에 넣었다.

수혁은 라스칼을 보았다.

라스칼은 놀람과 당황이 반반 섞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맙다.”

이내 놀람과 당황을 가라앉힌 라스칼이 고마움을 표했다

[퀘스트 ‘타락한 블랙 드래곤 아서르’를 완료하셨습니다.]

그러자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제 보상을 받을 차례!’

메시지를 보던 수혁은 고개를 돌려 라스칼을 보았다.

“…….”

라스칼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서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

“…….”

수혁과 연중은 라스칼의 분위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정적이 감돌기 시작했다.

정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뭐 필요한 게 있나?”

이내 정신을 차린 라스칼이 물었다.

“독의 정수를 좀 가져다주실 수 있나요? 10개 정도.”

독의 정수가 필요해 어떻게 이야기를 꺼낼까 고민하던 수혁은 재빨리 물음에 답했다.

“……독의 정수를?”

“넵, 여기로…….”

“그것 말고는?”

수혁의 말에 라스칼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이따가 창고를 한 번 둘러봐도 될까요?”

“알겠다. 잠시만 기다려라.”

그리고 끄덕임을 멈춘 라스칼은 자리에서 사라졌다.

“창고 가서 받는 게 시간 아낄 수 있지 않아?”

라스칼이 사라지자마자 연중이 물었다.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혁이 어째서 시간을 더 들여 이곳에서 받으려는 것인지 궁금했다.

“획득 개수에 포함될 수도 있으니까.”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히죽 웃으며 답했다.

라스칼이 마음껏 가져가라고 해도 시스템으로 인해 획득 가능한 아이템의 수가 제한이 돼 버린다.

만에 하나 독의 정수를 창고에서 받았는데 그 개수에 포함이 된다면?

추가 보상이 아니라 그냥 보상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수혁이 독의 정수를 서재로 가져다 달라고 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다.

“아…….”

연중은 수혁의 말에 이해를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근데 아까 그 검은 연기는 뭐야?”

그리고 이어 물었다.

“맞다. 잠깐만.”

수혁은 연중의 말에 인벤토리에 있는 ‘드래곤 킬 웜의 정’의 정보를 확인했다.

도대체 그 연기는 무엇이었을까?

재료 아이템이라 생각했는데 어떤 특별한 효과가 있는 것일까?

“……!”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정보를 확인한 수혁의 표정에 놀람이 가득 나타났다.

“왜?”

“그게…….”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말끝을 흐리며 아이템 정보를 공유해줬다.

<드래곤 킬 웜의 정[전설]>

드래곤들의 천적인 드래곤 킬 웜의 정이다.

수많은 상귀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졌다.

근처에 드래곤이 있으면 타락의 기운을 뿜어낸다.

“헐.”

공유된 정보를 보고 연중이 탄성을 내뱉었다.

“타락? 이걸로 드래곤을 타락시킬 수 있는 거야?”

“글쎄, 단어로 봐서는 그런 것 같긴 한데…….”

수혁은 말끝을 흐렸다.

솔직히 수혁의 관심은 타락의 기운에 가 있지 않았다.

놀란 이유도 타락의 기운 때문이 아니었다.

‘상귀…….’

수혁이 놀란 것은 중간에 자리 잡은 ‘상귀’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아주 익숙한 단어였다.

수혁은 정보를 보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마나의 정령6’을 확인했다.

<마나의 정령6>

마나의 정령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마나의 정령’의 숨겨진 옵션을 개방하라!

[상귀 : 0 / 30]

[초귀 : 0 / 3]

퀘스트 보상 : 마나의 정령 옵션 하나 개방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던 퀘스트 ‘마나의 정령6’의 완료 조건인 상귀와 초귀.

그 단서를 찾았다.

‘역시 몬스터였나.’

희생이란 단어가 쓰인 것으로 보아 꽃, 광석 같은 아이템이 아니라 몬스터가 분명했다.

‘알고 있으려나.’

수혁은 라스칼을 떠올렸다.

‘오면 물어보자.’

라스칼이 ‘상귀’와 ‘초귀’에 대해 알고 있을지 궁금했다.

스악

바로 그때 라스칼이 돌아왔다.

라스칼의 손에는 독의 정수가 들어 있는 상자가 들려 있었다.

“여기 있다.”

라스칼이 상자를 내밀었고 수혁은 상자를 받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퀘스트 ‘독룡 소환’을 확인했다.

완료 버튼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스킬 퀘스트 ‘독룡 소환’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독룡 소환’을 습득합니다.]

수혁은 바로 완료를 해 스킬 ‘독룡 소환’을 습득했다.

그리고는 라스칼을 보았다.

스킬 정보는 언제든 확인해도 된다.

지금은 더 중요한 걸 확인해야 했다.

“라스칼 님.”

“……?”

수혁의 부름에 라스칼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상귀라고 아십니까?”

“……상귀?”

라스칼은 수혁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귀계의 존재들을 말하는 건가?”

그리고 이어 말했다.

“……!”

라스칼의 답에 수혁은 놀랐다.

혹시나 했는데 라스칼은 상귀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귀계? 마계 같은 건가?’

귀계가 어디일까?

뒤에 계가 붙은 것을 보아 마계와 같은 다른 차원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초귀도 알고 계신가요?”

“당연히 알고 있지. 상귀들을 관리하는 것이 초귀이니.”

“아…….”

“어떻게 상귀와 초귀에 대해 아는 거지? 그들이 넘어오지 않은 게 벌써 300년이 되어 가는데…….”

라스칼은 수혁의 입에서 상귀와 초귀들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귀계의 존재들이 중간계에 나타난 지 300년도 더 되었기 때문이었다.

“책에서 봤습니다.”

수혁은 라스칼의 물음에 답하며 생각했다.

‘어떻게 가는지 물어볼까?’

귀계에 대해 알고 있으니 가능 방법 역시 알고 있을 수 있다.

‘아니야.’

하지만 이내 든 생각에 수혁은 생각을 바꿨다.

‘어떤 곳인지도 모르는데.’

만에 하나 귀계가 매우 악질적인 존재들이 모인 곳이라면?

그곳을 가려는 방법을 묻는 것 자체로 안 좋은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

수혁은 차차 알아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렇군, 근데 독의 정수는 어디에 쓰려는 거지?”

라스칼이 물었다.

독의 정수는 인간들에게 아주 치명적인 것이었다.

가까이 두기만 해도 중독되어 죽을 정도였다.

만약 수혁의 인간성을 알지 못했다면 주지 않았을 정도로 위험한 것이 바로 독의 정수였다.

“아, 실험할 마법이 있었거든요.”

수혁은 라스칼의 물음에 답했다.

“……마법?”

“예.”

“한번 보여 줄 수 있나?”

수혁은 보통 마법사가 아니었다.

아무리 조력자가 있다고 하지만 마법으로 드래곤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존재였다.

그런 수혁이 실험할 마법이라니 어떤 마법일지 궁금했다.

<라스칼의 호기심>

라스칼은 당신이 실험할 마법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마법을 보여 라스칼의 호기심을 해결하라!

퀘스트 보상 : ???

라스칼의 말에 퀘스트가 나타났다.

“물론입니다.”

[퀘스트 ‘라스칼의 호기심’을 수락하셨습니다.]

이미 스킬을 습득했다.

보여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보상이 더 강화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수혁은 바로 퀘스트를 수락했다.

“적당한 곳이 있을까요?”

“넓은 곳이 필요한 건가?”

“네, 넓을수록 좋습니다.”

책 『독 마법이란』에 따르면 스킬 ‘독룡 소환’의 범위는 정말 어마무시했다.

“딱 적당한 곳이 있다.”

라스칼이 말했다.

그리고 수혁과 연중의 발밑에 마법진이 나타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과 연중은 허허벌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

“네.”

수혁은 라스칼의 물음에 답하며 스킬 창을 열었다.

스킬을 시전하기 전 스킬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독룡 소환>

숙련도 : 초급 1단계(0%)

특수 효과 : 독 속성 마법 데미지 20% 증가

마나 : 30000

쿨타임 : 10분

시전 시간 : 30초

지속 시간 : 5분

‘와, 마나가 3만?’

수혁은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마나 소모량이 일반 마법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났다.

‘괜히 궁극 스킬이 아니구나.’

독 속성 마법 중에서 궁극기라 할 수 있는 스킬이 바로 ‘독룡 소환’이었다.

마나를 보니 실감이 났다.

“독룡 소환.”

정보를 확인한 수혁은 독룡 소환을 시전했다.

스아악

그러자 수혁의 머리 위에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났다.

마법진에서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바로 용이었다.

라스칼처럼 날개가 달려 있는 드래곤이 아니라 날개가 없는 동양의 용이었다.

독룡은 수혁의 머리 위에 똬리를 틀었다.

그리고 주변을 향해 독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와…….”

머리 위에 똬리를 튼 독룡, 그리고 주변으로 가득 퍼져나가는 독.

멋진 광경에 수혁은 감탄을 내뱉었다.

“수…… 수혁아!”

그리고 이어 귓가를 강타한 연중의 외침에 수혁은 정신을 차렸다.

생각을 해보니 혼자 있는 게 아니었다.

연중과 라스칼이 있었다.

라스칼이야 드래곤이고 특히나 독에 강한 블랙 드래곤이니 별 탈이 없겠지만 연중은 아니었다.

“큐어, 힐, 성스러운 보호막, 생명의 마법진.”

수혁은 연달아 연중에게 치유 속성 마법을 난사했다.

다급함이 가득했던 연중의 표정에서 다급함이 서서히 사라졌다.

“이제 괜찮아?”

“응. 이제는. 장난 아니다. 죽을뻔했어. 와…….”

연중이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며 말을 쏟아냈다.

‘막 쓸 수는 없겠네.’

수혁은 연중의 답을 듣고 생각했다.

오로지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에나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수혁은 고개를 돌려 라스칼을 보았다.

“…….”

라스칼은 말없이 독룡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윽

수혁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라스칼이 고개를 내려 수혁을 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라피드와 무슨 관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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