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263화 (263/553)

# 263

제 263화

261.

“제안이요?”

수혁이 반문했다.

“예.”

“길드 가입이라면 죄송하지만…….”

사냥왕의 말에 수혁은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답했다.

“아.”

수혁의 답에 사냥왕은 탄성을 내뱉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어 말했다.

“그런 제안이 아닙니다.”

이미 사냥왕의 명령으로 제왕 길드에서는 수혁에게 연락을 했었다.

그러나 연락에 답이 오지 않았다.

그 말은 길드를 옮길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물론 갖가지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어차피 수혁을 영입하려 했던 이유는 친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친분을 만들 기회가 생겼는데 굳이 거절당할 수 있는 길드 가입 제안을 한다?

사냥왕은 미련하지 않았다.

“우선 제가 판게아를 하는 이유를 설명 드려야 할 것 같네요.”

* * *

수혁과 사냥왕의 대화를 들으며 연중은 생각했다.

‘역시 금수저는 생각부터가 다르구나.’

제왕 그룹의 삼남인 사냥왕이 게임을 하는 이유는 연중의 상식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겨우 게임의 끝을 보려고 그 많은 돈을…….’

사냥왕이 원하는 것은 제왕 그룹의 홍보도 아니었고 판게아에서의 절대적인 권력도 아니었다.

그저 판게아의 끝.

스토리의 끝이 목적이었다.

‘부럽다.’

연중은 수혁을 보며 생각했다.

사냥왕이 수혁에게 원하는 것은 약간의 도움이었다.

그런데 그 약간의 도움의 대가로 사냥왕이 제시한 것은 엄청났다.

‘블랙 등급이라는 게 실제로 있을 줄은…….’

인터넷에는 한 가지 소문이 돌고 있었다.

바로 제왕 그룹의 고객 등급에 대한 소문이었다.

VIP, 그리고 그 위에 있는 VVIP.

제왕 그룹의 VIP만 돼도 엄청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보다 높은 VVIP는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블랙 등급은 그 VVIP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등급이었다.

아주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블랙 등급.

사냥왕은 그 블랙 등급을 제시했다.

물론 블랙 등급이 끝은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도움을 줄 때마다 엄청난 보상을 주겠다고 했다.

‘하긴 판게아에서 수혁이 위치면…….’

판게아의 끝을 보고 싶어 하는 사냥왕에게 그렇게 손해 보는 조건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실에서 사냥왕이 엄청난 위치에 있다면 수혁은 판게아에서 엄청난 위치에 있었다.

사냥왕이 현실에서의 후원자가 된다면 수혁은 판게아에서의 후원자가 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이내 수혁이 답했다.

‘역시.’

수혁이 수락할 것을 예상했던 연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그럼 친구 추가 좀…… 감사합니다.”

사냥왕은 수혁의 답에 헤벌쭉 웃으며 감사를 표한 뒤 이어 친구 추가를 마치고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했다.

“연중 님.”

수혁과 이야기를 끝낸 사냥왕이 이번에는 연중을 불렀다.

“……?”

사냥왕의 부름에 연중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연중 님께도 제안 드릴 것이 있습니다.”

“……?”

“리더 길드와 동맹을 맺고 싶습니다.”

“……!”

이어진 사냥왕의 말에 연중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제왕 길드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쑥쑥 몸집을 키우고 있었다.

이미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랭커들을 끊임없이 영입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그런 제왕 길드에서 동맹 요청이라니?

리더 길드가 작은 길드는 아니지만 엄청난 거대 길드도 아니다.

페이드 제국을 기준으로 주변 국가에만 이름이 알려진 정도다.

물론 이번에 독고 길드를 몰아내고 비욘드 후작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그 위상이 한층 커지긴 했지만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쭉쭉 커질 제왕 길드와는 비할 바가 아니다.

어째서 동맹을 제안하는 것일까?

‘수혁이 때문인가?’

혹시나 수혁과의 관계 때문에 일부러 동맹을 맺으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수혁 때문에 일부러 동맹을 맺으려 하는 것이면 자존심에 살짝 금이 갈 것 같았다.

“동맹을 하시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연중은 사냥왕에게 물었다.

그러자 사냥왕이 답했다.

“처음에는 랭커들을 영입하려 했습니다만.”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제왕 길드에서는 페이드 제국에서 활동하는 랭커들을 영입할 생각이었다.

“어찌 된 게 제국에서 활동하는 랭커들은 전부 소문이 좋지 않더군요.”

하지만 아무나 영입할 수는 없었기에 조사를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페이드 제국의 랭커들은 전부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영입을 하면 영향력은 챙겨도 이미지를 잃게 되는 것이다.

영향력보다 이미지를 더욱 중시했기에 결국 영입을 포기했다.

“그래서 길드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리더 길드가 페이드 제국의 주축 길드가 될 거라고 하더군요.”

“아, 그런 이유였군요.”

다행히도 수혁 때문이 아니었다.

연중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쓰레기들밖에 없으니까.’

생각해보면 현재 페이드 제국에서 활동하는 랭커들은 대부분 쓰레기라는 단어도 아까울 만큼 암적인 존재들이었다.

“동맹을 맺어주시면 블랙 등급을…….”

사냥왕이 이어 말했다.

“아닙니다. 전 괜찮습니다.”

그러나 연중은 사냥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블랙 등급이 혹하긴 했지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길드 동맹으로 인한 보답이었기 때문이다.

수혁처럼 개인의 힘 때문에 블랙 등급을 제안한 것이라면 연중 역시 수락했을 것이다.

“제가 마스터이긴 해도 저 혼자 이룬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길드 동맹을 대가로?

연중이 혼자서 지금의 리더 길드를 만들어냈다면 모를까 홀로 대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

“물론 동맹은 환영입니다.”

물론 동맹을 거절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거절하는 것은 블랙 등급이란 엄청난 혜택뿐이다.

“아…….”

연중의 생각을 이해한 사냥왕은 탄성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생각보다 진국인 사람이네.’

사냥왕은 연중에 대한 첫인상이 확 바뀌었다.

위치가 위치인지라 사냥왕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었다.

그러나 지금과 비슷한 제안을 해도 연중과 같은 답을 한 이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생각을 마친 사냥왕은 악수를 청하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 * *

“파죽지세군.”

장경우는 모니터를 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정말 빨라.”

수혁과 연중이 합류했기 때문일까?

아밀레타 파벌은 엄청난 속도로 키라드 파벌의 수도 ‘키라드’로 진격하고 있었다.

모니터를 보던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러자 모니터에 새로운 정보가 나타났다.

바로 사냥왕에 대한 정보였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어제 수혁과 사냥왕이 만났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지 궁금했다.

물론 궁금증을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유저들의 대화는 NPC와의 대화나 혹은 퀘스트처럼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싸운 것 같지는 않은데.”

여전히 사냥왕은 수혁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근데 이렇게 같이 다니면…….”

문득 든 생각에 장경우는 생각했다.

“포탈 신 등급 상자가 문제가 될 것 같은데.”

현재 10마계에 남아 있는 신 등급 상자는 2개였다.

그리고 키라드 왕궁 보물 창고에 있는 신 등급 상자는 기여도 상태를 보아 수혁이 획득할 것이었다.

하지만 11마계 포탈에서 얻을 수 있는 신 등급 상자는?

지금처럼 함께 움직인다면 그 소유권을 누가 주장할까?

“일단 내일이면 키라드를 점령하겠고…….”

생각을 하던 장경우는 언제쯤 포탈에 도착할지 날짜를 계산했다.

“늦어도 다음 주면 결판이 날 테니까.”

10마계의 전쟁 퀘스트는 늦어도 다음 주면 끝날 것이다.

지금 수혁이 끊임없이 밀어붙인다면 이번 주에 끝날 수도 있다.

“기대가 되는군.”

장경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키보드를 두들겼다.

* * *

‘말도 안 돼.’

수혁을 보던 사냥왕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성벽이 저렇게 쉽게 파괴되다니.’

그 단단한 성벽이 수혁의 마법 몇 방에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도대체 공격력이 얼마나 되시는 걸까?’

캐릭터 창, 그리고 수혁이 착용하고 있는 장비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물어볼 수는 없었다.

크나큰 실례기 때문이다.

이내 무너져 내린 성벽을 통해 수혁과 연중이 안으로 들어갔다.

“이대로 있을 거야?”

그리고 윤진이 물었다.

“가자.”

윤진의 물음에 생각을 끝낸 사냥왕은 수혁과 연중의 뒤를 따라 도시 ‘헥스’로 진입했다.

“저희는 이쪽으로 가겠습니다!”

진입과 동시에 수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옙!”

사냥왕은 수혁과 연중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마족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헥스 함락’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를 획득합니다.]

[기여도 100만이 상승합니다.]

‘흐.’

메시지를 본 사냥왕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기여도 쌓이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군.’

수혁과 연중이 오기 전에 사냥왕은 기여도가 빨리 오르고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팍팍 쌓이고 있다.

‘내일이면 도착한다고 했으니 천만 가까이 쌓이려나?’

사냥왕은 기대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수혁과 연중을 찾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퀘스트 ‘키라드 함락’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를 획득합니다.]

[엄청난 기여를 하셨습니다.]

[기여도 3000만이 상승합니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활짝 미소를 지었다.

‘역시 다 죽일 필요는 없었어.’

이틀 동안 많은 이들이 도망을 쳐서 도시 ‘키라드’에 남아 있는 마족의 수는 대폭 줄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죽이기에는 너무나도 많이 남아 있었는데 다 죽이기도 전에 퀘스트가 완료됐다.

‘데리고 오길 잘했어.’

예상대로 다 죽일 필요가 없던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바로 가실 겁니까?”

사냥왕이 다가와 물었다.

“음…….”

수혁은 사냥왕의 물음에 침음을 내뱉었다.

이곳에 오기 전 사냥왕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아주 특별한 정보를 얻었다.

바로 창고에 관한 정보였다.

놀랍게도 ‘왕가의 패’ 같은 이용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창고를 이용할 수 있었다.

물론 아무런 조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창고에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위치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입장과 아이템 획득에 기여도가 필요했다.

수혁에게는 두 조건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위치? 아밀레타와 크라노손의 증표를 가지고 있다.

기여도? 1억이 훌쩍 넘게 있었다.

“빨리 갔다 오죠.”

물론 이제 막 점령을 했는데 전리품부터 챙긴다는 것이 눈치가 보이긴 했다.

하지만 지금 창고에는 매우 중요한 아이템이 있었다.

“연중아.”

수혁은 연중을 불렀다.

그러자 연중이 마차를 몰아 왕궁 안 보물 창고를 향해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사냥왕 파티가 따랐다.

‘창고라 그런가 빨리 왔네.’

얼마 뒤 창고에 도착한 수혁은 창고 앞을 지키고 있는 아밀레타 파벌의 마족들을 볼 수 있었다.

“헛!”

창고를 지키고 있던 상급 마족 ‘에퓰’이 수혁과 연중을 발견하고 놀란 표정을 짓더니 재빨리 달려왔다.

“잠시 창고 안에 필요한 게 있어서 왔습니다.”

수혁은 다가온 에퓰에게 말했다.

“옙! 알겠습니다!”

에퓰은 수혁의 말에 곧장 창고 앞 마족들에게 신호를 보냈고 마족들이 문을 열었다.

수혁은 마차에서 내려와 역소환을 한 뒤 창고로 다가가며 생각했다.

‘뭐가 나올까.’

신 등급 상자에서 무엇이 나올지 기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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