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8
제 258화
256.
소유하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물건도 아니고 어떻게 소유를 하겠는가?
전부터 사냥왕은 수혁과 매우 끈끈한 친분을 만들고 싶었다.
길드로 영입하려 했던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마음이 더욱더 커졌다.
저벅!
이내 카이온이 걸음을 멈췄다.
똑똑
“크라노손 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리고 노크와 함께 외쳤다.
“들어와.”
이내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따라오시죠.”
카이온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사냥왕과 레아, 윤진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사냥왕은 크라노손을 볼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크라노손이라고 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크라노손은 사냥왕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사냥왕이라고 합니다.”
“앉으시죠.”
사냥왕에 이어 레아와 윤진과도 악수를 나눈 크라노손은 자리를 권하며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사냥왕과 레아, 윤진이 차례대로 앉자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어 물었다.
“두 분과는 어떤 관계이신지…….”
사냥왕은 크라노손의 말에 생각했다.
크라노손이 말한 두 분은 수혁과 연중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없는 친분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아무런 친분이 없었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야 될 분위기인데…….’
어떻게 답을 하냐에 따라 앞으로의 관계가 정해질 것 같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친분은 없고 만나고 싶을 뿐이다, 라고 답한다면?
여태껏 받아온 극진한 대접을 더 이상 받지 못할 것이었다.
‘대접이야 필요 없지만 수혁 님을 만나려면…….’
물론 극진한 대접 따위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수혁이었다.
‘그래.’
수혁을 쉽게 만나기 위해서라도 거짓 친분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친 사냥왕은 입을 열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두 분은 중간계에서 매우 유명합니다.”
거짓 친분을 만들 생각이지만 거짓을 말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두 분을 추종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수혁과 연중은 중간계에서 매우 유명하다.
랭커이며 구독자 수가 어마어마한 연중이야 두말할 것 없이 유명했고 전설 등급 장비로 인해 인기글을 독차지한 수혁은 그 어떤 유저보다 유명한 상황이었다.
수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기 때문인지 질투를 하는 유저들도 있었지만 추종하는 유저들도 수없이 생겨났다.
“저는 그 세력 중 하나를 이끌고 있습니다.”
사냥왕 역시 그중 하나였다.
“……?”
“……!”
물론 이런 사냥왕의 마음과 생각을 모르고 있던 레아와 윤진은 움찔하며 당황과 놀람이 반반 섞인 눈빛으로 사냥왕을 보았다.
“아, 그렇군요.”
크라노손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수혁과 연중을 만나려는 것인지 알 것 같았다.
‘큰 도움이 되겠어.’
셋에게서 범상치 않은 마나가 느껴졌다.
수혁과 연중만큼은 아니어도 전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돕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혁과 연중이 전쟁을 돕고 있다.
추종자인 이들이 전쟁을 돕지 않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그런데…….’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크라노손은 사냥왕을 보았다.
‘어떻게 마스토스까지 간 거지?’
중간계와 연결된 포탈이 불의 들판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마스토스는 불의 들판에서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
불의 들판과 마스토스 사이에는 수많은 도시와 마을들이 있다.
‘설마 마스토스 근처에 또 다른 포탈이 있는 건가?’
크라노손은 다시 입을 열어 사냥왕에게 말했다.
“혹시…….”
“……?”
“어디에서 오셨는지 알려 주실 수 있으십니까?”
“키라드 파벌 지역에서 넘어왔습니다.”
“……?”
사냥왕의 답에 크라노손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
그리고 이어 의아함이 사라지고 놀람이 자리 잡았다.
“……아스컨 평야에 있는 포탈을 이용하신 겁니까?”
크라노손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키라드 파벌 지역에도 포탈이 있다.
그리고 그 포탈이 있는 지역이 바로 아스컨 평야였다.
“네, 역시 알고 계시는군요.”
“혹시 그 포탈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까? 마계에서 중간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겁니까?”
크라노손은 연달아 질문을 날렸다.
“……아뇨.”
사냥왕은 움찔했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계에서 다시 돌아가는 건 안 되더라구요.”
“아…….”
“그리고 중간계가 아니라 천계입니다. 11천계.”
“……?”
* * *
“그럼 20분 뒤에 뵙겠습니다.”
크라노손의 말에 사냥왕 파티는 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왔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마족이 잠시 동안 머물고 있을 방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사냥왕 파티는 마족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고 곧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
방에 도착한 후 대화를 나눌 법도 한데 사냥왕은 물론 레아, 윤진은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물론 셋이 대화를 나누지 않는 이유는 제각기 달랐다.
‘이런 큰 퀘스트를 받게 되다니! 보상은 뭘 주려나?’
윤진의 경우 방금 전 크라노손에게서 받은 퀘스트를 보며 완료 후 받게 될 퀘스트 보상에 싱글벙글하고 있었고.
‘피곤한데 밤샘을 해야 한다니…….’
레아의 경우 밤새 퀘스트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에 피곤함을 느껴 뒤로 벌러덩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으며.
‘믿기지가 않네…….’
마지막으로 사냥왕의 경우 퀘스트를 받기 전 크라노손과 나눈 대화를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포탈에 대한 이야기 후 사냥왕은 크라노손과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전쟁, 그리고 수혁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1주일밖에 안 됐다니.’
문제는 수혁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냥왕은 전쟁 이야기를 나누며 수혁과 연중이 적어도 한 달 이상 10마계에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수혁과 연중이 마계에 온 것은 고작 1주일이었다.
사냥왕은 크라노손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두 분과 만난 지요?
-1주일 됐네요.
-흐음, 1주일 동안 엄청난 일들이 있었군요.
크라노손 역시 당황했었다.
‘1주일 만에 이렇게 만들 수 있나?’
아무리 입장과 동시에 크라노손을 만나게 됐다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반 유저들이 날 볼 때의 느낌이 이런 느낌일까…….’
한동안 생각을 하던 사냥왕은 이내 생각을 끝냈다.
그리고 퀘스트 창을 열어 크라노손에게서 받은 퀘스트를 확인했다.
<진격>
크라노손은 키라드 파벌의 수도 ‘키라드’로 지금 당장 진격을 할 생각이다.
크라노손을 도와 수도 ‘키라드’로 진격하라!
[기여도 : 0 / ???]
퀘스트 보상 : 퀘스트 – 마지막 전투
크라노손에게서 받은 퀘스트는 ‘진격’이었다.
‘이런 큰 퀘스트를 받게 될 줄이야.’
키라드 파벌에서 진행했던 퀘스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퀘스트였다.
‘보답을 해야 되겠어.’
수혁과 연중이 아니었다면 결코 받을 수 없었을 퀘스트였다.
사냥왕은 수혁과 연중에게 보답을 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출발 시간입니다.”
노크와 함께 마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냥왕은 퀘스트 창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그리고 레아와 윤진에게 말하며 방을 나섰다.
* * *
“후…….”
결재를 마친 마로스는 밀려드는 피로에 한숨을 내뱉으며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이어 남아 있는 서류들을 보았다.
“너무 많아.”
전쟁 중이기 때문일까?
결재해야 할 서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잠깐…….”
서류들을 보며 마로스는 생각했다.
“이게 지금 중요한가?”
결재를 하고 있기는 했지만 굳이 해야 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곧 아밀레타 파벌에서 움직일 것이다.
즉, 지금 결재를 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
“그래, 나중에 헤르타나 님이 완전해질 때 그때 다시 시작하면 된다.”
마로스는 결정을 내렸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마족 하나가 들어왔다.
상급 마족 에코르니였다.
에코르니의 표정에는 다급함이 가득했고 마로스는 불길함을 느꼈다.
“지금 녀석들이 알린에서 나와 진격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보고에 마로스는 예상했던 상황이 찾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빨리?’
적어도 오늘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파벌의 수장인 아밀레타가 크게 다쳤기 때문이다.
엄청난 혼란이 일어났을 텐데 진격이라니?
‘쓰러진 게 문제였나?’
아무래도 헤르타나가 쓰러졌던 것.
그것을 보인 게 문제가 된 것 같았다.
‘퇴로 작업을 빨리 끝내야겠어.’
알린에서 키라드까지는 수많은 도시가 있다.
하지만 시간을 얼마 벌지 못할 것이다.
생각을 마친 마로스는 에코르니에게 말했다.
“말덴에 있는 이들을 전부 파로스로 후퇴시켜. 그리고 파로스에서 함께 막으라고 전해. 최대한 시간을 끄는 방향으로.”
아밀레타 파벌의 공격을 처음으로 맞게 될 도시는 바로 말덴이었다.
그러나 말덴에 있는 인원으로 아밀레타 파벌의 공격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간도 얼마 끌지 못할 것이다.
‘그 두 인간이 함께라면.’
특히 그 악마 같은 두 인간이 함께한다면 뻥 뚫리고 말 것이다.
차라리 두 번째 도시인 파로스로 후퇴해 힘을 합쳐 시간을 끄는 것이 더 낫다.
방어에 있어선 알린보다 더 나은 파로스니 많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옙!”
에코르니는 마로스의 명에 답하며 다시 방을 나갔다.
그리고 마로스 역시 방을 나와 헤르타나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똑똑
방 앞에 도착한 마로스는 노크를 했다.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마로스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헤르타나는 여전히 침대 위에 눈을 감은 채 누워 있었다.
‘……얼마나 걸릴까.’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헤르타나가 완전해질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도망을 다닐 수 있을까?
헤르타나를 지켜보던 마로스는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지도를 꺼냈다.
‘시간을 최대한 끌어야 된다.’
막을 생각은 없다.
막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시간.
얼마나 많은 시간을 끄느냐에 전쟁의 승패가 달려있다.
‘파로스가 뚫리면…….’
마로스는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후, 5일 정도는 벌 수 있겠군.”
몇 시간의 고뇌 끝에 전략을 짠 마로스는 한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작 5일이라니.”
자리에서 일어난 마로스는 창문을 통해 하늘을 보며 씁쓸한 미소로 중얼거렸다.
바로 그때.
땡! 땡! 땡!
종소리가 들려왔다.
“……?”
마로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적이 쳐들어왔다고?’
지금 울리는 종소리는 적이 쳐들어왔을 때 울리는 종소리였다.
아밀레타 파벌이 진격을 시작했지만 벌써 키라드에 도착했을 리 없다.
그런데 이 종소리는 무엇일까?
땡! 땡! 땡!
종소리는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잘못 울린 게 아니란 뜻이었다.
‘설마…….’
문득 든 생각에 마로스는 이를 악물었다.
‘그 악마 같은 인간들이?’
당연히 같이 오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만에 하나 같이 오지 않는다면?
앞서 전초기지들을 습격했을 때처럼 따로 움직인다면?
“망할!”
마로스는 욕을 내뱉으며 방에서 뛰쳐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