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2
제 252화
250.
편지를 읽은 마로스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걸 헤르타나 님의 몸으로?’
편지에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헤르타나가 깨어난 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여러 가지가 쓰여 있었다.
그리고 편지의 마지막에는 헤르타나를 잘 부탁한다는 아슐의 작별 인사가 쓰여 있었다.
심상치 않았던 아슐의 분위기가 이해가 됐다.
마로스는 재빨리 뒤로 돌아 입구를 보았다.
이미 공동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들어갈 수 없었다.
아니,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같이 죽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마로스는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뒤.
꺄야아아아아아!
비명이 들려왔다.
헤르타나의 목소리였다.
‘엄청나군.’
목소리에는 몸이 짜릿짜릿 떨릴 만큼 강렬한 마기가 담겨 있었다.
키라드의 마기보다 더욱 강렬했다.
‘이 거리에서 이 정도면…….’
거기다 바로 앞에서 느낀 게 아니다.
헤르타나가 위치한 제단과 마로스가 있는 입구는 상당히 멀었다.
‘마왕이라 불리어도 손색없다.’
이 정도 마기라면 이미 최상급은 넘어섰다.
‘그게 무엇이기에…….’
최상급을 앞두고 있긴 했지만 결국 헤르타나는 상급의 경지였다.
그런 헤르타나를 단숨에 마왕의 반열에 올려 준 ‘그것’의 정체가 너무나 궁금했다.
바로 그때였다.
‘온다.’
안쪽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마기와 살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헤르타나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쾅!
이내 폭음과 함께 입구를 막고 있던 바위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헤르타나가 등장했다.
마로스는 무릎을 꿇었다.
“헤르타나 님을 뵙습니다.”
“…….”
헤르타나는 마로스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차가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마로스를 바라볼 뿐이었다.
예전과 전혀 다른 헤르타나였지만 마로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아슐 님 예상대로 성격이 변하셨군.’
이미 편지에 쓰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이내 헤르타나가 입을 열어 물었다.
“알린에 계십니다.”
“알린에 가야겠다.”
“…….”
마로스는 헤르타나의 말에 답을 할 수 없었다.
헤르타나는 알린에 가선 안 된다.
‘이제 곧 쓰러지실 텐데…….’
편지에는 헤르타나가 쓰러질 것이라 쓰여 있었다.
갑작스레 강해진 마기 때문이다.
몸이 감당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알린의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수많은 상급 마족들이 죽었다.
지금쯤 크게 밀리고 있을 텐데 만에 하나 헤르타나가 알린에서 쓰러진다면?
큰 문제가 된다.
“왜 답이 없지?”
마로스가 답이 없자 헤르타나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키라드 님이…….”
헤르타나의 물음에 마로스는 재빨리 답을 했다.
어떻게 해서든 알린에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
하지만 마로스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헤르타나의 눈빛에 담긴 살기 때문이었다.
지독한 살기였다.
만약 여기서 설득을 하려 했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
“……준비하겠습니다.”
결국 마로스는 헤르타나가 원하는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 * *
“…….”
수혁은 세 상자를 보고 있었다.
빨간색, 파란색, 은색으로 각기 다른 색을 가지고 있는 상자들.
수혁이 세 상자를 보고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상자에 드래곤의 정수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창고에 공허의 정은 없었다.
그러나 드래곤의 정수는 존재했다.
모든 드래곤의 정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빨간색 상자에는 레드 드래곤의 정수가.
파란색 상자에는 블루 드래곤의 정수가.
은색 상자에는 실버 드래곤의 정수가.
총 세 드래곤의 정수가 있었다.
‘뭘 선택해야 하지?’
드래곤의 정수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고민이 됐다.
‘어떤 걸 선택하던 같다. 어차피 구하기 힘든 거.’
이내 수혁은 고민을 끝냈다.
‘왕가의 패 한 번 더 주겠지.’
거기다 앞으로 진행할 퀘스트와 여태껏 받아온 보상을 생각하면 크라노손이나 아밀레타가 왕가의 패를 한 번 더 줄 것 같았다.
‘키라드 쪽 보물 창고도 있고.’
또한 수혁은 키라드 왕궁 보물 창고를 이용할 수 있는 왕가의 패가 있었다.
그곳에 공허의 정이나 다른 드래곤의 정수가 있을 수 있다.
수혁은 레드 드래곤의 정수가 들어 있는 빨간색 상자를 들어 인벤토리에 넣었다.
[레드 드래곤의 정수 상자를 획득합니다.]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수 : 0]
[더 이상 아이템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메시지를 보고 시간을 확인했다.
“가볼까.”
창고에서의 볼일은 끝났다.
이제 속성을 개방할 때였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아공간에 도착한 수혁은 성큼성큼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창고에서 어떤 속성을 개방할지 이미 정한 수혁이었다.
스윽
수혁은 손을 뻗었다.
[환상의 문을 개방하시겠습니까?]
수혁이 선택한 속성은 바로 ‘환상’이었다.
마계에서 퀘스트를 진행하며 수혁은 느낀 게 있었다.
우선 아군과 적군이 붙어 있으면 쉽게 공격을 할 수 없다.
아군까지 휘말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법을 피할 정도로 빠르거나 강한 육체를 가지고 있는 존재와의 전투는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것들을 보완해줄 속성이 바로 환상이었다.
수혁은 확인을 누르며 생각했다.
‘이번에는 뭐가 나오려나.’
어떤 것들이 나올지 기대가 됐다.
[환상의 문을 개방하기 시작합니다.]
[현재 개방된 문의 수 : 5]
[소환된 분신을 모두 처치하십시오.]
“음?”
그리고 나타난 메시지에 수혁은 당황이 듬뿍 담긴 침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분신?’
분신이라니?
‘내 분신?’
누구의 분신인지 쓰여 있지 않았다.
그리고 상황상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수혁이었다.
스윽
수혁은 재빨리 뒤로 돌아섰다.
여태까지 그랬듯 공동 중앙에 마법진이 나타났다.
[수혁의 분신이 소환됩니다.]
[수혁의 분신이 소환됩니다.]
[수혁의 분신이 소환됩니다.]
[수혁의 분신이 소환됩니다.]
[수혁의 분신이 소환됩니다.]
그리고 이내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나며 수혁은 자신과 똑 닮은 외모의 분신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런 미친…….’
수혁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능력까지 같은 건 아니겠지?’
무려 다섯이다.
다섯이 전부 지혜가 1만이 넘는다면?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1대 5의 싸움이 아니던가?
‘그래, 분신이니까.’
불가능한 시험을 만들어 두었을 리 없다.
거기다 분신이니 분명 스텟이 낮을 것이다.
‘다섯이니 내 스텟을 다섯으로 나눠 가졌을 수도 있지.’
분신의 수는 다섯.
현재 수혁의 스텟을 다섯이 나눠 가졌을 수 있다.
‘근데…….’
소환되는 분신들을 보던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이렇게 익숙하지?’
뭔가 이상했다.
분신들의 장비는 제각기 달랐다.
그런데 눈에 익었다.
‘설마…….’
분신들의 장비를 보던 수혁은 문득 든 생각에 미간을 좁혔다.
‘문을 개방할 때마다 저장된 건가?’
가장 왼쪽에 있는 분신은 걸친 게 거의 없었다.
불의 문을 개방할 때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분신은 독의 문을 개방할 때.
그 옆은 치유의 문을 개방할 때.
또 그 옆은 어둠의 문을, 그 옆은 바람의 문을 개방할 때의 모습과 똑같았다.
“매직 미사일.”
“파이어 스피어.”
“독의 사슬.”
“포이즌 포그.”
“다크 스피어.”
이내 소환이 끝난 분신들이 마법을 시전했다.
“성스러운 보호막.”
수혁은 우선 보호막을 시전했다.
그냥 맞아주기에는 분신들의 장비가 마음에 걸렸다.
쾅! 쾅! 쾅! 쾅! 쾅!
보호막 위로 마법들이 작렬했다.
쩌저적!
그리고 보호막에 금이 쩍쩍 나타났다.
상급 마족들의 공격에도 끄떡없던 보호막에 금이 나타난 것을 보고 수혁은 침을 꼴깍 삼켰다.
‘스텟도 당시 상황이랑 같은 건가?’
장비뿐만 아니라 스텟 역시 문을 개방할 때와 똑같은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의 파괴력을 설명할 수 없었다.
‘이런 망할.’
불의 문을 개방할 때나 독의 문을 개방할 때는 상관없다.
장비가 터무니없었으니까.
치유의 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어둠의 문부터는 이야기가 다르다.
아니, 지혜를 생각하면 장비가 좋지 않더라도 방심할 수 없다.
이대로 있다가는 속성 개방에 실패할지도 모른다.
어서 반격을 해야 했다.
“파이어 스톰.”
수혁은 분신들의 한가운데에 파이어 스톰을 시전했다.
[첫 번째 분신이 죽었습니다.]
시전과 동시에 가장 왼쪽에 있던 불의 문을 개방할 때의 분신이 죽었다.
하기야 템도 없고 지혜도 낮다.
파이어 스톰을 버틸 수 있을 리 없다.
죽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매직 미사일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분신이다.
즉, 위협이 되지 않는 분신이었다.
거기다 분신은 아직 넷이나 남아 있었다.
[두 번째 분신이 죽었습니다.]
불의 분신이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의 분신이 죽었다.
‘휴.’
수혁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불의 분신과 달리 독의 분신은 살짝 위협이 됐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성스러운 보호막.”
“성스러운 보호막.”
수혁은 익숙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끙…….’
가장 오른쪽에 있는 두 분신.
어둠의 분신과 바람의 분신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그리고 이어 파이어 스톰을 뚫고 마법이 날아왔다.
금이 쩍쩍 간 보호막을 믿을 수는 없다.
수혁은 재빨리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생각했다.
‘치유 분신도 죽을 때가 됐는데.’
성스러운 보호막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어둠과 바람의 분신뿐이었다.
치유의 분신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불과 독 속성뿐이었다.
[세 번째 분신이 죽었습니다.]
이내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럼 그렇지!’
수혁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다시 한 번 마법을 시전했다.
“파이어 스피어, 불놀이, 파이어 볼.”
이제부터가 중요했다.
어둠의 분신과 바람의 분신은 앞서 세 분신과는 차원이 다르다.
쾅! 쾅!
파이어 스톰 안으로 들어간 마법들이 폭음을 일으켰다.
“매직 미사일, 파이어 월.”
수혁은 계속해서 마법을 시전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수혁은 마법 시전을 멈췄다.
그리고 파이어 스톰을 주시했다.
‘뭐야? 왜 반응이 없지?’
아무런 마법도 날아오지 않고 있었다.
‘안 움직이는 걸로 봐서 아직 안에 있는 것 같은데…….’
파이어 스톰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즉, 두 분신은 아직 파이어 스톰 안에 있다.
‘근데 보호막이 파이어 스톰을 이리 오래 버틸 리 없는데…….’
그래서 이상했다.
보호막이 아무리 강력한 방어력을 갖고 있다고는 하나 파이어 스톰 안에서 이렇게 오래 버틴다?
말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마법을 계속해서 날렸다.
시야에 보이지 않아 짐작으로 날리긴 했지만 분명 한두 개는 맞았을 것이다.
일단 수혁은 파이어 스톰을 주시했다.
파이어 스톰이 사라지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내 파이어 스톰의 지속시간이 끝나고 파이어 스톰이 사라졌다.
“…….”
그리고 수혁은 두 분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혁은 두 분신을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다.
‘범위 밖에 있었어?’
두 분신은 파이어 스톰 범위 밖에 있었다.
공격을 하지 않은 것도, 죽었다는 메시지가 뜨지 않은 것도 다 범위 밖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안 움직였지?’
파이어 스톰이 움직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설마 나라서 안 쫓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