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4
제 244화
242.
총공격을 할 기회였다.
“헤르타나도 지금 중상을 입었고 많은 상급 마족들이 죽었대요. 지금이라면 별 피해 없이 함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헤르타나가?”
아밀레타는 크라노손의 말에 반문하며 생각했다.
‘중태에 빠졌다면 분명 키라드 녀석도 왔겠군.’
키라드는 휘하 마족들에게는 매우 냉혹하지만 자신의 딸에게는 한없는 바보가 되는 전형적인 딸바보였다.
중태에 빠졌다면 분명 알린에 와 있을 것이다.
“나도 같이 가야겠다.”
아밀레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지도요?”
“그래, 아마 키라드 녀석이 와 있을 거야.”
만약 예상대로 키라드가 와 있다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그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함께 가는 것이 좋다.
“……!”
“가자.”
무기를 챙긴 아밀레타가 크라노손에게 말하며 방을 나섰다.
* * *
“……아밀레타 녀석들이?”
헤르타나를 지켜보며 보고를 듣던 키라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예, 지금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20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후…….”
에슈타르의 보고에 키라드는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기습이라.”
늦은 밤이었다.
“영악한 새끼.”
키라드는 아밀레타를 떠올렸다.
이미 승패가 정해진 전쟁이었다.
굳이 기습을 하지 않아도 된다.
“피해를 최대한 줄여보겠다 이건가.”
밤에 기습을 한다는 것은 파벌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할 수는 없지.”
키라드는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미소를 지었다.
미소에서 강력한 살의가 느껴졌다.
“마로스.”
키라드는 에슈타르의 뒤에 서 있던 마로스를 불렀다.
“예, 키라드 님!”
마로스는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부름에 답했다.
스윽
키라드는 품에서 초록색 돌을 꺼내며 말했다.
“헤르타나를 데리고 수도로 가. 그리고 아슐에게 이걸 전해줘.”
“알겠습니다.”
마로스의 답을 듣고 초록색 돌을 건넨 키라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지.”
그리고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에슈타르에게 말하며 방에서 나왔다.
“키라드 님.”
키라드의 뒤를 따라 나온 에슈타르가 키라드를 불렀다.
“왜?”
“그 돌은…….”
에슈타르가 말끝을 흐렸다.
키라드가 마로스에게 건넨 초록색 돌.
특별한 돌이 아니다.
그냥 초록색을 띠고 있는 돌이었다.
그럼에도 에슈타르가 돌을 보고 놀란 것은 돌에 담긴 의미 때문이었다.
“난 헤르타나가 살아남았으면 해.”
에슈타르의 말에 키라드가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 *
“A 지역부터 H 지역까지 전부 준비됐다고 합니다.”
에밍의 보고에 상석에 앉아 있던 아밀레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끄덕임을 멈춘 아밀레타는 에밍에게 물었다.
“수혁 님과 연중 님은?”
“어디로 가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성안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밀레타는 에밍의 답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막에서 나와 전방에 보이는 거대한 성벽을 바라보았다.
바로 도시 ‘알린’의 성벽이었다.
“이렇게 끝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성벽을 바라보며 아밀레타가 중얼거렸다.
전쟁이 이런 식으로 끝날 줄은 몰랐다.
여태까지 그래 왔듯 끊임없는 소모전을 펼치다 적당한 때 휴전을 할 것이라 생각을 했었다.
이렇게 빨리, 그것도 별 피해 없이 전쟁이 끝나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근데 어디에 계신 거지?’
알린을 바라보던 아밀레타는 수혁과 연중을 떠올렸다.
수혁과 연중은 알린으로 정찰을 떠났다.
그런데 알린에 도착한 지금 수혁과 연중을 볼 수 없었다.
‘안에는 안 계신데.’
수혁은 증표를 가지고 있다.
만약 알린에 있었다면 아밀레타가 느꼈을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아밀레타아아아아!
전방에서 포효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아밀레타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보았다.
성문 앞에 작은 점이 보였다.
마기를 통해 시야를 강화한 아밀레타는 작은 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키라드!’
바로 키라드였다.
‘역시 와 있었군.’
예상대로 키라드는 알린에 와 있었다.
‘설마 당하신 건 아니겠지?’
아밀레타는 다시 수혁과 연중을 떠올렸다.
알린에 와 있는 키라드.
만약 수혁과 연중이 키라드에게 당했다면?
‘아니, 그럴 리 없다.’
아밀레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혁과 연중은 강하다.
아밀레타도 하기 힘든 일을 척척 해냈다.
그 정도로 강한 수혁과 연중이 키라드에게 당했다?
말이 되지 않는다.
아밀레타는 걸음을 옮겨 성벽으로 향했다.
그 뒤를 마족들이 따랐지만 아밀레타는 손을 들어 오지 말라 신호를 보냈다.
이내 아밀레타는 키라드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지자 걸음을 멈췄다.
“키라드.”
그리고 키라드를 불렀다
“인간을 끌어들이다니 이 비겁한 녀석.”
키라드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비겁?”
아밀레타는 키라드의 말에 피식 웃으며 반문하고는 이어 말했다.
“몰래 전쟁을 일으키려 했던 네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군.”
키라드는 몰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만약 수혁이 정보를 가져다주지 않았다면?
정말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흥.”
아밀레타의 말에 키라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가식을 떨고 싶나? 인간들을 시켜 먼저 우리 마을을 공격한 건 너희가 아니던가?”
“……?”
아밀레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먼저 키라드 파벌의 마을을 공격하다니?
‘수혁 님과 연중 님이?’
키라드가 말하는 인간은 수혁과 연중이 분명했다.
그러나 아밀레타가 알기로 수혁과 연중이 습격한 곳은 첩자들이 세운 마을과 전초기지뿐이었다.
“무슨 소린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리 중요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아밀레타가 말했다.
이미 전쟁은 벌어졌다.
그리고 끝이 다가왔다.
지금 나누고 있는 대화는 하등 쓸모없는 대화였다.
“큭큭, 그렇지.”
키라드는 소리 내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끄덕임이 멈춘 순간.
키라드가 자리를 박차며 아밀레타에게 날아갔다.
아밀레타는 키라드를 향해 마주 날아가며 검을 휘둘렀다.
키라드는 마기로 감싼 왼손으로 아밀레타의 검을 막고 오른손을 뻗었다.
오른손 역시 왼손과 마찬가지로 마기가 가득 뭉쳐 있었다.
아밀레타는 옆으로 움직여 재빨리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아밀레타와 키라드는 빠르게 공격을 주고받으며 전투를 이어나갔다.
휙!
어느 순간 키라드가 땅을 향해 마기를 날렸다.
쾅!
땅에 닿은 마기는 그대로 폭발했고 먼지 구름이 피어올랐다.
먼지 구름에 의해 시야에서 키라드를 놓친 아밀레타는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공격을 대비해 먼지 구름을 주시했다.
하지만 키라드의 공격은 더 이상 날아오지 않았다.
이내 먼지 구름이 가라앉았다.
아밀레타와 마찬가지로 키라드 역시 멀찍이 거리를 벌려 둔 상황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자고.”
키라드가 말했다.
그러자 성벽 위로 수많은 키라드 파벌 마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밀레타와의 전투는 인사였다.
이제 진짜 전투를 시작할 때였다.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키라드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
‘시간을 벌어야 돼.’
지금쯤이면 헤르타나가 수도에 도착했을 것이다.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했다.
“얼마나 버틸지 기대하지.”
아밀레타는 키라드의 말에 답하고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기지로 돌아갔다.
얼마 뒤.
아밀레타가 있는 본진과 각 지역에 있는 기지들에서 아밀레타 파벌의 마족들이 쏟아져 나왔다.
목적지는 알린이었다.
* * *
“뭐?”
수혁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반문했다.
“진짜 우리 말고 또 있어? 10마계에? 유저가?”
반문에 이어 수혁은 연달아 물음을 날렸다.
-응.
이내 연중이 답했다.
-활동 지역을 써놓은 건 아니지만 키라드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 같아.
수혁은 연중의 말에 생각했다.
‘하긴, 아밀레타 지역에서 활동했으면 우리가 모를 리 없지.’
이미 아밀레타와 크라노손과 돈독한 관계를 맺은 수혁과 연중이다.
만약 아밀레타 지역에서 또 다른 인간들이 활동을 했다면 아밀레타나 크라노손이 알게 되었을 것이고 말을 해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냥왕이 누구야?”
생각을 하던 수혁이 물었다.
-글쎄, 알려진 게 없어서 나도 잘 모르겠어. 제왕 길드의 마스터라는 것밖에.
“제왕 길드의 마스터? 그러면 제왕 그룹 삼남?”
-어, 딱 그것만 알려져 있어. 아, 그리고 그 사람이 하의 사 갔더라.
“알칸디움?”
-응. 알칸디움 하의. 10마계 글 올라오고 얼마 뒤에 올라오더라고. 벌써 첫 번째 옵션 개방했던데?
“오, 그래? 뭐였어?”
수혁은 궁금함에 물었다.
-체력 700!
“와.”
그렇게 수혁은 연중과 10마계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5분 뒤에 보자.”
-응.
얼마 뒤 연중과의 통화를 끝낸 수혁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캡슐로 향했다.
5분 뒤에 보자고 했지만 미리 들어가 수혁은 주변 정리를 할 생각이었다.
이내 수혁은 판게아에 접속했다.
[퀘스트 ‘알린 정찰’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 100만이 상승합니다.]
[정찰률이 높습니다.]
[정찰률에 따라 추가 보상을 획득합니다.]
[기여도 300만이 상승합니다.]
[퀘스트 ‘알린’이 퀘스트 ‘알린 전투’로 변경되었습니다.]
접속과 동시에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
메시지를 본 수혁의 표정에 의아함이 가득 나타났다.
‘퀘스트 완료? 변경?’
그 내용이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완료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퀘스트 ‘알린 정찰’이 왜 완료되었단 말인가?
거기다 퀘스트 ‘알린’이 ‘알린 전투’로 변경되었다.
도대체 왜 변경된 것일까?
수혁은 일단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알린 전투’를 확인했다.
<알린 전투>
알린을 함락하려는 아밀레타 파벌과 알린을 지켜내려는 키라드 파벌 간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알린에 있는 모든 키라드 파벌의 마족들을 몰아내라!
퀘스트 보상 : 알린 함락
“……?”
퀘스트를 확인했음에도 수혁의 의아함은 풀리지 않았다.
‘전투? 알린에서?’
의아함이 더욱 늘어날 뿐이었다.
‘새벽에 시작된 건가?’
자정까지만 해도 퀘스트는 변경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새벽에 일이 터진 것 같았다.
‘왜 하필…….’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미 내부로 진입한 건가?’
마족들을 몰아내라는 퀘스트다.
혹시 아밀레타 파벌의 마족들이 알린으로 진입을 한 것일까?
이미 도시 안에서 싸우고 있는 것일까?
‘내 기여도!’
아직 기여도 1억을 달성하지 못했다.
퀘스트 ‘알린 정찰’을 통해 기여도가 총 400만이나 오르긴 했지만 아직 700만이 더 필요했다.
바로 그때였다.
“뭐야? 여기 왜 인간이…….”
수혁은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보았다.
마족이 보였다.
키라드 파벌의 마족이었다.
‘아직 여기까지는 못 온 건가?’
아밀레타 파벌의 마족들이 알린으로 진입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수혁이 있는 이곳까지는 진입을 하지 못했다.
키라드 파벌의 마족이 있는 게 그 증거였다.
“불놀이.”
수혁은 우선 불놀이를 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