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3
제 243화
241.
입구에 모인 마족들은 거스의 말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넌 누구지?”
바로 그때였다.
한 마족이 걸어 나오며 거스에게 물었다.
바로 거스가 찾던 7 전초기지장 헤리드였다.
“기지장인가?”
“그래, 헤리드라고 한다.”
“난 거스. 크라노손 님께 급히 보고드릴 게 있다. 연락을 해줄 수 있나?”
헤리드는 거스의 말에 생각했다.
‘증표는 분명 왕자님의 증표.’
크라노손의 증표는 2가지 종류가 있다.
보편적으로 알려진 증표와 소수에게 알려진 증표.
그런데 지금 거스가 들고 있는 증표는 크라노손 특유의 마기가 담겨 있는 소수에게만 알려진 증표였다.
“무슨 일인지 말해줄 수 있나?”
잠시 생각하던 헤리드는 거스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키라드 파벌의 마족이 크라노손의 증표를 가지고 있으며, 이곳까지 찾아온 것일까?
* * *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을 재소환한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어둠의 자식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하지?”
수혁이 연중에게 물었다.
“그러게, 왜 안 보이냐…….”
연중이 말끝을 흐리며 답했다.
어느 순간부터 마족들이 보이지 않았다.
숨어 있는 게 아니다.
그냥 없는 것이다.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는 어둠의 자식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도망간 거 아냐?”
말끝을 흐렸던 연중이 이어 말했다.
파벌 2인자인 헤르타나가 크게 다쳤고 수많은 마족들이 죽임을 당했다.
“끙.”
수혁은 앓는 소리를 내뱉으며 기여도를 확인했다.
‘8900만…….’
다시 알린으로 돌아와 수많은 마족들을 죽였다.
그 결과 수혁은 기여도를 8900만까지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마족들이 보이지 않아 기여도가 정체된 지 어느새 15분이었다.
“언제까지 할 거야?”
연중의 물음에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고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시간이…….’
어느새 12시가 가까워져 있었다.
‘어차피 내일도 해야겠네.’
목표치인 1억까지 1, 2백만 남은 것이었다면 12시를 넘겨서라도 마족들을 찾아 돌아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천만이나 넘게 남아 있었다.
마족들이 보이지 않는 지금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오늘은 그만할까?”
수혁이 답했다.
“그럴까?”
연중이 화색을 띠며 반문했다.
오늘 G, H 지역 그리고 알린까지 수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마차를 모느라 정신적으로 상당히 피곤함을 느낀 연중이었다.
“그럼 돌아갈게?”
연중이 이어 말했다.
“어딜?”
“구멍. 밖으로 가야지.”
“그냥 외진 곳에서 로그아웃하는 게 어때?”
“뭐? 성안에서?”
수혁의 말에 연중이 놀란 목소리로 반문했다.
보통 로그아웃은 안전한 곳에서 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적인 키라드 파벌 마족들의 본진이었다.
안전과는 매우 거리가 먼 곳이었다.
‘수혁이라면…….’
하지만 곧 든 생각에 연중은 생각을 바꿨다.
마족들이 과연 수혁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을까?
수혁의 지혜라면 마법 공격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1만이 넘는다.
말도 안 되는 마법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어떤 마법이 수혁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겠는가?
상급 마족의 마법이라고 하더라도 간지러울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물리 공격인데 수혁에겐 보호막이 있다.
물리 공격이 강한 헤르타나조차 보호막을 파괴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어떤 마족이 물리 공격으로 보호막을 파괴할 수 있을까?
‘수혁이가 있으면 나도 안전한 거고.’
수혁의 옆이라면 연중 역시 안전하다.
“그래.”
생각을 마친 연중은 수혁에게 말했다.
그리고 외진 곳을 찾아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여기 어때?”
외진 곳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연중이 수혁에게 의견을 구했다.
“괜찮은 것 같아. 정 위험하면 성벽 부수고 가도 되고.”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외져서 마족들이 다시 나타난다고 해도 몇 없을 것 같은 곳이었다.
“여기서 하는 걸로 하자.”
수혁과 연중은 마차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수혁이 마차를 역소환한 뒤 연중에게 말했다.
“내일 봐.”
“9시!”
“응.”
수혁은 연중의 말에 답하며 로그아웃했다.
연중은 수혁이 로그아웃하고 주변을 확인했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믿기지가 않았다.
수많은 유저들이 진행해야 할 것 같은 큰 퀘스트를 단둘이서 진행하는 것도.
그리고 보상으로 전설 아이템들을 받는 것도.
모든 것이 다 신기했다.
연중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로그아웃을 하려 했다.
[경고!]
[알린 성에 키라드 파벌의 수장이자 최상급 마족 키라드가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로그아웃을 하기 직전 메시지가 나타났고 메시지를 본 연중은 잠시 로그아웃을 미뤘다.
‘키라드가?’
연중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키라드라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어째서 키라드가 온 것일까 궁금했지만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다.
생각은 나가서 해도 된다.
수혁도 없는 상황에서 만에 하나 키라드와 마주한다면?
궁극 스킬이 있으니 살 수야 있겠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5일을 날릴 수는 없다.
연중은 재빨리 로그아웃했다.
그리고 캡슐에서 나오자마자 연중은 수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벨소리가 몇 번 울리고 수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키라드 나타났어!”
연중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뭐? 진짜?
예상대로 수혁의 목소리에서 놀람이 느껴졌다.
“어! 너 나가자마자 키라드가 성에 나타났다고 메시지 떴어.”
연중은 흥분이 살짝 깃든 목소리로 수혁의 말에 답했다.
-음…….
그러자 수혁의 침음이 들려왔다.
침음 중에서도 생각할 때 내뱉는 특유의 침음이었다.
“……무슨 생각해?”
연중은 수혁에게 물었다.
-다시 접속할까 했지.
“뭐?”
수혁의 답에 연중은 반문했다.
“키라드 잡게?”
접속하려는 이유는 뻔하다.
키라드를 잡으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것도 그렇고 키라드가 있으면 마족들도 다시 나타날 테니까. 근데 피곤해서 안 되겠다. 푹 자고 이따 봐.
“응.”
수혁과의 통화를 끝낸 연중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컴퓨터 앞으로 가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이야, 메인 에피소드 활발하네.”
인기글에 더 이상 알칸디움 갑옷 하의가 보이지 않았다.
온통 메인 에피소드 ‘키메라’와 관련된 글이 올라와 있었다.
“수혁이는 항상 있구나.”
물론 그 인기글도 수혁과 관련된 글이 많았다.
“많이 휩쓸었나 보네.”
당시 죽어 있어 접속을 하지 못해 수혁의 활약을 보지 못한 연중이었지만 인기글을 둘러보니 수혁이 어떻게 했는지 상상이 됐다.
“마계까지 알려지면…….”
훗날에 10마계의 일이 유저들에게 알려진다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바로 그때였다.
12시가 되었고 인기글이 바뀌었다.
연중은 다시 한 번 인기글을 확인했다.
“……어?”
그리고 연중은 당황했다.
바로 10위로 올라온 인기글 때문이었다.
“10마계?”
11도 아니고 12도 아니다. 분명 ‘10마계’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다.
“제왕 길드…….”
글을 올린 건 제왕 길드였다.
연중은 재빨리 확인을 눌렀다.
“……말도 안 돼.”
글을 본 연중은 중얼거렸다.
“우리 말고 10마계에 유저들이 또 있다니…….”
* * *
“…….”
키라드는 말없이 침대 위를 바라보았다.
침대 위에는 헤르타나가 곤히 잠을 자고 있었다.
슬픔이 가득한 눈빛으로 헤르타나를 바라보던 키라드는 고개를 돌려 에슈타르를 보았다.
“인간의 위치는?”
에슈타르에게 묻는 키라드의 눈빛에는 더 이상 슬픔이 보이지 않았다.
오직 분노만이 가득했다.
“10분 전, 18구역에 들어섰다고 합니다.”
“안내해.”
“옙!”
키라드의 말에 에슈타르는 방에서 나와 앞장서 18구역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뒤를 키라드와 키라드의 호위 마족들이 따랐다.
“이곳입니다.”
얼마 뒤 18구역에 도착한 에슈타르는 키라드에게 말했다.
그러자 키라드는 눈을 감고 주변으로 마기를 퍼트렸다.
인간의 기운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내 키라드의 마기가 18구역 전역을 뒤덮었다.
“……?”
키라드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어디에서도 인간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지역으로 넘어간 건가?’
키라드는 감지 범위를 더욱 넓혔다.
바로 그때였다.
‘……!’
이질적인 마나가 느껴졌다.
인간이 마법을 쓸 때 남은 마나의 흔적이 분명했다.
흔적만 있으면 추격이 가능하다.
키라드는 재빨리 마나의 흔적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rkarl whtlagktpdy.”
이내 목적지에 도착한 키라드는 바로 마법을 시전했다.
마나의 흔적을 만든 이를 추적하는 마법이었다.
스악
마법을 시전한 키라드의 시야에 반짝이가 나타났고 키라드는 반짝이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그리고 곧 반짝이가 끝났다.
걸음을 멈춘 키라드는 주변을 둘러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서 사라졌다.’
흔적이 끊겼다.
‘워프?’
가장 먼저 생각이 난 것은 워프였다.
‘좌표 교란을 뚫고?’
하지만 알린에는 좌표 교란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워프 게이트가 아닌 이상 워프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흔적도 없는데.’
더구나 워프를 시전했다면 마나의 흔적이 보여야 했다.
그런데 그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뭐지?’
여러모로 이상했다.
이내 에슈타르와 호위대가 도착했다.
키라드는 생각을 끝내고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에슈타르에게 말했다.
“……인간들이 도망을 친 것 같군.”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망을 친 게 분명했다.
* * *
“그게 진짜야?”
크라노손은 반대편에 앉아 있는 거스에게 물었다.
“예, 직접 봤습니다.”
거스는 크라노손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
크라노손은 거스의 답에 침묵했다.
‘단순히 정찰을 가신 게 아니었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수혁과 연중은 단순히 정찰을 떠난 게 아니었다.
‘왜 굳이…….’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가서 생각이 바뀌신 건가?’
원래 목적은 정찰이었는데 가보니 할만하다는 생각이 든 것일까?
그래서 습격을 한 것일까?
‘지금이 기회 같은데.’
아까 아밀레타가 왔을 때 총공격을 준비하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이 총공격을 할 기회인 것 같았다.
“잠시 기다려줘. 수도에 좀 다녀올게”
크라노손은 거스에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에서 나와 워프 게이트를 통해 수도 ‘아밀레타’로 워프했다.
크라노손은 곧장 왕궁으로 가 아밀레타의 방으로 향했다.
늦은 밤이긴 했지만 지금 상황은 시간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똑똑
“아버지.”
방 앞에 도착한 크라노손은 노크와 함께 외쳤다.
“들어와라.”
이내 아밀레타의 목소리가 들렸고 크라노손은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냐?”
크라노손이 들어오자 아밀레타가 물었다.
아밀레타의 물음에 크라노손이 흥분 가득한 표정으로 외쳤다.
“아버지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
“단순히 정찰 가신 게 아니었어요!”
“역시.”
크라노손의 말에 아밀레타가 씨익 웃었다.
그리고 크라노손이 이어 말했다.
“지금이 기회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