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8
제238화
236.
아밀레타가 반문했다.
수혁과 연중이 어디로 정찰을 떠났단 말인가?
“네, 정찰이요. 알린으로.”
“…….”
아밀레타는 말없이 크라노손을 응시했다.
그리고 크라노손은 아밀레타의 눈빛에서 ‘네가 그 두 분을 정찰 보낸 것이냐’를 느낄 수 있었다.
“아니에요.”
크라노손은 재빨리 고개를 가로저었다.
“직접 보고 싶다고 가셨어요.”
“크흠.”
아밀레타는 오해를 한 것이 미안했는지 헛기침을 내뱉었다.
“근데 여긴 왜 오신 거예요?”
크라노손이 물었다.
“설마 보고서 내용 확인하러 오신 거예요?”
수도에 있어야 할 아밀레타가 최전방 지역인 아일롬까지 온 이유가 궁금했다.
“보고서 사실이라며?”
아밀레타는 크라노손의 물음에 물음으로 답했다.
“네.”
“그럼 전쟁 끝난 거나 다름없잖아?”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 사실이라면 굳이 수도에서 기다리고 있을 이유가 없다.
모든 영역을 집어삼켰다.
더구나 키라드 파벌의 수많은 마족들이 죽음을 맞았다.
즉, 총공격을 하면 알린 성은 무너질 것이다.
전쟁은 이미 끝이다.
“그런데…….”
아밀레타는 말끝을 흐리며 크라노손을 보았다.
“진짜 정찰하러 가신 거냐?”
“예?”
크라노손은 아밀레타의 말에 반문했다.
“아.”
그리고 이내 그 뜻을 이해한 크라노손은 탄성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진짜 정찰만 하러 가신 건가?’
* * *
C 지역 아밀레타 파벌의 전초기지로 향하던 수혁은 히죽히죽 웃었다.
수혁이 웃는 이유, 그것은 바로 크라노손에게서 받은 퀘스트 때문이었다.
<알린 정찰>
알린 성으로 정찰을 떠나라!
[정찰률 : 0%]
퀘스트 보상 : 기여도 100만
정찰을 하는 퀘스트였다.
일반 전초기지들과 달리 기여도도 100만이나 됐다.
“전부 잡을 거야?”
연중이 물었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고 물음에 답했다.
“응, 기여도 1억이 될 때까지는.”
정찰 퀘스트였지만 정찰만 할 생각은 없었다.
수혁은 알린에서 키라드 파벌의 마족들을 사냥할 생각이었다.
목표는 기여도 1억이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수혁과 연중은 전초기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유명인사가 되어버린 수혁과 연중은 아무런 제지 없이 많은 마족들의 관심 속에 워프 게이트에 도착할 수 있었고 알린 성과 가장 가까운 7 전초기지로 워프했다.
‘역시 최전방이라 그런가.’
7 전초기지에 도착한 수혁은 바쁘게 움직이는 마족들을 볼 수 있었다.
수혁과 연중은 동쪽 입구로 이동하며 대화를 나눴다.
“지나가는 길에 들를 거야?”
“키라드 쪽 전초기지?”
“응, 가는 길에 하나 있을 것 같은데.”
C 지역은 아밀레타 파벌에서 장악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키라드 파벌의 전초기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A, B, G, H 지역에 아밀레타 파벌의 전초기지가 있었듯이 C 지역에도 키라드 파벌의 전초기지가 존재한다.
“들러야지.”
어차피 가는 길이기도 했고 지금은 키라드 파벌의 마족들 하나하나가 소중한 상황이었다.
동쪽 입구에 도착한 수혁은 마차를 소환했다.
그리고 알린 성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다다닥!
엄청난 속도로 마족 하나가 전초기지에서 나와 마차 앞을 막아섰다.
“안녕하십니까! 7 전초기지장 헤리드입니다!”
막아선 이는 7 전초기지를 관리하고 있는 상급 마족 헤리드였다.
“……?”
수혁은 말없이 ‘왜 앞을 막은 것인가요?’라는 눈빛을 헤리드에게 보냈다.
그리고 눈빛의 의미를 깨달은 헤리드가 재빨리 이어 말했다.
“혹시 지금 어딜 가시는 건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아, 알린 성으로 갑니다.”
“알린이요? 전초기지가 아니라?”
수혁의 답에 헤리드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이미 수혁과 연중이 했던 일들이 모든 전초기지에 전해졌다.
당연히 헤리드 역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고 그래서 수혁과 연중이 온 것이 C 지역에 남아 있는 키라드 파벌의 전초기지를 마무리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알린이라니?
“혹시 두 분이서 알린에 쳐들어가시는…….”
“정찰입니다.”
수혁은 헤리드의 말을 자르며 답했다.
혹시나 따라올까 봐 사실대로 말하지는 않았다.
“아.”
헤리드가 탄성을 내뱉었다.
“…….”
“…….”
그리고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정신을 차린 헤리드는 재빨리 옆으로 비켰고 수혁과 연중은 다시 알린을 향해 움직였다.
* * *
“어딜 가신답니까?”
헤리드가 돌아오자 부기지장 로아루가 물었다.
“녀석들의 전초기지로 가시는 겁니까?”
“아니.”
“……?”
로아루는 헤리드의 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동쪽 입구로 나갔다.
그리고 동쪽에는 키라드 파벌의 전초기지가 있었다.
그런데 전초기지로 가는 게 아니라니?
“알린.”
“……!”
이어진 헤리드의 말에 로아루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단둘이서 키라드 파벌의 전초기지를 휩쓸고 다녔다.
하지만 알린은 이야기가 다르다.
알린의 규모는 전초기지들과 비교할 수 없다.
그런데 단둘이서 알린에 쳐들어가다니?
“이거 어서 따라…….”
“정찰을 가신 거야.”
“아, 정찰이군요.”
혹시나 단둘이서 본진에 쳐들어가는 무모한 짓을 하는 게 아닐까 걱정했던 로아루는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근데 알린에 가려면 전초기지를 지나쳐야 하지 않나요?”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로아루가 말했다.
“그렇지.”
헤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린에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키라드 파벌의 전초기지를 지나쳐야 했다.
“그러니까 준비해야지.”
“……어떤 준비요?”
로아루는 헤리드의 말에 반문했다.
만약 수혁과 연중이 전초기지를 지나친다면?
전초기지는 초토화가 될 것이었다.
즉, 지금 하고 있는 준비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무슨 준비를 한단 말인가?
“두 분이 알린으로 정찰을 가셨잖아.”
“그렇죠.”
“그게 뭘 뜻하겠어?”
“……!”
헤리드의 말에 로아루의 표정에 놀람이 나타났다.
“알린 함락의 때가 온 거라고!”
로아루의 놀란 표정에 헤리드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제 곧 명령이 내려올 거야. 미리 준비하자.”
* * *
[퀘스트 ‘C 지역 키라드 파벌 전초기지’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 30만이 상승합니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꽤 많을 줄 알았는데.’
이 전초기지만 넘으면 알린이 나온다.
그래서 전초기지에 많은 마족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예상과 달리 마족들이 너무 없었다.
전초기지를 지키고 있던 이들은 고작 300명이었다.
정리하는 데 15분도 걸리지 않았다.
“출발할까?”
연중이 물었다.
“응.”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연중은 동쪽 입구로 빠져나와 계속해서 길을 따라 마차를 몰았다.
그리고 산을 지나친 순간 연중이 마차를 멈췄다.
“와.”
연중이 감탄을 내뱉었다.
“…….”
수혁 역시 소리 내지 않았을 뿐 감탄이 가득한 표정으로 전방을 보았다.
둘이 감탄을 한 이유, 그것은 바로 전방에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성벽 때문이었다.
도시 ‘알린’의 성벽이었다.
“엄청 큰데?”
“그러게, 거기다 엄청 단단해 보여.”
아일롬의 성벽과는 차원이 달랐다.
더욱 높았고 더욱 견고했다.
마치 난공불락의 요새 같았다.
“이거 높이가 얼마나 될까?”
연중의 물음에 수혁은 성벽의 높이를 가늠했다.
“30m? 40m? 모르겠다.”
가늠을 해보려 했던 수혁은 포기했다.
너무나도 높았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성벽을 보며 생각했다.
‘이 정도 크기면…….’
성벽의 크기를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1억은 무조건이겠는데?’
여태껏 방문했던 전초기지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족들 역시 엄청나게 많을 것이었다.
“어떻게 할 거야?”
연중이 물었다.
“성벽 파괴? 아니면 입구 찾아서?”
성벽만 보일 뿐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입구는 성벽을 따라 좀 이동해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꼭 입구를 통해서만 알린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새로 입구를 만들면 된다.
성벽이 매우 단단해 보이긴 했지만 수혁의 공격력이라면 충분히 구멍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연중은 확신했다.
“음…….”
연중의 말에 수혁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입구로 가는 게 시선 끌기에는 확실히 좋을 것 같긴 한데.’
시선을 끄는 것은 정면 돌파가 최고였다.
하지만 성벽의 크기를 보니 정면 돌파가 살짝 부담됐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마족이 있을지 모른다.
‘리인카 같은 마족이 수십 있으면…….’
파이어 스톰과 포이즌 스톰을 디스펠 했던 상급 마족 리인카.
만약 알린에 리인카 같은 마족이 수십 명 있다면?
마법을 쓰는 족족 디스펠 당할 것이고 결국 일방적인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아무리 연중이 방어에 특화되어 있다고 하나 수십, 수백의 마족들의 공격을 버틸 수는 없다.
‘그래.’
이내 수혁은 성벽을 보며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는 기습으로 가자.’
바로 그때였다.
팅!
귓가에 들려온 소리에 수혁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연중의 방패가 보였다.
“……수혁아, 마족들이 눈치챘다.”
수혁은 연중의 말에 성벽 위를 보았다.
성벽 위에 활을 들고 있는 마족들이 보였다.
“어떻게 할 거야?”
“구멍 뚫자. 성스러운 보호막.”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답하며 보호막을 시전했다.
스악! 스악!
수호자로 연결되어 있어 연중에게도 보호막이 나타났다.
연중은 방패를 내려놓고 마차를 몰아 성벽으로 다가갔다.
팅! 팅! 팅! 팅! 팅!
성벽에 가까워지자 날아오는 화살의 수가 점점 증가하기 시작했다.
물론 보호막에 막혀 화살은 힘을 쓰지 못했다.
“이쯤이면 되겠다.”
수혁의 말에 연중이 마차를 멈췄다.
“파이어 스피어, 파이어 볼, 포이즌 스피어.”
범위 마법은 이제 곧 마주하게 될 마족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아꼈다.
수혁은 파괴력이 좀 떨어지지만 쿨타임이 짧은 마법들을 성벽으로 날렸다.
쾅! 쾅! 쾅!
마법들이 성벽에 작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혁은 마법이 작렬한 순간 성벽에 나타난 초록색 마법진을 볼 수 있었다.
바로 마법 방어 마법진이었다.
마법 방어 마법진이 모든 마법을 계속해서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마법진에도 내구도가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성벽을 파괴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냥 헬 파이어를 써 버릴까?’
수혁은 고민했다.
‘바로 보스급 몬스터가 나타날 것 같지는 않은데.’
처음부터 상급 마족들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나타난다고 해도 한둘이다.
그리고 한둘 정도는 헬 파이어가 없어도 잡을 수 있다.
“헬 파이어.”
생각을 마친 수혁은 헬 파이어를 시전했다.
화르륵!
헬 파이어가 나타났고 마법진이 엄청난 빛을 뿜어냈다.
쩡!
그리고 이내 마법진이 파괴되어 사라졌다.
마법진을 잡아먹은 헬 파이어는 이어 성벽을 녹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헬 파이어가 성벽에 구멍을 만들었고.
“연중아!”
구멍을 본 수혁이 외쳤다.
연중은 수혁의 외침에 재빨리 구멍을 통해 성벽 안으로 마차를 몰았다.
그렇게 성벽 안으로 들어간 순간.
[퀘스트 ‘알린’이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가 생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