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9
제229화
227.
쾅!
펑!
워프 게이트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레드카스의 표정에는 어둠이 짙어졌다.
쉬지 않고 폭음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레드카스 말고도 수많은 마족들이 워프 게이트로 가고 있을 것이었다.
공격을 받을 테니 마법을 제대로 시전 못 해야 정상이었다.
이렇게 마법이 계속해서 등장하면 안 된다.
도대체 왜 마법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 것일까?
‘이 정도로 난사할 정도면 적어도 셋인데…….’
마법이 등장하는 횟수를 보면 한둘이 온 것은 아닐 것이다.
레드카스는 최소 셋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워프 게이트로 넘어올 수 있는 인원이 10이니 7명 정도가 막는다고 해도…….’
인원 계산을 한 레드카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곳에 있는 마족이 몇인데 고작 일곱을 뚫지 못해 마법 시전을 허용한단 말인가?
“……?”
이내 워프 게이트 근처에 도착한 레드카스는 걸음을 멈췄다.
‘인간?’
시야에 들어온 인간 때문이었다.
인간은 주변 마족들을 향해 마법을 쓰고 있었다.
‘인간이 왔다고?’
아밀레타 파벌에 인간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당연히 마족들만 왔을 것이라 생각했다.
인간이 왔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문제는 시야에 들어온 게 인간뿐이라는 점이었다.
아밀레타 파벌의 마족들이 보이지 않았다.
‘왜 못 막은 거지?’
육체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툭 치면 죽을 인간 마법사다.
보호해주는 마족도 없는데 왜 막지 못했던 것일까?
레드카스는 마법을 시전하고 있는 인간을 향해 움직였다.
스악!
단번에 거리를 좁힌 레드카스는 주먹을 날렸다.
너무나 빠른 속도 때문인지 인간은 반응을 하지 못했고 레드카스는 단숨에 인간의 목숨을 거둘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텅!
물론 생각이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보호막…….’
주먹은 인간에게 닿지 못했다.
대신 인간을 보호하고 있는 보호막에 닿았다.
‘금이 안 가?’
보호막이 있을 수 있다.
마법사니까.
하지만 실금 하나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레드카스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육체적인 능력이 다른 상급 마족에 비해 떨어진다고 하나 그것은 다른 상급 마족과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지, 레드카스의 육체 능력은 인간의 보호막을 뚫지 못할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스윽
인간이 고개를 돌렸고 레드카스는 인간과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 * *
[퀘스트 ‘제 2 전초기지’가 생성되었습니다.]
2 전초기지에 도착한 수혁은 메시지가 나타났지만 볼 수 없었다.
‘뭐 이리 많아?’
워프 게이트 근처에 마족들의 수가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1 전초기지가 마을이었다면 2 전초기지는 도시 같았다.
“저건 또 뭐야?”
“인간?”
“엥? 저게 인간이야?”
“마기는 뭔데?”
“맞아, 엄청 순도 높은 마기를 풍기잖아.”
수혁을 본 마족들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성스러운 보호막.”
마족들의 대화를 들으며 수혁은 우선 보호막을 시전했다.
마법 공격이야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지만 물리 공격은 아니었다.
더구나 마족들은 물리 공격이 뛰어나다.
수많은 마족들에게 물리 공격을 당하면 죽을 수도 있다.
“파이어 스톰.”
보호막을 시전한 수혁은 이어 파이어 스톰을 시전했다.
스아악!
파이어 스톰은 등장과 동시에 주변에 있던 마족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수가 많아서 그런지 드랍 창은 엄청난 속도로 갱신되었다.
갱신되는 드랍 창을 보며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어 퀘스트를 확인했다.
<제 2 전초기지>
B 지역 키라드 파벌의 제 2 전초기지에 도착한 당신.
제 2 전초기지에는 수많은 마족들이 출정 준비 중이다.
출정 준비 중인 마족들을 막아라!
[남은 마족의 수 : 7729]
퀘스트 보상 : 기여도 20만
“……!”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놀랐다.
무려 7729였다.
2 전초기지에는 5 전초기지, 1 전초기지와는 차원이 다른 수의 마족들이 있었다.
‘여기가 본진인가?’
압도적인 수를 보아 아무래도 2 전초기지가 본진인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텅!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수혁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보호막에 주먹을 가져다 댄 마족을 볼 수 있었다.
파이어 스톰은 모든 방향을 커버하지 못한다.
수혁이 보호막을 시전한 것도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였다.
“파이어 스피어.”
당황해하고 있는 마족을 향해 수혁은 파이어 스피어를 시전했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그리고 이어 어둠의 자식들을 소환한 후 명령을 내렸다.
“너희 둘은 날 지키고 너희 둘은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마족들을 죽여.”
수혁의 명령에 지목을 받은 두 어둠의 자식들은 주변의 마족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고 남은 두 어둠의 자식들은 수혁의 곁을 지키기 시작했다.
“포이즌 스피어, 다크 스피어.”
워프 게이트에서 나온 수혁은 마족들에게 마법을 날리며 생각했다.
‘언제 불러야 하나.’
연중을 불러야 하는데 부를 수가 없었다.
아무리 어둠의 자식들이 호위를 한다고 하지만 마족들이 너무나 많았다.
눈먼 공격에 연중이 죽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일단 수를 좀 줄여야겠어.’
주변 마족들을 정리하고 연중을 불러야겠다고 생각을 한 수혁은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조금만 기다려.
“……?”
귓속말을 보내고 마족들을 향해 마법을 날리던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연중에게서 ‘응’이라는 간단한 답조차 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하고 있나?’
귓속말을 봤다면 분명 답을 보냈을 연중이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더 이상 호위도 필요 없을 것 같고.’
수혁은 주변에 남아 있는 마족들을 보며 곁에서 호위를 하고 있는 어둠의 자식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너희도 가서 죽여.”
어둠의 자식들은 수혁의 명령에 주변 마족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경고!]
[제 2 전초기지의 기지장이자 B 지역 사령관 상급 마족 레드카스가 나타났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사령관!’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활짝 웃었다.
마족들의 수를 보고 2 전초기지가 본진이 아닌가 했는데 진짜 본진이었다.
‘머리를 바로 만나게 될 줄이야.’
거기다 머리라 할 수 있는 사령관이 나타났다.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며 레드카스를 찾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텅!
귓가에 들려온 소리에 수혁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린 곳을 보았다.
여태까지 보아온 마족들의 갑옷과는 차원이 다른 매우 고급스러워 보이는 갑옷을 입고 있는 마족이 있었다.
수혁은 보호막을 후려친 마족을 보며 생각했다.
‘진짜 빠르네.’
블링크를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빨랐다.
‘보호막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데미지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온 것을 보아 분명 강할 것이다.
‘근데 갑옷이…….’
그러다 문득 마족의 갑옷이 고급스럽다는 것을 느낀 수혁은 마족에게 물었다.
“네가 레드카스냐?”
“…….”
마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어이없다는 눈빛을 보낼 뿐이었다.
‘잡아보면 알겠지.’
“헬 파이어.”
수혁은 보스 몬스터가 나타날 때를 대비하여 아껴두었던 헬 파이어를 시전했다.
스악!
헬 파이어가 나타났고.
[제 2 전초기지의 기지장이자 B 지역 사령관 상급 마족 레드카스가 죽음을 맞았습니다.]
채 3초가 지나기도 전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레, 레드카스 님이 죽으셨다!”
레드카스의 죽음을 본 한 마족이 외쳤다.
그리고 순간 침묵이 감돌았다.
물론 수혁의 마법과 어둠의 자식들로 인해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수혁을 죽이기 위해 움직이던 마족들은 더 이상 수혁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공격을 피하며 서서히 수혁과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레드카스의 죽음 때문이 분명했다.
바로 그때였다.
“도망을 치다니 이게 무슨 짓이야!”
[경고!]
[상급 마족 알라디노스가 나타났습니다.]
우렁찬 외침과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외침의 주인공을 보았다.
여태까지 보았던 마족들 중 가장 거대한 체구를 가지고 있는 마족이 시야에 들어왔다.
“플레임.”
수혁은 알라디노스에게 플레임을 시전했다.
“인간 하나에 이렇게 쩔쩔…… 크아아악!”
도망치는 마족들에게 호통을 치던 알라디노스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뱉었다.
푹! 푹!
그리고 이어 도착한 어둠의 자식들이 알라디노스를 공격했다.
[상급 마족 알라디노스가 죽음을 맞았습니다.]
가뿐히 상급 마족 알라디노스를 죽인 수혁은 마족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레드카스에 이어 알라디노스까지 죽었기 때문일까?
슬금슬금 도망을 치던 마족들이 본격적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마족들이 도망이라니.’
도망을 치는 마족들을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발록도 그렇고 마족도 그렇고 생각했던 이미지와 너무나 달랐다.
‘진짜 한적해졌네.’
마족들로 북적거렸던 워프 게이트는 더 이상 북적거리지 않았다.
고작 상급 마족 둘을 잡아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수혁 : 연중아.
수혁은 워프 게이트로 마중을 가며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
하지만 이번에도 연중에게선 답이 오지 않았다.
‘뭐지?’
잠수를 타고 있을 리 없다.
오히려 연락이 오기를 기다릴 연중인데 왜 답이 오지 않는 것일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가 봐야 되나?’
수혁은 다시 1 전초기지로 워프해야 하나 고민했다.
바로 그때였다.
-연중 : 미안미안!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그리고 이어진 연중에 말에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연중 : 중급 마족들이랑 전투 좀 하느라.
-수혁 : 1 전초기지에서?
1 전초기지의 모든 마족들을 처치했다.
그런데 전투라니?
-연중 : 응, 너 가고 워프로 오더라고. 지금은 다 잡았어.
-수혁 : 아, 워프로 온 거구나.
어떻게 된 것인지 수혁은 이해할 수 있었다.
워프 게이트는 애초에 마족들의 것이었다.
마족들이 워프 게이트로 나타나는 것이 이상한 게 아니다.
-연중 : 지금 출발해?
-수혁 : 응.
* * *
알라드는 키라드 파벌의 상급 마족 엘로가탄에게 주먹을 날렸다.
엘로가탄 역시 알라드의 주먹을 향해 마주 주먹을 뻗었다.
쾅!
두 주먹이 만났고 굉음이 터져 나오며 알라드와 엘로가탄은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이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그냥 포기하고 도망치지 그래?”
엘로가탄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흥, 이 정도 공격으로 우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알라드는 코웃음을 치며 다시 엘로가탄에게 달려들었다.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키라드 파벌에서 공격을 온 마족들은 극히 적었다.
전초기지에 남아 있는 마족들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이게 다라고 생각하는 거야?”
엘로가탄은 알라드의 주먹을 피하며 말했다.
“너희야말로 이게 다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알라드는 계속해서 주먹을 뻗으며 답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공방을 주고받던 그때.
뿌우우우우…….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음에 보자고!”
엘로가탄은 나팔 소리에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물러난 건 엘로가탄뿐만이 아니었다.
전투를 벌이고 있던 키라드 파벌의 모든 마족들이 뒤로 빠졌다.
그리고 전초기지를 향해 후퇴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할까요?”
하라간이 다가와 추격을 할지 말지 물었다.
“돌아간다.”
그러나 전력이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닌데 추격을 할 수는 없다.
“옙.”
알라드의 말에 하라간은 답을 하고 마족들을 모아 기지로 복귀했다.
“후…….”
천막에 도착한 알라드는 자리에 털썩 앉아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지도를 보며 키라드 파벌에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나올지,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얼마 뒤.
“알라드 님!”
알라드는 하라간의 외침에 생각에서 깨어났다.
“수혁 님과 연중 님이 키라드 파벌 쪽에서 오고 계십니다!”
그리고 이어진 하라간의 말에 알라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수혁 님과 연중 님이?”
라네타 계곡에 간 수혁이 왜 거기서 오고 있단 말인가?
“예!”
하라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라드는 천막에서 나와 재빨리 동쪽 입구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알라드는 볼 수 있었다.
저 멀리 마차를 타고 다가오는 수혁과 연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