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0
제220화
218.
* * *
“발록 이 망할 새끼들!”
쾅!
크라노손은 거칠게 탁자를 내리쳤다.
얼마나 세게 내리쳤는지 탁자에 금이 갈 정도였다.
“후…….”
크라노손은 깊게 한숨을 내뱉으며 화를 조금 가라앉혔다.
“그래서 지금 발록에게 당한 마을이 몇 곳이야?”
그리고 에밍에게 물었다.
“7곳입니다.”
에밍이 눈치를 보며 답했다.
“이 새끼들이 동맹이라도 맺은 건가?”
크라노손은 에밍의 답에 중얼거렸다.
현재 발록들이 마을을 습격하고 있었다.
발록들을 잡기 위해 다른 곳의 힘을 뺄 수도 없었다.
키라드 파벌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한 시간이 멀다 하고 계속해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발록들을 막자고 상급 마족들을 뺄 수는 없다.
그러면 아일롬이 위험했기에.
‘이럴 때 수혁 님이랑 연중님 만 있었어도.’
크라노손은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 수혁과 연중이 있었다면?
발록 셋을 연달아 잡았던 수혁과 연중이다.
그 둘이 있었다면 매우 큰 힘이 되었을 텐데 너무나 아쉬웠다.
‘어디에 계신 거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노크 없이 문이 열렸다.
크로노손의 방문이 노크 없이 열리는 경우는 단 2가지였다.
첫 번째 아밀레타가 왔거나.
두 번째 큰일이 났거나.
“헤르타나가 전장에 나타났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중급 마족 오마가 외쳤다.
이번에는 두 번째 이유 때문이었다.
스윽
오마의 외침에 크라노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옆에 세워두었던 검을 들고 방에서 나왔다.
* * *
-크허허헝!
오우거가 포효했다.
그러자 트롤의 입에서 독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피해!”
“망할! 저거 잡을 수 있는 거야?”
“에효, 그냥 아까 갈걸.”
독연기가 나오자 오우거트롤을 공격하던 유저들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유저들이 뒤로 빠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우거가 포효할 때 도착한 한 유저가 독연기가 다가옴에도 물러서지 않고 오우거트롤과의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어어? 님? 가면 죽어요!”
“뭐해요? 님 죽는다니까요!”
뒤로 물러나던 유저들이 오우거트롤에게 다가가는 유저에게 외쳤다.
“어? 근데 저거 리더 길드 마크 아냐?”
“헐, 맞아. 리더 길드다!”
“그러면 자살하러 들어가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수혁 님 아냐? 독에 아주 강력한 아이템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오우거트롤에게 다가가던 유저는 바로 수혁이었다.
[중독되지 않습니다.]
.
.
독연기에 들어온 수혁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일반 키메라의 독보다 강한 보스 키메라의 독이었지만 수혁에게는 둘 다 똑같았다.
스윽
수혁은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오우거트롤을 보았다.
유저들에게 입은 상처를 회복하고 있었다.
“헬 파이어.”
수혁은 헬 파이어를 시전했다.
스아악!
헬 파이어는 등장과 동시에 오우거트롤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트롤의 입에서 나오는 독연기는 나옴과 동시에 타서 증발했다.
-크허허허헝!
-크어어엉!
오우거와 트롤이 비명을 내뱉기 시작했다.
“헬 파이어야!”
“어? 근데 왜 저 헬 파이어에는 독이 타는 거예요? 아까 팡시 님이 쓰신 헬 파이어에는 안 탔잖아요?”
“딜 차이 아닐까요?”
유저들은 헬 파이어의 위력에 관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강력한 키메라 오우거트롤이 죽음을 맞았습니다.]
[마을 ‘마카록’의 모든 키메라를 처치하셨습니다.]
[특수 퀘스트 ‘마카록을 장악한 키메라들’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가장 많은 기여도를 획득하셨습니다.]
[배후의 증표를 획득합니다.]
-오우거의 힘줄 2개
-트롤의 심장
그사이 오우거트롤이 쓰러지며 퀘스트가 완료됐다.
“와, 벌써?”
“미친 딜인데요? 아무리 다 회복을 못 했다고 해도…….”
“스텟이 어떻게 되시는 거지?”
오우거트롤이 쓰러지자 유저들이 또 한 번 놀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수혁에게 갈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혁과 유저들 사이에는 독연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수혁 역시 독연기에서 나갈 생각이 없었다.
더 이상 워프 게이트를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하, 끝났다.’
이곳 ‘마카록’이 마지막 A등급 마을이었기 때문이었다.
즉, 수혁의 키메라 사냥은 끝났다.
‘예상보다 일찍 끝났어.’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6시간을 예상해 7시에 끝날 줄 알았다.
‘역시 우리나라 유저들은 대단해.’
그런데 생각보다 유저들의 참여율이 높았고 30분이나 단축할 수 있었다.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증표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제 마탑에 가볼까.’
빠르게 중앙 마탑에 들른 후 경매장에 들른 뒤 도서관에 가야 한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수혁은 아공간으로 워프했다.
그리고 바로 워프 마법진을 이용해 마탑으로 이동했다.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곧장 중앙 마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오네.’
얼마 뒤 중앙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수많은 유저들을 볼 수 있었다.
수혁은 웅성거리는 유저들을 지나쳐 중앙 마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상점 지역인 1, 2, 3층을 지나 4층에 도착했다.
“키메라 몇 마리 잡으래?”
“2마리!”
“헐, 2마리나? 그거 1마리 잡아야 2마리 퀘 주는 거 아냐?”
“맞아. 아까 너 오기 전에 운 좋게 파티 껴서 1마리 잡았다!”
4층에는 마법사로 전직하려는 초보 유저들과 퀘스트를 받는 유저들로 가득했다.
‘증표 좀 이용해야지.’
수혁은 또다시 걸음을 옮겨 유저들을 지나쳐 반대편 계단으로 향했다.
5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었다.
스윽
수혁은 입구를 지키고 있던 마법사에게 독의 마탑 증표를 보여 주었다.
증표를 본 마법사는 옆으로 비켜섰고 수혁은 그대로 5층에 올라갈 수 있었다.
‘역시 한산해.’
5층은 4층과 달리 매우 한산했다.
유저보다 NPC가 더 많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5층은 아무나 들어 올 수 없다.
적어도 3등급 이상의 증표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여기서 하자.’
수혁의 증표는 1등급 증표로 6층까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5층에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 6층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
“증표를 주시겠습니까?”
수혁은 빈 책상으로 향했고 책상에 앉아 있던 마법사의 말에 증표를 내밀었다.
“……!”
증표를 받은 마법사는 이내 놀란 표정으로 수혁을 보았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그리고 수혁에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 책상에 있던 마법사에게 다가가 속닥였다.
무어라 속닥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뒤쪽에 앉아 있던 마법사가 벌떡 일어나 수혁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독의 마탑 1등급 마법사이자 중앙 마탑에서 5층 관리를 맡고 있는 리울이라고 합니다. 수혁 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법사의 정체는 바로 리울이었다.
리울은 수혁에게 인사를 하며 생각했다.
‘차기 마탑장님이 오실 줄이야!’
수혁이 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무슨 일로 오신 거지?’
고개를 든 리울은 수혁에게 물었다.
“이곳엔 어쩐 일로…….”
“아, 이것 때문에요.”
수혁은 리울의 말에 인벤토리에서 검은색, 빨간색, 초록색 3가지 종류의 증표를 꺼내 보여 주었다.
“……!”
증표를 본 리울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건 흑월의 증표!’
* * *
중앙 마탑에서 나온 수혁은 워프 게이트로 걸음을 옮기며 인벤토리를 보았다.
인벤토리를 가득 채웠던 배후의 증표가 색깔별로 1개씩을 제외하고는 전부 사라져 있었다.
보상을 위해 수혁이 전부 반납했기 때문이었다.
‘30만 포인트면 남는 장사지.’
증표를 반납하고 중앙 마탑에서 사용 가능한 30만 포인트를 획득했다.
‘퀘스트도 받았고.’
포인트만 획득한 것도 아니었다.
퀘스트 역시 받았다.
수혁은 인벤토리를 닫았다.
그리고 퀘스트 창을 열어 방금 전 중앙 마탑에서 받은 퀘스트 ‘배후’를 확인했다.
<배후>
200년 전 대마도사 라피드에 의해 음지로 사라진 정체불명의 단체 ‘흑월’.
중앙 마탑에서는 이번 대륙 키메라 사건의 배후를 흑월로 확신하고 있다.
키메라들이 나타난 곳에 하나씩 있던 증표에 흑월의 상징이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흑월은 이번 키메라 사건을 시작으로 세상에 혼란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하다.
마탑은 흑월의 뒤를 추적하고 있다.
흑월의 꼬리를 잡을 때까지 대기하라!
퀘스트 보상 : ???
바로 완료가 가능한 퀘스트는 아니었다.
완료 조건이 없었다.
퀘스트 ‘때’처럼 기다려야 하는 퀘스트였다.
그리고 이번 퀘스트의 ‘때’는 키메라들이 전부 정리되고 정화 작업이 끝난 이후가 될 확률이 매우 높았다.
‘딱 좋아.’
그렇지 않아도 마계 전쟁 때문에 마계에 있어야 하는 수혁에게는 매우 좋은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하드락이요.”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수혁은 하드락으로 워프했다.
경매장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마탑에도 경매장이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수혁은 하드락보다 더 큰 마탑에 경매장이 없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드락에 도착한 수혁은 워프 게이트에서 나와 경매장으로 향했다.
“골드 삽니다! 3천 골드 사요! 마법사 아이템도!”
“급처 하시는 아이템 사요! 최소 80% 쳐드립니다!”
‘입찰이 얼마나 됐으려나.’
경매장에 도착한 수혁은 우선 실시간 경매장으로 가 알칸디움 갑옷 하의의 입찰 금액을 확인했다.
-현재 입찰 금액 : 10,201,000
-남은 시간 : 25 : 01
‘천만!’
입찰 금액을 확인한 수혁은 활짝 웃었다.
아직 하루가 더 남아 있었다.
거기다 경매 특성상 마지막에 파바박 올라가는 것을 감안하면 야리온의 분노만큼은 아니어도 꽤나 비싼 가격에 낙찰이 될 것 같았다.
‘좋았어.’
수혁은 흐뭇한 표정으로 실시간 경매장의 반대편으로 향했다.
그리고 경매 창을 열어 ‘마나의 파도’ 옵션 개방에 필요한 마나석들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내 구매를 마친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어 완료 버튼이 활성화된 마나의 파도 퀘스트를 완료하기 시작했다.
[퀘스트 ‘마나의 파도1’을 완료하셨습니다.]
.
.
[마나의 파도 두 번째 옵션이 개방됩니다.]
퀘스트를 완료하자마자 수혁은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마나의 파도[전설]>
제한 : 마법사, 체력 300, 지혜 2500
마법 시전 시 10% 확률로 생명력 10% 회복 (쿨타임 20초)
마법 시전 시 10% 확률로 1분간 마법 관통력 20% 증가 (쿨타임 30초)
라이오디렘으로 만들어진 팔찌다. 수많은 마도사들의 손을 거쳤다.
아이템 정보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비슷하네.’
아이템 이름도 비슷했고 설명이 같아 비슷한 옵션이 아닐까 했는데 예상대로였다.
마나에서 생명력으로 변경이 되었고 공격력은 관통력으로 변경이 되었다는 것 그 2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게 다 같았다.
수혁은 정보 창을 닫고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도서관에 갈 시간이었다.
‘토토킨 도서관부터 마무리하자.’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마을 ‘토토킨’으로 워프했다.
그리고 토토킨에 도착함과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경고!]
[상급 발록 레몽이 나타났습니다.]
“응?”